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SID(스쿨 아이돌 다이어리)라는 소설 음원/음반/서적 감상


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다이어리(이하 SID)라는 책은, 러브라이브! 프로젝트의 모든 텍스트 사항에 관여하는 키미노 사쿠라코 씨가 집필을 맡은 소설 시리즈로 2014년 12월 23일에 발매된 ~μ'sのクリスマス(뮤즈의 크리스마스) 편까지 총 12권이 발매되었습니다. 각권 가격은 842엔(소비세 포함), 페이지 수는 각권 공통 96p.

이 시리즈는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자면 총 9권의 '캐릭터 명 시리즈'와 그 완결 이후 발매된 '계절별 이벤트 시리즈'(현 시점 그 3권째인 뮤즈의 크리스마스까지 발매중/ 전 5권 완결 예정)로 나뉘며 개중 캐릭터 명 시리즈는 국내에서도 D&C미디어를 통해 모두 정발(각권 가격 7000원)되었습니다. 계절별 이벤트 시리즈는 아직 정발 예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별 문제 없다면 뒤이어 순조롭게 정발되리라 관측되기도 하고.

그 첫 권에 해당하는 캐릭터 명 시리즈 1권 ~코사카 호노카 편이 일본 기준 2013년 5월에 발매되었는데 그로부터 근 1년 반이나 지난 지금 이 시리즈 물에 대한 소개가 굳이 필요할까 싶기도 합니다만 그래서, 나름대로의 감상을 가미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포스팅은 SID라는 소설에 대한 본문 번역이나 스포일러를 담지 않으며(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만) 다소 주관적인 관점의 이야기들이 많이많이 포함됩니다.(최대한 객관적이려 노력하겠습니다만)

0. 개관

이 SID라는 소설과 그 내용에 대해 간단히 정의하자면 러브라이브! 라는 가상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와 관련된 많은 컨텐츠 중 하나로, 관련 컨텐츠 중 가장 널리 알려진 TVA 및 그 TVA보다도 먼저 연재를 개시한 코믹스(* 여기 소개하는 소설 SID의 내용을 만화화 한 SID 코믹스와 별개의 작품)와 함께 이른바 러브라이브! 에 속한 캐릭터들에게 '스토리'를 부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집필된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특성상 TVA, 코믹스, SID는 모두 서로 다른 '스토리'를 제시하며 이들은 때로 같은 인물과 배경, 시간대를 가지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하므로 어떤 의미에서 원 소스(캐릭터) 멀티 유즈(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특정 분야나 관심사에 지대한 흥미를 가진 매니아의 입맛에 맞춰 셋팅된 캐릭터와 그 설정들을 가지고 스토리를 짜는 것은 그 결과물이 상당히 조악해지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집필자의 운신폭이 제한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개 '이것을 읽는 독자들에게 반드시 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러브라이브! 라는 컨텐츠로 좁혀 말하자면 학교 특활부로 아이돌 활동을 하는 (가상 아이돌)여자애들이라는 지극히 비현실적 소재에다, 언뜻 현실적인 패치를 이것저것 씌웠지만 실상은 역시나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2차원 캐릭터들이라는 것부터가 말그대로 창작자에게 이중으로 장애물이나 다름없는데 거기에다 '스토리'의 존재 의의마저 캐릭터에게 주목도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건 글쎄...조금만 비틀어 말하면 국가나 지도자를 찬양하기 위한 어용소설 쓰는 거랑 비슷한 난이도라 하겠습니다.(혹시 듣고서 기분 나쁜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양자의 목적은 사실상 같기도 하고.)

그런 난이도를 가진 이 SID라는 소설 시리즈에서 그나마 다행이랄 점은 캐릭터와 설정의 기초를 셋팅한 사람과 소설 작가가 동일 인물이란 것이고, 그 작가는 SID 이전에도 음성 드라마 등의 스토리를 써서 캐릭터를 다루는 머리를 풀어 두었으며, 더불어 러브라이브! 프로젝트 이전에도 같은 목적을 가진 다른 소설들(ex: 시스터 프린세스 소설 시리즈)을 써본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 SID를 쓴 키미노 사쿠라코 씨는 이런 식의 '캐릭터-를 띄우기 위한 스토리- 운전'의 베테랑이라 할 수 있고 이 점이 이 SID라는 소설이 가진 그나마의 강점이라면 강점입니다.

그리고 SID는 전술한대로 캐릭터 명 시리즈와 계절별 이벤트 시리즈로 나뉘는데 물론 작가가 동일한 양자간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공통점, 즉 교집합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앞서 말씀드린 사항들 외에도 '캐릭터의 속내를 서술하는데 문장을 아낌없이 사용한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그 정도나 빈도가 다르다는 점 정도입니다. 물론 계절별 이벤트 시리즈는 아직 완결되려면 두 권이 남은 상태입니다만 작가가 계획한 이 시리즈(SID 중에서도 계절별 이벤트 시리즈)의 특성은 이미 발매된 세 권에 걸쳐 확실히 확립, 전달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거의 동일하리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 포스팅에서는 그 '캐릭터의 속내'라는 부분, SID라는 소설이 이를 어떤 식으로 서술하는지, 그것을 통해 얻는 이익과 이 소설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서 언급해 보려 합니다.

1. 속내란 무엇인가?

여기에서는 특히 사람의 마음, 생각 등을 총칭하여 말하고자 언급한 단어인 '속내'라는 부분은 생각하는 동물인 인간에게 빼놓을 수 없는 속성이고 이는 인간을 모티브로 창조한 가상의 캐릭터에게도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아무리 언행일치, 표리일치인 소년 열혈 만화나 아이들용 동화속의 캐릭터라도 최소한 '어떤 일을 그렇게 하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그 생각을 왜 하는지/ 어떤 식으로 하는지가 바로 '속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를 가졌건 임의로 창조된 가상 캐릭터의 속내란 것은 사실 캐릭터의 모양새와 그를 통해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이미지 매칭, 그리고 미리 통할만하다고 계산하여 부여한 여러 설정을 이것저것 나열하는 것 뿐입니다. 동화 속 왕자님은 대개 정의로운 생각을 하고 공주님을 키스로 구해주고, 마녀는 대개 사악한 생각을 하고 아이들을 꾀어 잡아먹는 것처럼. 이것은 해당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이건 그렇지 않거나 혹은 캐릭터는 어디까지나 (가상)창조물이라고 선을 긋는 사람이건 분명 인지하는 일입니다만, 양자간에 차이가 있다면 전자에 속하는 사람은 그것을 실존하고&그러니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고 더 강하게 믿는다는 것이고/ 후자에 속하는 사람은 그것이 설정(이나 혹은 캐릭터성을 강조&강요하기 위한 장치)일 뿐임을 더 강하게 자각하는 것 뿐입니다.

이것은 러브라이브! 컨텐츠 이야기니까 러브라이브!의 캐릭터로 예를 들면, (특히나 TVA를 통해 유명해진 모양새지만)토죠 노조미라는 캐릭터가 '늘 여유만만하고 통찰력 있는 듯한 언행을 하는 캐릭터이다.'라는 설정이 있다면 1. 해당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는 [(정말로)노조미는 그런 인물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닥칠 어떠한 이런저런 일들에서도 당연히 그런 모습을 보여주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2. 캐릭터는 어디까지나 (가상)창조물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저런 설정을 가졌으니, 작가는 분명 다음에 저 애가 하는 일들도 거기에 맞춰서 펼쳐주겠지.] 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캐릭터와 이야기는 상호 작용으로 완성되는 것이고 상술한 1, 2 어느 쪽으로 생각을 하건 실제로 작품 속에 펼쳐지는 결과물은 비슷합니다. 즉, 노조미는 (저 설정을 살려 캐릭터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이야기에서라면)카드점을 보건 뭔가 명상을 하건 분명 또 어떤 여유만만하지만 통찰력 있는 언행을 보여줄 테지요.

하지만 이 결과로 나타난 바에 대해 1의 경우에는 그냥 그것만으로 만족하지만- 캐릭터 > 이야기니까- 2의 경우에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되며-이야기 > 캐릭터니까- 그 이야기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에 적합했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창작물이니 물론 캐릭터의 연기, 그때까지 보여 준 모습으로 미루어 그 언행이 얼마나 정당한지(행동 당위성),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개연성), 연출,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이야기 전체의 총합적인 분위기라는 것이 그 판단 근거가 되며 이것은 (반드시 모든 판단의 근거는 아니지만)해당 캐릭터나 그 캐릭터가 속한 이야기에 대해 호불호의 감정을 나타내는 하나의 이유가 됩니다.

물론 이는 1의 경우라도 보다 그럴듯할 수록 만족의 정도를 올리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자식(좋아하는 캐릭터)은 기본적으로 귀엽지만 많은 부모님(팬)들께서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기왕이면 더 그럴듯하고 누가 보아도 흠잡을 데 없어 보이는 '스토리' 속에서 움직이는 캐릭터의 모습을 보는 게 더 좋은 법입니다. 하물며 그 설정과 거기에 따른 속내가 누가 보기에도 현실적이거나 감동적이거나 의미있거나 캐릭터를 잘 드러낸다면 그러면 그럴 수록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대개 '입체적인 성격이나 인물상'을 가진 캐릭터가 인기를 얻고 부각되는 것은 그런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근원적인 요인을 따지자면 다른 무엇보다 일단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하나의 명제나 일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마련이지 유아용 동화처럼 단순히 공주가 있으니까 그걸 구하러 가자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요. 공주가 예쁘니 신부로 맞고 싶어 라던가 공주를 구하면 그 아버지인 왕께서 큰 상을 주시겠지 이런 생각을 하게 마련. 그리고 여기에 공주를 구하러 가는 사람은 몰락한 나라 왕자였다던가 하는 이야기까지 붙으면 대중을 열광시킬 요소는 거의 갖춘 셈입니다. 그럼 SID는 어떤 식으로 읽는 사람을 캐릭터에게 열광하게 하려는가 하면-

2. SID는 어떤 식으로 속내를 서술하는가

일단 대전제로 누군가의 속내를 드러내기에 가장 쉬운 건 그걸 줄줄 써서 읊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설은 그러기에 가장 쉬운 형태를 갖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그냥 문장으로 써주면 됩니다. 예를 들어 앞서의 노조미란 캐릭터에게 입체적인 성격을 부여하기 위해 '노조미는 언제나 여유만만하고 통찰력이 있지만 사실 뒤로는 외로움도 타고 약한 면도 있다.' 라는 이야기를 그냥 이렇게 쓰는 것과, 겉으로 드러나는 언행으로 저 이야기를 납득할 수 있게 전달하는 것은 그 난이도가 다르며 그렇게 하기 위해 할애해야 하는 분량이 다릅니다. 어떤 식으로건, 그냥 문장으로 쓰는 것보다 짧고 쉽게 전달할 수는 없습니다.

SID라는 소설은 편의상 1기로 분류할 수 있는 캐릭터 명 시리즈(1~9권)에서 러브라이브! 주역 캐릭터 9인방에게 각 한 권씩 할당해주고, 심지어 해당 캐릭터가 1인칭 시점 화자이기까지 한, 말하자면 완벽하게 속내를 쉽고 짧고 간단하게 보여줄 수 있는 구조를 갖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서- 물론 판형과 글자 크기에 따라 96p 거기다 x9면 결코 짧은 건 아닌데 SID는 여백의 미가 꽤 많고 반드시 글자로 모든 페이지를 채우자는 강박관념을 갖는 타입이 아니라서- 앞서 언급한 모든 요소를, 다시 말해 '캐릭터를 부각할만한 속내'를 언급하기 위해 가장 쉽고 빠른 길로 줄줄 써줍니다. 무슨 일이 있다, 난 이렇게 생각해 이런 식으로.

이는 그 표현의 경중이나 서술의 미 같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방향성 면에서는 아주 명쾌하고 일관되며 덤으로 SID의 문장들은 문학적 성취니 이런 잣대가 아니라 순전히 '목적에 부합하는 문장'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게 쓰이기도 했습니다. 캐릭터 설정에 따라 반드시 지키는 말투(속으로 생각하는 바를 서술할 때마저 그 말투 그대로), 때로는 구사하는 단어나 대사 길이의 취사선택을 통해서도 드러나는 캐릭터성, 덤으로 많지 않은 분량 속에서도 반드시 어떤 속내를 서술하면 그것을 뒷받침해 줄 정황이나 언행을 끼워 이야기의 구조를 강화하는 등.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2기라 할 수 있는 계절별 이벤트 시리즈를 시작한 후에는 비록 그 빈도나 정도는 줄어들었지만 결코 빠지지는 않습니다. 빠진 부분은 앞서의 캐릭터 명 시리즈에서 이미 모두 기반 서술을 해두었기에 '당연히 그러리라 받아들여질 부분들' 뿐입니다. 예를 들면 표지 이미지로도 첨부한 SID 현재 최신간 '뮤즈의 크리스마스'에서 에리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는 서술을 합니다. ...(전략) 그 활발하고 별 생각없이 행동이 더 앞서는 린조차도 거리감을 두고 지나다니길 꺼려할만큼, 라이벌이지만 위압스럽고 대단함을 자랑하는 UTX 학원과 거기에 속한 전국 넘버원 스쿨 아이돌 A-RISE를, 우리 같이 그냥 하고 싶은 아이들이 모여 어렵사리 만든 그룹이(원문은 手作りアイドル) 아무리 노력한들 이길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직후에 어떤 류의 작은 (시각적으로 형상화된)기적이 일어납니다. 이 일련의 전개는 (이미 확립된)린의 캐릭터성을 이용하여, 상대의 모양새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그런 걱정을 하는 (서술자인)에리의 속내를 명시하여 캐릭터성을 강화하며, 시청각적으로도 자못 멋지고 쉽사리 꾸며 보여줄 수 있는 이벤트를 제공합니다.

3. SID가 이러한 서술로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SID라는, 대놓고 말하면 러브라이브! 주역 캐릭터들이 잘 팔리게끔 하는 목적을 가진 소설이 이러한 서술 경향을 가짐으로써 얻는 이득은 다음과 같습니다.

A. 캐릭터들을 쉽게, 입체적인, 현실적인 듯한 캐릭터로 보이게 한다.
B. 캐릭터들에게 친근감을 갖게 만든다.
C. 캐릭터의 지지층이 늘어나 러브라이브! 프로젝트의 상업 성과를 견인한다.

A에 대해서는 이미 앞서에서도 그렇게 할 이유와 왜 그렇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했으나 특히 SID의 경우로 좁혀 좀 더 보충하자면 러브라이브!의 주역들이라는 '무턱대고 아이돌 활동을 하겠다고 나선 여고생' 개개인의 속내를 + 이 특이한 애들이 모여 만든 집단의 유대를 간단하게 인식할 수 있는 명확하고 짧은 문장으로 서술하는 것은 = 이 프로젝트의 주역들인 '여고생 캐릭터'들에 대한 일종의 '그랬으면 좋겠다.' 싶은 선입견과도 겹치면서 캐릭터성을 쉽게 이해하고 지지할 마음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캐릭터 명 시리즈 4권인 니시키노 마키 편에서 마키는 수록 에피소드 전체에 걸쳐 [생각한 걸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속내를 문장과 언행 모든 방면으로 어필하는데 이를 통해 이 캐릭터는 1. 그 설정상 대단한 부잣집 따님이 이렇게 순진하다. 라는 식의 연상이 가능해지고 부대적으로는 2. 이정도 상류층 자제라면 현실에선 갑질이나 안 하면 다행이고 안 한다 해도 속으론 도도하고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는 타입이 얼마든지 있게 마련이건만 이 애는 안 그렇다. 라는 결론을 도출시키게끔 모든 언행이 거기에 맞게(나쁘게 말하면 교묘할 정도로) 짜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착하고 솔직한 생각을 하는데 그걸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고 뭉그적대는 귀요미 부잣집 여고생- 이런 이미지가 형상화 된다는 이야기.

B에 대해서는 말그대로입니다. '너만 알고 있어?' 같은 느낌의 이야기를, 보통 나 혼자 읽는(다고 심상하기 쉬운) '책'에다 하기 때문에 극대화됩니다. 이것은 읽는 사람에게 확실히 어필하는 데가 있고 팬쯤 되면 속된 말로 심쿵(심장이 쿵할 정도로 감동적이라는 유행어)하는 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말그대로 '다가가는 아이돌이란 컨셉'을 극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SID에서 에리와 노조미는 둘 다 '니코랑 동류로 취급받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비친 적이 있는데 이건 '니코 같은 바보멍청이- 니코 팬들에게 결투를 신청하자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부정적으로 형상화 한다면 이렇다는 것- 랑 동류라니 천부당만부당 자존심 상해!'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니코는 니코대로 존중할만한 부분들이 많지만 나는 니코와는 다른 나만의 특성이나 영역이 있다.' 라는 뜻의 이야기이며 작중 서술을 통해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바)를 납득이 가게 전달합니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는 바는 분명 '친근한 상대가, 한없이 긍정적인 바를, 속삭여 주는 감'이며 A와 합쳐진 시너지도 자못 괜찮은 모양새.

그리고 이 A, B를 교묘한 필치로 확대시키는 게 앞서도 언급한 장기를 가진 이 시리즈의 작가 키미노 사쿠라코 씨입니다. 이 작가는 이만큼 매력적인(일러스트가 마음에 드는가 마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설정상 작중에서 아이돌로 나서도 통할만한) 애들이 흔한 연애 경험 한 번 없이 여학교라는 좁은 틀 안에서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폐쇄적인 집단을 형성했다는 점, 그런데 대중에게 어필해야 하는 '아이돌'이 그런다는 점에서 일종의 이율배반적인 감각을 주는 어려움을 갖는데도 불구하고, '스쿨' 아이돌이라는 설정과 굳이 가끔씩 강조하는 학력 묘사 등의 장치로 이를 정당화 하는 데 여념이 없고 자못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해서 서술하기까지 합니다.

일례로 이 러브라이브! 주역 캐릭터들은 고등학교 1~3학년으로 구성된 학교 특활부 아이돌 그룹인데 그렇다면 당연히도 이야기에 시간 흐름을 부여하면 1년도 안 되는 (아이돌로 대성하기에 극히 짧은)시간 안에 3학년이 졸업하고 + 이 그룹은 같은 멤버로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는 주역 캐릭터들을 교체할 수는 없다는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에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이야기 등장인물들이 나이를 먹지 않게 하는 것(초자연이나 마법이 아니라 이야기 서술에서 의도적으로 이를 무시하고 거론하지 않는 것)이지만 키미노 씨는 이것이 자신이 상정한 이야기 전달에는 효과적이지는 않다고 판단한 모양으로, SID에서도 3학년의 졸업이니 '(활동할 수 있는)최후'가 있음을 몇 번인가 언급해 줍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혹은 급한- 시간이 얼마 없어, 우린 그때까지 뭔가를 해내야해- 느낌이며,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식의 미학으로까지 은근히 연결지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3학년들 졸업 후에 그룹의 방향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바는 없으며 졸업이나 이후 진로에 대해서도 두리뭉실하게 말할 뿐이고 그나마도 그런 이야기들에서 강조하는 건 '진로'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 진로가 닥쳐올 캐릭터가 품은 '속내'입니다.

이를 통해 이 시리즈 소설이 갖는 효과는 물론 앞서 말씀드린대로 C의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다지 허투루 쓰지 않은 어용소설(웃음)이기도 합니다. [카사블랑카]라는 영화가 당시에 아주 흔한 (싸구려 목적을 지닌)정치선전 영화로 제작되었지만 그 목적과 상관없이 작품 그자체로 지금도 보고 즐기는 사람이 많을만한 보편적 생명력을 담은 것처럼 이 SID라는 소설도 (그정도 까지는 아닐지 몰라도)자못 그럴듯하게 쓰였습니다. '멋지게, 잘'이라고 하기는 어려워도 최소한 '예쁘게' 쓰인 소설입니다. 그게 (사람에 따라 어쩌면 역겨울 수도 있는)상업적 화장을 곁들인 것일지라도. 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다이어리(SID)라는 소설이 가지는 의의는 바로 위와 같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러브라이브! 의 팬들에게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호감을 깊게하는 목적을, 아직 팬이 아니지만 최소한 가상 캐릭터를 나쁘게 보지 않는 이들에게는 적절한 필치로 작성된 일종의 유인책으로 작용한다는 목적을 갖습니다.

4. 단점은 무엇인가?

물론 이러한 SID에도 단점은, 태생적으로 단점이 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우선 '예쁘게만' 쓰인 소설이다보니 이야기에 무게감은 없습니다. 작품 전체적인 분위기를 긍정적이고, 활기 있고, 귀여운 모습을 적합하게 보여주는 데에만 역점을 두다보니 명백하고 심각하며 넘기 어려운 수준의 갈등이나 다툼, 치열한 두뇌 싸움, 정교하게 풀려가는 전개 같은 건 없다시피 합니다. 이 소설은 우선 그룹 활동보다 캐릭터 각각의 속내 서술에 바쁘므로 스토리 대전제인 학교 폐교를 막자는 취지도 절박함이 강하게 전달되지 않고, 굳이 따지면 마키의 아버지와 같은 인물이 등장하기도 합니다만 이마저도 이 소설에서는 마키(와 우미)의 캐릭터성을 강화하기 위한 일개 장치일 뿐이지 이야기 전체를 견인하는 라이벌, 악역 이런 위치에 속하는 인물은 전무합니다.

꽤나 유치하게 다룬 게 흠이지만 TVA 러브라이브! 는 최소한 시각화에 적합하게 이야기를 쓴 건 사실이고 이는 쿨 단위로 이어지는 이야기 자체에 계속되는 시청자 유인력을 부여하기 위한 라이벌이나 악역의 대두를 수반했습니다. 1기에선 중후반까지 에리가/ 끄트머리에는 호노카가 그 총대를 매주었고 2기에선 A-RISE와 '시간의 흐름'이라는 문제가 이를 담당했습니다. 이것을 잘 다루었나 여부는 차치하고, 하지만 SID에는 그런 것이 전무하며 따라서 좋게 말해 감동적일 수도 있는 소소한 속내를 말해주는 여자애들이 자아내는 일상 이야기일 뿐입니다. 물론 그런 소재라도 그 나름대로 보다 긴 분량을 할애하여 자세하고 다수의 감동을 쉽게 끌어낼 수 있는 필치로 엮어낸다면 순수하게 소설로서 흡인력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만, 이 소설은 처음부터 '캐릭터 홍보'라는 목적이 전제로 깔린 데다가 그 모양새도 얼마간 노골적인 데가 있어서 '이야기' 보다 '캐릭터'에 더 집중되는 감이 있고 그런 이유들로 인해 어떤 한계가 명백합니다.

다음으로 이 시리즈는 본문 2항에서 서술한 바를 감안하고 이를 이용하여 3항을 목적으로 삼는 무언가로 만들자면 아무래도 영상화를 택하기 부적합합니다. 앞서도 잠깐 언급한 바이지만 특히 속내 서술에 중점을 두는 캐릭터 명 시리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시각적으로 눈길을 끌거나 확 휘어잡는 '보여지는' 이벤트가 적고 그나마 그럴 법해 보이는 것들도 캐릭터의 과거, 배경,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를 깔아넣고 이를 시청자와 캐릭터들이 모두 이해한다는 전제 하에 서술해야만 'SID라는 이 작품에서 작가가 정말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간신히나마 전달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는 이 SID를 만화화 한 SID 코믹스(현재 연재된 분량은 캐릭터 시리즈 중 일부 뿐인)를 보면 좀 더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속내의 서술과 자신 및 타인에 대한 관찰이 주를 이루며 대화를 시작하면 매우 길어지는 SID의 특성을, SID 코믹스는 꽤 각색을 거쳤음에도 그림이 되어 흥미있는 부분은 몇몇 (코믹스 오리지널의) 행동 뿐이며 소설 특유의 뉘앙스나 강조점은 반감되는 경향을 갖습니다.

다만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그나마 계절별 이벤트 시리즈로 넘어온 다음부터는 '시각적'인 부분에서 어필할만한 언행 묘사에도 꽤 배려한다는 점은 덧붙여 둡니다. 계절별 이벤트 시리즈는 앞서 캐릭터 시리즈에서 이미 확립해둔 부분들을 뺄 수 있어서 같은 페이지의 분량을 갖지만 언행이나 배경 묘사에 할애할 수 있는 여유가 많아졌고, 때문에 서술자의 속내보다는 다른 이들의 언행에 대한 관찰이 많으며 나름대로 이벤트를 중심으로 서술하기도 해서 각 권마다 그럴듯한 시각적 모양새의 이벤트가 주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화 하더라도 SID라는 원작이 말하고 싶은 바를 덜 해치면서도 쉽게 살을 붙이고 시각적으로 보여줄만한 사항이 많기도 합니다. 다만 이역시도 서술 분량의 한계와 그 한계에 맞춘 내용 구성상 TV판으로 만들건 극장판으로 만들건 감독이나 각본의 캐릭터 및 내용에 대한 주의깊은 해석이 수반되어야 제 맛을 살리면서 양을 늘릴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영상화라는 것이 반드시 능사는 아니며 영상화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단점은 위대한 순문학들이라도 얼마든지 갖는 문제입니다. 다만 이 소설 시리즈의 태생은 분명 '상업적인 홍보'이고 그 홍보 목적을 보다 쉽고 널리 만족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의 연결을 어렵게 해둔 것이 흠인 것입니다. 종합해서 말하면 이 SID라는 소설은 순수하게 이야기 자체만으로 어필하는 소설로 보기에도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아예 상업적 목적을 두어 한껏 전용하기에도 한계가 있는 다소 어정쩡한 작품이라는 단점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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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떤 생각을 품고 이 자못 긴 포스팅을 작성했는지 SID라는 소설의 그것처럼 속내를 명시하자면 [올 컬러이고 삽화도 좀 있다지만(SD가 대부분이고 풀 사이즈 삽화는 서너컷) 각권 96p에 팔백 몇십 엔(한국판 7천원)이나 하는 데다 그게 벌써 12권이나 나왔고, 그럼에도 겉으로 볼 때 별 깊이도 없고 내용도 없는 책- 내용이래봐야 좀 별난 활동을 하는 여고생들이 이래저래 특이하고 좁은 경험과 심리를 말하는 것-, 그러니까 아주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캐릭터 홍보 전단지]를 읽고 감상, 분석한 바를 별도의 개인 감정 없이 서술하고자 함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서술함에도 불구하고 전 SID라는 소설을 분석과 별개로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물론 이건 제가 관대해서일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이 러브라이브! 프로젝트에 대해 최소한 특정 캐릭터에게 호감이 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만 굳이 읽는 분들께 보기 좋게 다듬어서 말씀드리면 '이것저것 다르게 제시되어 여러군데서 끌어올 수 있는 이 컨텐츠 소속 캐릭터들의 소재 요소를' '종합적으로 끌어오되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소재를 주로 채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재미있고, 짧지만 집필 의도와 설정 방향에 적합한 임팩트가 있도록 글을 쓴다.'는 점을 높게 쳤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모든 분들이 저와 같은 이유로 소설을 보실 리 없고 이 소설에서 얻는 바도 같으리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최대한 객관적 요소를 들어 냉정한 잣대로 쟀다해도 거기서 얻어지는 무언가의 경중은 사람에 따라 다들 다르며 하물며 다분히 주관적인 호불호의 영역에 이른다면 더욱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다만 총론삼아 총괄하여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 소설은 (역시 앞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러브라이브! 시리즈의 팬에게는 꽤 어필할만한 요소가 많고/ 딱히 팬이 아니라도 앞서 언급한 류의 장점에 호감을 가질만한 분들이라면 최소한 불쏘시개로 쓸만한 건 아니며/ 어쩌면 가상 미소녀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보시더라도 나무에 미안한 감정을 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 홍보 전단지라도 이만하면 자못 세련된 편이고, 따라서 이를 읽는 데 지불한 가격의 합당함은 사람마다 체감이 다르니 별개로 치더라도 읽는 데 들인 시간까지 아까울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으니만큼.


덧글

  • 남두비겁성 2015/01/27 21:55 # 답글

    키미노 사쿠라코, 소위 갓은 내공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가만 보면 참 쓰고 싶은대로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 城島勝 2015/01/28 09:59 #

    동감입니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통할만하게 쓴다는 게 업계에서 손꼽히는 이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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