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 레퀴엠 - RCO & 얀손스 SACD 음원/음반/서적 감상

불세출의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마지막 곡이자 미완성 곡이라고 하면 아마 클래식이나 음악에 별 관심이 없는 분이라도 약간의 상식만 있다면 알아맞출 수 있을 정도로 레퀴엠이라는 곡은 유명합니다. 물론 레퀴엠은 '장송곡'이라는 의미로, 모차르트 선생 외에도 많은 작곡가가 같은 이름의 곡을 남겼습니다만 오늘날 '레퀴엠'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대개 떠올리는 것은 모차르트 선생의 것이기도 합니다. 마치 대원군 하면 흥선 대원군을 곧 떠올리는 것처럼.

제가 클래식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주 확실하게 이 곡, 레퀴엠이라 대답할 수 있는데 더 따지고 들면 일본의 게임 제작사 SNK가 제작한 대전액션 게임 '아랑전설2'로 거슬러 올라갑니다만 이 곡 자체에 어떤 매력이 없었다면 딱히 클래식이라는 장르로 인도하는 계기까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다만 제가 이 곡에서 받은 매력중에서는 아마 제가 어릴 때 읽었던 모차르트란 작곡가의 쓸쓸한 마지막이 뇌 한 구석에 남아 있다는 이유가 가장 컸을 것 같긴 합니다만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이 곡에 대해 포스팅으로는 가장 처음 언급했던 6년도 더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어쩌면 미완성으로 남겨진 곡을 좋아하는 이유로는 적절할지도 모르지요.(웃음)

이렇게 작곡가는 세상을 떠나고 곡은 미완성으로 남아 이후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완성을 시도했고 이에 몇 가지 다른 버전의 완성판이 나왔는데 개중에서 가장 흔히 연주되는 것은 모차르트의 제자 쥐스마이어가 완성한 버전으로 여기 소개해 드리는 음반 역시 그 쥐스마이어가 완성한 버전을 로열 콘체르토 헤보우(이하 RCO)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바를 수록했습니다.(모차르트나 쥐스마이어 씨에 대한 설명은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만 혹시 RCO에 대해 별도의 설명이 필요한 분께서는 이전에 작성해둔 관련 포스팅(링크)이 얼마간 참조가 될 것 같습니다.)

이 SACD는 올해 5월 말에 네덜란드에서 발매된 모양이고 국내에도 6월 초에 정식 수입 되었습니다. 정식 수입이라고 합니다만 SACD 프레싱이 불가능한 국내에서 프레싱하여 제작한 건 물론 아니고 그냥 수입에 따른 비닐 외부 간단 소개 스티커만 붙인 물건으로 내부 북클릿의 한글 번역지도 따로 없습니다. 디스크 스펙은 전형적인 하이브리드 SACD로 SACD 스테레오/ SACD 서라운드(5.0ch)/ CD의 세가지 레이어가 공존하며 그 내용은 2011년 9월 콘체르토 헤보우에서 연주된 RCO 연주 & 얀손스 지휘의 모차르트 레퀴엠입니다.

사실 저는 모차르트의 레퀴엠 하면 아마 가장 유명한 음반일 거라 생각되는 1971년 빈 필&칼 뵘 지휘반(DG 제작, 발매)을 통해 레퀴엠 완주를 처음 접했고 이 CD는 장르를 막론하고 제가 가장 많이 들은 음반이라 다른 연주 버전 레퀴엠에는 일단 개인적인 감점을 깔고 들어가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물론 이 CD에 담긴 연주와 그 녹음이 너무나 훌륭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그 한편으로 독보적으로 '느리게' 연주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 템포에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 CD장을 뒤져보면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서로 다른 주자와 수록, 포맷으로 꽤 여럿 나옵니다만 75년 9월의 베를린 필&카라얀 지휘를 담은 SACD(DG 제작, 발매) 등 좋은 평가를 받는 음반들 역시 아무래도 이 익숙함을 넘는 강렬함을 전해준 건 아니라서 여전히 제게는 칼 뵘 씨가 지휘한 레퀴엠이 최고로 남아 있습니다. 장중하고...무겁고...정말 쓸쓸한...그게 지나쳐서 평온해지기까지 한.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소개해 드리는 RCO&얀손스 버전의 SACD를 SACD 스테레오 레이어를 통해 감상한 바는 마음에 드는 데가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연주에 있어 레퀴엠이란 곡의 해석 그 자체는 그다지 특이하게 들리지는 않습니다만 그 대신 흠잡을데 없이 연주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그 녹음에 있어 가장 먼저 전달되는 첫 인상은 풍아함, 그 다음은 입체감, 그리고 인지할 수 있는 것은 보컬의 울림과 와닿음. 덤으로 사람들의 숨소리, 약간의 움직임에 따른 잡음까지. 저는 이 연주가 울려퍼진 콘체르토 헤보우에 간 적이 없기 때문에 그곳과 같은 감으로 울리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비록 거기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이 SACD가 전해주는 실연감은 특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수록이 가능해서 SACD라는 미디어에 존재의의가 있고 소수나마 아직도 하이파이 계에서 SACD 타이틀이 나온다는 생각도 아울러 들고.

제가 이 SACD를 들으면서 떠올린 이미지는 좀 풍염한 몸매를 가진 활발함이 장기이지만 한편으로 섬세한 구석도 있는 아가씨입니다. 그에 비해 칼 뵘 씨가 지휘한 레퀴엠 CD에서 받은 이미지는 아담한 몸매에 수수하고 조용한 아가씨입니다. 두 음반은 연주진도, 지휘자도, 공연 장소와 년도도, 녹음 환경도, 녹음 기재도, 마스터링 & 수록 기재도, 하다못해 수록 미디어까지 다르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만 한편으로 레퀴엠이라는 아가씨를 보여주었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여기서 소개해 드린 SACD는 비록 어디에서 어떤 시스템에서 울리느냐에 따라 꼭 제가 말씀드린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상복을 곱게 차려 입은 아가씨를 바라보는 게 그리 싫지 않은 분이라면 레퀴엠은 원래 그런 곡인만큼 한 번 재생해서 들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좋아하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여전히 칼 뵘 씨가 지휘한 연주와 그것을 담은 CD이고 이건 아마 앞으로도 그리 쉽게 변할 것 같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 소개해드린 얀손스 씨 지휘의 연주를 담은 SACD도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어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SACD 재생 플레이어가 있는 분이라면, 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이 SACD는 국내 판매 정가는 25,700원/ 응24 같은 경우 20,800원에 판매중이며 앞서 말씀드린대로 CD 레이어가 담겨 있으므로 SACD가 재생 불가능한 일반 CDP에서도 재생 가능합니다만, 되도록 SACD 레이어 재생을 통해 그 참맛을 즐기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글

  • 2014/06/12 08:0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城島勝 2014/06/12 08:13 #

    고금을 통한 거의 대부분의 클래식 작곡가들은 그렇게 들어주는 분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아지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흡족해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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