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에 발매 예정인 [ 클라나드 ] (1기)의 국내 정식 발매 Blu-ray (이하 BD. 자세한 정식 발매 스펙은 링크 참조)에 대해, 이것저것 정발 작업 도중의 이야기를 해 보는 시간. 제목 그대로 이번엔 세 번째입니다.
1.
정식 발매판의 디스크 검토 작업은 슬슬 막바지입니다. 이제 디스크 4번(제20화) 까지 3차 검토가 완료되었으니, 마지막 5번장까지 검토한 뒤에 > 더빙 등 마지막 수정을 거쳐 > 그렇게 작성한 프레싱용 마스터를 가지고 다시 한번 전수 검토를 거친 다음 > 프레싱 회사로 마스터 데이터를 보내면 됩니다.
그 다음 그걸 가지고 찍은 샘플 디스크가 오면 > 그걸로 실제 플레이어 재생 테스트를 거쳐서 거기서도 문제가 없으면 양산. 여담이지만 4K UltraHD Blu-ray는 이 재생 테스트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샘플과 양산 간의 텀을 길게 잡는데(대충 실제 발매일보다 이 최종 샘플 디스크가 2-3개월 먼저 나오기도 합니다.), BD 쪽은 그래도 오랜 짬(?)이 있어서 대부분의 기기에 대한 매체 안정화가 잘 이뤄졌다보니 대충 3주 정도 전에만 뽑으면 차질이 없긴 합니다.
2.
덕분에 우리말 음성도 20화까지는 들었으니, 대충 조역까지 거의 다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남은 조역 중에 소위 네임드 캐릭터는 음... 토모요 편에 나오는 스에하라 정도인 듯?
한편 이미 우리말 담당 성우분들이 모두 발표된 주역 8명은... 개인적으론 나기사(김 연우 성우) - 료(강 은애 성우) - 코토미(송 하림 성우) 트리오: 소위 조용조용 나긋나긋을 베이스로 깔고 종종 각자의 특징 톤이 발현되는 케이스, 이 셋의 연기를 듣는 게 꽤 재미있었네요. 일본어 음성 쪽도 코토미가 약간 더 맹한 느낌인 거 외엔 특히 나기사와 료가 같이 말을 하면 언뜻언뜻 누가 말하는지 구분이 안 갈 때가 간혹 있는데, 우리말 음성 쪽은 연출자분이 조금 더 나기사와 료 간의 차이를 두고 싶으셨던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여전히 계속 조정중이니까, 최종 제품판에선 어떻게 될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3.
그러고보니 개인적으로 나기사와 료 둘이 제일 헷갈렸던 때는 13화입니다. 여기서 둘이 나란히 서서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하필이면 료가 이때 토모야를 (나기사처럼)'오카자키 さん(발음은 '상'. 한국어 번역은 '~씨'가 가장 가까운)'이라고 부르다보니.
료는 이 앞뒤 에피소드에선 토모야를 늘 '오카자키 くん(발음은 '군'. 한국어 번역은 그대로 '~군'이 가장 가까운)이라고 불러서 구분이 잘 되는데... 13화는 일본어 대본 쓴 각본가든 음향 감독이든 헷갈리기라도 한 건지 몰라도, 여기서만 뜬금없이 오카자키 さん입니다. 아니지, 사실은 한 번 더 그렇게 부른 적이 있는데, 토모야의 정신 나간 꿈(11화에 나오는 그 나기사가 경단을 삶고 끓이며 시작하는, 모 소설 패러디 꿈)에서 카드 점 치는 료가 '오카자키 さん'으로 부르기도 하네요.
문제는 11화의 경우 단독 등장 부분이니 일본 스태프들도 헷갈려서는 아닐 것이고 그냥 장난 삼아 그렇게 넣었나 봅니다만, 이게 (그나름 진지한 장면인)13화에서도 이러다보니까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좀 고민스럽긴 했습니다. 고심 끝에 번역하신 분들 각자의 생각대로: 자막에선 11화, 13화만 '오카자키 씨'로 적고/ 우리말 음성에선 11화, 13화에서도 여전히 '오카자키 군'으로 OK 하기로 했네요.
4.
호칭 이야기 나오니 내친 김에 덧붙이면, 이 작품은 워낙 존댓말 캐릭터가 많고 특히 조연 중 출연 빈도가 아주 높은 사나에 아줌마 같이 어른들도 심심찮게 그래 놔서 역자분들도 좀 고심을 하셨더랬습니다.
그리고 완성된 번역을 검토해 보니 자막이나 우리말 음성 번역이나 기본 베이스는 (일본어 원 대사 표현 그대로)존대 = 존대, 반말 = 반말이되, 우리 정서로 볼 때 너무 위화감이 극심한 경우에만 적당히 재량껏 변경을 가한 정도더군요.(ex: 학생이 초면이나 대면대면한 어른에게 반말을 기본 깔고 가는 경우엔 약간의 존대를 하는 식) 비율로 보면 우리말 음성 번역자분이 좀 더 이런 예외를 많이 두신 것 같고. 예를 들어 호칭을 보면 양쪽의 성향이 짐작이 되는데
예시 1. 존댓말 캐릭터인 나기사가 (후배 여학생인)니시나 리에에게
: 일본어 음성에선 니시나 さん
: 정발판 자막에선 니시나 '씨'
: 우리말 음성에선 니시나 '양'
(우리말 음성에선 이외에도 나이가 더 어린 인물에게 붙이는 さん은 거의 '양'. 예를 들어 후코가 토모요를 칭할 때도 토모요 '양')
예시 2. 역시나 존댓말 캐릭터인 료가 (동년배 남학생인)스노하라 요헤이에게
: 일본어 음성에선 스노하라 さん
: 정발판 자막에선 스노하라 '씨'
: 우리말 음성에선 스노하라 '군'
5.
다만 이래서 평범한 말투의 캐릭터가 쓰는 '이름 + ちゃん'(발음은 '쨩'. 한국어 번역은 보통 '~양'이나 일부 '~야'로 하기도 하지만, 둘 다 뉘앙스가 좀 다른 애칭)도, 어쩔 수 없이 '~양'(혹은 상황이나 캐릭터에 따라, 그냥 생략)이 되기는 했습니다. 대신 참고로 (이부키)후코의 애칭인 '후ちゃん'은, 자막이나 우리말 음성이나 둘 다 '후쨩'입니다. 이건 '후양'이 뭔가 어색한 데다가, 여기서는 일본어 이름을 줄여서 부르는 식의 애칭 결합이라 좀 거부감이 엷다고 해야 하나 그런 감이 있어서.
이 제작사가 예전에 [ 빙과 ]에서도 (마야카가 사토시를 부를 때 쓰는 애칭인)'후쿠쨩'은 그대로 쓴 것과 같은 맥락인데, 그 당시엔 (빙과 국내 정식 발매 소설 번역처럼)그냥 일괄적으로 '쨩'을 빼버리고 '후쿠'라 할까도 잠깐 고민하긴 했으나... 이번엔 진짜 ちゃん을 빼버리면 그냥 '후'라고 부르거나 표기해야 해서 어색함이 너무 심하니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일부 일본어 번역자들 사이에서 ちゃん의 대체 번역어로 가끔 쓰이는) '~야'를 쓰면 '후야'가 되어 더 희한해지니 이것도 각하. 결국은 '후쨩'입니다.
아, 이런. 생각해 보니 원래는 본문 2번 다음에 자연스럽게 주역 외에도 조역 캐릭터들의 우리말 음성, 특히 중요 조역인 후루카와 부부(아키오, 사나에)가 느낌이 좋았다, 는 이야기를 하려다가... 어쩌다 보니 갑자기 호칭 이야기에 열을 올려서 포스트 스크롤 제한을 넘기고 말았네요.
스크롤 제한이라니 그런 게 있었어? 라고 묻는 분들을 위해 덧붙이면, 사나에 아줌마 역을 담당해 주신 성우분은 예전에도 (클라나드가 아닌)Key 작품의 애니메이션판에서 연기해 주신 적이 있는데 > 전 그래서 이 분이 (이전에 맡으신 역할과 비슷한 캐릭터성을 가진)코토미 역할로 잘 어울리지 않을까 짚은 적도 있지만, 실제로는 사나에 아줌마를 잘 연기해 주셨더군요. 친절한 어머니 감도 있고, 천생연분 아키오 아저씨와 합도 잘 맞고, 주로 이 부부 특유의 개그 소화도 즐거우시고.
자자, 그럼 진짜 스크롤 제한이 넘었으니 우리말 음성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음 편으로 넘기기로 하고 이번엔 여기까지~





덧글
일본 애니메이션을 더빙할때 일본이름 그대로 갈 경우 저렇게 호칭문제에서 참 까다로울 수 있겠다 싶네요. 뭐 간혹 보면 그냥 무시하는 더빙도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다 살려서 작업하는 경우는 참 신경써야 할 게 많구나 싶네요.
다음에 글 올리실땐 디스크 검토가 다 끝난후가 되겠군요. 그때는 조지마님의 토모요 편 감상도 들어볼 수 있겠네요ㅎㅎ
그건그렇고 마침 코토미/ 토모요 담당 성우분들의 인사 영상도 올라왔으니, 기대감을 달래실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