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스판 역습의 샤아 벨토치카 칠드런 음원/음반/서적 감상

이번 포스팅에서는 일전에 언급한 대로 코믹스판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벨토치카 칠드런(원제: 機動戦士ガンダム 逆襲のシャア ベルトーチカ・チルドレン, 이하 벨토치카 칠드런) 제1권에 대해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2014년 11월 22일에 발간된 본 코믹스는 반다이의 새로운 프라모델 라인업인 RE:100 시리즈 1탄으로 나이팅게일이 런칭됨과 거의 같은 시기에 건담 관련 코믹을 집중 연재하는 잡지 건담 에이스에서 연재를 개시한 만화로, 원작은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 옹이 집필한 동명의 소설입니다.(원작 소설은 1988년 2월에 발간)

벨토치카 칠드런은 본래 극장판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의 각본 초고로 집필된 내용으로 이야기 전개의 큰 축은 애니메이션과 동일하지만 등장인물 한 사람이 다르고 또한 몇몇 세부적인 사건들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보통 건담 관련 소설들은 토미노 옹이 집필했으나 애니메이션과 다소 다른 내용을 가지며 그 전개 사항이 다소 파격적이라 크게 회자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벨토치카 칠드런의 경우 두 가지 이유로 상대적으로 더 세간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하나는 역습의 샤아의 주요 메카닉 디자인을 맡은 이즈부치 유타카 씨가 그린 본 소설용 MS 일러스트 중, 소설 속에서 νガンダム(뉴 건담)으로 지칭되나 애니메이션의 뉴 건담과 그 모습이 다르게 그려진 속지 일러스트 한 장 덕택. 소설 속에서 아무로의 숙적이자 다른 한 주인공인 샤아가 애니메이션에서 타는 사자비와 달리 그보다 한층 위용이 업그레이드 된 기체 '나이팅게일'을 타는 것과 달리 주인공 아무로는 여기나 애니메이션이나 '(그냥)뉴 건담'이라는 게 어쩐지 주연에 걸맞는 대접이 아니다 싶었는지 '저 (애니메이션과 모습이 다른) 일러스트의 MS는 그냥 뉴 건담이 아니다!' 라는 여론(?)이 형성되어 이후 이 한 장의 일러스트가 후에 통칭 Hi-νガンダム(하이 뉴 건담)이라는 이름으로 '프라모델화'되어 재탄생하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작중 등장하는 아무로의 애인이 애니메이션의 첸 아기가 아니라 제타 건담 시기에 등장하여 이미 팬들에게 익숙한 벨토치카 일머 라는 것이며 여기에다 아무로와 작품 본편 시작 전부터 이미 동거하는 사이라던가 임신한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있는 덕택. 애니메이션에 이 소설의 이야기, 그러니까 본래 애니메이션 각본 초고가 채택되지 않은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주인공에게 처자가 있는 게 적합한지 어떤지에 대해 제작진 내부에서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건 나름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저도 이 두 가지 이유로 다른 건담 관련 소설은 별 관심을 두지 않았어도 벨토치카 칠드런만은 발간 당시부터 관심을 가졌고 20세기가 가기 전에 원서로 구해다 읽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이 소설은 AK커뮤니케이션즈에서 국내에 정식 발매 했으므로 흥미가 동하신다면 이쪽을 읽어보시는 것도 권해드리고 싶...은데 번역 상태가 좀 안 좋은 편이므로 일본어가 어느정도라도 가능하신 분은 그냥 원서를 권합니다. 정발판도 이야기 전체를 파악하는 데 문제가 생기는 정도는 아니지만 군데군데 어색한 문장들, 행동을 다르게 서술한 부분들, 등장인물의 성격 파악을 잘 하지 못해서 말투가 어색한 부분들이 산재하기에.

본론으로 돌아와서, 여기 소개해 드리는 코믹스(사진 우측)는 앞서 말씀드린 소설 벨토치카 칠드런을 만화로 그린 것입니다. 작가는 월간 건담 에이스의 증간호 성격으로 창간된 만화 잡지 뉴타입 에이스 창간호부터 연재한 작품으로 이름이 알려진 작가 さびしうろあき(사비시우로아키) 씨와 역시 해당작부터 호흡을 맞추었고 한편으로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의 메카닉 디자인 등을 맡기도 했던 柳瀬敬之(야나세 타카유키) 콤비. 여담이지만 야나세 씨는 얼마 전에 포스팅으로 소개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낙원추방에서도 서브 메카닉 디자이너를 맡기도 했습니다.

1988년에 나왔고, 전술한 이유로 나름 인지도가 있었던 소설임에도 2014년에야 이 이야기를 '그림'으로 볼 수 있는 매체가 나온 것은 이 소설이 담은 초안이 아니라 최종 확정된 각본을 담아 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워낙 '그림'을 실은 매체로서 완성도와 인지도가 높았기에 역습의 샤아 하면 아무래도 해당 매체만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경향과 함께 토미노 옹 역시 벨토치카 칠드런의 영상화를 원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가 공통적으로 작용합니다만, 반다이로서는 근자에 새롭게 발매한 프라모델 라인업인 RE:100 나이팅게일이라거나 비슷한 시기에 나온 MG 하이 뉴 건담 ver.Ka 팔이에 도움이 되려면 아무래도 이 이야기를 당장 영상화까지는 무리라도 제대로 그럴듯한 그림으로 보여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 모양입니다. 과거 뉴타입에 벨토치카 칠드런 모티브의 MS 일러스트(이즈부치 유타카 작)가 실리기도 했지만 쌍팔년도 이야기고.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 만화와 이를 담은 단행본은 참여한 인원이나 전체적인 모양새 면에서 꽤 각을 잡고 나온 느낌입니다. 당초 표지만 공개되었을 때는 작풍에 호불호가 많이 갈린 모양이지만 작 초반 50p 가량을 웹에 선행 무료 공개하기도 했고. 그래서, 이 만화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 가능합니다.

1. 뉴 건담의 디자인이 하이 뉴 건담의 그것.(대신 작중 정식 명칭은 소설과 동일하게 뉴 건담) 이외 소설 오리지널 기체 사이코 도가나 애니메이션과 역할은 같지만 이름은 다른 등장인물 메스타 메스아(애니메이션에서는 나나이 미겔)/ 글러브 거스(동 규네이 거스)도 모두 등장.

2. 캐릭터 디자인은 브라이트 노아를 제외하고 모두 애니메이션판 디자인. 소설에서는 미키모토 씨가 삽화를 담당했다는 이유도 있고 퀘스/ 메스타/ 글러브 셋은 특히 애니와 디자인이 조금 달랐는데(뒤로 갈 수록 애니와 비슷) 이들 모두 애니메이션의 디자인으로 통일. 단, 브라이트만은 소설 특유의 수염을 기른 모습.

3. 만화책이니 당연하지만 '그림'에 걸맞는 씬이 분량을 많이 얻음. 소설에 없었던 오리지널 씬인 샤아 함대 출정식을 16p 가량의 권두 컬러 페이지로 할애하거나 작 초반 리가지 x 사이코 도가 x 나이팅게일 전투씬을 소설에서 묘사된 바 이상으로 그리는 등.

3의 경우에는 꼭 전투씬 말고도 몇몇 상황에서 소설에선 묘사되지 않은 인물들의 표정이 들어간 것도 이채로운 편입니다. 예를 들면 이 장면은 소설에서는 다만 아무로와 케라의 대화만으로 처리되지만 본 코믹스에서는 아무로가 어째 나쁜 남자(!) 같은 모습에다 케라의 다소 떨떠름해 보이는 표정을 넣는 등. 소설에서 중요한 대화씬을 빠짐없이 넣으면서 진행하기에 묘사가 없던 부분도 그려 넣어야 하는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덕택에 캐릭터성이 좀 더 강해진 맛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데 소설에 적힌 토미노 옹 특유의 허무감까지 느껴진다 싶은 건조한 상황 설명문 같은 특유의 '문장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은 없습니다. 전투씬을 제외하면 일단 소설에서 묘사된 바를 충실히 그리는데 열중하는 모양새이고 상황이야 모두 그림으로 그려져야 하기는 한데, 구도나 기타 연출에서 이 만화만의 뭔가 독특한 맛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딱히 많지 않은 느낌이라 이 부분은 평이합니다. 상술한 2에서 말씀드린 대로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을 거의 채용했다는 점도 위화감은 없는데 특이함이 없어졌기에 역시나 평이한 느낌에 일조하고. 뭐, 수염이 덥수룩한 브라이트 함장을 그림으로 보는 건 신선하다면 신선하지만...

한편으로 특히 본 코믹스의 탄생 요인(?)일 수도 있는 '그림으로 임팩트 있게 보여줘야 할' 메카닉 디자인의 경우 앞서 언급한대로 야나세 씨가 이즈부치 씨의 원안에서 본 코믹스용 리파인을 조금 가했는데 각도기 선생 수준으로 손을 댄 건 아니고 나이팅게일의 경우 이미 RE:100 프라 조형으로 익숙해진 만큼만 변하는 등 전체적으로 원안을 존중한 느낌입니다. 다만 나이팅게일의 경우 어째 그 움직임을 활달하게 그리지 못 한 맛이 있는데 원체 대형 기체라 동작 고안에 애를 먹는 것인지 초반 전투에서는 샤아가 조심스레 운용했기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것을 반영하고자 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약간 아쉽기는 합니다. 이 부분은 계속 진행되면서 더 두고봐야 겠지만, 리가지 x 사이코 도가 전투씬을 보면 교전씬을 아주 못 그리는 것 같지는 않으므로 어느정도 기대는 합니다.

이외에 언급할만한 점이라면...소설과는 사건을 나열하는 순서가 조금 다르기는 한데, 전체적인 흐름 자체는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도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코믹스는 벨토치카 칠드런을 충실하게 '그림'으로 보여주는데 역점을 둔 것 같으며 제1권에서는 그러한 방침을 읽을 수 있는 정도로 만족해야 할 듯. 개인적으로는 아무튼 나이팅게일이 비록 컷으로 분할되었긴 해도 이것저것 그 모양새가 나오는 그림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기 때문에 그것 하나만으로도 나오는대로 사다 볼 것 같지만 1권에서 180p 가량을 쓰고도 아직 샤아가 론데니온으로 출발하는 데까지만 진행되었으니 후에 전투 씬 묘사가 늘어날 것 등을 감안하면 너끈히 10권 가량은 나올 것 같은만큼 저같이 특별히 나이팅게일과 역습의 샤아라는 작품에 추억이 각별한 분이 아니라면 어느정도 진행된 후에 사다 볼 것을 결정하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일단 정가는 580엔(소비세 별도) 정도인 만화책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벨토치카 칠드런은 영상화를 기다리는 작품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나이팅게일 때문만은 아니고(웃음) 벨토치카 이외에도 제타 건담과의 연관성이 좀 더 드리워진 벨토치카 칠드런 특유의 분위기가 어딘가 실제로 애니화 된 최종 각본에 비해 더 마음에 든다는 이유도 있고 또한 이 벨토치카 칠드런의 시점으로부터 12년 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 '섬광의 하사웨이'의 단초가 되는지라.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이 코믹스는 포스팅 본문에 적어 본 언급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미있게 생각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나이팅게일의 모습을 열심히 볼 수 있...어험험, 기 때문만이 아니라 어느정도 혹시나 영상으로 구현된다면 예상할 수 있는 모습들을 미리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소설 초반 아무로와 벨토치카의 모습 같은 토미노 옹 특유의 거침없는 묘사는 코믹스 답게 적당히 순화되었지만 중반 이후 퀘스의 불안한 심리 상태가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옷을 마구 벗어 던지는 씬 같은 건 무조건 순화만 하면 또 굳이 그런 묘사가 나온 맛이 퇴색될 수도 있는데 그런 걸 어떻게 처리할까 나름 흥미롭기도 하는 등등.

뭐, 어디까지나 혹시나지만 이 코믹스가 다시금 세간에 역습의 샤아 벨토치카 칠드런이란 작품에 대한 관심을 좀 더 불러 일으킨다면- 기동전사 건담 디 오리진 만큼의 파급력은 아닐 것 같지만 반다이x선라이즈가 언젠가 해당하는 시기의 발전된 애니메이팅 기술을 모두 모아 멋지게 한 번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이 작품은 그렇게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정발판 소설로라도 읽어보시길 권...해 드리고 싶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번역이 좀 거슬리기는 한데...그래도 일본어를 모르시는 분이라면 별 수 없이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언제 또 계속될지 모르는 본 코믹스에 대한 포스팅도 좀 더 부연 설명을 줄이고 편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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