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 UltraHD Blu-ray 이후의 미디어 매체에 대한 전망 취미

현 최신 최고 사양의 영상물 디스크인 4K UltraHD Blu-ray 이후의 미디어 매체에 대한 전망은 예전에도 본 블로그 댓글답글 같은 것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생각난 김에 정리한 것을 포스팅으로도 올려 봅니다.


1.
영상물 디스크 제조는 음성만을 다루는 매체보다 돈이 많이 드는 작업입니다. 수록하는 마스터를 만드는 작업부터가 그렇고, 그걸 찍어내는 프레싱 공정도 그렇습니다. 가내수공업 수준의 로컬 제조사가 없는 거야 아니지만, 그건 판권 취급이나 오소링 작업에 국한된 문제고 (헐리우드든 어디든 대규모 영상 마스터 제작사가 많은 돈을 들여 만들어 놓은)디스크화용 마스터가 조달되지 않으면 애초에 아무것도 만들 수 없습니다. 당연하지만, 고 스펙 디스크용 마스터일 수록 그 마스터 제작에 돈이 훨씬 더 듭니다.


2.
종종 LP를 예로 들어 영상물 디스크의 장래를 논하는 경우를 봤는데, LP는 제조 단가 문제 말고도 현 시점의 디지털 영상물 디스크에 비해 아주 중요한 우위가 있습니다. LP가 아직도 소수 매니아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건, 제품 자체가 아날로그적 '갬성'이 있고 소리 자체에도 아날로그적 '감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CD든 SACD든 하이 레졸루션 파일이든, 천성이 디지털인 음원으로는 아무리 고스펙이 되어도 LP와 같은 갬성+감성을 만들 수 없습니다.(그나마 디지털 재생 시스템에서 아날로그 같은 체감이 나는 소리를 만들려고 노력을 하는 시도가 있긴 한데, 가성비를 따질 게 아니면 고가의 턴 테이블 시스템을 차리는 게 훨씬 쉽고 빠르게 진퉁 아날로그 사운드를 + 품질 좋게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영상물 디스크도 같은 디지털 양식인 스트리밍/ VOD 파일에 비해 물질적 소유감은 더 있지만, 같은 디지털인 이상 아무리 고스펙 디스크로 올라가도 오직 스펙에 따른 품질 우수성만 강조할 수 있지 LP처럼 근본적인 특성차를 보여줄 순 없습니다. 이렇게 근본 특성차가 없는 한끗 차이 무한 경쟁 체제이다 보니, 디지털 디스크 제작 기술과 노력을 아무리 갈고 닦아도 점차 그 품질 우수성이란 걸 느끼기 어렵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아니면 우수성은 인정하더라도 스트리밍/ VOD로 얻는 편의성이 더 좋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지요.


3.
전 세계 디스크 시장은 날로 쪼그라들고 있으며, 4K UltraHD Blu-ray(이하 UBD)는 최고의 품질 우수성을 강조하고도 런칭 4년 동안 전체 디스크 쉐어의 10%도 따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쪼그라드는 디스크 시장만 따진 쉐어에서도 10%도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예는 이미 Blu-ray(이하 BD)가 (런칭된지 10년을 넘었어도)DVD 연간 판매량의 60% 가량이나 찍을까 말까 하는 데서도 증명된지 오래기 때문에, 이미 제조사들은 계속해서 디지털적 품질 우위만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디스크 매체 제작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설상가상 마지막 힘을 짜내어 만든 UBD는 런칭 4년밖에 안 된 상태에 벌써 8K를 논하는 이들에게 아쉬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미디어 업계에선 차세대 미디어에 대한 논의조차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은 아무도 차세대 디스크에 대한 논의의 주도조차 하려 들지 않습니다.


4.
덤으로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UBD 재생 플레이어조차 이제 아무도 신제품을 만들려 하지 않습니다. 웃기는 건 UBD란 디스크 자체가 a. BD랑 유사 디스크 규격을 써서, b. 플레이어 제조사들의 이권을 어느 정도 보장해 주었기에 간신히 합의가 되어 나온 디스크란 것입니다. 그러고도 시장이 이 모양이라 이제는 UBDP 신제품을 만들 생각들을 안 하는 게 현실입니다.

가장 비관적인 견해로는 PS5/ XSX이 사실상 마지막 신제품 UBDP일 듯? 제가 생각해도 이건 좀 너무한데, 아무래도 사실이 될 것 같아서 두렵군요.


5.
마지막으로 BD/ UBD 소비권은 대개가 스트리밍/ VOD를 비교적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을만한 인프라가 깔린 지역과 겹칩니다. 그 말은 스트리밍/ VOD의 품질이 올라가면 BD/ UBD의 소비가 바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실제로도 그렇고요.

그에 비해 DVD 소비권은 스트리밍/ VOD 소비 인프라가 미비한 지역이라, 이때문에 DVD는 여전히 영상물의 보존/카피/판매 용도로 왕성한 생명력을 갖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VOD가 DVD를 밀어내려면, 이런 지역에 인프라부터 깔아줘야 합니다.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영상물 디스크 중에선 (현 디지털 디스크 중 스펙이 가장 낮은)DVD의 생명력이 가장 오래 갈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까지 생각됩니다.


결론:
아직은 어디까지나 전망에 그친다는 전제를 깔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UBD 이후의 새로운 매체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차세대 물리 매체는 없더라도 이미 규격이 정해져 판매되고 있는 BD/ UBD의 제조 생산까지 멈추는 것은 훨씬 더 뒤의 일이거나 어쩌면 그 후에도 근근히 명줄은 유지해 갈 수도 있지만, 이젠 적어도 물리 매체의 해가 지고 있는 것은 이미 되돌릴 수 없습니다.


덧글

  • 라마르 2020/07/29 03:16 # 삭제 답글

    그런 날이 빨리 안왔으면 좋갰습니다.
  • 城島勝 2020/07/29 18:33 #

    네,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
  • 천하귀남 2020/07/29 10:23 # 답글

    DVD는 나름 살아 남는다 하지만 이제 초기 개발도상국가도 LTE망 완성이 본격화 된 상황이라 그쪽도 많이 줄어들거라 하더군요.
    그쪽도 최근 2~3년 사이 LTE구축 시작했습니다. 그거 완성으로 가입자가 본격적으로 늘 시기더군요.
    이런 나라 틍성 상 집집마다 광케이블 깔기는 어려워도 동네에 LTE기지국 구축할 광회선은 들어갈 수 있으니 유선 건너 뛰고 무선으로 몰리더군요.
    뭐 소득 수준 상 동영상 시청을 목적으로 이동통신 쓰는 것이 주목적은 아니지만 정보격차 해소로 인한 소득증대 효과는 이미 3G에서도 봤고 그로 인해 좀 더 빠른 무선인터넷을 위해 LTE들어간다고 합니다. 이러면 그런대로 다운로드로 동영상 접근하는 사람도 많아 지겠지요.
    불법이긴 하지만 아랍어 자막달린 풀버전 인도나 중국영화는 유튜브에 제법 많더군요.
  • 城島勝 2020/07/29 18:42 #

    말씀하신 그런 지역들은 DVD는 물론 VCD마저 여전히 영상 감상용 미디어로 활약하는 곳이기는 합니다. 통신 인프라 확산과 함께 OTT들이 진입각을 재는 것과는 별개로, 처음부터 BD/ UBD가 팔릴 만한 곳은 아니었고 앞으로도 아닐 것이니 결국 디스크 제조사들이 최첨단 디스크 소비 풀로 삼고 있지는 않아서... 적당히 DVD를 중심으로 가늘고 길게 팔다가 언젠가 스러지긴 하겠지요.
  • PPOI 2020/07/31 11:09 # 답글

    문제는 스트리밍 인프라가 자유로운 지역도 이른바 수많은 컨텐츠 모두를 섭렵할 수 있느냐는 거죠. 있던 컨텐츠도 계약만료, 판권사 분쟁등으로 멀쩡히 서비스하던 게 내려가거나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 지금까지 가입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하루 아침에 사라져 또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를 가입해야 되는 마당에 물리 매체가 정말로 사라진다면,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게 큰 문제라 봅니다. 이미 이런 문제는 영상보다 게임에서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과거 레트로 게임 일부는 아직도 정식으로 온라인 플레이/다운로드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 옛 게임기 및 게임 팩/디스크를 암암리에 어렵게 구해야 되는 상황이죠. 영상도 결국 이럴 게 자명하기에, 전체 수요로 볼 때 미미할 지 모르겠으나 최악의 경우 정말 그런 수집가들을 위해서 한정판 마케팅으로 가수요 파악 후 그 때 그 때 소량 생산하는 체제로 갈 수도 있겠다 생각을 해 봅니다.
  • 城島勝 2020/07/31 12:12 #

    프레싱 공장의 운용 비용상, 디스크 생산이 완전히 끊긴 이후엔 짬짬이 그런 식으로 소량 생산하는 건 무립니다. 차라리 OTT 회사에서 그런 요청을 받으면 판권사와 협의하여 다시 업로드를 해주는 모양새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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