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토마 (유사)4K 프로젝터 SUHD75 시연, 그런데... 취미

11일 금요일엔 몇 가지 일로 서울에 가면서, 최근 세간의 관심이 높은 (유사)4K DLP 프로젝터 두 개를 시연해 볼 계획이었습니다. 헌데 한 대는 사정이 있어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고, 옵토마의 SUHD75만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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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토마가 근자에 내놓은 유사 4K 프로젝터 SUHD75는, 2716 x 1528 해상도의 DLP DMD 해상도를 가지고 > XPR이란 DLP 고유의 휘도 해상도 증가 기술을 이용하여 > 최종적으로 3840 x 2160의 UHD 해상도를 스크린에 투사하는 기기입니다. 이건 JVC의 e-shift나 엡슨의 4K 인헌스먼트 등과 원류가 같지만, (가정용)DLP진영은 TI가 개발한 XPR 테크닉을 모든 유사4K DLP 프로젝터에 동일하게 넣는 구조(달라봐야 DMD 갯수만 약간씩 다릅니다.)라서 기술 통일성은 높다는 게 장점.(하지만 TI가 손을 안 대면 개별 제조사로선 딱히 해상도면에선 개선할 수도 없는 건 단점.)

이외에 SUHD75는 최대 밝기 2500안시에 HDR 지원, BT.2020 맵핑 가능(지원 색역은 BT.709 기준 100%, DCI-P3 기준은 불명), HDCP 2.2 지원 제품이라, 현 세대 UHD-BD 재생에도 대응합니다. 이외에 투사거리도 3m/ 100인치를 구현해서, 그동안 DLP 진영의 넥이었던 투사 거리 압박을 어느정도 해소한 편이고... 덤으로 4W 정도의 내장 스피커도 갖추고 있어서 별도 오디오 기기를 연결하기가 곤란한 소스(ex: 스마트 디바이스) 재생에도 편리성이 좋은 편.

그리고 중요한 가격은 국내 출시가 기준 375만원. 4K 프로젝터라면 유사건 리얼이건 500 언더가 없다시피한 시장에 옵토마가 돌을 던진 셈입니다. 형제기 299만원으로 책정된 형제기 SUHD70와 함께 4K 프로젝터 대중화를 선도할 제품... 으로 출시되었고, 출시 후 평가도 괜찮아서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높은 제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연을 해보았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시연은 하나마나였습니다. 현재 이 제품을 시연할 수 있는 장소는 딱 한 군데 뿐인 것으로 아는데, 그 한 군데의 시연 환경이 '진지하게 홈 씨어터 프로젝터의 실력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이 시연 장소의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실내 반사광 및 흡광 대책이 전혀 없어서, 실내등을 꺼도 프로젝터 투사광만으로 화면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침.
2. 안내자가 스크린의 스펙을 면적 외에는 모름. 150인치 스크린을 투사 거리 문제로 다 채우지도 못하면서, 마스킹도 하지 않음.
3. 소스 기기가 HDR 신호 전송 불가의 파일 재생기.

이러니 우선 프로젝터 광량에 따른 화면 펀치력도, 명암비 재현 능력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좋게 말해 가늠하기 어렵다이고, 나쁘게 말하면 '최대한 좋게 보여줘도' 모자란 기색이 있는 DLP 프로젝터의 명암비를 시연 장소가 마구 깎아먹는 중. 더구나 HDR 신호 전송 불가 기기를 쓰니, SUHD75의 장점인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HDR 재생 기능이 있는 프로젝터'란 것도 스스로 봉인.

그나마 딱 한 가지 유일하게 살필 수 있었던 것은, XPR 기술의 약점인 대각/ 빗금선 표현이 매끄럽지 못한 것(특히 빠르게 패닝되는 동화상에선 더욱 두드러짐)과 단판식 + 유사 4K 조합의 약점인 동적해상도 노이즈가 여전히 튄다는 걸 확인한 정도. 이건 비단 XPR 뿐 아니라 같은 휘도 해상도 뻥튀기 기술인 4K 인헌스나 e-shift 모두 가진 약점이지만, 4K 인헌스나 e-shift는 3판식 소자를 써서 커버 & 여기에 e-shift는 버전4 까지 올라가면서 점진적으로 이걸 개선해서 최소한 정지 화상 패턴이나 동화상 패턴에서나 가장 눈에 덜 띄게 개선했는데... XPR은 시작 단계 적용 기종을 보았을 때나 이럭저럭 1~2년 가량 지난 지금 나온 기기(SUHD75)를 보나 기기 제조사의 마스킹이나 하드웨어 스펙에 따른 정도의 차는 있어도 여전히 좀 거슬립니다. 더구나 본래 포커싱과 선예도가 우수한 DLP 소자의 장점 때문에 도리어 이 단점이 더 쉽게 눈에 띄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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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400만원 정도의 제품은 고가의 A/V 기기를 취급하는 매장이라면 그리 대수롭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옵토마의 컨셉도 (프레젠테이션/ 홈씨어터)양다리 + 가성비를 노리고 나온 제품으로 보이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에겐 이 제품이 인생 첫 4K 프로젝터! 라는 기대감으로 보는 제품일 수도 있는데, 이런 시연 환경은 글쎄...

옵토마는 FHD 시절에 가성비가 아주 우수한 제품들을 꽤 내놓아서 개인적으로도 호감이 있는 메이커이고, UHD 진입 장벽을 낮춘 것만으로도 SUHD 시리즈는 그 나름의 의의가 있는 제품이긴 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환경에서, 셋팅을 이리저리 조정해 가며 보면 또 다른 감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는 아직 남아 있고요. 가격을 감안하여, 태생적인 한계점들을 어느 정도 너그럽게 이해해 준다면(= 가격을 상대적으로 이정도로 낮춰놨으니, 더욱 너그럽게 이해해 줄 수 있고) 다른 점에선 충분히 의미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가 말이지요.

하지만 현 시점에선 그걸 직접 확인하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옵토마도 곧 4K500 같은 중급형 유사 4K DLP 라인 업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SUHD 시리즈도 아주 마구다지로 쓰기에는 적당한 가격도 아니니까요.(요즘의 캐주얼한 다목적 FHD 프로젝터는 100만원 언저리) 그런 이유에서 여러모로 아쉬웠던, 짧은 시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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