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S.그리드맨 정발 BD 곁다리 이야기 제5회 취미

한국에서 Blu-ray(이하 BD) 정식 발매되는 SSSS.그리드맨에 대한 곁다리 이야기. 이번 5회는 정식 발매 작업 중 어려웠던(혹은 어려운)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이전에 적은 '곁다리 이야기 4회'에서 괴수 울음소리의 더빙 번안이 가능해졌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래저래 게속 진행되는 더빙-변조-믹싱한 결과물을 살펴보다 보니까 좀 갸웃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7회에 나오는 괴수 디리버의 더빙판 울음소리.(사진 왼쪽, 은 디리버의 본체가 아닌 무한 재생되는 조종체. 이하 '비트'로 통칭.)

이 괴수는 일본어로 '타오스'(번역하면 '쓰러트린다')와 '니쿠이'(이쪽은 '증오스럽다')를 변조한 음성으로 운다- 고 되어 있는데, BD 검토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방영 당시 제가 듣기론 위 사진의 비트가 '타오스'라 울고 나중에 나오는 본체가 '니쿠이'라 우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거 왜 저 비트가 웅웅 날아다닐 때 '타오스'로 들릴만한 소리가 깔리기도 하거든요.

근데 괴수들의 더빙 번안 결정과 함께 일본에서 온 사운드 소재 정보를 보니, 다른 괴수들은 모두 일반 효과음(걸어가면서 땅이 울리는 소리라든가)과 성우 음성(을 변조한 울음소리)이 확실히 분리가 되어 있는데... 이 7회에 나오는 저 비트는 성우 음성 소재가 없고 효과음만 있더군요. 이하 사고의 흐름: 아니, 얘는 왜 성우 음성 소재가 없지 > 판권사 녀석들 얘만 성우 음성 소재 빼먹고 안 줬나? > 아니야, 사실은 디리버 본체가 타오스+니쿠이로 우는 거였어!

말그대로 (이 사진의)디리버 본체가 타오스(를 좀 웅얼거리며 짧게) + 니쿠이(를 확실히 들릴만큼 강하게) 울더라고요. 마치 '타오니쿠이' 같이. 그러다보니 우리말 더빙 번안에선 약간 난감한 맛도 있습니다. 그냥 연달아 말하면 너무 길어져서 어색하니... 하여간 사운드 팀이 고생하고 있네요.

2.
SSSS.그리드맨은 그 모티프가 된 특촬물이라든가 혹은 액션물의 법칙에 충실하게, 중요한 액션 신에서 노래가 곧잘 흐릅니다. 그런데 암말 없이 싸우면서 노래가 흐르면 가사 자막만 띄우면 되는데, 말이 굉장히 많으면서 노래도 흐르는 신들- 예를 들면 최종회에서 아카네와 친구들의 대화라든가- 같은 경우엔 양쪽 자막을 모두 띄우면 상당히 화면이 난잡해지고 + BD 수록용 자막 작업 프로그램의 기능은 상당히 한정되어 있습니다...(위치 지정 등의 자유도 면에서 ass 같은 수준은 절대 무리고, 태그 쓴 srt 만큼도 잘 안 나옵니다. BD 수록 자막은 원본 영상에 영향이 없는 선에서 + 그림 파일화된 텍스트여야 하기 때문.)

그래서 고민하다가 절충한 것은 위와 같이, 한국어 음성일 때는 스샷 왼쪽처럼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일본어로 나오는 노래에 대한 가사 자막만을 화면에 띄우고/ 일본어 음성일 때는 스샷 오른쪽처럼 작중 대사에 대한 자막만을 띄우게 되었습니다. 양쪽 음성에서 주안점을 달리 하며 즐겨 주십사 하는 바람- 일본어 음성일 땐 노래는 그 자체로 음미하며 액션에 집중/ 한국어 음성일 땐 우리말 대사와 함께 가사 자막도 이해하며 전달되는 의미에 집중- 으로.

다만 예외는 있어서, 예를 들어 8회는 오프닝 곡의 2절이 처음 나오기 때문에 일본어 음성용 자막에도 가사 자막을 같이 깔았습니다. 여긴 대사도 그리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라서 화면이 난잡하진 않... 기도 하고. 대신 가사는 화면 세로 자막으로 처리하는 식인데, 이러한 부분들은 이해해 주시면 좋겠네요.

3.
정발판에서 가장 중요한 특전인 가이드북(212p 예정)은 한창 디자인 작업 중입니다.(위 사진은 디자인 초기 시점의 그것으로, 실제 제품판에선 이런 초안과는 좀 달라집니다.) 정발판이니 기본적으로 텍스트의 한국어 번역은 당연한 것이고요. 다만 이쪽에서도 좀 특이한(?) 부분은 있네요.

다름 아니라 츠부라야 측에서 이 가이드 북의 초벌 번역 시점에 자신들도 따로 검토를 하고 싶어 했다는 점인데... 영상물 판권사에서 정식 발매 타이틀의 동봉 인쇄물 초벌 번역 상태에 대해 관여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제품화된 샘플을 요청하는 경우는 있긴 합니다.)이라 어떠려나 했는데, 의외로 한국인 직원분을 통해 열심히 본 모양입니다. 이것저것 (원작 의도를 번역에서도 드러내야 한다는 방향성의)지적도 있고 그에 대해 이쪽의 번역 의도에 대해 설명하면서 서로 의견 조율한 부분도 있고.

덕분에 다른 정발판보다 이 북클릿 작업이 더 길어지고 있기는 한데, 츠부라야는 확실히 '해외 발매판에도 우리의 소중한 컨텐츠(전광초인 그리드맨의 판권사이며 때문에 이 SSSS.그리드맨에도 관여한 바 있으니)가 어떻게 소개되는지 확인하고픈' 열의만큼은 있는 것 같습니다. 좋게 보면 열의가 넘치는 거고 삐딱하게 보면... 뭐, 이 이야기는 앞서도 몇 번 했으니 관두지요.(-_-;)

***

위에 적은 것 말고도 이런저런 애로 사항- 주로 더빙 사운드 조정 쪽의 어려움- 도 있고, 그러다보니 끝으로 갈 수록 마냥 쉽게 진행되지는 않는데... 그래도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느꼈던 특이한 즐거움 같은 것을 떠올리면, 밀고 나갈만 하다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이 정발에 관여하고 계신 모든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리라 생각하고요. 그러니 발매일까지 또 계속 전진~


덧글

  • 귀여운 얼음의신 2019/08/30 21:04 # 답글

    생각보다 츠부라야의 관여가 많군요;;
    하기사 '일단은' 츠부라야가 트리거에 하청 준 형태의 애니메이션이니
    정작 감독이 만들고 싶어서 츠부라야에 부탁한 거지만
    하여튼 더빙하고 번역 전부 기대하고 있습니다.
  • 城島勝 2019/08/31 07:18 #

    네, 이만큼 열의(?)가 넘치는 판권사는 저도 처음 봅니다. 만약에 울트라맨이라도 정발하겠다 했으면 아예 자기들이 다 번역하고 감수까지 해서 줬을지도 모르겠네요.-_-ㅋ
  • 산타 2019/08/30 21:31 # 삭제 답글

    본편도 아닌 껴주는 책자 가지고 그렇게 날두짓을 했으면서
    번역까지 간섭하는군요. 판권료라도 낮게 부르던가... 저것들은 양심도 없네요.
    그러니 미라지는 저런 비싼 신작보다는 싼? 제가 바라던 90~2000년초 작품들 좀 살폈봤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대체 판권이 어떻게 꼬여있기에 그 지경인 건지 참...
    슈로대 해외 발매도 그렇게 안 됐던 거 생각하면 쟤넨 이상한 쪽으로 집착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장인 정신이고 나쁘게 말하면... 에휴...
  • 城島勝 2019/08/31 07:24 #

    1.
    날두 노쇼 사태 때 제일 웃겼던 신문 기사 제목이 생각나네요. ['날강두' 호날두 노쇼 사태에… 美 반응 “원래 그런 놈”] 일본이 원래 그런 나랍니다.

    2.
    참고로 90년대-00년대 작품이 요즘 것보다 판권료 더 비싼 것도 제법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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