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iginals 모차르트 레퀴엠(칼 뵘/ 빈 필) 음원/음반/서적 감상

칼 뵘 씨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데리고 빈 국립 오페라 합창단의 노래와 함께 1971년에 연주한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아주 유명하며, 제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고 많이 들은 클래식 음악이며, 덩달아 블로그에서도 수 차례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하는 것은 새로운 음반을 통해 새로운 감동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유니버설 뮤직에서 독자적으로 발매하는 디 오리지널스The Originals 스페셜 시리즈의 일환으로 복각 된 본 CD가 오늘의 이야기 대상입니다. 이하는 (제맘대로)어감 관계상 디 오리지널로 통칭.

이 레퀴엠 연주는 DG에 의해 83년 ADD(아날로그 녹음 마스터 소스에서 - 디지털 믹싱을 거쳐 - 디지털 마스터링 수록) 프로세스를 거쳐 84년 12월에 당시 서독에서 최초로 CD화 발매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어쩐 일인지 DG가 자랑하는 오리지널 이미지 비트 프로세싱 과정을 거친 디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 발매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 최초 발매반의 수록 품위가 좋아 연주 당시의 감을 CD라는 그릇에서나마 전달하였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었고 전 그동안 이 연주를 담은 미디어는 저 84년 서독제 원반만을 소장해왔는데, 생산된지 20년이니 20주년을 축하하여...라기보다 슬슬 수명이 걱정된다는 이유도 있고(CD의, 특히 상품화 프레싱을 거친 CD의 수명은 20년 이상은 간다는 게 중론이지만 아무래도 좀 초창기 물건이다보니) 그동안 일본에서 이 연주를 담은 미디어의 몇 가지 변종(?)이 나왔다는 소문을 끊임없이 들어 온 관계로 겸사겸사 새 판본을 한 번 구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이 연주를 담은 디지털 미디어의 종류는 제가 조사해 본 바로는 다음과 같더군요.(영상 매체 제외)

1. (앞서도 소개한) CD: 90년대 재발매반, 02년의 한국 프레싱반 등 아류가 몇 종 있습니다.
2. 디 오리지널 스페셜 CD (2009년 11월, 일본 유니버설 뮤직 발매. 이하 동일.)
3. SHM-SACD (2010년 8월 발매)
4. SHM-CD (2013년 11월 발매)

저 넷 중에 가장 화제가 된 건 아마 3일 텐데, 그도그럴 것이 SHM-SACD 사양은 일본 유니버설이 꽤 공들여 발매한 '싱글레이어 SACD'로, SHM-CD의 소재를 사용한 SACD 프레스라는 물리적 우수성에다 CD 레이어 없이 SACD, 그것도 스테레오만 담는 등 제작면에서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여 이론상으로 '디스크로 가능한 최고 음질'을 추구하며 나온 미디어이기 때문. 남은 문제는 오직 한 가지, 거기에 어떤 마스터를 수록했느냐인데 3과 4는 2004년에 DSD 리마스터링 한 마스터를 수록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4는 SHM 소재라도 아무튼 CD이므로 DSD > PCM 변환을 거쳐 수록하긴 했지만서도.

2~4 중에 4는 일단 제외. 4는 소재가 아무리 좋아봤자 DSD 마스터를 PCM 변환하여, 그것도 최종적으로는 16/44.1 스펙의 PCM으로 출력하도록 수록된 물건이라 논외입니다. DSD > PCM 변환 수록의 폐해는 익히 체험해 본 바 있거니와 특히 이 레퀴엠에 대해서라면 e-Onkyo의 24/192 PCM 음원 파일로 들었을 때도 완전히 당한 기분(이 포스팅을 참조해 주십시오.)이었기 때문에. 3의 경우는 구매자들의 평이 분분한 와중에 몇 가지를 읽다보니 '분명 음질상 좋아진 데도 있는데, (열화에 따른)노이즈가 거슬리는 구간들이 많다.'라서 이것도 애매. 정가 4500엔이나 하는 게 내가 가진 CD보다도 노이즈가 거슬리게 하면 그건 좀...그래서 값이 싸다는 잇점도 있고해서(정가 1600엔) 뺄셈의 결과로 남은 건 2. 이 디 오리지널 스페셜 음반은 기존에 디 오리지널로 발매되지 않은 아날로그 시절 명연들(일부 디지털 녹음 된 연주도 포함)을 DG의 디 오리지널 시리즈가 추구한 그대로 오리지널 이미지 비트 프로세싱을 거쳐 제작/ 수록하는 것을 목표로 한 시리즈로 물론이지만 이 시리즈의 CD 표면 이미지도 디 오리지널 시리즈와 똑같이 LP판 이미지의 디자인입니다. 덤으로 루비듐 컷팅에 따라 오리지널 디 오리지널(웃음) 보다도 한층 더 정갈한 음을 추구했다고 하는군요.

오리지널 이미지 비트 프로세싱의 장점과 단점은 익히 알려져 있으며 개인적으로 이 처리가 된 음반과 그렇지 않은 동일한 마스터의 음반을 통해 비교해 본 경험도 몇 번인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의 베토벤 교향곡 5&7번인데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이 연주도 CD, 디 오리지널 시리즈 CD, BD-A 까지 꽤나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만, 하여간 이 음반의 디 오리지널반은 최초 발매 CD에 비해 고역 강조를 꽤 넣은 것이 특징이고 이때문에 언뜻 들으면 밝고 선명한 사운드지만 사실 대역 밸런스가 좀 깨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결과 최초 발매 CD에 그런대로 남아있던 LP 기분(특유의 부드러움)이 완전히 없어지고 시스템에 따라서는 귀가 아플 정도의 사운드가 나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제가 간혹 시스템 밸런스 체크용으로 듣기도 하는 칼 오르프 작곡의 카르미나라 부나라 The Original판 CD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특히 이 CD의 24번 트랙을 귀가 아프기 직전 정도까지만 울리는 게 나름대로 목표라 할 정도의 시절도 있었을 정도로- 원래 고역 강조된 부분이지만 아예 귀가 아플 정도면 시스템 밸런스 역시 많이 밝은 데만 집중된 거고, 그렇다고 이게 맹숭하게 들리면 지나치게 어둡거나 내로 레인지 수준으로 레인지 확보가 안 되는 것- 이 디 오리지널 시리즈 CD는 (비록 아주 많은 종류를 들어본 건 아니지만)대개 이런 특징이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이 프로세싱 공정의 장점은 여타 고해상도 PCM 리마스터링(비록 최종 수록은 16/44.1로 담기지만)이 함유하는 장점의 편린들이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마 나타난다는 것이고 특히 녹음시의 멀티 마이크 셋팅 위치 정보를 DG에서 그대로 보관하기에 멀티 트랙 마스터 테이프를 다시 믹스 다운할 때 그 위치 정보를 토대로 위상을 (믹싱을 시도한 시점의, 보다 발전된 기술로)제대로 맞춘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장점으로 꼽힙니다. 복수의 채록 마이크의 위치 정보에 따라, 악기의 음이 도달하는 시간차를 정확히 인지/ 수록 프로세싱에 반영하여 믹스다운 하는 방법으로 정위를 한층 세밀하게 잡는다는 것. 물론 이를 반영할만한 수준의 시스템에 이르러서야 이를 제대로 채현 가능하다는 게 흠이기는 합니다만.

슬슬 지루하실테니- 포스팅 주제와 소재 둘 다 지루해! 라고 하시면 할 말 없고(웃음)- 주변 설명은 이쯤하고, 이 일본반 오리지널의 라이너 노트를 읽으면서 제 메인 시스템에 걸어 본 이 디 오리지널 스페셜 레퀴엠 CD의 감상은 어땠는가 하면.

일단 이미 가지고 있던 84년 서독반(이하 구CD)에 비해서 큰 폭은 아니나마 명징한 소리가 되었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좋은 점은 이 명징함이 지나친 고역 강조나 인위적인 맛을 동반하는 게 아니라는 점으로, 분명 고음이 다소 강조된 인상은 있으나 심각한 건 아니라서 영상에 비유하면 노이즈 처리는 거치되 필름 그레인은 최대한 살리는 정도로만 처리한 리마스터링이랄까 그런 느낌. 구CD 에서 들리는 몇몇 특징적인 노이즈 포인트도 비산 처리랄지 그 노이즈를 부드럽게 확산시키는 듯한 느낌으로 거슬리지 않게 해놔서 셀 수 없을만큼 들은 구CD 쪽에 익숙해진 저로서는 약간 심심할 지경이기도 한데, 아날로그 마스터의 사용시 곧잘 혼입되는 특유의 노이즈도 최대한 잘 억제하는 등 (디지털 음반 매체의 관점에서 볼 때) 열심히 했다는 감상은 들게 만듭니다.

이 지나치게 과하지 않은 깔끔함이 원래 두터운 울림(덤으로 다소 둔탁한 느낌의 녹음 특성도 한 몫 하는 듯)과 느리게 진행되는 이 연주와 매칭이 좋게 울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갈함으로 승화되는 느낌이 괜찮습니다. 라이너 노트를 읽으면서 듣다가도, 눈앞에서 호소하듯 부르는 노랫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스피커 사이에 펼쳐진 무대를- 음의 입자로 만들어진 영상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달까. 물론 구CD 쪽도 이런 느낌이 아주 없는 것이 아니고 간혹 절실하게 와닿을 때도 있었지만 이 디 오리지널 쪽이 좀 더 쉽게 그것을 펼쳐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녹음 장소의 높이를 그대로 재현해 주는, 하늘로 날아오르듯 울리는 노랫소리의 느낌 역시도 구CD 에도 충분히 있었지만 이쪽이 좀 더 입체적이랄까 하는 느낌이고.

이 디 오리지널 시리즈의 모차르트 레퀴엠이 몇 년도에 원 아날로그 마스터에서 리마스터링을 했는지는 불명입니다만, 그런 이론적인 면을 떠나서 그냥 귀로 들어 본 이 음반의 음은 확실히 그 폭의 고저가 사람마다 시스템마다 서로 다르게 전해질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 폭이건 좋은 쪽으로 변했음은 전달되리라 예상합니다. 앞서 거론 한 바리에이션 중에서 SHM-SACD의 음도 언제 한 번 직접 들어보고 판단해야겠지만, 해당 매체가 SACD 전용 플레이어를 반드시 필요로 함을 감안하면 더 재생하기 쉬운 이 디 오리지널 CD 쪽을 최종적으로 더 많은 분들께 권하고 싶다는 생각은 확고합니다.

물론 이 칼 뵘 지휘의 레퀴엠은 정말로 깊이 사랑하는 저조차도 모든 분들께서 쉽게쉽게 들을만한 연주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저도 사실 심리적으로 좀 고요할 때를 골라 듣는 편이기도 해서 안그래도 클래식에 접근하기 어려운 분들이라면 굳이 추천해서 그 선입견을 더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웃음;) 하지만 언젠가 이 곡이, 자신을 향해서도 울리게 될 날이 온다는 것을 간혹 떠올릴 수 있다면 이 음을 듣고 한때나마 숙연하게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인생에 있어 헛된 시간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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