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블루레이 감상 - 낙원추방 (2부) UHD-BD/BD/DVD 감상

낙원추방 제작위원회의 프로듀서 노구치 코이치 씨가 본 작품을 기획했던 2009년 가을 당시, 그 각본을 우로부치 씨에게 맡길 생각이 든 것은 당연하지만 2011년에 대히트한 TVA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이하 마마마) 때문이 아니고 그가 쓴 단편 소설 하나를 인상깊게 읽었기 때문이라 합니다. 이 당시 낙원추방이라는 작품의 기획 방향은 '대작은 아니지만 어필점(엣지)이 있는' 것이었기에 이러한 세간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으되 능력을 가졌다 생각되는 스태프를 물색- 캐릭터 및 메카닉 디자이너 사이토 마사쓰구 씨도 동인/아마추어 일러스트 사이트 pixiv에서 픽업- 하게 되었는데, 이 노선을 마마마의 대히트로 인해 수정하게 되었다고 노구치 씨는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마마마의 대히트로 이미 각본가로 내정해 둔 우로부치 씨에 대한 주목도가 올랐고 덩달아 그가 담당할 본 작품에 대한 기대치 허들도 높아지기에, 이 시점부터 낙원추방은 그냥 엣지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좀 더 직접적으로 승부하는 작품으로 방향을 전환할 생각이 들었다 합니다. 말하자면 구속은 느리지만 날카롭게 휘는 변화구를 보여주는 투수로 키우려다 빠른 속구를 주무기로 하는(노구치 씨의 원래 표현도 '직구 승부') 우완 정통파 투수로 바꿀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우로부치 씨의 주목도가 올랐다는 건 말하자면 키우려던 투수의 어깨가 굉장히 좋다는 것을 발견한 것과 같은 것이기에.

때문에 2011년 7월에 최종 인선된 담당 감독은 그러한 정통파 조율에 강점이 있는 사람이어야 했고 그 사람이 바로 미즈시마 세이지 감독인 셈입니다. 여기에 반드시 노구치 씨의 사람보는 눈만이 작용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과정을 떠나 그 결과로 길러진 투수- 낙원추방이라는 작품- 는 수정한 방향대로 잘 나아갔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번 2부에서는 그 점에 대해 논해보려 합니다.

낙원추방 -Expelled from Paradise-(이하 낙원추방)의 BD 수록 퀄리티에 논했던 지난 포스팅: [애니 블루레이 감상 - 낙원추방 (1부)]에서 이미 언급했습니다만 낙원추방은 미즈시마 세이지 감독과 각본가 우로부치 겐이 합작한 작품입니다.

제가 낙원추방에 대한 어떤 자세한 부대 사항을 얻지 않고서 순수하게 작품만으로 일감한 시점에 그 내용에 대해 적어 본 메모에 따르면 [빠르고 인상적인 인물상의 추구와 이야기의 완성(들이밀다 라고 표현할 법한)이 인상적, 스피디하게 술술 소화하기 쉬운 작품]이었는데 이 특성은 최소한 제가 본 이 감독과 각본가 두 사람의 작품들을 되돌아 보면 어느 한 쪽이 담당한 작품에서 온전하게 나타나는 성향은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우로부치 씨의 담당작에서 독기를 좀 빼고/ 미즈시마 씨의 담당작에서 초반과 후반의 엇나가는 맛을 빼면 이런 게 나올 법 한데, 아니나다를까 우로부치 씨가 밝힌 바에 따르면 원래 잡아본 플롯은 본격 전쟁물에 어두운 톤이었지만 위원회로부터 한 번 빠꾸 먹고(웃음) 나온 플롯이 현재의 낙원추방이었다고 합니다. 플롯 작성 이후 본격 각본 집필은 미즈시마 감독 인선 이후 그와 협의하에 진행했으며 여기에서 대전제로 잡힌 것은 '밝은 분위기의 내용'이었다고.

역시 우로부치 씨가 언급한 바에 따르면 본작 각본 집필은 마마마 극장판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었다 하는데, 때문인지 어떤지 마마마 극장판(반역의 이야기)에서 인상깊었다 생각했던 요소가 이 낙원추방에서도 있었기도 합니다. 바로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100여분 간의 러닝타임 중에 정확히 시간대별로 비슷한 분량으로 배정되었다는 것으로 개인적인 호감 요소 첫 번째는 아마 여기에 있었을 것이고- 전 수학은 그저그래도 규칙만은 꽤 좋아합니다.- 이 점은 의심할 여지 없이 우로부치 씨의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메인 캐릭터 3인방의 성격 셋팅이나 최종적인 결말의 방향을 제시한 것은 당연히도 그의 몫이고 당시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쓴 그로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시간 내에 압축하여 제대로 제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합니다만 결과물을 보자면 유달리 흠잡을 데는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독기를 뺐다고 해도 어느정도 거칠거칠한 데와 영상화에 부족한 부분들은 남아 있을 것이고 실제로 BD 한정판에 동봉된 각본집 최종판을 일독해 보면 그런 부분들이 군데군데 감지되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매끈하게 다듬거나 영상에 걸맞는 임팩트를 부여한 것은 물론이지만 감독과 연출가의 힘이고, 특히 미즈시마 감독은 각본의 정합성이나 흐름의 부분에 대해서는 우로부치 씨에게 일임한 상태에서 각본 압축에 대한 협의 및 작품 전체적인 분위기와 세부 소재의 제시에 역점을 두었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면 여주인공 안젤라의 늘씬한 나이스 바디를 최대한 강조하도록 제작진에게 지시한 것은 그의 발안인데 이는 3D CG에서 혹시 부자연스럽거나 충분하지 못할 수 있는 연기/ 표정감 등의 요소에서 관객들의 눈을 돌리게끔 하려는 목적이 있다 합니다만 결과적으로 볼 때는 걱정했던 부분에서도 괜찮았고 지시 사항도 예상이상이라 만족스러웠다(웃음) 하는군요.

사실 미즈시마 감독의 의도가 어디에 있었건 개인적으로 느낀 바는 안젤라라는 캐릭터가 소위 '모에 미소녀풍'이 아니었다면 이 작품이 좀 더 진지한 층에서도 진지하게 평가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3D CG를 사용하면서도 굳이 일본식 2차원 미소녀를 재현하는데 역점을 둔 카툰 렌더링 수법의 CG 메이킹을 지향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나 그 여주인공의 행동거지, 노출도, 담당 성우 기용 등은 이른바 일본 애니메이션에 선입견- 그들이 자초한 일이므로 별로 변호해줄 생각이 없는 바들- 을 가진 분들이 '또야?'라고 할만한 요소이고 그런 부분들이 이 작품을 (심야)트렌드에 영합한 물건으로 보게하는 맛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가진 주제의식은, SF라는 껍데기가 반드시 유효했을지 어떨지는 차치하고, 분명 진부하지만 그만큼 인간 사회에서 오래 논해진 것이며 그에 대해 논함에 있어 이 작품은 상당히 충실했다고도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주제의식은 간단합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사회의 노예가 될 것인가, 사회가 인간을 위해 존재할 것인가- 이것을 눈 크고 코 작고 에이전트란 임무에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긴 머리 여자애(이 긴 머리에 대해서는 디자이너 나름의 생각이 있기는 합니다만)를 내세워 말하는 것과 부단한 연구 실적을 인정받은 석박사 들이 활자로 말하는 것 사이에는 눈길을 끄는 정도나 독자 계층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우열미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내용을 풀어놓는 방법이며 그것이 얼마나 어떻게 전달되는가에 있을 것입니다. 모든 분들이 반드시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먼저 전자에 대해 각본가 우로부치 씨가 낙원추방의 내용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바는 'AI라 할지라도 자유 의사와 인간성이 있다면 인간이다.'이고 이는 작중 주역들의 대사로도 그대로 나오는 바입니다. 본 작품의 주역 3인방은 남주인공 딩고 외에는 육체를 버리고 전뇌화 하여 필요할 때마다 유사 신체(마치 그래픽 파일 같은 느낌의) 아니면 만들어진 육체를 만들어 쓰는 사회의 구성원인 여주인공과, 말그대로 로봇인 AI '프론티어 세터'라는 일견 인간같아 보이지 않는 이들이지만 이 작품에서 최종적으로 제시한 바는 모두 다 인간이라는 것이고, 시청자들이 작중 내려지는 이 결론에 대해- 각본가가 하고자 하는 말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도록 낙원추방은 제시합니다. 이는 분명 미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BD 한정판에 동봉된 각본집을 통해 그 내용을 읽었을 때 보다 명확히 체감 가능하며 여기에는 (영상을 배제하고)우로부치 씨 특유의 '함축성을 담은 회화'를 음미할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프론티어 세터 역의 카미야 히로시 씨나 딩고 역의 미키 신이치로 씨도 인상 깊다고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우로부치 씨가 쓴 작품의 강점은 '반전'이 아니라 '인상 깊은 말로 상황과 의사를 함축하여 제시한다.'이고 이는 작가가 어떤 작품에 강렬함을 담기 위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고도 봅니다. 노구치 씨가 마마마의 히트 전에 우로부치 씨를 점찍은 포인트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할 정도로.

하지만 이러한 대사들을 특히 한정된 러닝 타임 속에 담아내야 하는 영화에 모두 담아내는 것은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닌데 미즈시마 감독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잘 해냈다고 생각됩니다. 다시말해 각본가가 제시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 공감하고 이를 영상에 곁들여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잘 잡았고 결과물 역시 그러합니다. 특히 미즈시마 감독은 저 'AI도 자유 의사와 인간성이 있다면 인간이다.'라는 주제를 '3D CG도 2D도 둘 다 애니메이션이다.'라는 감각과 매칭시켰다고도 언급했으며 이러한 종합적인 고려의 토대 위에서 이 단순하지만 얼마든지 논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주제는, 그 나름의 모양(각본가와 감독이 생각한 바)으로 구현되었고, 그 생각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이 작품이 제시한 바를 하나의 '제대로 잘 정리되어 제시된 의견'으로 시청자가 받아들이는데 낙원추방이라는 작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후자, 즉 인간이 사회의 노예가 될 것인가, 사회가 인간을 위해 존재할 것인가라는 명제에 대해 이 작품이 제시한 바 역시도 그러합니다. 이 작품은 근본적으로 사회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에 더 가까운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남주인공의 대사와 그에 대해 반론하지 못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으로 웅변됩니다. 물론, (주제의 직접적인 스포일러 관계상 밝히지 않지만)남주인공의 생각은 극단적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사회가 모두 그런 구성원으로 이루어졌다면 사회는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고려했음인지 이 작품도 이에 대해 명확하게 옳다 그르다를 판정하지는 않으며 다만 그 '인간을 노예로 만든 사회'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만 언급합니다.

이 인간을 노예로 만든 사회, 여주인공이 속한 전뇌공간 '디바'라는 곳은 현실의 돈이나 권력이 심플하게 '(가진) 메모리의 양'이란 것으로 치환된 사회이고, 인간의 신경과 생각을 관장하는 뇌(퍼스널리티)를 전뇌정보화 한 관계로 그것을 담을 수 있는 메모리를 많이 가지면 자기 육체를 더 멋지게 다듬어 보여줄 수 있거나 더 많은 생각이나 인지를 할 수 있게 되며 그럴 수 있는 이가 곧 사회고위층- 작중 대사로는 상류시민- 입니다. 따라서 더 많은 메모리를 얻기 위해 공을 다투고 신분 상승을 위해 애쓰는 데 점점 집착하게 되는 것은 필연일 것이리라고 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시청자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SF적 요소, 다시 말해 '전뇌화'니 '메모리'니는 굳이 그런 요소를 취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주제를 말할 수 있지만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데 나쁘지 않았다고도 생각합니다. 투수의 공이 아무리 빨라도 그걸 숫자로 보여주는 스피드건이 있어야 사람들이 좀 더 끓어오르듯.

재미있게도 무진장의 메모리를 가지고, 인간인지 뭔지 알 수 없을만큼, 마치 몇 명인가의 의사가 합작한 존재일 지도 모르는 작중 보안국 고관들은 PSYCHO-PASS(이하 사이코 패스)라는 작품의 같은 설정을 연상케 하는 데가 있습니다. 사이코 패스의 플롯과 대전제를 기획한 것도 우로부치 씨이고 이 작품은 일전에 포스팅에서 언급했듯 굉장히 심플하고 직선적으로 그러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되 그것이 반드시 문제다, 뜯어 고쳐야 한다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이런 게 있다, 작중 캐릭터 당신과 보고 있는 당신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끊었습니다.' 그 감각은 낙원추방에서도 동일합니다. 아주 진지하게 작품을 본다면, 사이코 패스와 낙원추방은 같은 사람이 내용을 썼음을 쉽게 인지할 수 있을만큼 비슷합니다. 다른 점이라면 사이코 패스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음울한 낙원이 배경이고 낙원추방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일단 겉으로는 그럴듯하고 밝아 보이는 낙원이 배경이란 점 정도.

이렇게 쉽고 심플하게 주제를 말하고 거기에 대해 반드시 어떻게 해야한다! 라는 강력한 결론을 담은 메시지 없이 다만 작중 인물들 각자의 선택을 보여주며 마무리 짓는 방향은 뭐랄까, 어떤 의미에서 동양적인 테이스트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것은 주제 그 자체로는 멋도 맛도 없는 물건으로 통할 위험성이 있으며- 사람들은 대개 이거다! 하고 강력한 주장을 하는 이와 그런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주제를 담고자 했다면, 그것에 동의했다면 그걸 보여주는 방법을 최대한 통할만하게 팔릴만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상업 작품으로서 이는 당연한 미덕입니다.

그런 점에서 낙원추방이란 작품이 이 평이하고 진부할 수 있는 내용과 메시지를 가지고 몰입감을 만들어 가는 부분들은 각본가와 감독 둘 다 역량을 발휘해 온 부분이기에 별 문제가 없고 시너지도 훌륭하며 잘 팔리기까지 하게 만들었다(그리고 팔렸다)는 게 개인적인 결론입니다. 쉽게 말해서 100분 가량을 별로 지루하지 않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생각하면서 볼 수 있습니다. 미즈시마 감독이 주로 장기를 발휘한 부분들에 주목했건 우로부치 씨가 집필한 내용에 주목했건 어느 길을 걸었거나 낙원추방이라는 작품을 접한 시청자들은 결국 같은 지점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며 이것이 이 작품이 가진 장점입니다.

그것은 일본에 통할만한 모에 미소녀 + 미국에 통할만한 타입의 남주로 이뤄진 글로벌 조합(?) 덕택만이 아니라 이 작품이 100분을 써서 이야기 하기에 힘이 딸린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너무 스무스하게 이야기를 해결하는 느낌을 줄 정도라는 데 아울러 포인트가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 작품은 그때문에 약간 손해를 본 인상마저 있습니다. 사실 어려운 일을 너무 쉽게 해내서 별 것 아닌 일을 한것처럼 보이는 점. 이 작품은 쓸데없는 복선이나 보여주기식의 쓰잘데없고 기발하기만 한 숨김 요소가 없고 작품을 본 그 자체로 이해할 수 있게, 또한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야말로 제대로 만든 상업 창작물이 취해야 하는 하나의 목표라 생각합니다. 요즘 일본 애니는 일종의 기교인 복잡함(불친절함)이 수단을 넘어 목적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능력 있는 각본진이라면 어디까지나 기교나 양념으로만 쓰는 것인데 제작 능력 부족한 이들은 이것을 목적으로 써먹어 오직 이것만으로 화젯거리를 만들려 하는 경향마저 있습니다. 낙원추방은 그것과 무관합니다.

굳이 개인적으로 지적할만한 부분을 찾자면 여주인공 안젤라가 극장판이라는 틀에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초반 캐릭터성 전개가 다소 약한 상태에서 딩고의 영향을 너무 빠르게 받는다는 점 정도. 시나리오 결정고에 따르면 본래 대사나 지문이 더 첨가되지만 애니 단계에서 생략된 부분들을 감안하더라도 이 변화가 다소 급해보이는 건 약간의 설득력 부족을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세밀한 부분에 까지 조목조목 설명과 이해를 시도한- 예를 들면 러닝타임 24분께 딩고가 '네 몸 로봇 아니지?'라고 안젤라에게 묻는 건 그때까지 이미 18회에 걸쳐 안젤라와 같은 에이전트 들의 임무를 도왔다는 사람이 할 소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디까지나 독자 이해 돕기용으로 첨가했다는 인상/ 동시에 딩고가 이전 에이전트들과는 대화가 극단적으로 적을 정도로 소원했는데 안젤라는 파트너로 마음에 들어했다는 이야기라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 - 우로부치 씨가 놓친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그 점은 어느정도 시청자들의 이해를 요구한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프리퀄 소설 같은 데서 이 부분에 대해 서술이 될지 어떨지.

그리고 또한 이야기의 마지막 국면에 보여지는 장면은 원래 각본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되며 후반부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어서 자세한 서술은 극력 피합니다만- 스샷도 다른 부분에서 찍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디바 부대의 행동/ 상태는 최종 각본과 좀 다른 것인데 여기에 대해 작중에서는 한참 전에 잠깐 설명하고 지나갈 뿐이라서 그 부분을 보면 시청자들이 어리둥절해 할 공산이 있습니다. 이 결말이 누구의 생각으로 바뀐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 엇박자 상황(마우스 드래그 시 스포!: 끝까지 막으러 몰려온 요원들이 전력이 남은 상태에서 그냥 돌아가는)에 대해 수긍할 수 있는 요소가 이 씬 한참 전에 잠깐 언급되며(마우스 드래그 시 스포!: '반응로는 무기로 쓰일 수 있으므로'라는 대사로 전달= 이를 적재한 로켓을 부셔서 임무를 완수하려 들면 그 주변이 몽땅 날아가고 자신들도 말려드니 별 수 없이 퇴각으로 해석 가능. 원래 각본에서는 '한 무리'의 공격부대 + 추가 8기 정도의 요원들을 안젤라가 모두 격퇴하여 디바 부대가 일소된 상태에서 이 장면이 펼쳐짐.) 지나가는 것은 개인적으로 옥에 티라고 봅니다. 연출팀이 규모를 키우고 싶었던 것이라면 뭔가 이를 정당화 하는 대사 두엇이라도 명확히 넣어줬음 좋았으련만.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모두 소소하다 생각할만큼, 이 작품은 주제의 전달은 명쾌하게, 그리고 이를 통해 제작진이 주제를 어떻게 전달하려 했는지, 그 주제는 생각해볼만한지, 이후 캐릭터 각각의 궁구에 에너지와 열정을 쏟을 수 있게 하는 게 효율적이고 의미가 있으며 그것을 담아낸 3D CG의 퀄리티도 자못 볼만하여 충분히 이를 변호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부할 정도로 오래 논의된 주제와, 어쩌면 평이해 보일 수 있는 메시지를, 현대적인 연출력으로 다시금 딱딱하지 않게 보여준 것. 다시 말해 딱딱하지 않고, 즐기면서, 생각할 점도 있는 오락 SF물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 계가 그래도 아직 어떤 레벨 업을 기대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는 사실을 또한 말해주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것이 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 결론입니다.

그럼 2부는 여기까지로 맺고, 이어지는 감상문 3부에서 연출이나 3D CG 부분에서 전할만한 이야기와 개인적인 취미인 자막 제작건 등 기타 등등의 요소를 모두 모아 언급하여 본 작품에 대한 감상문을 마무리 지어 보겠습니다.


PS:
본 포스팅에서 언급한 모든 사항은 BD 한정판에 동봉된 팸플릿(축소 인쇄판)과 각본집 결정고를 근거로 하였으며, 이외에 시간과 분량 관계상 언급하지 않은 다른 흥미로운 요소들- 주역 담당 성우들의 연기에 대한 자세나 디자이너, 연출진의 이야기 등- 도 읽어볼만한 부분이 많기에 이 동봉품이 빠지는 BD 일반판보다는 이쪽을 구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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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루나루아 2014/12/17 11:36 # 답글

    정말, 너무 스무스해서 보다가 당황했습니다. 뭐랄까, 안젤라가 순간 고난을 겪긴 하는데, 심각한 고난이라는 느낌이 안들었어요. 프론티어 셉터가 너무 만능이라..... 엔딩 송에서 최종장면으로 이어지는 씬은 참 여러 의미를 담고 있었다 생각됩니다
    It's so far way.... 였지요 아마?
  • 城島勝 2014/12/17 15:27 #

    안젤라의 고뇌- 고난을 겪는 그 씬의 초입 대사에서 잠시 드러나는- 에 시간을 더 할당했다면 드라마적으로는 좀 더 생각해볼만 했겠지만 후반부 카타르시스를 저하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한편으로 프론티어 세터가 만능인 부분은 쓸데없이 자세한 설명이나 보안국과 전뇌전에서 밀땅하는 상황 묘사를 할 경우 작품의 주제 전달이 SF 재현력이나 사실성 논쟁으로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데(예를 들면 소드 아트 온라인이 작품속 게임의 사실성 같은 것을 어설프게 늘어놓다 논쟁거리를 제공하듯) 그 부분을 명쾌하게 '많은 제어 요원이 있을 디바의 보안마저 뚫고 들어올 정도로 능력있다.'라는 명제 하나로 설명하고 넘어갔다는 점에서, 반드시 우로부치나 미즈시마가 저런 것을 염두하지 않았다 해도 결과적으로 작품의 주제 전달을 쉽게 했다는 점을 개인적으로는 긍정합니다.

    PS:
    엔딩 송의 그 부분은 It's so far away 입니다. 물론 엔딩 송과 장면간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가사의 뜻보다 더 중요한 것을 이해한 것이니 철자 하나하나가 중요한 건 아니고.
  • 로리 2014/12/17 17:56 # 답글

    예를 들면 여주인공 안젤라의 늘씬한 나이스 바디를 최대한 강조하도록 제작진에게 지시한 것은 그의 발안인데 이는 3D CG에서 혹시 부자연스럽거나 충분하지 못할 수 있는 연기/ 표정감 등의 요소에서 관객들의 눈을 돌리게끔 하려는 목적이 있다.. 과연! 싶었습니다.
  • 城島勝 2014/12/17 19:02 #

    으하하, 네. 저도 팸플릿을 보면서 과연! (남자들이란) 했습니다.
  • 직장인 2014/12/18 21:10 # 답글

    확실히 최근 이런 류의 작품 치고는 배배 꼬거나 제대로 회수도 못할 떡밥 없이 이야기가 술술 풀려서 보는데 편하긴(?) 했습니다.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결말을 '오픈 엔딩' 운운하며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아서 좋았고요.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작품은 아니지만 몇년 전 역시 CG 카툰렌더링에 SF 쟝르였던 RE:사이보그 009를 보면서 마지막 엔딩 신에 수없이 물음표를 날렸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화면빨 못지않게 스토리 텔링도 큰 무리없이 잘 풀어낸거 같습니다.

    다만 마지막에 갑자기 딩고가 기타를 꺼내들고 노래부르는 장면은 생뚱맞게 느껴지긴 했습니다만. -_-;;
  • 城島勝 2014/12/18 22:52 #

    009 RE:CYBORG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원전이 하필 009 원작 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편이었다보니 이런저런 궁리가 담긴 것으로 보이지만 그 유효성 여부를 떠나 쉽게 술술 넘길만한 음식은 아니었지요. 거기에 3D CG 면에서도 아직 위화감을 전달하는 등 여러모로 쉽게 다가가기는 어려운 작품이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내용과 외형면에서 모두 명쾌함이 돋보이는 낙원추방이 그 대척점에 서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건그렇고 말씀하신 그 마지막 장면은 저도 처음 볼 땐 픽 웃긴 했는데, 생각해 보면 초반에도 아무데나 걸터앉아 기타를 치곤 했던 양반임을 생각하면 뭐 그리 지나치게 작위적인 것 같지만은 않기도 합니다.(웃음)
  • SCV君 2014/12/20 09:58 # 답글

    확실히, 단점은 조금 있지만(사실 전 눈치 못챘습니다만;) 그걸 충분히 커버할만큼 무난히 만든것 같습니다.
    이정도면 안젤라의 노출도를 조금 조절해도 문제 없었을것 같기도 하네요.
  • 城島勝 2014/12/20 20:44 #

    파하하, 네. 근데 문제는 노출도보다 바디슈트 그 자체인 듯한...커험어흠.
  • Benaz 2015/07/07 03:25 # 삭제 답글

    이야기가 참 군더더기 없이 잘 빠졌다고 생각됩니다. 포인트를 잘 짚어주신 수준 높은 리뷰 감사합니다.

    이런 3d제작방식이 기존 애니메이션 작업에 비해서 얼마나 더 많은 투입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는데, 앞으로 일본 애니가 나아가야할 롤모델을 제시했다고 개인적으로는 봅니다. 이 정도의 퀄리티만 나와줘도 2d랑 표현력이 비교가 안되는 것 같네요.
  • 城島勝 2015/07/07 06:16 #

    네, 저야말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D 제작 방식은 일단 기자재와 노하우를 갖춘 인력이 많아지는 게 급선무이고 이를 통한 제작이 활성화되어야 이른바 규모의 경제로 현재 제기되는 여러 단점들(기술력은 물론 투입되는 자본 등)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일본내에서도 이에 대한 자각은 있는 모양이지만 아직 대대적으로 선뜻 나서는 움직임은 크지 않은 듯해서 완전 활성화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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