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쉽(Battleship, 2012) 취미

2012년에 개봉한 영화 배틀쉽은 순 개인적으로는 라이암...아니 리암 니슨을 위시한 배우들의 면면보다는 순전히 아이오와급 3번함 미주리가 나온다는 이유에서 본 영화이고 바로 그 이유 하나는 제대로 충족시켜줘서 최종적으로는 긍정했던 영화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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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스토리, 뻔한 연출, 뻔한 장치 등 온갖 뻔한(거기다 유치하고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웃기는 부분들까지 덧붙여진) 요소로 점철된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물론 미주리의 16인치 함포가 불을 뿜는 장면이며, 특히나 강력하고 우수한 사운드 퀄리티를 자랑하는 당 영화의 블루레이(이하 BD)를 손님들에게 틀어드리는 핑계(?)가 되기도 합니다. 영화에 대한 비평과는 별개로 이 영화의 BD가 머금은 영상/ 음성 퀄리티는 이견없이 2012년산 BD 중에서도 최상위 레벨을 다투는 수준이고 때문에 주요 전투씬 등은 당시 나온 여러 데모 BD 등에서 주구장창 편집 수록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포스트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좀 다른 종류로...

저도 별 수 없는 남자다보니 그 효율이 의문시된지 벌써 반세기가 넘은 거함거포에 대한 일종의 로망이 없지 않습니다. 개중에서 가장 원론적인 거함거포라 할 '전함'으로 예를 들자면 [상대 함 격침 전적 0으로 가라앉은(풉), 그리고 그 대단하다는 18.1인치 주포는 실상 1회용이나 다름없어(200여발 쏘면 내구수명 끝) 싸움 한두 번 제대로 치르면 몽땅 갈아야 했던(거기다 그 교체품도 사실상 없었고), 인류역사상 세계최대전함이자 앞으로도 깨질 일 없을(깨는 게 바보 같으니까) 야마토급 전함의 1번함 야마토 같은 소위 '꽃병풍']마저도- 그 효율성이니 전투지속력 같은 실질적인 능력을 다 밀어두고 카탈로그 스펙상의 수치만으로 그 커다란 숫자들이 막 머릿속에서 뛰노는 듯 한 착각에 빠질 정도이니. 뭐, 이 배를 건조하기 위해 착취당한 이들의 넋은 이런 대단하신 물자낭비선을 만들어 멍청하게 운용하여 패망을 앞당긴 일제가 그 스스로 위로했다고 생각될 정도라 더 비웃음 섞인 관심이 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서도.

물론 따지고 들자면 미주리 역시 건조된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특히 별로 한 일 없는 배고, 사실 그래서 더더욱 그 배가 멋지게 싸워준 이 영화를 다른 모든 것에 눈을 감고 최종적으로 긍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전쟁이란 대단히 유감스러운 행위여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대단한(혹은 대단하다는) 병기들이 실제로 활약하는 일 또한 없어야 합니다만, 오늘날에는 CG등을 통한 수단으로 이들에게 가상으로나마 적과 생명력을 부여하여 이들의 치열한 모습을 보고자 하는 심리를 안전하게/ 순수하게 열광만 할 수 있도록/ 대리만족시켜 줄 수 있으니 참 좋은 시대(+ 좋은 환경)에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뭐, 대단한 기술력과 자본을 가지고 신통찮은 모양새와 흥행을 남긴 영화 한 편을 가지고 별 생각을 다한다 싶기도 합니다만(웃음;) 제가 원래 한 번 이상 본 무언가를 다시 볼 때는 온갖 엉뚱한 생각이 나서 스스로도 좀 곤란한 사람입니다. 거기다 저 미주리의 영용한 모습만 재탕삼탕해서 보기를 워낙 즐기는 아버지까지 계시는 바람에 불타는 금요일에 언급하기 좋겠다 싶은 이야기로 한 번 가볍게 말씀드려 보았습니다.


덧글

  • SCV君 2015/02/27 12:25 # 답글

    정말 장르에 한정되지 않고, 가상으로 만든 세계를 좀 더 그럴듯하게 보이고 들릴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 발전한다는건 확실히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습니다만(...)

    더불어 가끔 이런 가상의 세계 중에서 실제 체험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녀석도 나오지만, 이번같은 경우는 여기서는 논외가 되겠네요;
  • 城島勝 2015/02/27 13:21 #

    네, 절대 실제 체험할 수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요. 혹시나 현실에 전혀 영향이 없는 가상현실세계 안에 들어갈 수 있게 되더라도 거기서조차 전쟁만은 경험하고 싶지 않네요. 하물며 대량살상이 가능한 미지의 외계인 습격은 더더욱.(뭐, 가상현실세계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외계인과 싸우는 거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볼지도 모르겠으나.-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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