소니 VPL-GTZ380, 데이트 일지 오디오/비디오 기기 감상

요 근래 맞선이라도 보듯 진지하게 이것저것 탐색한 제품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제품을 하나 소개해 봅니다. 소니의 리얼 4K 레이저 프로젝터, 'VPL-GTZ380'이란 물건입니다.


- 시작하며

일단 이 제품은 제가 필진을 맡고 있는 DVD 프라임의 공식 리뷰로도 이미 2부에 걸쳐 자세히 소개하긴 했습니다. 따라서 본 포스팅의 가벼운 어조가 아쉽다면, 그쪽을 봐주시길 바라겠고요.

당시엔 공식 리뷰니 진지하게 소위 맞선 같은 시간을 가졌다면, 이번에는 짧게나마 다시 보면서 간단하게 데이트(?)한 이야기입니다.

리뷰에도 언급했지만, GTZ380은 소니의 상업용 프로젝터 GTZ 시리즈의 최신작인 동시에 소니 가정용 라인업의 최상위 제품이기도 합니다.

본래 프로젝터 업체들은 커머셜로 통칭하는 상업용(극장뿐 아니라 전시관 등 다중 이용 시설에 쓰는 고광량 프로젝터)과 컨슈머로 분리한 가정용(홈 시네마용 프로젝터. 개중 중고급 제품군의 광량은 평균 2천-많아야 3천 안시대로 억제하여, 명암비나 컬러 튜닝을 실현) 2개 라인 업을 따로 가져 가든가 or 둘 중 하나만 주력하곤 합니다. 개중 둘 중 하나만 주력하는 경우엔 보통 상업용에 매진하는데, 이유는 상업용이 훨씬 시장이 넓고 + 화질과 기타 편의성(크기, 무게, 소음, 발열, 전기 소모 등등)에 신경을 덜 써도 되기 때문이고요.

그런 와중에 이번 380부터, 소니 가정용 최상위 라인은 상업용 제품 중 하나가 통괄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그런 이유로 380은 상업용이면서도, 가정용 프로젝터에 요구되는 화질 튜닝과 영상 조정 항목 및 편의성을 모두 갖추고 등장했습니다.(가격만 빼고)

380의 크기는 이전 소니 가정용 최대 사이즈 제품이었던 VW5000보다도 좀 더 큰데, 상업용 제품 기준으론 상당히 아담한 축에 속합니다. 덩달아 소음이나 발열도 역시 같은 소니 가정용 제품군 기준으론 좀 크고 많지만, 상업용 제품 중에선 제일 조용하고 덜 뜨거운 축(2020년 기준, 소니 발표에 근거)에 속하고.

대신 380의 광량 1만 안시도 상업용 기준으론 평범보다 좀 더 낮은 수준(이보다 고광량인 소니 제품군은 3만-4만 안시대도 나옵니다.)에 속하기는 한데, 이는 현재 소니가 자사 가정용 기준 최상급 화질로 튜닝할 수 있는 한계 밝기가 이 정도란 이야기도 된다 봅니다. 사실 380만 해도 200인치 이상 - 300인치 정도의 'HDR 영상'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 홈 시네마 수요로선 끝단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요.(이보다 더 큰 스크린을 운용한다면, 보다 고광량이면서 최하 300-400인치 이상을 기준으로 영상 튜닝을 한 극장 상영 전용 프로젝터를 알아보는 게 좋습니다.)

실제 영상 퀄리티는 공식 리뷰에도 자세히 언급했지만, 리뷰어로서 시시콜콜 확인하는 게 아니라 그냥 편하게 보더라도 380으로 구현한 4K/ HDR 영상은 어필력 확실합니다.

예를 들어 이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4K UltraHD Blu-ray의 HDR10은 최대 1000/ 평균 373니트로 그레이딩되었는데, 기존 소니의 어떤 HDR 프로젝터를 갖다대도 위 150인치 스크린에서 저런 짱짱한 밝기는 물론 타이틀 컬러의 붉은 색감이 저렇게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사진이 실제 영상의 쨍함을 다 표현하지 못 하고 있을 정도) 다른 메이커 제품 중에선 크리스티나 바코의 HDR 프로젝터 외엔 불가능하고요.

특히 380에선 이 정도 휘도로 수록된 HDR 영상들은 대부분 (소니 x90 시리즈부터 추가된)다이나믹 HDR 인핸서를 OFF로 해야 가장 쨍하면서 화이트 계조가 낱낱이 살아난 그림이 나오는데, 당연하지만 소니제 톤 맵핑(소니 프로젝터 자체 맵핑이건 커스텀 감마 추가건 유사 LLDV 플레이건 뭐건)은 물론 JVC나 파나소닉 등의 어떤 맵핑 테크닉을 써도 > 저렇게 '순수하게 폭력적인 영상 다이나믹 레인지'를 보여줄 순 없습니다.

이어서 다크나이트 UBD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예를 들어 이 도입부 아맥신은 HDR 표현력에 따라 시간대가 달라 보이는 수준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380에선 역시나 인핸서 Off 에서 가장 쨍하게 나오는데, 2천 안시대 HDR 프로젝터로 이 장면 밝기를 (그나마)좀 내보겠다고 톤 맵핑 조정값 이것저것 연구하던 내 노력과 시간은 뭐하려고 썼던 거냐 싶더군요.

물론 150인치는 380 입장에선 '너무 작은' 스크린이라 소위 체급이 안 맞기는 하고, 150인치에다 쓰기에 380이 좀 과한 제품인 것도 맞습니다. 평균적인 스크린 대비 룸 사이즈와 시설 가격을 감안하면, 적어도 180인치 이상 - 250인치 정도가 380을 적절하게 쓰기에 좋다고 봅니다.

추가로 역시 다크나이트 UBD 중 이 장면의 햇빛 비치는 부분이 저렇게 밝게 나오려면 화면 휘도가 (적어도) 400니트 이상은 나와야 하는데, 스펙 휘도 2200안시인 소니 VW870 기준 (시네마 필름 모드/ DCI 색역 세팅으로)150인치/ 400니트는 HDR 전용 스크린인 레이로돌(게인 2.7)을 갖다대도 안 나오는 화면 휘도입니다.

이런 식으로 소위 대화면에서 HDR 컨텐츠를 볼 때 늘 느끼던 '광량 갈증'을 해소해 준다는 것이, GTZ380의 최대 의의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냥 밝기만 한 게 아니고 명암비나 블랙, 컬러 볼륨 등 모든 화질 튜닝 요소가 가미된 밝음이란 게 중요한 것이고.

굳이 단점을 따지면 그만큼 화면 밝기가 올라가니, 특히 제품의 안시 명암비 영향이 큰 (상하나 좌우)블랙 바는 마스킹을 해주는 게 좋다는 것 정도? 일례로 킹스맨 UBD의 이 장면은 밝긴 해도 전체적으로 뽀얀 느낌의 그림이라 상하 블랙바가 크게 거슬리지 않는데, 후에 나오는 설원 등에선 좀 신경 쓰이긴 합니다. 물론 이건 380뿐 아니라 부분 디밍(프레임별이 아니라 구역별)이 불가능한 프로젝터의 특성상 어쩔 수 없으니, 스크린 마스킹을 가미해 주는 게 좋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네요.


- 마치며

하기는 마스킹이고 뭐고 380의 진짜 단점(?)은, 국내 리테일 정가 1억 5천만 원(바디 + Z8014 렌즈 세트 기준. 단초점 렌즈인 Z8008로 세팅할 경우 좀 더 상승...) 이란 그 가격이긴 합니다. 저도 리뷰하면서 마치 맞선이라도 보듯 진지하게 탐색하던 때나 이번에 가볍게 데이트하듯 볼 때나 속된 말로 확 반할 정도였지만, 막상 결혼식 치를 생각을 하니 식장이다 혼수다 집이다 부담스러워지는 선남선녀 기분이었지요.

다만 이 제품과 견주어 HDR 공중전을 치를 만한 레벨의 프로젝터는 앞서도 잠깐 언급한 크리스티의 4K32 (통칭 '그리핀'. 홈 시네마 특화용 하이 컨트라스트 모델도 있음)나 바코의 프레이야 (얘는 최대 밝기가 7500안시라서 조금 아쉽지만, 그리핀과 마찬가지로 리얼 4K 3판식 DLP) 정도인데, 둘 다 가격대는 380 대비 많이 상회하거니 약간 하회하거니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홈 시네마용 편의성이나 뭐나 소위 '조건 다 따져보면' 결국엔 380에게 꽃을 바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 또 이런 제품들을 소개할 날을 기대하며, 바란다면 그땐 제 시청각실에서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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