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님이 보고 계셔 35권 - 마이 네스트 음원/음반/서적 감상

일본의 소설 [마리아 님이 보고 계셔(이하 마리미테)] 시리즈는 여성간의 강한 친애나 호감을 내용으로 다루는(서브컬처 계에서 흔히 '백합'이라고 이르는) 장르에 속한 작품으로 꽤 유명합니다만, 이 작품에서 나오는 친애나 호감의 정도는 굳이 그 정도를 확정 짓자면 우정이나 존경 이상을 심각하게 넘어서는 건 아니며 때문에 소프트 하달까 분위기만 잡는달까 하는 느낌이라 그쪽 장르의 보다 깊은 표현- 오래된 우리말 표현으로는 대식對食이라든가- 을 바라는 분께 권할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제게 이 작품을 정의하라 한다면 이 작품은 일본식 여고생 일상물에 작가 나름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간 관계나 소통의 필요성에 대한 묘사를 가미한 작품으로, 제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도 특히 후자에 무게가 있습니다. 물론 1권부터 소설 삽화를 담당한 히비키 레이네 씨의 삽화도 아주 영향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이 작품의 애니화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가 히비키 씨의 삽화감이 영 안 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딱히 삽화가 없었어도 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고.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하는 '마이 네스트'의 경우에는 특히 그러한 개인적인 호감가는 방향에 가장 부합하는 한 권으로, 개인적으로는 마리미테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세 권 중 하나로 꼽는 권이기도 합니다.(나머지 두 권은 가시나무 숲(3권)하고 레이니 블루(10권) 입니다.)

그 '마이 네스트'가 한국내 2014년 6월 30일에 정식 발매되었습니다. 일본에는 2009년 크리스마스에 나온 책이니 거의 4년 반만의 국내 발간으로, 바로 전권인 34권의 경우 일본내 2009년 7월/ 한국 정발이 2012년 1월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정식 발간의 텀이 더 벌어진 것. 사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그냥 일본판으로 34권 이후의 권을 다 채워버릴까 생각하던 중이었는데...현 환율상 일본판이 한국판보다 책값 자체도 더 싸기도 하고...아니아니, 이런 잡소리는 관두고 본론인 작품 소개로 얼른 들어가 보지요.

33권 - 헬로 굿바이(한국 정식 발매 권수 기준. 일본의 경우 권수를 명기하지 않고 부제로 구분하며, 권수로 계산할 경우 한국내 정발되지 않은 '프리미엄 북'과 '일러스트 컬렉션'을 포함하기에 일본 기준으로 헬로 굿바이는 35권째에 해당하며 마이 네스트는 37권에 해당)를 끝으로 시리즈의 근간이 되는 본 스토리인 유미-사치코 편 연재를 마무리했으며 이 시점에서 정식으로 종언을 고한 마리미테 시리즈는, 이 이후에는 연재 잡지 Cobalt에 단발 연재한 단편들에 작가 본인이 가필하는 방식으로 집필된 외전 스토리를 담은 일종의 '후렴성' 단행본을 발간하는 체제로 들어갔으며 여기에 소개하는 마이 네스트(부제 원문: 私の巣. 나의 둥지/My nest) 역시 그렇게 구성된 한 권입니다.

Cobalt 07년 8월호에 연재된 동명의 단편 에피소드에 작가가 단행본화를 위한 오리지널 가필 에피소드 다섯 편을 덧붙여 단행본화 한 '마이 네스트'는, 헬로 굿바이와 그 이전까지의 내용이 모두 후쿠자와 유미라는 주인공 캐릭터의 시점을 기본으로 진행된 것과 달리 이후의 권에서 유미는 다른 캐릭터의 시점에서 언급(34권 - 리틀 호러즈, 35권 - 마이 네스트)되는 정도로 물러났으며, 본 마이 네스트의 경우에는 아예 이야기의 중심 자체가 유미가 속한 산백합회라는 단체에서 멀어진 상태로 여기에서만 거론되는 신 캐릭터 두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 체제는 마이 네스트의 바로 다음 권인 '스텝'에서도 이어지며(여기서는 아예 주 시점 자체가 유미-사치코 편의 시간대보다 더 전입니다.), 스텝의 다음 권인 '페어 웰 부케'(일본내 2012년 4월 발간, 현 시점 시리즈 최종 단행본)에서나 유미가 표지에 복귀하면서 로사 키넨시스 후쿠자와 유미 님의 이야기가 다시 좀 나옵니다만 국내에는 글쎄, 2016년에나 나오지 않을까- 나오기는 할까?- 싶으니 미리 스포일러 하기는 좀 그렇네요. 하긴, 이것도 단편 모음이라 스포일러랄 것도 딱히 없긴 합니다만.(웃음)

특히 본 35권 마이 네스트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은 마리미테 시리즈이면서 한편으로 독립된 한 권으로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는 것으로 그 이유는 우선 마리미테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라서 이 시리즈 특유의 용어들(ex: 산백합회라든지, 로사 키넨시스라든지)을 굳이 몰라도 내용 이해에 전혀 문제가 없으며 더불어 원래부터 소프트한 장르적 특성조차 아예 없다시피 하고 '가족애'라는 부분에 대한 조명이 더 강한 내용을 담았기에 일반적인(하지만 꽤 잘 쓴) 하이틴 소설로 대하기에도 무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심 인물이 이전 권에서 나온 적이 없는 인물들임에도, 때문인지 그 인물상을 독자가 정립하고 내용 몰입에 별 부족함이 없을만큼 분량상 필요한 선에서 언행과 심리 묘사가 잘 되었으며 그 전개의 특성 역시 작가 특유의 페이스를 잘 살렸습니다. 물론 이 페이스가 지루하다거나 시시하다거나 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 부분은 원래 시리즈 자체의 특징이기도 해서 말하자면 호불호의 영역. 이런 이유로 시리즈 전체에 대한 이해를 원하는 분이라면 1권과 3권을 권하겠습니다만, 앞서 언급한 마리미테라는 작품의 개인적인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그리고 읽는 분들께서 쉽게 공감할만한) 한 권을 꼽으라면 이 마이 네스트를 권하고 싶기도 합니다.

덧붙이면 한국어판 마리미테 시리즈는 번역이 꽤 잘 된 사례중 하나라고도 생각합니다. 역자가 두 번 바뀌었는데(1~32권/ 33권/ 34~35권) 작가분의 담담하지만 요소요소에 요조숙녀 끼를 십분 가미한 문체를 별로 크게 왜곡이나 무리없이 옮겨내는 기조를 잘 유지했고, 특이한 용어나 상황별로 의역이 가미될 때는 있어도 그게 일관성이 있고 심각하게 오역이라 할만한 부분들도 별로 없어서 그렇게 말씀드릴만 합니다. 덧붙이면 표기법에 있어서도 표준 일본어 표기법을 엄격하게 지킨 것이 아니기에 특히 그쪽 방면에 민감한 분들께는 어필하는 요소이기도 할 것이고.

다만 앞서 잠시 언급한대로 발간 텀이 중간중간 많이 벌어졌고 중간중간 절판되어 버린 권이 많아서 이제 와서 새로 시리즈 전체에 입문하시라고 권하기도 좀 어렵기는 합니다. 모 인터넷 서점의 재고 현황을 보자니 2~7, 9~12, 14~24, 26, 35권 이 모양...그리고 이번 35권의 경우에는 그전 권까지와 표지 재질이 달라져서(상기 사진 참조) 2년 5개월이라는 발간 텀을 온 몸으로 웅변하기도 하는 등 서울문화사가 이 시리즈에 품은 열의가 도무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가 힘들기도 해서 더더욱 권하기가 뭣하기도 하네요. 남은 방법은 뭐...일본어가 가능한 분이라면 원서로...그렇지 않은 분이라면 근처 도서관 같은 곳에 전권이 갖춰 있다면 행운이시고 아니면...여기 소개해 드린 정발판 35권 한 권 정도로 맛을 보신다거나?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35권은 마리미테 시리즈라고 하기엔 좀 많이 담백에 가까워서 시리즈 전체를 대표하기엔 좀 어려운 한 권이기도 한 지라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려는 분께 굳이 권하기는 또 그렇네요. 뭔가 애매합니다만 현재 상황이 그래놔서 어쩔 수가 없겠고, 때문에 소개한 제가 다 미안합니다.(웃음)

PS:
마이 네스트 속에서 묘사되는 가족들의 인물간 관계는 특히 관계상 호칭 문제가 독자들에게도 상당히 머리가 복잡하게 만드는데, 역자분께서도 착각하신 것인지 두어군데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해트트릭이라는 축구 용어가 헤드트릭이라고 적힌 부분이 있는데, 이건 축구를 잘 모르는 여학생들이라 (원문부터 일부러)그렇게 표기한 것인지 아니면 오역인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관련된 글의 내용보다 그 내용을 그린 삽화가 두어 페이지쯤 더 앞서 나오는 것도 원래 이랬나 한국어판 편집 실수인가...원서를 일본내 서점에서 서서 본 지가 꽤 오래 되어서 가물가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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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有錢生樂 無錢生苦 : 마리아 님이 보고 계셔 36권 - 스텝 2014-12-07 00:02:00 #

    ... 는 놀라운 일이 제법 많이 일어났는데 마지막 달인 12월에도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서울문화사가 소설 [마리아 님이 보고 계셔] 36권을, 35권을 정식 발매(관련 포스팅 링크)한지 약 5개월 만인 12월 1일에 발매했지 뭡니까. 정말입니다. 서점에서 찾기는 어려우시겠지만(웃음) 정말로 발매되었어요. 이 사람, 믿어 주시길. 아 ... more

덧글

  • 2014/07/06 11:58 # 답글

    이 책이 이제서야 국내에 들어온 겁니까...ㅎㅎ
    저도 매우 좋아하는 시리즈이긴 하지만 '마이 네스트'는 인상이 좀 약하더라고요. 역시 전 사치코사마가 나와야...^^;
    아니 사치코사마가 안 나온다고 재미없는 건 아니지만 저로서는 뭔가 더 알콩달콩한 걸 원했던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지 않은 탓에 최근에 읽은 게 '인 라이브러리'인데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포스팅을 하려다가 미루고 미루던 끝에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가 있었는데 이 글을 보고 떠올랐네요^^;
    그건 그렇고 '스텝'의 다음 권이 2년 전에 나와 있었는데 모르고 있었다니ㅠㅠ 어서 조달해야겠습니다ㅎㅎ
  • 城島勝 2014/07/06 12:38 #

    마리미테 시리즈를 열심히 봐온 분들에게는 확실히 마이 네스트는 너무 담백해서 인상이 약하다는 느낌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만 그래서 모르는 분들께 추천하기는 또 좋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시리즈를 열심히 봐왔지만 마이 네스트 정도의 담백함도 이건 이것대로 좋다는 생각도 드는지라 마음에 들었고.^^

    그러고보면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치코에게서 앙칼진 맛을 빼고 좀 귀엽게 다듬으면 (마이 네스트의 주요 관찰 대상(?)중 한 명인)타마키가 되겠고 유미에게 좀 더 빠릿함과 가사력을 더한 다음 관계인에 대한 경애감을 좀 빼면 (마이 네스트의 주인공인)모모가 되겠다 싶습니다. 공통점은 둘 다 인상이 흐릿 혹은 담백해진다는 것이겠군요. 껄껄;
  • 그란덴 2014/07/06 12:19 # 답글

    이 책 첨본게 2001년인데 언제 13년이 지났죠 (.....) 뭐 마리미테는 끝났으려니 하고 보는걸 포기했습니다.


    이 소설과 아즈망가 대왕, 그리고 케이온의 공통점을 깨닫고 나서는 다시는 이런거 잘 안보고 있지만요.
  • 城島勝 2014/07/06 12:47 #

    저도 딱히 마리미테 때문은 아니지만 2000~2010년은 마치 한식경과 비슷한 느낌으로 지나가버린 기분이 듭니다.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지나간...컬컬;

    마리미테와 아즈망가와 케잌온의 공통점이라...여고생들이 요조숙녀티를 내고 점잖으(려고 가장하)면 마리미테고, 적당히 즐겁게 망가지면 아즈망가고, 마구 먹고 밴드 활동 곁들이면 케잌온이 되려나...그러고보면 마리미테에 개그끼를 왕창 끼얹으면 유루유리가 될 듯도? 그란덴 님께서 안 보시는 이유까지는 추측하기 어렵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이런 작품들도 이런 작품들 나름대로 재미있다 싶은 데가 있다는 생각이라 넷 다 재미있게 보는 편입니다. 아즈망가는 끝났고, 케잌온도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게 맞을 듯 하며 마리미테도 그러하니 남은 건 유루유리 정도이긴 합니다만.^^
  • 직장인 2014/07/08 17:58 # 답글

    아직 정발전, 국내에서 몇몇 분들의 개인 번역으로 10권 전후까지 웹상에 돌아다닐 때 정말 열광하며 봤었죠. 2000년대 초중반이었던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팬픽(그림)도 많이 그렸고 지금도 제 블로그의 자작그림 카테고리엔 마리미떼 그림들이 꽤 많이 남아 있어서 각별한 느낌입니다. 다만 정발본은 12권 정도까지 사 모으다가 그만뒀는데 어쨌든 다 나오긴 했군요. 워낙 선대 장미들에 대한 임팩트가 강해서인지 10권 중반 이후로는 타성에 젖어 봤던 기억인데, 그나마도 20권 후반부터는 챙겨보지 못한거 같습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작품인것은 확실하지만요 (예전 이글루 피플에 선정되었을 때 추천 도서로 마리미떼를 쓰기도 했습니다. ^^)
  • 城島勝 2014/07/08 18:45 #

    핫핫, 네. 이젠 이 작품을 알거나 기억하는 분들도 많지 않은 느낌이라 괜시리 열심히 소개해야겠다 싶은 시대가 되었습니다만 확실히 말씀하신 2000년대 초반에는 꽤나 열렬한 (선대)장미님 신봉자들이 많았던 줄로. ㅎㅎ

    저도 소설에서 묘사된 가장 첫 대 장미님들이 가장 인상깊다 싶기는 합니다만- 특히 사토 세이가- 주인공인 유미라는 캐릭터도 뭐랄까 아빠 미소(??!!)로 바라볼 수 있는 캐릭터여서 이 애가 장미님으로 불리는 때를 기대하며 계속 본 것 같기도 합니다. 근데 정작 사치코 졸업하니 장미님이 된 유미를 신봉하는 학원내 신자들의 묘사가 너무 적어서(그런 말을 하기 이전에 장미님인 유미가 주연인 이야기 자체가 너무 적어서-_-) 그 점 매우 아쉽습니다.-_-ㅋ
  • 사토미 2015/02/02 20:48 # 삭제 답글

    궁금한게 있는데요 사치코하고 스구루는 약혼 깨지고 어떻게 되었나요? 너무 궁금합니다 ㅠㅠ
  • 城島勝 2015/02/02 21:26 #

    음, 그후 이러저러 싸바싸바 해서 좋은 친척이자 친구 사이로 지냅니다. 썸이고 뭐고 전혀 없고 진짜 친구로.-_-ㅋㅋㅋ
  • 흑흑 2015/11/04 00:08 # 삭제 답글

    아아ㅜㅜ더 안나오는줄 알고 몇년간 포기하고 있다가 이제야 37편까지야 나온걸 알았네요ㅠㅠㅠㅠ흑흑 다 절판이라 읽고싶어도 읽을수가...
  • 城島勝 2015/11/04 06:32 #

    저런, 아쉽습니다; 진짜 서울문화사 재판 좀 해야할텐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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