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블루레이 리뷰 - 북미판 성전사 단바인 UHD-BD/BD/DVD 감상

일본 내 1983년 2월부터 1984년 1월까지 총 49화 분량으로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 성전사 단바인 ]은 '기동전사 건담'으로 유명한 제작사 선라이즈와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합작한 로봇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작품은 요즘 일본 서브컬처계에서 대유행인 '이세계 기행'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지만, 이를 훨씬 세련되고 우아하게 다루고 있기에 요즘의 그것들과 도매금으로 치기엔 이 작품에 많이 미안합니다. 특이한 설정과 디자인의 로봇과 판타지를 배경으로 (이세계와 현실을 넘나들며 겪는)현실적인 인간 관계나 각자의 이권 다툼이 펼쳐지며, 주인공은 일본인 쇼우 자마('자마'가 성, '쇼우'가 이름입니다.)지만 그 일본인이 이세계를 제패하고 만만세! 가 아니라 전쟁과 정쟁에 휘말린 일개인으로서 그 한계와 고뇌 역시 충실히 묘사하고 있으니.

때문에 방영한지 36년께에 접어드는 지금 다시 봐도, 이 애니메이션이 갖는 독특한 분위기와 메시지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그렇기에 최근에 와서야(일본 2017년, 미국 2018년 발매. 제품 관련 사항은 북미판 오픈 케이스를 중심으로 다룬 링크 포스트 참조) Blu-ray (이하 BD)로 발매된 것이 아쉽지만 다행인 측면도 있고. 본 리뷰에서는 바로 그런 점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 생각입니다.


1. 디스크 스펙

전체 Disc 1 - 6 중에서, 각 9화씩 수록된 D1 - 5는 거의 대동소이한 사양이며 네 화(제46화~최종화)만 수록한 Disc6은 서플(논 크레딧 OP 2종/ ED, 일본 PV 영상 2종)도 아울러 수록되어 좀 다른 정도입니다.

영상스펙 1080P24(AVC)/ 화면비 1.33:1 (= 4:3)/ 평균 비트레이트 21Mbps 가량
음성스펙 DTS-HD MA(24/48) 일본어 2.0ch/ 동 포맷 영어 2.0ch
자막 영어(일본어 음성용, 영어 더빙용 2종) * OFF 불가

북미판 단바인 BD 스펙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껄끄러운 부분은 아무래도 자막 OFF가 불가능하단 점이겠습니다. 다만 이 BD의 붙박이 자막은 아래와 같은 특성이 있습니다.

- 영상에 디코딩되어 합쳐진 자막은 아님. 별도의 자막 Sup로 존재.

- 디스크 자체 메뉴에서는 자막 셋업 자체가 불가능.
(* 영어 음성 선택시 자동으로 더빙용 자막, 일본어 음성 선택시 모든 대사에도 영어 자막이 붙는 식)

- 플레이어 리모컨의 자막 버튼(= 플레이어 고유의 자막 선택 기능)은 듣지만, 지정 자막 외 선택 불가능.
(* 자막 OFF 항목은 나오나, 선택시 '디스크에서 이 작업을 블록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적용 불가)
(* 파워DVD 에서는 아예 프로그램 고유의 자막 선택 기능을 띄울 수 없게 막힘

말하자면 '자막 OFF를 막기 위해 BD 락(중 특정 작업 블락)을 동원한 디스크'입니다. 따라서 BD 락을 전체 제거해 버리면 자막 OFF도 가능합니다.(예를 들어 AnyDVD HD 등으로 BD 락을 제거한 상태로 팟플레이어 등에서 재생할 경우, 팟플레이어의 자막 기능 항목에서 '자막 없음'이 선택 가능하며 정상 적용되어 영어 자막 OFF 상태의 감상이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BDP 등 전용 디스크 플레이어에서 영어 자막 없이 재생하고 싶으신 분은...

- BD 락만 해제하고, 추가 처리 없이 공 BD-R에 그대로 구워 재생, 리모컨의 자막 버튼으로 OFF 하든가

- 자막 이동 기능이 있는 플레이어에 한해, 영어 자막을 화면 밖으로 밀어내어 안 보이게 하는 식
(* 자막 이동의 상하 범위는 플레이어마다 상이하므로, 모든 해당 기능 플레이어가 가능한 것은 아님.)

이런 식으로 대응하셔야 합니다.


2. 영상 퀄리티

성전사 단바인은 16mm 필름으로 제작된 전형적인 당시의 일본 TV 애니메이션입니다. 때문에 이 작품의 HD 리마스터는 근본적인 한계를 이미 갖고 있었고, 이를 어떤 식으로 마스킹 했는가가 일본(큐텍 리마스터)과 미국(센타이 필름웤스 독자 리마스터)이 또 서로 좀 다르게 나타난 게 특색입니다.

북미판 단바인 BD의 리마스터 경향은 DNR을 심하게 걸지 않고, 필름의 거스러미나 스크래치 리스토어에 주력한 인상입니다. 때문에 대개의 경우 자연스런 영상 톤을 보여주며, 필름 그레인이 나타나는 경향도 일반적인 16mm 포지티브 필름(셀화 전사용)과 유사합니다. 덤으로 셀화의 HD화 시에 주로 아쉬워지는 레이어(배경/ 캐릭터/ 오브젝트 등) 분리감도, 약간의 필터링 처리를 거쳐 심하지 않게 조정된 모양새.

단지 이건 달리 말하면, 애초에 HD수준의 디테일을 담지 못하는 16mm 전사 셀화 애니다운 화면을 봐야한다 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경우 큐텍이 관여한 '기동전사 건담' TVA BD 박스에서 보여주듯, 요즘 BD화 작업 시엔 16mm 셀 애니 스캔도 꽤 그럴싸한 조정값을 주면서 '나름 선명해 뵈고 그레인도 많이 정리한 그림'으로 분장해서 보여주는 것에 반하여- 북미판 단바인 BD의 그것은 좋게 말해 정직하고 나쁘게 말해 우직한 그림입니다.

더불어 북미판 단바인 BD는 컬러 조정값을 좀 묘하게 주었는지, 간혹 부자연스럽게 튀는 원색이 눈에 띕니다. 예를 들어 적색의 경우, (보신 분의 전언에 따르면)일본판 BD는 적색의 색감이 필름에 발라진 느낌이라면/ 북미판 BD는 좀 들떠 보이는 경향. 레이어 이중선은 잘 안 보이는 대신, 이 컬러 때문에 각 레이어 분리감이 느껴지는 재미있다면 재미있는 케이스라고 하겠습니다.

대신 평균 비디오 비트레이트는 일본판의 75% 선은 확보해서(북미판은 화당 4.8G 가량/ 일본판은 화당 6.5G 가량), 수록 시의 노이즈(블록 노이즈라든가)는 일본판에 비해서 유달리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라 하며 실제 북미판 BD의 이런 류 노이즈는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따라서 필름 그레인과 어쩔 수 없는 소스 열화에 대한 느슨한(= 지나치게 마스킹하지 않으려는 의도에 따른) 처리만 긍정할 수 있다면, 북미판 단바인 BD의 그림은 충분히 평가할만 합니다.

개인적으론 요즘 구작 일본 애니메이션의 HD리마스터 방향성 중에선, 북미쪽의 처리에 좀 더 심정적으로 호감이 가는 편입니다. 일본쪽(특히 큐텍의)의 처리는 전술한대로 그럴싸해 보이는 그림은 만들지만, 그러다보니 원본의 맛이 많이 실종되고 디지털 애니 흉내 비슷한 그림- 개인적으론 마치 '빠다를 바른 듯한 셀화'라 표현하는- 이 나오는 일도 있어서...

그래도 원작자가 이에 대해 강하게 브레이크를 거는 경우(ex: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신판 BD/ UBD)에는 필름 셀화 특유의 감각을 남기면서 멀끔한 그림이라 세이프지만, 일본판 단바인 BD의 그림은 토미노 감독이 심하게 브레이크를 걸지는 않은 모양인지 보신 분의 전언에 따르면 DNR 처리 경향이 좀 도드라진다고 하는지라... 글쎄, 개인적으로는 북미판 단바인 BD의 이 그림을 보고 잘 샀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리마스터의 방향성 자체가 개개인의 호불호가 다르고, 작품마다 처리 강도의 수준도 다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유불리를 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작품과 제품에 따른 개인의 선택의 범주라 보며, 북미판 단바인 BD는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괜찮은 방향'으로 HD리마스터화 된 16mm 셀 애니 BD라고 총평하겠습니다.

요약: 화장은 별로 없지만, 소스 자체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에 솔직한 그림


3. 음성 퀄리티

북미판 단바인 BD는 일본판 BD의 PCM 모노럴 음성을 센타이 필름웤스에서 자체 컨버트한 DTS-HD MA 2.0ch 일본어 음성을 메인으로/ 센타이에서 자체 더빙 제작한 동 포맷 영어 음성을 함께 수록했습니다.

이 DTS-HD MA 2.0ch 일본어 음성의 경우 실질적으론 모노럴 2.0ch(프론트 양 채널에서 같은 음성이 재생)이나, 일부 분리감이 제법 느껴지는 구간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절 TVA 방영용 소스라 다이나믹스 면에선 어쩔 수 없는 협소함이 엿보이지만, 대신 리마스터 과정에서 투명감은 제법 확보한 것으로 들리며 덕분에 중요한 BG/ 보컬/ 대사에 걸쳐 충분히 불편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굳이 더 따지고 들면 옛 소스답게 약간 그레인이 낀 듯한 감은 있고, 대역 밸런스를 논하기가 뭣할만큼 좀 평면적인 느낌이긴 합니다. 전체적으론 딱 '옛날 TVA 음성을, 좀 표백제로 빨아서 듣는 듯한' 감으로, 장점이라면 조정값을 심하게 걸지 않아서, 대개 깨끗하게 들리는 대신 종종 노이즈가 거슬리는 음성(나디아 BD에 수록된 일본어 음성이 이것의 대표적인 케이스)은 아니라는 것 vs 단점은 그러다보니 좀 골동품스러운 느낌의 음성이라는 것.

한편 영어 더빙 음성은 전체적인 음성 볼륨이 일본어 음성에 비해 좀 높으며, 개중에서 영어 더빙 볼륨이 좀 더 높아서 BG가 상대적으로 묻히는 편입니다. 이건 제작 시의 믹싱 테크닉과 방향성에 따른 것이지만, 약간 배려가 부족한 인상은 있었습니다.(단, 영어 더빙에서도 OP/ ED, 삽입가 등은 그대로 일본어 보컬로 나옵니다. 삽입가와 대사가 겹치는 경우, 대사만 영어 더빙 음성으로 교체 수록.)

영어 더빙 성우들의 연기는 현지에선 괜찮은 평을 받은 모양이고, (원어민은 아니지만)개인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인상이었습니다. 음질 역시도 일본어 음성에 비해 한 번 더 믹싱 리마스터 처리를 거친 덕인지, 조금 더 확장감이 있는 느낌. 하지만 약간 그레인이 낀 느낌 자체는 여전하며, 전술한 믹싱 방향성 때문에 꼭 영어 교재를 듣는 듯한 느낌도 종종 듭니다. 아마 연기보단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듯.

참고로 일본판 BD에는 오디오 코멘터리 트랙(1, 6, 18, 27, 29, 37, 48, 49화)이 있는데 북미판에는 없는 건 조금 아쉬운 편입니다. 전부 캐스트 코멘터리기는 하지만, 스태프 인터뷰 등으로 텍스트 코멘터리도 충실히 보조하는 일본판 BD에 비해 북미판은 확실히 감상 보조 컨텐츠는 밀리는 편.

요약: 이쪽도 딱 예상 가능한 범위의 구작 음성. 영어 더빙 음성은 재미있는 감.
* 참고로 북미판 단바인 BD 최종화에는, 일본판 BD에 없는 추가 영문 크레딧이 있습니다. 별지 같이 정리된 류는 아니라도, 이 크레딧을 통해 영어 더빙판 캐스트나 제작진의 이름 등을 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4. 총평

단바인은 방영 당시에 진지한 스토리와 독특한 분위기로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스폰서가 노린 완구 판매는 지지부진했던 전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방영 후반기에 반다이가 판권을 인수하여 30년 넘게 숙성(?)한 끝에, 요즘 기술을 동원한 멋진 반다이제 프라모델 킷과 BD 발매 등으로 당시의 향수를 강하게 자극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만.

그런 이 작품에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슈퍼로봇대전' 게임 시리즈 덕에 이름을 기억하고 (일부나마)스토리나 설정을 접한 이들은 꽤 많았다는 것. 사실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전체 감상을 하신 분은 많지 않아도 (슈로대 덕에)인상적인 부분들(주로 토미노 영감님 특유의 '그런 식의' 결말이 대표적^^;)이라도 잘 전해지고 있어서, 작품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기쁘기도 합니다.

단지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결말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가 약간 박해졌기도 합니다. 마치 뜨개질을 멋지게 잘 엮어 나가다가, 갑자기 가위로 싹 잘라서 벽난로에 집어 던진 느낌이라.

바로 이 결말이 아니었다면, 전 북미판이 아니라 일본판 BD로 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음... 단순하게 말하면 '애증'에 가깝기도 합니다. 그래서 북미판이 나오길 기다려서 구해 보았고, 그래서 그 그림 때깔에 잘 샀다 싶었지만, 오랜만에 전편 감상을 하고 나니 또 그래서 북미판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싶었기도 하네요.

종합해 보면, 이 작품이 가진 그 나름의 '힘'은 분명히 있으며 북미판 단바인 BD는 그 힘을 맘 편하게 감상, 소장하게 도와주는 좋은 제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토미노 감독의 새로운 시도와 그 특유의 느낌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북미판으로 갖춰 두셔도 좋으리라 생각하고요.

단지 스펙 항에서 열심히 설명한대로, 영어 자막 OFF 난이도가 아주 어렵진 않아도 그냥 일반적인 상품 그대로 + 평범한 BDP 시청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니까, 이 점만 염두에 두시고 택하시면 된다 싶습니다. 일본판 BD에 든 코멘터리, OVA, TV판 총집편은 있으면 좋은 것이지만 없다 해도 작품의 정수를 만끽하기에 부족한 건 아니니까... 물론 두 제품간의 가격차이도 강력한 고려 대상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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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NRPU 2018/10/14 13:00 # 답글

    스토리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죄다 들이박고 '우리 함께 죽어요~'는 확실히 좀 그랬죠 ㅡㅡ
  • 城島勝 2018/10/15 06:47 #

    네, 아무 정보도 없이 처음 보던 당시엔 '이거 무슨 IF 스토리 전개가 OVA로 있는 건가...' 싶었습니다.

    알고보니 있긴있는데 환생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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