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걸즈 & 판처 정발 BD, 수록 자막 고찰 취미

케이스와 동봉품에 대해 살펴본 지난 포스트(링크)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최근 발매된 [ 극장판 걸즈 & 판처 ] 국내 정식 발매 블루레이(이하 BD)의 수록 자막 3종(극장판 본편, 오디오 코멘터리, 서플 영상)에 대해 살펴 봅니다.


1. 극장판 본편

먼저 대전제로, 본 정발 BD에 수록된 극장판 본편 자막은 '국내 개봉용 자막을 약간 손을 본 물건'입니다. 이와 같이 확신하는 것은, 이전에 먼저 발매된 본 극장판의 정발 DVD에 수록된 본편 자막이 국내 개봉 당시 자막과 똑같았는데(= 개봉 당시 지적되었던 것과 똑같은 오류를 그대로 가진 자막이었는데) > 정발 BD 본편 자막은 살펴본 결과 분명히 수정된 부분이 있기 때문.

이러한 손질을 통해 몇몇 무기 용어(ex: 카를 자주곡사포(DVD) > 칼 자주 박격포(BD) 등)나 심대한 오역은 수정되었기 때문에, 정발 BD의 자막은 정발 DVD 혹은 개봉용 자막보다 더 매끄럽게 작품 감상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1. 캐릭터 간 인간 관계나 특성을 무시한 말투 및 어미 2. 고유명사 통일성의 완전 확보는 실패 3. 기타 오타나 이상한 문장(ex: 상기 스크린샷)은 남았기 때문에 100% 긍정하긴 어렵습니다.

49초 : 버디로 끝내버려 > 칩인버디로 끝내라
= (별로 중요한 대사는 아니나)음성에서 '칩인버디'라고 분명히 명시하는 골프용어를 별 이유없이 축약.

1분 40초 : 쉽게 뚫리는 게 아냐 > 쉽게 뚫리는 게 아닙니다.(혹은 '아니에요')
= 이 대사를 하는 화자는 (이 대사를 듣는)청자에 대해, 같은 학년의 여고생끼리지만 예의를 차려 존대 어미를 붙입니다. 하지만 본 극장판 본편 자막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같은 학년 캐릭터들끼리는)존대 어미를 무시하는 게 특징. 이것은 상영 당시에도 그랬고, 본 정발 BD 자막에서도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는 또한, 원래 존대 어미나 공손한 말투가 특징인 캐릭터의 대사 자막에서도 일관적으로 평어체 어미로 번역 & 역시 동년배일 경우 인간 관계를 무시하고 대개가 평어를 고수하기 때문에, 실수가 아닌 일종의 번역 지침이라고 여겨집니다. (특히 걸즈 & 판처 TV판을 먼저 보아 캐릭터간 인간 관계를 미리 알지 못할 경우)동년배들끼리 존대를 하거나 아가씨 말투 비슷한 어미를 쓰는 게 일반적으론 이상해 보이기에, 좋게 보자면 일반적인 관람자를 배려하고자 이같은 번역을 채택한 것일 수도 있는데...

하지만 전술한대로, 인간 관계나 캐릭터 특성을 거의 완전히 무시해 버리는 결과를 낳았기에... 결국 이 극장판 본편 자막만으로 캐릭터를 이해하자면, 여기 나오는 애들이 어떤 관계나 설정을 갖고 있는지 거의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당연하게도)이 문제는 극장판 본편 자막 전체에 걸쳐 계속해서 불거지기 때문에, 일일이 지적하다간 끝이 없으므로 부득이 여기서만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참고로 본 대사는 아삼이 다즐링에게 하는 대사.

(* 이건 아예 번역 기조상의 문제로 보이므로, 수정하려고 들면 기존 자막을 다 갈아엎고 새로 번역해야 할 판이긴 합니다. 베이스 자막이 있는 상태에서 거기까지 손대기엔 작업량이나 기존 자막 구입료가 출시사의 맘에 걸렸을 수도 있겠지만, 아쉽기는 합니다.)

8분 30초 : 무슨 짓이지 말입니다 > 무슨 짓임까?
= 경어는 일관적으로 무시하면서, 모 여고의 특정 어미는 거의 일관적으로 구식 군대 말투를 붙여서 특성을 살려놓은 것까진 좋은데... 이 문장은 그냥 봐도 말이 안 되고, 그러니 원 대사와 매칭도 이상합니다. 원문은 '뭐하는 짓이야!' 정도의 뜻에 군대식 어미를 붙인 것이니, 대충 위와 같이 옮기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14분 13초 : 튀김만두소로 만들어 주겠어
= 원 대사는 '피로시키 속재료(만두소와 같은 의미)로 만들어 주겠어'인데... 피로시키가 일종의 튀김만두이고, 여기에 한해선 대사 의도를 시청자에게 인지시키기엔 이쪽이 좀 더 직관적이긴 합니다.(피로시키란 요리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대사가 어떤 의미로 나온 것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 문제는 후에 같은 캐릭터가 똑같이 '피로시키'라고 외치는 부분은 그냥 '피로시키'로 옮겼다는 것. 어차피 천천히 곱씹어가며 보기 쉬운 디스크 매체 자막이라면, 그냥 '피로시키'로 통일시키고 시청자가 알아서 찾아보게 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19분 27초 : 카르파초가 전수한 그걸 하자
= 같은 고유명사에 대해 제품 동봉 북클릿에선 '카르파치오', 자막에선 '카르파초'. 참고로 외래어 표기법에서 권하는 쪽은 '카르파초'이긴 한데, 어느 쪽이건 한쪽으로 통일했으면 좋았을 것을.

21분 14초 : 마코 넌 할 수 있어 > 마코라면 할 수 있어
= 이 대사는 '마코'란 캐릭터에게가 아니고, (정황상으로나 원문으로나)또다른 캐릭터의 걱정하는 대사에 대해 대꾸하는 대사입니다. 그러니 '마코라면 할 수 있어' 정도가 적당할 것입니다만, 뭐... 엎어치나 메치나 결국 뜻은 통하는데 뉘앙스는 애매해진 그런 케이스. 참고로 본 정발 BD 내 본편 자막은 거의 다 이런 식으로, 그냥그냥 보기엔 뜻은 다 통하는데 > 어딘가 뉘앙스나 적확한 의도 전달면에선 애매한 케이스가 많습니다.

32분 45초 : 산속으로 들어가게 되나 봐
= 원 대사는 '쿠도야마', 일본 전국시대의 유명 인사 사나다 유키무라가 은거한 산으로, 이 대사를 하는 캐릭터가 역사 마니아란 설정이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인데... '쿠도야마'라고 하면 일반적인 시청자에게 뜻이 안 통하는 걸 꺼린 것 같은데, 그러면 그냥 '쿠도산 속으로 들어가게 되나 봐' 정도로 해주면 대충 뜻도 통하고 나중에 찾아볼 사람에겐 소스도 쉽게 제공되는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예 틀린 거야 아니지만, 디스크 매체 수록 자막치곤 배려가 아쉬운 정도.

44분 54초 : 스페이스 너덜튼 > 스페이스 너덜틴
= 이 명칭은 저작권 감시로 유명한 모 회사의 유명한 놀이공원 내 시설물을 패러디한 것입니다. 패러디 대상의 명칭은 '스페이스 마운틴'이며, 여기에 (본 정발 BD에서 '너덜곰'이라고 번역된)ボコ(보코)란 캐릭터명을 붙여 원 대사에선 '스페이스 보콘틴'이라고 칭합니다. 따라서 (번역명인)'너덜곰'을 붙인다 해도 '너덜틴'이라고 하는 게 적당.
(* 솔직히, 캐릭터 고유명칭을 굳이 번역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긴 하지만 번역 기조나 의도로 보아 넘어갑니다. 단, 메인 번역자가 다른 코멘터리 자막에선 얘를 그냥 '보코'라고 칭하며, 코멘터리에서 처음 언급될 때만 '보코(너덜곰)'이라고 괄호 안내해 주고 넘어가니 주의.)

55분 44초 : 대학 선발팀이랑 > 대학 강화팀이랑
= 나중에는 '대학 선발팀'이라고 칭하긴 하지만, 이 대사의 시점엔 분명 '대학 강화팀'이라고 언급하기 때문에 교조적인 관점에서 보면 마땅찮은 부분. 바로 이어지는 대사에서도 역시 똑같은 상태.

57분 2초 : 니시즈마 유파의 > 니시즈미 유파의
= 본편 자막 내 유일한 오타.

59분 13초 : 바이올린의 한숨
= 이 대사는 원래 프랑스 시인 원문을 가지고 적당히 각색해서 말하는 것이라, 엄밀히 따지면 바이올린의 프랑스어 발음인 '비올롱'으로 적어야 합니다. 실제로 일본어 대사도 일부러 '바이올린'이 아니라 '비올롱'으로 발음하고 있고. 역시나 일반적인 시청자 이해를 돕기 위해 '바이올린'으로 옮겨둔 것 같은데, 디스크 매체 자막치곤 아쉬운 편.

1시간 15분 50초 : KV-2?
= 원 대사는 '카베땅'. 이 대사를 말하는 캐릭터가 KV-2를 자기 맘대로 부르는 명칭이라, 이걸 잘 모르는 일반 시청자에겐 풀어주는 게 더 인지하기 좋기는 합니다. 다만 캐릭터성 전달 측면에선 아쉬운 부분.

이외에, 이 애니메이션이 TV판 당시부터 인용해 왔던 여러 현학적인 단어/ 설정/ 구상 등이 녹아있는 몇몇 대사들에 대해 > 본 BD의 본편 자막은 거의 일반 시청자를 위한 스탠스를 잡고 번역해서, 원문의 맛은 거의 죽은 편입니다. 다만 이건 일반적인 외화에서도 흔하게 행해지는 의역이고, 분명 설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정발 BD로 걸즈 & 판처란 컨텐츠를 처음 접하는 시청자에겐 이해에 더 도움이 되긴 할 테니 일장일단은 있습니다.


2. 코멘터리(감독 & 3D 감독 코멘터리 1종)

약간만 손을 본 정도인 본편 자막에 비해, 아예 처음부터 번역해야 했을 코멘터리 자막은 번역 퀄리티가 상당히 좋습니다. 2시간을 넘게 두 사람이 거의 쉬지 않고 말하는 많은 대화를 상당히 충실하고 매끄럽게 옮겨놓아서, 본 [ 극장판 걸즈 & 판처 ] 정발 BD의 구입 권고 사유 중 하나로 이 코멘터리 자막을 꼽아도 좋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제 글을 오래 봐오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이건 제가 자막에 대해 하는 말로는 거의 최고의 찬사입니다.)

본 코멘터리 자막에선 딱 두 군데 약간 아쉬운 게 있는 정도이며, 오탈자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1시간 1분 7초 : 하마구치 음악은 정말 훌륭하죠 > 하마구치 씨의 음악은 정말 훌륭하죠
= 직전 대사에선 남의 이름에 붙여 격식을 차리는 -さん을 '씨'로 잘 써놨는데, 여기서만 빠지는 바람에 졸지에 화자가 무례한(?) 느낌. 원 일본어 발언에선 여기서도 -さん을 붙였습니다.

1시간 14분 20초 : 쉘 셰이딩/ 1시간 14분 24초 : 쉘 쉐이딩
= 똑같은 기술 용어에 대해, 통일성의 부재.


3. 서플 자막 (안치오전 OVA 1종)

정발 BD에는 국내에서 극장판 본편과 동시 상영한 30여분 분량의 OVA '이것이 진정한 안치오전입니다.'가 유일한 영상 특전으로 수록. 이 OVA는 상영 당시에도 크게 자막이 지적받지는 않았고(등장하는 캐릭터들 대부분이 평어체 말투이며, 일부 경어체 말투를 고수하는 캐릭터들은 그리 말이 많지 않은 편인 덕이 크지만), 본 정발 BD 수록 자막도 (본편처럼, 덩달아)손을 좀 본 듯하여 별다른 문제없이 매끄러운 편입니다.

그렇지만 번역 기조 자체는 본편과 동일해서, 그 몇 안 되는 경어(여야 할 대사)도 전부 평어체 자막으로 나옵니다. 때문에 학생회장 안즈에게 반말하는 서기 모모(둘 다 3학년이지만, 모모는 직책상으로나 인간관계로나 안즈에게 늘 존대합니다.)를 본편과 동일하게 감상 가능. 이외에 이 서플 자막에서 명시적으로 아쉬운 건 추가로 한 가지 정도.

16분 57초 : 오아라이 여교의 시합을 개최합니다.
= 보통 '여교'라는 말은 잘 안 쓸 뿐더러, 후반부에 똑같은 지칭 대상에 대한 일본어 대사(女子学園) 자막에선 '여고'로 표기하여 통일성이 부재. 손을 조금 보다가 어느 한 쪽만 본 건지, 상영 당시에도 이렇게 중구난방이었는지는 불명.

(일전에 두어 번 포스트한 대로)전 이 작품의 본편 자막을 직접 만들어 보았고 (손님용으로)쓰고도 있기 때문에, 굳이 일본판 BD에 이어 정발판 BD를 또 사다가 그 자막 수준에 대해 시시콜콜 따지고 있는 게 우습다면 우습기도 합니다. 아마 성탄 연휴 전에 이 정발 BD를 받지 않았다면, 이런 게시물을 작성하지 않았을 지도요.

다만 보다보니 재미있는 것은... 이 정발 BD처럼 코멘터리 자막과 본편 자막간의 퀄리티 차가 크면서 & 코멘터리 자막의 퀄리티가 훨씬 좋은 디스크 매체는 참 드물게 봅니다. 보통은 코멘터리 자막이 퀄리티가 떨어지니까요. 결론적으로, 일본판 BD를 갖고 계신 분이라도 (본편 한국어 자막은 그냥 덤으로 치고)코멘터리의 이해를 위해서 정발판 BD를 중복으로 갖추는 것도 한 번쯤 고려해 보실만합니다. 정발 BD에 코멘터리 3종이 전부 수록되었으면 닥치고 강추했겠지만, 그건 아니므로 그저 권고 정도에 그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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