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발판 그렌라간 BD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 취미

일전에 포스팅에서 몇 번인가 말씀드린대로, 전 한국에 정식 발매된 천원돌파 그렌라간 BD 박스의 자막 감수자 중 한 사람으로서 제작 작업에 잠시 관여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정발판 그렌라간 BD는 실제 제작은 미라지 엔터테인먼트(이하 미라지)가 맡고, 이 타이틀을 'DP 시리즈'라는 이름의 예약 한정 타이틀 방식으로 발매 계획을 추진한 건 DVD프라임(이하 DP) 사이트이며, 저는 양측 어디에도 소속된 직원이 아닙니다. 따라서 제가 의뢰 받은 '번역물, 중에서도 일부 영상의 자막을 감수한 사람 중 하나'의 소관에서 벗어난 일을 관여할 권한이나 의무가 없고 그럴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물론 이 타이틀이 발매된 시점에서 미라지나 실제 발매된 정식 발매판 그렌라간 BD박스에 대한 제 입장은 어디까지나 '소비자 중 한 사람'입니다. 이 타이틀의 제작에 있어 제가 알고 있는 바나 순수하게 품는 감성적 호감은 제가 감수로서 조언하거나 그 건에 관련해 들은 부분에 한정될 뿐,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다른 구매자 분들과 같은 입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소비자라서 가진 게 있으니 결과물은 그걸로 논할 수 있는 것이고.


그 구매자의 입장으로서 저는 일본 애니메이션 타이틀을 한국에 정발해 오고 있는 미라지라는 회사의 기술적 능력이나 주의력 혹은 모랄 같은 사항에 대해서 (제 블로그를 오래 보신 분께선 익히 아시겠지만)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의문이나 지적을 제기해 왔고, 이런 이력을 모르는 게 아닌 건지 아니면 제가 좀 편집증적인 데가 있어서인지 이번 그렌라간 제작 작업에 있어서도 외부 참여자라고 무슨 우호친선적이고 재기발랄한 관계를 유지한 것도 아닙니다. 뭐, 얼마 전에도 한국 정발판 러브라이브! BD의 자막에 대해 일일이 (순 구매자로서 지적하고픈 부분에)스카우터를 들이댄 게 문제였으려나요.(쓴웃음)

제가 이 정발판 그렌라간 BD박스의 추가 번역자 등 번역 및 감수 인력 모집 당시에 들어온 의뢰에 응한 건 어디까지나 천원돌파 그렌라간이라는 작품에 그만한 애정이 있고 그럴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제가 이 타이틀의 한국 발매 작업에 관여한 의리와 이유는 거기에 있고, 제가 열정만을 써 가며 매달릴 의미가 없는 작품을 의뢰했다면 딱히 응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며, 이전에 번역 감수 작업에 있어서 간혹 DP나 제 블로그를 통해 멘트한 것도 어디까지나 몇 번이고 발매가 연기되는 그렌라간 BD박스에 대해 '내가 순수 구매자라면, 작업 진척이 굉장히 궁금하겠다' 싶어서 지리멸렬하나마 제가 관여한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린 것뿐이고 거기까지가 제가 알고 있고 호감을 가진 부분의 전부입니다.


길고 지루하게 말씀드렸지만 이 포스팅을 작성한 사유는 앞으로 전 정발판 천원돌파 그렌라간 BD박스에 대해 어떤 문의나 댓글에도 답변해 드릴 생각도 실질적으로 그럴 수도 없으며, 때문에 다른 사이트 등에서 의견을 밝힐 일도 없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여긴 개인 블로그이며 전 어디까지나 미라지와 DP에 어떤 이해 및 우호 관계가 없으니(굳이 있다고 해봐야 DP 회원이란 관계뿐입니다.) 이정도 마음대로는 허용되리라 생각하며, 실제적으로 제가 뭔가 확실하게 대답해 드릴만한 일도 사실상 더 없습니다.

다만 이와 별개로 그렌라간 BD박스에 대한 감상은 한 번 써볼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는 늘 제가 BD 타이틀 구매자로서 해왔던 작업의 일환일 뿐 자막 감수자로 참여했다 같은 입장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며 순전히 이 타이틀 자체에 대한 개인적 감상을 표하는 것에 지나지 않음도 미리 밝혀 둡니다.

앞으로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모든 정발판 그렌라간 BD박스 관련 문의는 이 포스팅의 URL을 복사해서 답변하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덧글

  • 남두비겁성 2015/07/18 22:18 # 답글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분야는 달랐지만 남의 일같진 않았어요.
  • 城島勝 2015/07/18 22:32 #

    감사합니다.
  • 요르다 2015/07/19 02:22 # 답글

    구매한 제품에 대해 궁금한점이 있으면 담당회사나 그런쪽에 문의를 해야할텐데(...

    상품 외부적인 결함 이야기가 많아 어제 체크해봤는데 디스크 기스나 케이스, 책자등에 문제는 없더라고요. 박스 끄트머리가 살짝 찍힌듯한 감이 있지만 박스는 교환해준다니 양품 뽑았다고 생각중입니다.
  • 城島勝 2015/07/19 07:06 #

    예전부터 미라지가 공식 창구 같은 걸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좀 더 절실하네요.

    포장이나 배송 중 부주의로 인한 문제가 전체 상품 중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큰 문제가 없이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noir 2015/07/19 15:50 # 삭제 답글

    예판 시작부터 쭉 지켜봐온 입장에서는 역시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렇습니다.
    다들 매의눈과 귀를 가지신 분들인데 어떻게든 문제점이 나타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예상보다 크게 나타난 셈이랄까요?
    운영자님도 검수에 공을 많이 들이셨다고 했는데도 문제가 나타난걸 보면 역시 분량의 방대함이 한 몫 했다고도 볼 수 있겠구요..

    처음엔 단순히 겉 케이스 정도의 문제였나 싶었는데 우후죽순처럼 여기저기서 문제점이 제기되는걸로 봐선 그 동안의
    공들인 정성이 묻혀버리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안타깝기도 합니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어야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 볼 수 있는거였는데, 이번일을 계기로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 城島勝 2015/07/22 15:03 #

    글쎄, 아주 솔직히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라면 그렌라간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간 미라지가 내놓은 어떤 타이틀보다 오류가 적기는 합니다. 텍스트 양이나 러닝타임 대비 퍼센테이지 같은 상대적인 부분이 아니라 절대적인 빈도 수로 따져서도 미라지 역대 타이틀 중에 가장 오류가 적은 게 아닐까도 싶군요. 그간 미라지가 저질러 온 실수는 바케모노 D1의 씽크 오류 정도 외엔 큰 소리로 회자가 되지 않았다 뿐이지 자잘자잘한 빈도 수로는 상당했던 걸로 기억하고 제가 지금까지 지적한 것만도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렌라간은 노력했다는 건 알 수 있겠는데, 이번엔 미라지 역대 타이틀 중에서도 단일 타이틀치고 그 판매량이 손에 꼽을 수준인 것 같은 데다 가격대 자체가 높기도 해서 (상대적으로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잘못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은 것 같습니다. 그때문인지 사후 조치에 대한 의지도 이전보단 의욕적(?)인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는 미라지가 여기서 얻은 경험을 살려 각성하면 계속 대작 프로젝트가 나오는 거고 아니면 염려하신대로 위축되겠지요.

  • SCV君 2015/07/19 23:06 # 답글

    패키지 까보기 직전 미라지라서 기대치를 팍 낮추긴 했는데,
    이정도 금액대의 물건을 만들어 파는데도 한계가 여기까지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DP 시리즈 같은 예외야 둘째치고 일반 판매분은 더욱 구입할 마음이 안들것 같습니다.

    그래도 몇번씩 엎어질까도 걱정했던 입장에선 잘 나와줘서 고맙긴 합니다.
    자잘한 문제는 있지만 예상했던 범위(한편으론 예상을 깨주기도 바랬지만..) 고..
    더불어 미라지라는 회사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생각도 같이 든 DP시리즈였네요.

    아무튼 고생하셨습니다.
    분량이 많다 보니 엄두가 안나는데 나눠서라도 한번 큰맘좀 먹어야 하는데 말이죠.
  • 城島勝 2015/07/20 05:52 #

    이정도의 금액대...란 게 소비자와 제조사가 체감하는 갭이란 게 있는 법이라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미라지에는 디스크 및 패키지 제조 전과정을 아주 깐깐하게 감독할 총괄 품질 관리관 같은 인력이 필요한 건 분명합니다.

    저야 뭐 엄청나게 고생이랄 거야 없고...다만 제 지인들도 많이 예약한 관계로 다들 기분좋게 볼 수 있도록 제가 맡은 부분은 성심껏 돌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좀 더 시간이 넉넉했으면 하는 맘은 있습니다. 전부면 그냥 보는데만도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 분량이니.
  • 대산초어 2015/07/22 10:49 # 답글

    안녕하세요, DP를 통해서 城島勝 님 블로그를 알게 되어 종종 애니메이션 블루레이 정보를 얻고 가는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그렌라간 프로젝트는 설정된 가격에 비해 사양이나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구매자들의 불만도 거기에서 비롯되나 싶었는데 쓰신 글을 보니 미라지라는 회사의 문제도 커 보이네요.
    저야 비교적 양호한 물건을 받았으니 별 불만은 없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城島勝 2015/07/22 13:08 #

    안녕하세요. 별로 정보랄 것도 없는 곳인데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에 드는 상태로 받으셨다니 다행이고, 격려에도 감사드립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글쎄, 시간이나 예산이나 아니면 인프라(기본 인력 및 제조/ 인쇄/ 포장/ 배송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는 업체망)- 셋 중에 하나둘 정도만 충분했어도 제조나 구매나 모든 분들이 만족하실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앞으로 여의치 않았던 데를 고쳐 나갈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 M2SNAKE 2015/07/22 12:47 # 답글

    흐으 고생하셨어요.
    QC가 제대로 안 되는 건 한국 DVD 시절부터의 큰 약점 아닌가 싶네요... 같은 얘기는 마 여기선 됐고...;;;
    진득하게 잡담 나눈 지도 한참 되었는데 언제 시간 나고 사정 괜찮으시면 방문이라도...
  • 城島勝 2015/07/22 13:10 #

    감사합니다.-_-ㅋ

    8월에는 대부분 휴가철이기도 하고 저도 시간을 낼 여력이 되는 만큼, 좋은 시간 말씀해 주시면 저도 맞춰 보겠습니다.
  • 신타 2015/07/22 14:31 # 삭제 답글

    애초에 그렌라간이 정발 그것도 한정판이 발매될 거라고는 생각한 적도 없었다 보니
    그렌라간 한정판이 나와준 것 자체는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특히 자막관련해서는 정말 공들인 흔적이 보이더군요. DP에도 오타인 줄 알고 글이 몇번이나 올라왔는데 신문, 원호 이런 것들이 계속 올라왔으니까요. 국어 사전도 찾아보고 해서 완성도를 높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나름 러브라이버들의 검수를 거친 러브라이브조차 자막 분배 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미라지가 자체 제작해서 낸 작품들 중에는 가장 많이 신경을 쓴 제품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스크 자체의 음성 싱크 오류와 책자관련해서 잘못된 제본은 참 아쉽습니다. 둘 다 한번씩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보기만 했어도 놓칠 수가 없는 것이거든요. 책자야 제대로 제본된 분들도 있고 하니 복불복이지만 어쨌든 새로 두꺼운 양장본을 다시 만들어야 하니 만만치 않을 것이고, 디스크 음성 싱크 오류는 어쨌든 새로 제작해야할 것입니다. 음성 싱크 맞추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니까요. 영화만 해도 상영시 24프레임에서 가정용TV에서 볼 수 있게 옮길 때는 PAL이든 NTSC든 필연적으로 영상과 음성싱크 맞추는 작업이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나중에 일반판에 오류난 것을 그대로 수록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반면에 흠집은 애초에 재질이 재질이다 보니 생활 흠집에 약하게 생겼는 지라 딱 봐도 바닥에 놓고 문지르듯이 심각한 것이 아닌 다음에야 휴우... 애초에 다른 재질을 썼으면 그렇게 흠집이 나지도 않았을 텐데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비교적 양품이라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 재질 자체가 이런저런 흠집이 쉽게 나게 생겨먹었습니다

    이렇게 일이 벌어질 줄 알았으면 애초에 그렌라간 계획을 넉넉하게 9개월로 잡고 했으면 좋지 않았나 싶네요. 괜히 무리하게 3개월로 잡았다가 5월로 6월로 7월로 미뤄지면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불만은 불만대로, 만드는 사람들은 시간에 쫓겨서, 결국 시제품이 아닌 고객에게 제공할 실제품에서 문제점이 발견이 되었으니까요. 애초에 9개월 정도로 잡았으면 실제품에서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점검할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쉽습니다.
  • 城島勝 2015/07/22 14:57 #

    제작 기간 산정이나 패키지의 건 등 아쉬운 부분은 미라지 입장에서도 현지화에 이렇게 품이 많이 드는 제품을 여태까지 다룬 적이 없어서 노하우가 부족한 것도 원인일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국내 미디어 제작 현실상 딱히 이런 데 노하우가 있는 데도 없으니 별 수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서도.

    한편 그렌라간의 우리말 음성 씽크 건도 (세세하게 따지자면 프레임 차이로 일괄적으로 조정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만)아무튼 미라지가 예산을 보강하건 능력을 보강하건 하여간 후속 추가 조치를 취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을 보길 바랍니다.
  • 2016/01/13 16:5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1/14 23:1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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