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날짜로 국내 정식 발매판 킬라킬 블루레이(이하 BD)의 배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제작유통사 관계자는 아니지만 제작 과정에 살짝 발가락이나마 담근 사람으로서, 박스 셋트를 구입하신 분도 계시겠고 낱권만 따로 구입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어느 쪽이건 지불한 가격에 합당한 혹은 그 이상의 만족감을 얻으셨으면 좋겠네요.
프리뷰 때문에 어쩔 수 없이(웃음) 언급되어 버렸지만 이번 정발 킬라킬 BD의 검토 과정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저 나름대로도 좀 조마조마한 심정은 있습니다. 비단 킬라킬뿐 아니라 제가 검토나 번역 등으로 관여한 모든 타이틀의 발매일마다 이런 기분이 드는 건 딱히 제가 소심해서는 아닐 것이고 아주 약간의 책임감 같은 게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만 그것도 완벽하게 마무리 된 게 확인된 이후의 이야기겠지요. 뭐, 검토에 참여한 분들 모두 대략 전편을 세 번은 돌려 봤기 때문에- 일전에 러브라이브! 극장판보다 쪼끔 돌려봤네? 하셔도... 러닝 타임이 워낙 급이 달라서^^;- 저나 이외 검토인 분들의 인지 내에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지만 하여간 언제나 조마조마한 건 사실입니다.
킬라킬의 자막을 번역하신 분과 검토단이었던 제가 자막 번역에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은 프리뷰에도 적었듯이 각본가 나카시마 카즈키 씨가 자주 채택하는 다소 과장스럽고, 일반 회화 문법이나 어순과도 다소 어긋나는 모양새로 종종 작성되는 대사나 문장의 감을 되도록 그대로 전달하는 것 + 하지만 그 뉘앙스를 살리려고만 하면 한국어로는 너무 어색하거나 정서에 맞지 않을 때는 수정을 가하는 기조의 편성과 조율이었습니다. 물론 그 근간은 정발판 그렌라간 BD에 이어 이번에도 작업에 임하신 번역자 분께서 세우신 것이고 전 뭐, 골밑슛에서 왼손의 역할일 따름이었지만 이 나름의 번역/ 검토 팀(?)도 손발을 두어 번 맞추니 상당히 재미랄까 쾌감(??)이랄까 하는 게 있더라고요. 이건 마치... 싸움부 부장으로서 이 작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류작업에 전념하던 마코처럼...(펑)
좀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웃음) 번역이건 검토건 일이라기보다 좋아하는 작품을 (내 손을 좀 타서)좀 더 그럴듯하게 꾸며보자는 취지로 취미활동에 가깝게 접근해 온 제 성향상 작업에 재미가 없으면 아무래도 퍼질 것인데, 적어도 현재까지 이 킬라킬 정발BD 제작사의 작품에 관여한 작업에선 그런 일 없이 슥슥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뭐... 이 제작사가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계속 내밀어준다면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야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면 검토단에서 빠질 것이니까, 마치 포위를 당하기 전에 도망가니까 포위 당했을 때의 대처를 생각할 필요나 겨를이 없다는 양 웬리 원수처럼, 작업이 퍼지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 봅니다.
그래도 한 가지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발 킬라킬 BD에는 정발 그렌라간 BD와 달리 불행히도 오디오 코멘터리가 제외되었기 때문에 제 개인적으로도 오디오 코멘터리를 진득하게 생각해 가면서 들어볼만한 기회를 잃은 것을 다소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냥 감상자 입장에서 슥슥 듣는 것보단 아무래도 번역이건 검토건 생각해가며 듣는 게 보다 몸에 스며든달지 하는 느낌으로 체득할 수 있는데 아마 당분간은 그런 감상을 얻을 기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킬라킬 본편을 너무 자주 돌려봐서(전편 정주행이 세 번이란 거지 부분부분 스팟으로 돌린 건 셀 수도 없으니까요^^;) 아무리 좋아하는 작품도 조금 휴식을 두면서 생각날 때쯤 다시 봐야 계속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다만 이때문에 시청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도 그럴 것이거니와 제작측 입장에서도 유일한 한국어 텍스트인 본편 자막 번역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게 사실이므로 이런저런 의논과 검토도 더 조심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기조'를 지켜가면서 오탈자나 단순 미스 수정에 신경을 쓰는 것도 물론이고. 예를 들어서 3화 11분 경에 나오는 대사는 すいません 이라서 단순 번역하면 '미안합니다.'이지만 상황과 한국 시청자 정서를 감안해서 일반적인 한국식 답례 표현인 '감사합니다.'로 옮긴 것은 번역자분의 실수가 아니라 이런 제반사항을 고려했기 때문이었고/ 그 반면 7화 20분 경에 나오는 대사의 逆ぎれ는 처음 검토했던 자막에선 '역반하장'으로 옮겨졌기에 '이건 번역자분이 [ 적반하장 ]을 적당히 손봐서 기발한 뉘앙스로 만든 것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이에 대해 지적하니 번역자분의 손과 머리가 서로 꼬여 난 실수(적반하장이라 적어야하는데 逆ぎれ의 逆가 머리에 남아서 무심결에 역반하장이 되어버린 케이스)더라고요. 물론 실제 제품판 자막에선 원래 의도대로 '적반하장'으로 잘 적혔습니다.
자, 아무튼 이제 발매입니다. 제작과 작업 도중 재미있는 이야기는 좀 더 있지만 저에게도 나름대로 어른의 사정이랄까 기업 비밀이랄까 하는 건 있고요.(웃음) 이제 아마도 오랜만에 다시 접하는 분들이 많으실 킬라킬을 되도록 많은 분들이 만족하며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스크린 샷 작업하면서 디스크 3을 다시 보았는데 특히 이 7화는 볼 때마다 재밌더군요. 많은 분들께서 그러시듯 저도 1쿨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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