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판 극장판, 자작 자막 완성~ 취미

일전에 말씀드린 계획(링크)대로, 걸즈 & 판처 극장판(이하 걸판 극장판)의 자작 자막을 주말 넘어가기 전에 완성했습니다.

걸판 극장판 자막 작업에서 역점을 둔 것은... 딱히 없습니다. 이 물건은 대화에 무슨 복선이나 대의, 지향점 같은 걸 담은 것도 없고/ 번역이 딱히 어려운 점도 없으며/ 순전히 현학적인 캐릭터 설정 + 지식 유희 수준의 대사 출전만 알면 일사천리니까요. 굳이 따져봐도 가끔 설명이나 지시가 길어지는 부분을 어떻게 잘 축약&의역하느냐? 라든가 정 안 되면 씽크 분할을 어떻게 하느냐? 이 정도가 고민거리인 싱거운 작업이라서. 덤으로 2시간짜리지만 자막 표시 횟수는 1800회 가량인 간소함까지.

다만 이 지식 유희 수준의 대사 출전이란 것이... 제가 이 물건의 자막을 만드는 이유는 시청각실 관람객분들을 위한 것이고 > 이 물건의 BD를 소지하시거나, 최소한 제 시청각실에서 보고자 하시는 분이라면, 웬만큼 빠삭하실 것이라 > 자막에서 어느 레벨까지 각주를 넣어야 할지는 약간 고민하긴 했습니다. 예를 들면 '쿠도야마' 같은 건 그나마 간단하게 한 줄 각주로 설명이 되는데, '히요도리고에' 같은 건 그 발언 뉘앙스를 다 설명하자면 당연히 자막식으론 불가능하니까요.

말하자면 설명을 하자면 설명할 게 많은데 > 그러자면 자막이 너무 난잡해지므로 > 결국 그냥 설명을 다 빼버리고, 다만 작중 나온 외부 컨텐츠(영화 1941)와 연관이 있는 딱 한 대사(상기 스크린 샷의)에만 각주를 넣었습니다. 혹시나 이외에도 관람객 분들께서 이 물건에 나오는 뜬금없어 보이는 & 알쏭달쏭한 현학적 대사의 출전이 궁금해 하신다면, AV호스트(웃음)로 동석하는 제가 언제든지 설명해 드릴 각오입니다. 흐흐...

한편 씽크는 제 취향대로. 제 취향이란 1. 대사 시작점과 자막 여는 씽크는 집요하게 최대한 똑같이 맞춘다, 2. 대사 마침점과 자막 닫는 씽크는 내식대로 맞춘다. 입니다. 여기서 2의 '내식대로'란 건, 의미가 있거나 여운이 있는 대사는 닫는 씽크를 대사와 맞추진 않는 방향을 말합니다. 더불어 몇몇 재미삼아 연출한 데도 있고... 예를 들면 위 스크린 샷의 자막은, 말을 마치고 칸텔레 튕기는 게 끝나는 시점에 맞춰 자막이 사라지게 씽크를 잡았지요.

사실 ASS 자막이라면 훨씬 다양한 효과를 줄 수도 있지만, 제 자막 제작 지향점은 어디까지나 영상 퀄리티의 보존과 & 자막은 영상 감상의 보조 역할이란 생각이 우선입니다. 따라서 엥간하면 컬러 태그도 넣지 않는 주의라, 보는 분들이 좀 심심하실 수는 있겠는데... 다만 이번 걸판 극장판 자막에는 저치고는 좀 이례적으로 컬러 태그를 꽤 넣었습니다. 세보니까 무려 13회나 나오네요! 제가 지금까지 직접 만든, 모든 영화용 자막에 넣은 컬러 태그를 다 합쳐도 13회가 안 될 건데... 땅끄를 몰고 싸우는 '스포츠'를 한다는 여자아이들의 컬러풀한 머리속에, 저까지 물들어 버린 걸까요?(웃음)

그러나저러나... 간단하다고는 해도 그럭저럭 다합쳐 이레 가량은 끈 이 작업에서, 나름대로 윤활유 같은 대사는 아무래도 다즐링의 그것들이었다 싶네요. 담당 성우인 키타무라 에리 씨의 착착 감기는 연기도 좋고(억양도 그렇거니와 뭔가 박자감이 딱 떨어지는 느낌으로 읊어주어서), 대사 자체도 번역하기 재미있는 게 많고. 사실 걸판이란 컨텐츠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캐릭터는 마호(주인공 미호의 언니)지만, 얘는 대사가 거의 단문형인 데다가 억양 변화도 크지 않아서 번역자에게 재미를 주는 캐릭터는 아니니까요.

다즐링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나는데, 번역하는데 아주 약간 고민하게 만든 로즈힙도 기억에 남는군요. 얘가 쓰는 괴상한 아가씨 말투를 어떻게 너무 나대지 않으면서도 우습게 옮길까... 하는데 약간 시간을 쓰긴 했습니다. 다행히 씬스틸러 타입 캐릭터라 말은 많지 않아서 다행이었는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일본 내 BD가 발매된지도 어언 1년 & 국내 정발 DVD도 나온 컨텐츠를 이제사 (자작)자막을 만든다고 해봐야... 거기다 (제가 만든 다른 모든 자막과 마찬가지로)넷에 공개도 하지 않는 자막이니 무슨 의미가... 라고 하신다면, 저의 시청각실을 보다 풍요롭게 해주는 거니까 제 입장에선 그것으로 충분히 훈장 받은 기분을 내보고 있습니다.

그럼 마침 일요일이기도 하고, 이제 시청각실에서 틀어보면서 최종 확인할 일만 남았네요. 우아하게, 홍차라도 끓여다 놓고 즐기... 려니까, 가진 게 없군요. T28을 바라보며 갖고 있지도 않은 토터스를 데려올걸 그랬다던 다즐링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얌전히 녹차나 끓여야겠네요.


덧글

  • 하얀삼치 2017/05/07 13:13 # 답글

    데자뷰인가? 어디서 본 글 같은데.. 특히 시청각실 이야기가...
  • 城島勝 2017/05/07 13:58 #

    제가 제 감상 공간을 '시청각실'이라고 지칭하여 적은 건 제 블로그 뿐입니다.^^ 하지만 시청각실이 무슨 특수 고유 명사 같은 것도 아니니, 다른 분께서 다른 환경에서 이야기한 것을 보셨을 수야 있겠지요.

    아니면 걸판 자막 제작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 외에도 (역시 제 블로그에서만)두어 번 했으니, 그걸 보셨을 수도? 예를 들면 한창 초반 작업 하던 당시에 썼던 아래의 포스팅을 보신 게 아닐까 합니다. 이때 씽크 잡아 놓고 초반까지 진행 > 잠시 다른 일 보느라 손놓다가 > 5월부터 다시 재개해서 완성했습니다.^^

    http://knousang.egloos.com/3559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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