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먹방의 정의 잡담

고금을 막론하고 복스럽게 잘 먹는 모습은 최소한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며 이러한 경향은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는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먹을 때는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등의 속담으로 형상화 되기도 했습니다. 근자에는 '먹방', 그러니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이란 게 심심찮게 인기를 끄는 모양이고 특히 이 모습이 유명한 연예인도 있으며 일반인도 자신의 먹는 모습을 보여주어 수익을 창출하는 방송을 하는 실정입니다. 물론 인기가 있으니까 이를 보여주는 빈도가 늘어나는 거고 인기를 얻는 저변에는 요즘 특히 도시 사람들이 살 빼기에 무슨 강박관념 같은 것마저 있기에 남이 먹는 모습으로 위안을 얻는다 뭐 그런 설이 있던데, 꽤 그럴듯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아주 매운 음식 혹은 괴이한 음식을 먹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학성을 만족시킨다는 음습한 설도 있더랬습니다만 전 기본적으로 성선설을 믿는 사람이라.(웃음)

약간 서론이 길었는데, 제목에도 언급한대로 이 포스팅의 본론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먹방에 대해 논하자는 것입니다. 단지 제가 선호하는 먹방은 '방송'아니라 '묘사'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저는 남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으로는 아무런 즐거움이나 식욕을 불러 일으키지 못합니다만, 유독 문장으로 묘사된 음식의 모습/ 조리법/ 그리고 그것을 먹고 마시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먹을 게 궁금해집니다. 물론 정말로 그걸 만들거나 사다 먹을지, 아니면 그저 뇌속에서 상상 음식으로 섭취할지 여부는 때에 따라 다릅니다만 대개 후자입니다. 전 요리 실력이 별로 없고 사다 먹은 음식치고 묘사만큼 맛난 음식도 거의 없었다보니.

중요한 건 사진도 그림도 아니고 문장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림으로 보이는 순간 이미 문장의 묘사력이 시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진도, 그림도 문장보다 더 음식을 맛깔나게 표현할 수 없습니다. '마시는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을 정도로 맛있고 시원한 맥주'라는 표현을 넘어서는 사진이란 게 있을 수 있겠습니까? 방송은? 체험 상영관인 4DX를 들이댄다고 그게 해결될까요? 그런 돈 많이 드는 일을 하느니 차라리 저 문장과 같은 상황(너무나 더운 날씨에서 장거리 달리기를 마치고서)을 만들고 맥주를 실제로 사다 마시겠습니다. 갓 낳은 달걀로 만든 스크램블 에그와 지글지글 알맞게 구워진 윤기나는 베이컨을 하얗고 깨끗한 접시 위에 올리고 여기에 신선한 우유 한 잔 추가. 이건 사진으로도 얼마간 느낌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에다 탁 트인 풍경,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젖소들, 맑은 공기 같은 묘사까지 곁들이면 담아야 할 피사체가 너무 많아져서 음식을 맛깔나게 선명하게 포커스를 잡아 찍기 어려워집니다. 여러 장 찍으면 되지 않냐고 하시겠지만 그럼 또 저것들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워서.

요는 제가 생각하는 먹방은 바로 문장이 가진 '상상의 여지'를 제공하는 힘을 중시한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뭔가 굉장한 편견을 담은 이야기 같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이래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이 포스팅 작성자는 평범하게 건강한 남성이지만 아름다운 여성에 대해 열심히 묘사한 문장보다도 음식에 대한 묘사가 훨씬 끌립니다. 물론 아름다운 여성은 문장보다 사진이나 그림이 훨씬 한 눈에 잘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지만- 애초에 식욕은 성욕을 앞선다는 지극히 평범한 지적도 포함해서- 저의 삶에 강한 활력을 주는 것들 중 하나는 음식에 대해 맛있게 묘사한 문장입니다.

저에 대해 잘 아는 지인들은 여기에 대해 다른, 그리고 재미없는 의견을 내놓을지도 모릅니다. 너는 기본적으로 식사에 돈 쓰기 싫어하니까 그런 걸로 대리만족하는 것에 불과하다라고요. 하지만 현대인들은 이미 2차원적 자극에 익숙해진 상태입니다. 거기에 음식 묘사 문장 선호자가 끼어든다고 해서 대단할 게 무에 있겠습니까. 문장만으로 만족하고 공상 포만감까지 이른다면 그것으로 돈도 아끼고, 지구의 식량 소비도 약간이나마 줄이고, 살도 찌지 않고 일석삼조! 제가 직접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참으로 유익한 취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이상한 포스팅을 올린 이유가 무엇이냐고요? 냉장고에 남은 잔반 처리차 아침을 (맛없게)너무 많이 먹어서 점심을 거를 생각이기 때문입니다.(쓴웃음)


덧글

  • 루나루아 2014/08/01 11:42 # 답글

    해서 유명한 먹방인 고독한 미식가는 오늘도 잘드십니다.................. 전권 블루레이 구매하고 싶은데, 끙... 일단 돈 다시 벌기 시작할때까지 BD 팔아주면 좋겠어요... 이리 잘 나가는데 단종하지는 않겠지요.
  • 城島勝 2014/08/01 11:52 #

    하하, 네. 저도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만화는 친구에게 추천하기도 했고, 드라마도 간혹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BD는 혹시나 단종되더라도 중고샵 찾아보시면 쉽게 발견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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