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소설 마리아 님이 보고 계셔 36권 - 스텝에 대해 소개(링크)하면서 [올해는 놀라운 일이 제법 많이 일어났는데 마지막 달인 12월에도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서울문화사가 소설 마리아 님이 보고 계셔 36권을, 35권을 정식 발매한지 약 5개월 만인 12월 1일에 발매했지 뭡니까.] 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 37권은 그 36권이 발매된지 채 3개월도 되기 전에 나와서 더 놀라워야 하겠지만 아쉽게도 이미 한 번 놀래켜서 그리 놀랍지는 않았습니다.(웃음)
이번 페어웰 부케는 동 소설 시리즈의 연재잡지였던 Cobalt에 2010년~2012년 사이 수록된 단편 5편에 2편의 단편을 더하고, 이 일곱 편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간주 느낌의 이야기들을 끼워넣어 연결하는 전형적인 마리아 님이 보고 계셔의 단편집 타입의 한 권입니다. 굳이 그 내용을 서술하는 것은 물론 피하겠지만 또 굳이 서술하지 않더라도 전형적인 모습 역시 답습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이 페어웰 부케는 주로 어른에 속하는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어른스러움을 조명하고 싶었기에 조금 여고생들이 논하기에는 빠르다 싶은 소재들이 많이 언급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벌써 삭았다 싶은 아저씨들 생각이겠고 실제로 요즘 여고생들에게는 얼마든지 자연스러운 이야기일지도.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는 직접 책을 보시길 바라며-
다만 개인적으로 이 페어웰 부케는 마리아 님이 보고 계셔의 현재까지 나온 모든 권 중에 가장 심심한 한 권으로 꼽기도 합니다. 이 시리즈물의 근간인 유미 - 사치코 편이 헬로 굿바이(한국판 기준 33권)로 완결된 후, 이후 발간 된 네 권은 번외로 연재한 단편들과 거기에 단행본용 가필을 더해 나왔는데 개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심심하다는 감상. 마치 재미있는, 재미있다 싶을 이야기는 모두 앞에서 써먹고 진짜진짜 마지막으로 남은 이야기들만 닥닥 긁어모아 만들어냈다는 느낌까지 날 정도로(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다른 단행본에 실리지 않았던 남은 단편들이 이 페어웰 부케로 모두 단행본화 완료) 이 페어웰 부케는 수수를 넘어 심심합니다. 다른 분들도 꼭 그런 감상이실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어떤 이야기인지는 역시 직접들 책을 보시면 공감하실 수도 있겠지요.-_-ㅋ
뭐, 그래도 마리아 님이 보고 계셔라는 청춘 소설 시리즈는 시종일관 이른바 두 마음이 없는(소위 속이 검다거나 하는 데가 없는) 양갓집 규수들 이야기, 질시나 폭력 혹은 어두운 면이 완전히 배제되고 우정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소소한 질투 정도만 다루는 소프트함, 그래서 마음 편히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여자 아이들의)청춘 심리극, 그래서 '화려한 배경의 아가씨들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지만 사실은 수수함이 멋인' 소설이라는 점으로 어필했다는 생각이고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고 수집한 것도 그러한 미덕이 긍정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페어웰 부케도 그 미덕들이 아주 없어진 그런 한 권은 물론 아니기도 합니다.
물론 시리즈의 모든 권이 다 마음에 든 것만은 아니기도 하고...개인적으로 그보다 더하게 꼽는 문제는 이 시리즈물의 작가인 콘노 오유키 씨의 문체는 일본어 원문의 경우 좋게 말해 요조숙녀스러운, 나쁘게 말하면 좀 젠체한다 싶은 단어나 문장을 즐겨 쓰는 편이라 사실 그다지 읽기가 좋은 소설은 아니기도 합니다. 늘 '사전을 찾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언중들이 항상 (올바르게)쓰는 단어와 문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이야말로 좋은 소설'이라는 지론을 설파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의 책과 비교하면 더더욱 부각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물론 일본인들은 당연히 그렇고 저도 아는 단어이고 아는 언어이니까 내용 이해에 문제가 있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문장 자체의 전달감이 뭐랄까 기름종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듯한 위화감을 느낄 때도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본 것, 그리고 정발판으로도 사게 된 것은 이번에 소개한 페어웰 부케에서 느낀 심심함 이상으로 안 좋다 싶은 감을 전달하는 권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분의 이러한 문체도 어떤 의미에서는 작품 내용과 잘 어울린다는 소위 전체적인 얼개랄까 분위기랄까 하는 점에서 긍정하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이 모양새를 어떻게 번역해 놓을지 그걸 한 번 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서울문화사에서 내놓은 정발판은 역자가 몇 번 바뀌는 가운데에서도 나름대로 이러한 감을 잘 살리려고 애쓴 좋은 번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이 정발판이 아무튼 최신간까지 다 나온 것과 함께 꼽고 싶은 장점이라고도 봅니다.
이전의 포스팅에서도 몇 번인가 언급했지만 이 마리아 님이 보고 계셔라는 소설은 일본내 2012년 4월에 발간된 이 페어웰 부케가 최신간이자 현 시점의 마지막 권입니다. 굳이 현 시점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는 것은 딱히 아쉬워하거나 그런 마음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일단락은 지었지만, 늘 일단락을 지었으니 또다시 재개할지도 모릅니다.'라고 후기에 언급하기 때문. 그러니 앞으로도 생각날 때 조금씩이라도 써서 사람들이 아직 이 시리즈를 기억할 때 다시금 새로운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거기에 더 덧붙일 수 있다면 기왕이면 로사 키넨시스가 된 유미를 유미 님 유미 님 하고 추종하는 애들이 많이많이 나오는 이야기를 좀- 아니 어떻게 유미가 로사 키넨시스가 된 이후엔 산백합회 동생들 이외의 평범한 후배들이 도통 잘 안 나와서 유미 님 유미 님 하는 지저귐(?)이 거의 없어요. 딸처럼 여겨지는 캐릭터가 추종받는 걸 보는 것도 일종의 대리만족감이란 말입니다.(웃음;)
덧글
한창 몰입해서 읽어나가는데 전혀 다른 내용의 단편이라던지 완전 시점을 달리하는 외전같은 글들이 툭 튀어나와
황당했던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거의 구어체인데도 여기저기 상황이나 어투에 안 맞다 싶은, 혹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해야 하나 싶은 표현이 박혀있는게...
그래도 기본적으로 어려운 표현을 쓰는 건 아니라서, 읽기 쉬워서 살았습니다(···)
서울문화사가 시리즈를 완간해준건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원래 출간이 시작될 때부터 끝까지 나오는게 가능할지 팬덤에서 걱정이 많았는데,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 10년...까지는 안 걸렸죠?
...근데 광속 절판은 안 고맙습니다ㅡ_ㅡ
유미의 3학년 이야기는 정말 왜 안 나오는걸까요!
유미-토코의 이야기도 별로 없고... 신입생 시점으로 산백합회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텐데...
그러면 신비로움 담당은 시마코, 소탈함 담당은 유미, 이미지 깨는 담당은 요시노(ㅠㅠ)가 되겠죠;;
아무튼 돌아가는 상황상 이 셋이 꾸리는 산백합회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는 않긴 한데. 예상 좀 깨줬으면 하네요...
2. 정발 1권 초판 발매일이 04년 8월 31일입니다. 10년하고 6개월쯤 더 걸렸습니다.-_-ㅋ
3. 요코 말마따나 그 셋이 이끄는 산백합회 이야기는 많이많이 보고 싶은데 - 역할 분담은 딱 말씀하신대로의 이미지로- 저도 꼭 그 주제로 마리미테 장편선이 재개되었으면 합니다. ㅎ
확실히 저도 3학년 이야기가 읽고 싶지만 또 실제로 나오면 어떨까 주저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어찌되었던 이야기의 큰 축인 사치코님이 없는데 과연 예전의 그 분위기가 날까 하는 불안감이...물론 그래도 토코가 과연 어떤 여동생을 구해올지, 또 그 여동생은 유미랑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 궁금하긴 합니다!
원서로는 읽어보지 못해서, 정발판에서의 문체가 독특하기에 원서는 어떤 느낌일까 의문스러웠는데...그런 문체였군요. 그래도 그게 콘노 여사의 장점이겠죠!
개인적으로는 뭐랄까, 소탈하지만 한편으로 완전히 너구리스러워진 유미를 중심으로 사치코가 있었던 시절과는 많이 다른 새로운 분위기를 띄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토코나 한편으로 노리코 동생들은 뭐...산백합회 일손이 여섯 명으로 줄어버린 시점이라 누가 오든 일 잘 하는 애로 데려와야 할 것 같긴 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