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지인 댁에서 음악 감상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름 세계 최대 디스크 판매국 중 하나인 일본내 하이 레졸루션 음원 파일에 대한 관심도 증가나 그 판매 기법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문에 부대 설명차 개인적으로 익숙한 e-onkyo에 접속해서 이런저런 화상 예시를 들다가 내친 김에 실제로 음반을 몇 장 구매해서 들어보기로 의기투합. 마침 지인 댁의 시스템도 최근 음원 파일 재생에 보다 비중을 두고자 린의 클라이막스DS 를 들여 놓았고 앰프나 스피커도 그에 걸맞는 품위인지라 이래저래 특히 하이 레졸루션 음원을 들어 보기에 좋은 환경이 되었다보니.

제 리퀘스트도 반영하여 고른 몇몇 음반 중에는 개인적인 애청 음반으로 꼽는 모차르트 레퀴엠(DG 발매, 칼 뵘 지휘/ 빈 필 연주)의 24/192 음원도 포함되었습니다. 올 트랙 3086엔이지만 지인 분께서는 (작곡가를 막론하고)레퀴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시는지라 모든 악장 다 듣는 것도 뭣하고 해서 제가 특히 좋아하는 제3악장 '진노의 날Dies irae'만 사보기로 했습니다. 결제금 411엔은 우리 돈 4천원을 바람에 실어 보내니 e-onkyo에서 받아 주더군요.(농담) 그럼 NAS에 음원 저장도 완료했고 본격적으로 들어볼까, 하며 시작은 제 독단으로 고른 진노의 날. I'll chisel your grave-stone, Sleep well! (아랑전설2 & 스페셜, 볼프강 크라우저)을 외쳐 주는 걸 잊지 않으며 기대기대. 그런데...
이건 이상합니다. 세상만물이 재가 되고 구세주가 강림하여 죄를 심판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가 노파의 푸념 같습니다. 다시말해 사운드에 힘이 없고 벙벙합니다. 레퀴엠을 좋아하지 않아도 적어도 이 음반만은 워낙 유명하기도 해서 익히 CD로 가지고 계신(물론 들어보기도 한) 지인분도 당황. 결선이 이상한가? 같이 이것저것 살펴보다 아무 이상이 없어서 가지고 계신 CD를 리핑해서 들어 봅니다. 아무 문제 없이 제대로 심판받는 기분이 드는 소리를 울려줍니다. 그럼 이건 이 24/192 파일 자체의 문제일텐데, 하지만 71년에 아날로그 녹음한 것이라고는 해도 명색 하이 레졸루션 리마스터라고 다시 올려서 파는 거잖아. 하고 있다가 e-onkyo의 판매 음원에는 해당 음원에 대한 설명이 첨부되는 걸 들뜬 마음에 까먹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e-onkyo의 해당 음원 인포를 보니...[★2004년 DSD리마스터 음원 사용]...what?? 아날로그 소스 > ADC 변환 > DSD > 그걸 24/192 PCM으로 만들었어?? 그냥 DSD로 팔지 이 무슨...그럼 시스템 때문에(클라이막스DS 는 DSD 재생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안 사기라도 했을 거고, PCM에 비해 지원 기기가 상대적으로 적고 그 적은 기기 중에서도 특성을 타기는 해도 소스의 순도는 보존되었을 거 아닌가. 그걸 사람 혹하게 고해상도 PCM이라고(소리를 뭉개놓고) 팔아먹어?? 속였구나 샤...아니 DG!

제군들, 그는 왜 이런 데 411엔을 날려야 했는가!/ 도련님이니까...그래요, 들뜬 마음에 인포도 제대로 안 보고 덥썩 사자고 한 제 잘못입니다. 하지만 그나마 이 레퀴엠은 친절하고 정직하게(?) 써주기라도 했지, 다른 오래된 아날로그 녹음반들은 고해상도 컨버전 소스를 제대로 써놓지도 않은 게 태반. 이런 건 정말 들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으니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어휴;
덧글
후.... 위로드립니다.
이거 정말 시디에 비해서 좋아진 거 맞아? 싶은 생각이(...)
e-onkyo의 경우 오직 구매 프로세스만 막아둔 것이고 구매만 성공하면 구입한 음원 다운로드는 일본 외 IP에서도 로그인 계정에서 자유롭게(기간은 일주일 제한) 다운로드가 가능하기 때문에, 속도가 잘 안 나오는 무료 VPN을 쓰셔도 무방합니다. VPN으로 우회 접속 - 카트에 담기 - 결제(비자, 마스터 등 해외 결제 가능 신용카드 필요) - 이후 늘 쓰시는 일반적인 IP로 접속하시어 다운받으시면 됩니다.
VPN 설정은 검색해 보시면 설명해둔 블로그나 페이지가 많이 나오며, 스마트폰에서는 아예 앱으로 VPN 접속을 지원하는 편리한 것들도 있고 또한 대개의 맛폰이 VPN 접속을 지원하기도 하므로 절차만 따르신다면 쉽게 시도해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Wav나 flac중 아무거나 받아도 상관이 없는지가 궁금하네요..
답글 감사하고 많이 알아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ㅎㅅㅎ
WAV와 flac는, WAV를 무손실 압축한 것이 flac입니다. e-onkyo는 판매하는 가격이 같으니만큼 쓰시는 기기를 고려해서 구입하시면 되겠습니다. 쓰시는 기기의 음원 저장 공간이 넉넉하다면 WAV를 추천하는데, 비압축이니 별도의 코딩 과정이 필요없고 대부분의 음원 파일 재생 기기가 제대로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장 공간이 넉넉하지 않고 쓰시는 기기가 flac를 지원한다면 flac를 구입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론적으로는 WAV -(인코딩)- flac -(디코딩)- WAV의 인코딩/ 디코딩 과정상 음질의 변화는 없습니다.
음반을 구입하지 않아서 사긴 했는데.. 과연 이렇게 'CD를 마스터로 해서 포장만 다시 해 판매하는' 것들이 얼마나 자제되려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걸 긍정하는 건 아닙니다. 특히 지금 같이 저런 마스터를 이용한 고해상도 음원도 고해상도랍시고 가격을 뻥튀기 시켜놓는 케이스가 대부분인 상황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