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라도라! 정발 BD 트리비아 (2) 취미

1.
토라도라! 국내 정식 발매 Blu-ray (이하 BD)의 디스크 오소링 작업이 6월이 되기 직전에 모두 끝났습니다. 발매 예정일 한 달 전에 해외의 프레싱 업체로 마스터 데이터가 넘어갔으니, 디스크 양산 스케줄은 매우 순조롭네요.

따라서 이제 케이스 및 박스 디자인과 동봉 인쇄물 번역 및 검토에 전력투구할 시기인데, 그 검토 작업에서 잠깐 손이 비는 사이에 이렇게 트리비아를 작성해 봅니다.


2.
이전의 트리비아 (1)편(링크)에서 정발판 BD 완성을 위한 우리말 음성 추가 수록 작업에 대해 간단히 언급했는데, 해당 포스트에도 적었지만 작업 결과물은 아마 많은 분들이 만족하실 것 같습니다. 추가 수록분과 애니맥스 원 더빙 간 융화도도 좋고, 애니맥스 원 더빙도 본래 충분히 좋은 퀄리티고.

다만 검토 책임자 입장에서 약간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는데, 애니맥스 원 더빙에서 번역이 잘못된 부분은 이번 추가 작업에서도 수정하지 못했습니다. 이건 검토 시기에 더빙 작업 현장에 수정 요청을 넣었는데, 더빙용 소재(대화 음성과 분리된, 배경음 및 효과 only 사운드 데이터)를 조달할 길이 없었는지 판매용 BD에 수록할만큼 완벽한 상태로 수정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서. (어려울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굳이 수정까지 하고 싶었던) 애니맥스 원 더빙에서 번역이 잘못된 부분은 크게 두 군데인데...

a. 제4화 초반 우리말 음성에서, (타이가의)'마루오 좋아하시네'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마루오'란 주인공 류지의 친구 유사쿠를 지칭하는 별명인데, 일본 작품 '마루코는 아홉살'에 나오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이를 설명할 수 없는 우리말 음성에서는 이 별명을 '범생이'로 번안했습니다.(마루오란 캐릭터가 모범생 캐릭터임에 착안) 그런데 딱 여기에서만, 우리말 음성에서도 유사쿠의 별명을 '범생이'가 아니라 '마루오'라고 말합니다.

b. 제11화의 우리말 음성에서, (역시 타이가의)'우리 엄마가 훨씬 안됐어'라는 우리말 대사가 있습니다.

여긴 원문이 私の方(ほう, '호우'로 발음)がかわいそうよ라서 본래는 '내가 훨씬 안됐어'정도로 번역해야 옳습니다. 헌데 우리말 더빙용 대본을 번역하신 분이 이걸 私の母(はは, ‘하하’로 발음)로 잘못 인지하셨는지, 더빙은 '우리 엄마가 훨씬 안됐어'가 되었네요.

하지만 아미의 우월한 키, 아니 현실의 벽 앞에서 제 바람은 아쉽게도 찌그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자막에서는 제대로 나오니(자막에선 유사쿠의 별명은 '마루오'로 통일, 11화의 위 대사는 '내가 더 가엾어'로 번역) 그나마 위안이라고 해야할지.


3.
토라도라! 정발 BD에 수록되는 자막은 이번 정발 BD를 위해 새로 번역되었습니다. 번역을 담당하신 분과는 [ 시간탐험대 ] DVD등에서도 같이 작업한 적이 있어서, 수정이나 기타 의견 개진을 포함한 전체 진행도 스무스하게 잘 된 편이고요.

자막 번역의 기조는 크게 a. 최대한 원문을 살리는 것에 주력, b. 특히 패러디가 많은 작품 특성상 설명이 필요한 경우 (자막이 너무 길거나 빨리 지나가 아무래도 어려운 경우가 아니면)각주 활용 설명 입니다. 더불어 오탈자와 맞춤법에 신경을 쓰는 건 역자분이나 검토 담당인 저나 중점 감독 사항.

- 원문을 살리는 것에 주력하기에, 예를 들어 본문 속에서 고의로 이상하게 말하는 대사 등은 자막에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예를 들어 14화에서 '- 주수 아니먼 시러...' 라고 나오는 자막이 있는데, 이건 오타(+ 검토 시 빼먹은 거)가 아니라 원 대사가 일부러 발음을 뭉개고 있기 때문에 반영한 것입니다. 이외에 20화에 나오는 끝말잇기 같은 경우엔, 우리말 음성에선 우리말 발음에 맞춰 번안한 번역이지만 vs 자막에선 캐릭터들의 어휘력과 개성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원 단어를 그대로 옮기는 번역을 채택했습니다.

- 설명이 필요한 경우 각주 활용은, 번안을 하면 원문에서 추구한 감을 살릴 수 없는 패러디들이 대상입니다.

예를 들어 7화에 나오는 '기뉴 특전대'란 표현은, 드래곤볼에 나오는 유명한 전대 캐릭터들인 '기뉴 (특전대)'의 발음과 僞乳(가짜 가슴)라는 단어의 발음이 둘다 '기뉴'로 같다는 것을 이용한 패러디 말장난입니다. 그래서 이 표현이 나오는 자막에는 (※'드래곤볼' 캐릭터와 같은 발음) 이라는 각주가 붙어 있습니다.(이 단어는 작중 총 세 번인가 나오는데, 6화의 다음화 예고와 7화의 해당 대사 두 군데에만 각주를 붙였습니다.)

그 외에는... 이 장면의 경우엔 일부러 요즘 애들 말투라며 (평범하지 않은, 괴상한)표현을 흉내내고 있는 대사라 자막도 그에 맞춰 제작되었습니다. 번역 맥락은 원문을 살리면서 표현이 통하게 하는 것에 주력한 것이긴 한데, 보는 분들께서 원문만큼 재미있게 받아들여 주실지는 모르겠네요.^^;


4.
지금까지 이 발매사의 한국어 음성이 든 작품이 모두 그랬듯이, 토라도라! 정발 BD에도 한국어 음성용 자막이 있습니다. 한국어 음성용 자막은 기본적으로 영상 속 텍스트 정보에 대한 안내와 & (우리말로 번안되지 못한)오프닝/엔딩 곡에 대한 가사를 제공.

더불어 이 한국어 음성용 자막에선, 한국어 음성을 통해 전달되는 자연스러운 감각을 되도록 방해하지 않기 위해 약간의 안배를 더 했습니다. 예를 들어 25화 엔딩 챕터에 흐르는 엔딩곡은, 본편 진행 사이에 잠깐 노래가 흐르고 > 다시 본편이 진행되면서 노래와 대사가 같이 나오는 식인데 : 일본어 음성용 자막에선 이런 모든 부분마다 가사 대응 자막이 표시되지만 vs 한국어 음성용 자막에선 되도록 대사를 즐기며 여운을 가지는 게 좋겠다 생각되어 (이런 특수한 시퀀스의)일부 노래 가사의 자막 표시는 제외했습니다.

(이전 포스트에 잠깐 아쉬움만 언급하고 지나갔지만)솔직히 노래 번안 허가 좀 땄으면 좋겠다 싶은 게 이런 것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작중 삽입가 같은 건 번안이 안 되면 다들 한국어 잘 하다가 갑자기 일본어로 노래를 하는 꼴이라. 하기는 글로벌 시대니 설령 진짜 우리나라 학생들이라도 갑자기 영어 팝송을 부르건 일본어 엔카를 부르건 자연스런 세상이니까 < 라고 생각하면 되... 겠나 싶기도 하고.^^;


그럼 이번 트리비아 통신은 또 여기까지.


덧글

  • 산타 2019/06/02 22:02 # 삭제 답글

    삭제부분을 더빙했다는 건, 당연히 일본에서 더빙을 위한 음악, 효과음 데이터를 받았으니 가능했던 것일 텐데, 삭제 부분은 데이터가 있고, 그 부분만 데이터가 없을 리는 없을 테고... 의아하긴 하네요. 뭐가 됐든 수록해서 해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하지만요. 그나저나 이번 것은 정말 빨리 나오네요. 3개월만에 출시라니... 빨리 나와줘야 그 다음 작품도 더 빨리 나올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요 ㅎ
  • 城島勝 2019/06/03 09:20 #

    이 바닥이 워낙 평범한 관점에선 기상천외하고 불합리해 보이는 일이 다반사라 그러려니 하긴 합니다. 나디아 같이 작중 일부는 원본 필름이 없어져서 DVD 마스터 업스케일로 BD 영상 만드는 예라든가... 퍼허헛;

    그건그렇고 이 발매사의 순번 개념대로 다음 작품은 최근작이라, (G건담, 카레이도 스타, 가오가이가? 등을 원하신 걸로 기억하는)산타 님의 기다림은 더 길어지실 것도 같습니다.^^;
  • ㅇㅇ 2019/06/03 08:40 # 삭제 답글

    시간탐험대때 번역이 너무 직역 같다고 불만을 가지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번엔 어떨지 궁금하네요ㅎㅎ 그나저나 가져온 더빙에 번역오류가 있는 건 아쉬운 부분이긴 하네요. 알고도 못고치는 발매사도 참 찝찝하겠다 싶습니다ㅎㅎ
  • 城島勝 2019/06/03 09:27 #

    역자분마다 고유의 스타일이 있고 번역 자체가 모든 분을 만족시키긴 어려우니, 감수검토 역인 저도 늘 조심스런 문제긴 합니다.

    토라도라! 기존 더빙의 번역 오류는 그나마 아주 치명적인 건 아니다 싶어 다행이지만 (11화 타이가 대사도 작중 상황상 얼른 들어선 별 문제 없습니다. 원작에 같은 대사가 나오기 때문에 원작을 아는 분에겐 엥? 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검토 책임자 입장에선 마치 이빨 사이에 고기가 낀 것 같기는 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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