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 정식 발매 작업 이야기 (1) 취미

최근 제가 발매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정식 발매 예정 Blu-ray(이하 BD)는, 아직 제목을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 작성하는 이 시리즈 포스트의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작품에 대해 말하는 거나 다름 없어서, 작업사가 제목과 발매 일정을 공개한 후에도 포스트는 계속 이 제목으로 작성할 생각입니다.


1.
작업은 다행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단 디스크는 총 10장이고 장당 짧은 건 30여분 남짓이지만/ 긴 건 2시간 남짓은 되는 극장판 시리즈인데, 개봉한지 좀 시간이 지난 작품이긴 해도 개인적으로도 인상 깊게 기억하는 부분들이 있고 원작이 되는 소설도 전부터 가지고 있어서 검토 역시 매끄럽다면 매끄러운 편이라.

아무래도 영상물이다 보니 이 작품 원작 소설의 다소 직관적이지 못한 표현들이나 약간 번잡한 부분들도, 영상물 제작 스태프의 재해석을 거쳐 행동으로 드러나거나 보다 직설적인 대화로 표현되니까 그런 점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 포스트는 보시는 분들이 제가 말하고 있는 작품이 무엇인지 아신다는 걸 전제로 쓰고 있지만, 모르시는 분이라도 아마 작업사가 제목을 공개하면 대충 어떤 느낌이란 걸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소설의 작가가 서브 컬처 계에선 상당히 유명한 편이고, 문체나 서술의 특질도 잘 알려져 있으니까요.

2.
다만 원작 소설을 읽어 본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작품은 일본어 문체의 일종이라고 할 수도 있는 소위 'A로 쓰고 B로 읽는' 단어가 꽤 많이 나오는 편이고 + 한 발 더 나아가서 B로 읽었을 때 A의 뜻이 잘 연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영상물에선 당연히 둘 중 한 쪽만 대사로 쓸 수밖에 없고, 그래서 이 극장판 영상 중엔 (읽었을 때를 기준으로 한)'B'만 말해지게 되고요.

이런 예는 이 작품 중에 제법 많지만 그나마 그 직전이나 직후의 영상 혹은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 경우가 많고, 이럴 경우엔 본 정발판 BD 수록 자막 역시 대사 음성(= 읽었을 때의 단어 B의 뜻)에만 준거하여 번역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 예를 들어 아래 사진 속 책자 표지 날개에 적힌 대사가 나오는 신은 전후 대사들만 가지곤 원작 소설을 읽지 않는 한 도무지 '여기'와 '저기'가 '현재'와 '미래'를 의미한다는 걸 인식하기 어려운데...

보시는 것처럼 소설에는 B(여기/ 저기)라고 읽은 실제 표현 A(현재/ 미래)가 함께 명기되어 있어서 의미 전달에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속에선 B('코코(여기)' '앗치(저기)'로만 말합니다. 이걸 대사로만 그대로 번역해서 '여기랑 저기에 한 명씩'이란 자막을 띄우면, 소설을 안 보신 분의 이해도 잘 안 되고/ 소설을 보신 분들이 보기에도 대사의 맛이 좀 떨어지는 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래서 이 부분의 자막은 생각 끝에 '여기 있는 현재와/ 저멀리 있는 미래에 한 명씩'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원 대사에 비해 자막을 지나치게 길게 쓰는 건 특히 극장판 애니메이션 자막으로는 개인적으로 좀 꺼리긴 합니다만, 반복 재감상이 가능한 가정용 매체 수록 자막이고 한 화면 20글자 이내이긴 해서 제 개인적인 생각의 파울 라인에서도 아슬아슬 페어 처리하긴 했는데... 실제로 구매해서 시청하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다면 다행이겠습니다.

3.
2를 생각하다 보니 또 생각난 예는 이런 게 있네요. 이쪽은 의미 전달의 중요성도 있지만 작중 느낌을 좀 살리고 싶었던 건데...

이 대사는 일출로 하얗게 밝아오는 하늘을 보면서 [ 깜짝 놀랄 정도(胸をつく는 숙어로 '깜짝 놀라다', '정신이 확 들다'란 뜻이 있습니다.)로 흰(白) ]이라고 쓰고 + 거기서 白을 'いたい'(아프다)로 읽어서 = [ 깜짝 놀랄 정도로 아픈 ]이라는 뜻을 동시에 적고 있습니다.

여기서 '아픈' 이유는 작중 내용에 관련이 있고 '희다'는 건 작중 영상에 관련이 있어서, 제 생각엔 자막으로 표현할 때 둘 다 놓치기 좀 아깝다 싶긴 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속에선 물론 'いたい'만 나오며 이것만 옮겨도 자막으로서 할 일은 한 것이긴 한데... 그래서 좀 궁리하다가 [ 너무나도 희고/ 지나치게 아픈 ] 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실제 자막 표시가 아래 스크린 샷처럼 되기 때문에, 그나름 한국어 자막으로도 (후리가나/루비식까지야 아니지만)겹자 효과 비슷하게 난다는 측면도 고려했고.


자막 번역에서 이런 류의 기교를 부리는 건 어떤 관점으로 보면 번역에 관여한 사람의 월권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만, 정식 발매 영상물의 자막은 늘 처음 접하는 분들의 시각이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데 > 이 작품은 특히 진입하는 분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운 부분들이 좀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도 되도록 보조할 수 있는 자막을 고려한 것이니, 이 작품을 깊이 아시는 분들께서도 긍정해 주시면 저도 기쁘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도 있어 좀 오랜만에 원작 소설도 찬찬히 읽고 더불어 이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살펴 보다 보니, 여전히 재미도 있고 그나름의 추억도 살아나고 해서 개인적으로도 본 작품의 검토는 좋은 경험(이며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작업 진척도를 통해 예상되는 발매일까지 그리 긴 시간이 남지는 않았어도, 그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기도 하네요. 그럼 다음 이야기에서 또 만나십시다~


덧글

  • eggry 2020/07/29 21:39 # 답글

    TAKE MY MONEY!
  • 城島勝 2020/07/29 21:54 #

    ^^ 만족스런 상품이 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 ㅇㅇ 2020/07/29 21:40 # 삭제 답글

    a라 쓰고 b라고 읽는 거 요즘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쓰이던데 이러면 자막작업할 때 골치아프군요.
    글쓰신 것 만봐도 자막 번역과정에서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 城島勝 2020/07/29 22:03 #

    이 작품은 비단 그거 말고도, 같은 음의 다른 뜻 단어로 (까딱 실수하면)속아서 옮기기 쉬운 한자 단어들도 좀 있는 편이라... 번역이나 검토나 신경이 많이 쓰이는 편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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