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프행어 UHD-BD, 미국반 vs 영국반 UHD-BD/BD/DVD 감상

개인적으로 실베스터 스탤론 형님이 주연한 영화 중에 좋아하는 순서로 꼽으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클리프행어는, 그런데 정작 신나는 산악 액션 신- 중에서 진짜 산에서 찍은 신들은 스탤론 횽의 고소공포증 때문에 대역 배우 촬영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 게시글은 그 점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기 보다 UBD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거니까 이쯤 해두기로 하고.

이 1993년도에 개봉된 영화의 최신 디스크는, 영국 등 유럽 등지에선 2018년 말에/ 미국에선 2019년 1월에 나온 4K UltraHD Blu-ray (이하 UBD)입니다. 유럽에선 스튜디오 카날이 미국에선 소니 픽처스가 발매했는데, 이 두 발매반은 BD 당시에도 수록 퀄이 달랐고 UBD에서도 서로 영상과 음성 스펙이 다릅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그 두 디스크를 비교해 보는 자리를 마련해 보았습니다.

(좌측이 소니 발매 미국판 UBD, 우측이 카날 발매 영국판 UBD)


- 카탈로그 스펙

미국: 소니 픽처스 발매반
UHD-BD 듀얼 레이어(66G), 2160/24P(HEVC), 화면비 2.41:1, HDR10
최고 품질 사운드: 돌비 앳모스 (영어)

영국: 스튜디오 카날 발매반
UHD-BD 듀얼 레이어(66G), 2160/24P(HEVC), 화면비 2.35:1, HDR10 & 돌비 비전
최고 품질 사운드: DTS-HD MA 5.1ch (영어)


- 영상 퀄리티 평가

우선 (제가 직접 보기)이전에 영국판 UBD에 대한 해외 리뷰를 살펴본 바로는 돌비 비전 시의 그림이 HDR10에 비해 크게 인상적이진 않은 편이라는 이야기가 주류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다만 아래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혹시 영국판을 구입하신 분이라면 그래도 돌비 비전으로 재생하는 걸 권합니다.

일단 영국판 UBD는 화면 디테일 재현력이 좀 밋밋한 편입니다. 비트레이트가 미국판 57Mbps인데 비해 영국판은 46Mbps(HDR10) + 11Mbps(돌비 비전)인 탓도 있겠는데, 이보다는 마스터링 이념 자체가 다른 것 같네요. 간단히 말하면 미국판은 '노이즈고 그레인이고 뭐고 전부 최대한 잘 보이게'고 영국판은 '노이즈나 그레인이나 전부 슬쩍 마스킹하게'에 가깝습니다.

말그대로 같은 HDR10 화면에서 미국판은 영국판에 비해 그림이 좀 더 멀끔하게 잘 보이는 편. OLED C8 재생 기준으로, 같은 눈 쌓인 산이라도 영국은 공해에 좀 오염된 느낌(^^;)이고 미국은 더 하얗고 이런 상태입니다. 이 HDR 그레이딩의 경향차는 디테일 재현력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며, 때문에 미국판이 영국판에 비해 조금 더 이것저것 필름에 발라진 디테일이 드러나는 것도 사실이고요. 색감 역시 영국판은 전체적으로 칙칙 vs 미국판은 전체적으로 좀 더 생생하게 나옵니다.

문제는 미국판은 이것저것 잘 보이는 나머지 그레인과 노이즈도 엄청나게 잘 보이는 게 호불호가 굉장히 갈릴 수준. 그레인이야 필름이 원래 담고 있는 정보지만, HDR을 먹으면서 노이즈화 된 그레인까지 눈에 잘 띄기 때문에 필름 룩을 긍정하는 입장에서도 종종 눈에 거슬리는 게 사실입니다. 당연하지만 노이즈가 끼는 부분들은 오브젝트의 디테일을 잡아먹는데... 다행히도(?) 영국판의 디테일 재현력이 나쁜 편이라서, 굳이 우열을 가린다면 미국판 노이즈 낀 부분 = 영국판 < 미국판 노이즈 안 낀 부분 뭐 이런 정도.(미국판은 디테일+노이즈로 보이는 거고, 영국판은 좀 흐릿한 디테일만 잘 보이는 거고.)

위와 같은 이유도 있고 해서 HDR10만 재생되는 환경에선 미국판 UBD가 (호불호는 있을 지언정) BD보다 더 개선되었다는 것을 더 쉽게 알아보게끔 해줍니다. 영국판의 경우 과거 VC-1 코덱으로 낸 구판 BD(이건 카날이 아니라 옵티멈 홈 엔터테인먼트란 회사에서 발매)랑 비교하면야 UBD가 더 좋은 걸 알 수 있지만, AVC 코덱으로 낸 신판 BD랑 비교하면 진짜 HDR로 명부 밝기 좀 올라간 거 외엔 대부분의 신에서 뭐가 다른 건지 인간의 시력 한계에 도전하게 만드는 수준이라... 양 판본의 화면비 차이에 따른 약간의 정보량 차이를 논하는 것조차 딱히 생각나지 않을만큼 여기서 김이 많이 새는 편입니다.

대신 이 영국판 UBD를 돌비 비전으로 재생하면 명부가 좀 더 명쾌하게 나오고 + 덩달아 미세 디테일 캐치가 더 쉬워지고 + 다소 칙칙한 색감도 좀 더 생기를 띄는 덕에, 앞서 언급한대로 노이즈가 좀 더 덜 보이는 게 더해지면서 이번엔 미국판보다 '덜 거슬리면서, 보기 괜찮은' 그림 정도로 좀 발돋움합니다. 여전히 진짜 디테일 재현력은 미국판이 조금 더 좋지만 이쪽은 디테일+노이즈고 vs 영국판은 노이즈를 좀 밀어버린 상태에서 디테일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면서 후자가 '감상하기'에 체감이 더 좋아지는 셈.

결국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 HDR10만 재생 가능한 시스템에선 미국판 UBD의 그림이 (노이즈의 물결에도 불구하고)더 쓸만함

- 돌비 비전 재생도 가능한 시스템에선 개인 경향차가 있음

- 국내 정발된 클리프행어 BD와는, 미국판 UBD로 보거나 영국판 돌비 비전으로 봐야 좀 차이가 있음

- UBD 화면 자체의 퀄리티는, 어느 판본이든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함.


- 음성 퀄리티 평가

전술한대로 클리프행어 UBD의 수록 음성은 미국판은 돌비 앳모스, 영국판은 DTS-HD MA 5.1ch입니다.

이쪽에서는 비교적 명확하게 우열이 갈리는데, 미국판 돌비 앳모스가 더 좋습니다. 스펙이고 뭐고 따지기에 앞서 그냥 들어만 봐도 미국판 UBD의 음이 더 잘 뻗고 통쾌하게 들립니다. 굳이 앳모스 환경이 아니라 그 코어인 돌비트루HD(앳모스 재생 불가 환경에선 돌트H 7.1ch, 24/48로 재생)로 들어봐도, 미국판이 영국판에 비해 음질에 대해 논할 수 있는 모든 점에서 더 좋게 들리고.

스펙을 뜯어보니 그 이유가 명백한 게, 영국판은 카날이 과거 발매한 BD와 아예 똑같은 DTS-HD 음성을 그냥 그대로 넣어놨습니다. 당연히 영국판 (카날 발매반)BD와 실제 체감도 같고. 미국판 UBD는 (미국판 BD와 비교해도)대화도 좀 더 또렷하게 들리고 미세 효과음도 더 선명하고 하여간 확실히 개선하느라 공들인 걸 눈치챌 수 있는데 말이지요.

아무래도 영상으로 어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소니 픽처스가 사운드 리마스터에 엄청 공을 들였는지, 이쪽은 그냥 미국판 UBD를 무조건 권합니다. 요약이고 뭐고 필요없고, 정발판 BD보다도 미국판 UBD의 음성이 명백히 우위입니다. 저더러 클리프행어 UBD를 강력 권장하라고 한다면 그나마 미국판 UBD 음성 때문에 역성을 들어주겠습니다.


- 첨언

UBD는 지역코드가 없어지고 & 제작 라인도 전 세계를 통틀어 몇 군데 안 될 정도로 축소 & 손대려는 제작사들도 줄어들면서 = 과거에 비해 권역별 스펙 차이폭이 줄고 대개 음성과 자막 차이 정도로 한정되는 편입니다. 이마저도 DVD나 BD 시절보다 발매 권역을 나누는 숫자 자체가 줄었고(ex: BD 시절엔 대표적으로 미국, 서유럽, 동유럽, 아시아, 일본이었으면 UBD 시절엔 미국, 유럽 정도만 기본이고 나머진 옵션), 디즈니처럼 UBD는 전 세계 동일 판본을 천명하는 제작사도 있고요.

다만 그 와중에도 가끔 탈선(?)하는 UBD가 나오는 편인데, 클리프행어 UBD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나마 클리프행어는 겉보기 스펙부터 명백하게 차이가 나지만, 블레이드러너 2049 UBD처럼 HDR 그레이딩 밝기 차이를 둔다든가 (관련 포스트 링크)하면 일반적으론 정말 알기 어렵고요. 그렇다고 과거처럼 리뷰가 활발하게 나오는 것도 아니니 골탕 먹기도 쉬워진 구조.

거기다 이번 클리프행어 UBD는... 개선폭이 상당한 미국판의 앳모스 음성은 열외로 한다쳐도, 솔직히 미국이나 영국이나 UBD! 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수준만 나오는 영상을 생각하면... 디스크 네 장 늘어놓고 비교하고 어쩌고 하는 것도 노력의 낭비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이럴 거면 서로서로 고생하지 말고 그냥 한 제작사가 몰아서 내면서 스펙이라도 쩔게(전 세계 모든 판본에 돌비 비전 + 돌비 앳모스라든가...) 내서 눈길이라도 끌든지... 하여간 보면서도 그랬고 리뷰를 쓰면서도 좀 한숨 나는 이야기는 이정도로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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