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이카루가 게임/모형 감상

어제는 올해 7월 경 PC를 새로 맞춘 뒤에 처음으로 스팀을 깔아 봤습니다.

전 콘솔 게임을 더 좋아해서- 정확히 말하면 '게임을 한다'는 의식에 맞추기 위해, 오직 그에 맞춰 개발된 전용 기기인 콘솔 게임기를 틀고 소프트를 꽂든 넣든 별도의 작업을 치르는 걸 좋아해서- PC로는 정말 PC로만 할 수 있는 게임 아니면 하지 않는 주의입니다. 그러다 보니 스팀도 오래 전에 개설한 계정만 덜렁 있는 상태로, 족히 몇 년은 손도 안 댄 상태였고요.

헌데 근자에 재미있는 슈팅 게임이 하나 있다는 소개를 받아서- 이건 '아스터브리드'라는 게임인데, 이에 대해선 후에 언급하기로 하고-, 마침 이걸 대폭 할인하고 있다는 스팀에 다시 눈길이 갔습니다. 여기서 아스터브리드는 PS4와 스위치에도 발매된 게임이고 저는 PS4가 있는데 왜 PC로?! 라고 하신다면... DL 전용 게임은 타이틀 넣는 의식이 없고, 그럼 더 싼 게 최고! 라는 주의라고 해두지요.

아무튼 그래서 스팀을 정말 오랜만에 깐 다음 가장 먼저 산 최초의 스팀 게임은 이 '이카루가'입니다.

이카루가는 트레저에서 개발한 명작 종스크롤 슈팅 게임으로, 나오미 보드를 이용한 아케이드 게임으로서 2001년에 가동 - 나오미 호환 보드를 쓴 드림 캐스트(이하 DC)에 2002년에 이식되었고, 저도 이 DC판을 발매일 근처에 사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들개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좋아했던 이 DC에 어떤 이유로 환멸을 느껴 오랜 친구에게 함께 넘긴 이후로, 오랫동안 좋아했던 이 게임도 오랫동안 못 하고 지냈었지요.

이 게임을 좋아한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딱 세 가지만 꼽으라면 a. BGM이 참 멋지고 괜찮은 것, b. 스테이지 중간중간 나오는 스토리 대사들의 느낌이 좋다는 것, c.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슈팅 게임 이라는 점입니다. a는 아쉽게도 OST CD가 나오지 않아서 현재 들어볼 수 있는 건 모두 인 게임 추출 트랙(유튜브에서 ikaruga 등으로 검색 시 나오는 것 등)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감은 오실 것이고... b는 실제로 비장한 스토리고 결국 (플레이어 기체의 파일럿인)주인공도 산화하지만, 사람이든 나라의 다툼과는 별개로 세상과 자연은 여여히 흘러간다는 느낌의 엔딩까지도 좋았고요.

마지막으로 c는 20년 전엔 그래도 아직 제 반사 신경이나 핸들링 솜씨가 그럭저럭 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슈팅 게임 원 코인 클리어에 열을 올리던 시기라 그랬습니다. 개중에서도 이카루가는 소위 '탄막 슈팅' 요소는 물론 '스코어링'을 하려면 단순히 잘 피하고 맞추는 거 말고도 이것저것 궁리할 게 많았기 때문에, 도전 의식을 더 자극하는 맛이 있었고요.

이카루가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시스템은 a. 자유로운 흑백 반전 배리어를 통한 (동일 색)적탄 흡수/ 방출과, b. 스코어링을 위해선 동일 색의 적들을 연쇄로 잡아야 한다는 딱 두 가지입니다. 배리어가 있다면 적탄도 절반이니까 쉽겠네? 라고 생각하시는 당신, 스코어링 필요없고 그냥 클리어만 노린다 해도 이 게임의 난이도를 올리는 요소는 a. 화면상 적탄을 한 방에 모두 없애주는 bomb 시스템이 없고 b. 배리어는 어디까지나 같은 색의 적탄만 흡수할 뿐, 배경 기물이나 육탄 돌격에 닿을 경우엔 색 구분 없이 무조건 격추라는 두 가지입니다. 이걸 이용하여 상당히 악의적으로 기획된 스테이지 기물/ 적 패턴 배치가 거들고요.

따라서 이 게임은 그냥 클리어만 하려 해도 a. 원 코인을 하고 싶으면 사실상 슈팅이 아니라 퍼즐 맞추기 게임으로 대하는 게 좋고, b. 그래서 화면상 적 출현 패턴과 탄막 패턴을 외울 필요가 있습니다. 20년 전엔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기 힘들지만)저도 그럴 에너지가 있었고 그럭저럭 손도 따라갔기 때문에, 이건 대단한 자극이 되었지요. 덤으로 음악도 좋았으니... 저도 고래로 슈팅 게임을 숱하게 했지만, 지금도 즐기고 싶은 걸 꼽으라면 '팅클스타 스프라이츠'와 함께 이 게임을 꼽고 싶을 정도.

문제는 어제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취해 그래, 다시 옛 추억과 영광을 다시 한번... 이라며 스팀에 호기롭게 5천원을 결제하고 해보니까... 이젠 스코어링까지 신경쓰며 할라니 디폴트 옵션 세팅 기준(디폴트 옵션 세팅에서만 랭킹 등록이 가능) 원 코인 2스테이지가 고작이란 것.(노멀 모드 기준. 이지 모드는 들개 시절에도 손도 안 댔고, 하드 모드는 한창 때도 스코어링에 신경 쓸 틈이 없었으니)

왜지? 이럴 리 없다. 내 뇌리에 남은 퍼즐 풀이의 기억이 내 손을 이끌 것인데... 게임센터 스틱이나 들개 패드가 아니라 키보드로 해서?! 라는 소릴 친구에게 (카톡으로)했더니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지.'라는 소리가 돌아오고, 아무리 해도 계속 2스테이지에서 죽는 바람에 난 잘못 되지 않았다!!! 하고 (또 카톡으로)외치니 '잘못 됐네' 라는 지극히 당연한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아, 진짜 (걸핏하면)난 사이야인의 왕자 베지터다!!! 라고 외치던 베지터의 심정이 이해가 되더군요. 그래서 이젠 오직 생존에 집중하여 해보자, 고 해도 3스테이지가 고작. 야야, 이게 뭐냐. 이건 내가 하던 이카루가가 아닌 거냐? 트레저 왜 이렇게 이식을 했어? 라고 (또 카톡으로)푸념했더니, 다 늙어서도 게임에 빠삭한 지인 왈 '그거 아케이드 완전 이식일세. 요즘 PC 사양이면 처리 지연 프레임 다운조차 없어서 스코어링이 좀 거식하긴 한데' 라네요. 아니, 난 생존부터 힘들어졌다고!


...어째 스팀 - 아스터브리드로 운을 떼고 정작 이카루가에 열을 올렸는데, 종스크롤 슈팅 게임 좋아하는 분이라면 스팀에서 한 번 사다가 해 보십시오. 크리스마스 할인 기간이라 내년 1월 5일까지 단돈 5천원! 5천원 내고 정신적 폭행을 당했어! 라고 저한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전 본문에 이 게임의 난이도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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