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ee와 LoveLive! 개봉영화/TV,A/공연 감상

대화장소: 메신저
등장인물: 친구(일본 거주중, 이후 '친'으로 호칭), 본 포스팅 작성자(이후 '저'로 호칭)


친: 나다, 베이비.
저: 즐거운 식사 시간에 웬 파리가...
친: PC 앞에서 식사 시간 운운하는 건 또 두유나 한 팩 빨고 있기 때문이겠지. 파리 좀 돌아다녀도 상관없잖아?
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친: 너도 알겠지? 러브라이브의 글리 표절 시비.
저: 알아. 글리를 꼬박꼬박 챙겨본다는 네가 왜 이제야 그 소릴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친: 난 러브라이브를 챙겨보진 않거든. 어쩌다 녹화를 떠도 까먹고 다른 걸로 덮어 씌워버릴 정도지. 넌 글리는 아예 안 보던가?
저: 해주는 데를 굳이 찾아볼만큼 흥미가 있지는 않으니까. 해주는 데나 있는지도 모르겠고.
친: 잘됐군. 서로 한쪽만 잘 본 사람들끼리 견해를 들어보자고.

저: 표절이냐, 오마주냐, 패러디냐 이런 정의를 물어보고 싶은 건가?
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셋은 결국 같은 행위야. 의도가 어쨋거나 결과는 같지.
저: 하지만 이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 거 같은데.
친: 그 심리를 문장으로 형상화하면 귀여운 옆집 여자아이가 실은 밤마다 룸싸롱에 근무한다는 걸 알게 된 후의 반응 같은 거겠지.
저: 포플랭(* 은하영웅전설의 캐릭터 올리비에 포플랭Olivier Poplin) 대사던가, 그거.
친: 그것도 아무래도 좋아. 대사 패러디의 발언 주체는 기억할 필요가 없으니까. 중요한 건 내포하는 내용일 뿐이지.

저: 난 옆집 여자아이가 뭘 하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주의야. 단지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일을 하는 게 좋겠지.
친: 그럼 법적 시시비비 여부에 따라 판단하겠다 이건가?
저: 그건 회사들끼리 따질 문제고. 네 말마따나 행위는 같으니까, 그 의도나 의도가 끼친 결과를 생각해 보겠다는 거지.
친: 좋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네 견해는 뭔데.

***

저:
우선 1. '표절작이다.'라는 판정과 2. '작품의 완성도가 어떻다.'와 3. '그 작품을 어떻게 보았다.'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지. 표절은 도의적, 법적 책임을 질 문제이고 작품의 완성도는 후원자인 독자에 대한 창작자의 예의이며 그 작품을 어떻게 보았다는 독자 개개인의 판단이니까. 1 때문에 2가 어떻건 3을 판단하면서 무조건 더럽다, 쓰레기다 하는 판단은 시간을 들여 제대로 해당 작품을 평가하는 독자의 책임을 방기한 것으로 생각한다.

일단 남의 지적 재산권을 도용한 표절은 당연히 도의적으로 나쁜 거고 그 의도가 밝혀지건 아니건 그런 의도 자체는 두둔할 생각이 없다. 다만 표절은 회사들끼리 합의를 보는 것에 따라 얼마든지 실질 금전적인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혹은 쌍방이 긍정하는) 곡예를 할 수 있지. 이 경우 남겨지는 피해자는 표절 논란으로 목소리와 키보드를 높인 제3자- 여기서는 시청자- 뿐이야. 사실 간혹 표절과 복제가 같은 것으로 취급되지만 둘은 엄밀히 말해 다른 진행 양상과 결과를 갖는다. 둘 다 도의적인 문제가 있지만 표절은 상호 합의에 따른 법적 면죄부를 얻을 여지가 있고, 복제는 그럴 명분 자체가 없어서 여지도 없지. 복제로 인한 피해는 의도고 뭐고 통 복사에 통 판매이며 그것은 영구적인 상처이고 회생이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표절은 모든 걸 100% 베낀 게 아니라면 잘들 계산기 두드리고 합의도 하더군. 그러나 도의적인 책임이나 표절한 저자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뒤에 남는 것이지.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 말하라면 나는 글리를 제대로 본 적이 없고 단지 두 작품의 연출에 대한 비교 샷이나 영상에서 보았을 뿐이지만, 러브라이브 쪽만 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그 빈도나 유사도로 볼 때 글리에서 영감을 얻은 정도가 아니라 컨닝해서 답안을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서를 통해 답을 유추하는 게 아니라 아예 남의 답안지를 본 거지. 문제는, 난 글리를 안 봐서 확신은 못 하겠는데, 요는 서로 유사하지만 실은 다른 답을 요구하는 문제인데도 착각하고 같은 답을 써버린 게 아닐까 싶어. 그 유사한 모양새라는 것들을 가만히 뜯어보면 좀 뜬금이 없거나, 러브라이브 애니에서 그리던 캐릭터상을 기존 해석과 달리 비틀거나 한 부분들이거든. 볼 때는 나도 나름대로 그럴 수도 있겠다(= 새로운 시도라거나) 하고 넘긴 부분들이, 그러나 좀 묘하게 안 맞는 옷 같았던 부분들이 컨닝한 거라고 하니까 아, 그래서 그랬군 하고 납득이 가던데. 순전히 '어째서 그렇게 (안 맞는 옷처럼)되었구나' 하는 논리적 납득 말이야.

***

친:
난 너랑 정반대인 상황이지만, 네 말이 맞다고 본다. 문제가 촉발된 러브라이브 2기 6화의 해당 연출들, 대사, 구도, 흐름은 나도 굳이 6화만 찾아다 봤지만 그것만으로 판단할 때는 일견 잘 컨닝한 것 같아. 하지만 사실 글리가 그 유사하게 나온 모양새를 만들기 전까지 쌓아온 길은, 러브라이브를 제대로 안 봤기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네가 전에 썼던 2기 5화까지의 감상이나 여타 이야기 같은 걸 토대로 판단할때 전혀 다르다. 말하자면 둘 다 흥겨운 분위기니까 써도 맞겠지 하고 지레짐작 해서 크리스마스에 핼러윈 가면을 쓰고 남의 집에 가서 Trick or Treat를 외친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그 위화감을 지적하기에 이른 거지.

이 문제의 핵심은 감독 + 각본가의 욕심으로 캐릭터들을 상황에 끼워 맞췄다는 것일텐데, 오마주를 위해 해당 장면을 러브라이브 캐릭터들로 그대로 재현하고 싶었건 상상력이 모자라서 표절하기 위해 해당 장면을 그대로 베끼고 캐릭터들을 때려 맞췄건 결과적으로 볼 때는 상업작이 상업 캐릭터로 동인 애니메이션을 만든 거지. 1기에도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고 하길래 찾아봤지만 그때는 최소한 지엽적인 부분에 머물거나 그런대로 소화를 해서 쓸만하다 싶은 부분에 별 티나지 않게, 알더라도 저거 글리군 하고 웃어 넘기게 쓴 거였어. 하지만 2기 6화는 나가기도 너무 나갔을 뿐더러 상황이 적합하지도 않아. 이래서는 일본 애니로 글리를 표현해 줬다고 마음에 들어했다던 사람들마저도 곤란해할걸.

***

저:
결국은 표절, 오마주, 패러디의 경계를 정하는 건 보는 사람들의 표정 퍼센테이지 아닐까. 보는 사람이 웃어 넘길 선이냐 아니면 심각해질 선이냐의 문제겠지. 이 경우는 다수가 심각해졌으니 문제가 된 거고, 그래서 폐를 끼치게 된 거지. 내 입장을 말하라면 FOX(* glee 제작 및 주관 방송사)와 선라이즈(* 러브라이브 애니메이션 제작사)간에 법적으로 싸우건 아니면 합의와 공동 성명 - 우리는 양 작품이 모두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여 발전하기를 원한다 같은 내용으로 - 이 나오건 또다른, 그리고 어찌보면 근본적으로 끼친 문제는 그대로고 그래서 개인적인 호불호에서 호감도 눈금이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건 (쓸데없는 연출로)작품의 세부 구조에 해를 입힌 거니까.

그 원인은 글쎄, 나는 러브라이브 제작진이 공명의 함정에 빠진 거라고 본다. 孔明 말고 功名. 편하게 뭔가를 얻고자하는 욕심에 어두워서 선을 너무 넘은 것으로 보여. 能戰當戰을 잘 하고 있었는데 도를 넘은 실수로 완성도에 영향을 끼치면서 전선에 문제를 초래했으니 이건 말하자면 마속이 가정의 산 위에 진지를 세운 거야. 남은 건 전군을 잘 수습해서 이미 얻은 한중까지 땅은 지켜야 하는 것과도 같은 상황인데다, 촉한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마속을 원수로 여기는 것과도 흡사한 모양새지. 덕택에 공명 선생의 빛이 바랜 것처럼, 러브라이브 애니가 발했던 빛도 바랬고.

***

친: 러브라이브가 발한 빛은 그러니까...상업적 성공이라는 제작 본연의 목표에 한없이 충실했다 그거 말인가.
저: 그래. 그냥 돈빨 홍보빨로 뜬 것뿐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띄울 수 있다면 대기업 하는 일이 실패하는 경우도 없지.
친: 그럼 이번 일에 따른 네 평가는 어떻게 되는 거지?
저: 이야기에 구조적 결함이 생겼고, 표절이란 주홍 글씨로 인해 작품 자체가 가진 '강렬함'이 훼손되었으니 완성도가 떨어졌지.
친: 그럼 네가 그리 높게 쳤던 러브라이브 애니의 상업적 프로젝트 견인력은 앞으로 어떨 것 같아?
저: 그건 끝까지 보고나서 판단하고 싶은데. 다만 어떤 이유로건 엄해진 사람들은 모든 것에 엄해지는 법이지.
친: 예를 들면?

***

저:
2기 5화까지의 중간 감상 포스팅(링크)을 봤다니까 하는 말인데, 러브라이브 애니메이션 2기는 스토리 주제로 '승부'라는 입간판을 내세우고 그걸 일종의 방패 삼아 캐릭터 개개인의 이야기를 끼워넣는 플롯 전체 방향성은 좋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완성도에 끼치는 영향도 그래. 단지 문제는 1기에도 이미 그 가락을 보여줬지만 제작진이, 그러니까 감독이건 각본가이건 두 사람이건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완급 조절이 서투르다는 건데 이게 6화에서 슬슬 불만이 높아질 시점이었건만 제대로 처리를 하지 않았고, 거기다 표절 시비가 겹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난 거지. 안 좋은 방향으로 크리티컬이랄까.

정확히는 6화즈음에 이 승부의 다른 한쪽, 그러니까 최대 라이벌이라는 A-RISE를 다시 한 번 직접 내보내고 주역 애들과 얽어서 긴장감을 조성해 주던가, 그 카드를 나중에 써먹을 거면 주역 애들만이라도 뭔가 (승부 때문에)'대단히 심각한 척'이라도 하는 식으로 한 번 잠시 조여줬어야 했어. 완급 조절을 잘 하는 건 이야기의 강렬함을 더할 수 있는 것이고 특히 상업작에서 전체 완성도나 팔리는 정도에 기여하는 바도 크니까. 6화의 모양새를 보면 감독이건 각본가이건 나름대로 주역 애들이 '이런저런 시도'를 한 것으로 (대회에 앞서 캐릭터와 시청자를)조여줬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문제는 1. 그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실제로 나온 것), 2. glee와 유사함을 덮어 썼지만 세부 상황의 차이와/ 심각하기엔 뭔가 애매한 불발탄인 것, 3. 그 불발탄이 쌓이고쌓여 아군 막사에서 터진 것. 정도로 종합할 수 있겠다.

말하자면 승부의 결과를 제작진과 시청자들이 어찌 생각하느냐와 관계없이 승부 그 '자체'는 승부물 주제를 가진 작품 완성도를 위해서는 반드시 때때로 필요할때 부각을 시켜야 해. 입간판을 그냥 방치해서 그게 망가지면 가게는 심각한 상해를 입으니까. 전에 확실히 내 견해를 밝히지 않은 것 같은데 이 각본은 러브라이브 대회 자체가 아니라 A-RISE와의 승부가 클라이막스라고 플롯을 짠 것으로 보여. 고시엔 우승 과정이 아니라 지역 예선 결승전(과 거기까지 가는 여정. 경기뿐 아니라 캐릭터들의 교차까지)에 모든 묘사를 쏟아부은 아다치 미쓰루 씨의 [터치]처럼. 하지만 러브라이브 애니의 완급 조절력 문제에 사람들이 평가 잣대를 엄하게 대기 시작하면서 총13화라는 방영 분량이 거기까지의 승부만을 묘사하는데 '너무 많은 분량'이었다는 걸 많이들 깨달아 가는 모양새란 말이지. 그러니까 하나다(러브라이브 애니 각본가) 씨나 쿄고쿠(러브라이브 애니 감독) 씨는 글리가 아니라 터치를 보고 영감을 얻었어야 했어. 하긴 그 양반들이 고교 야구와 학교 특활 아이돌부의 공통점에 생각이 닿기는 할까 모르겠지만.

***

친: 내가 생각할땐 연예인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것을 참고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려나 싶다. 경연 살짝살짝 편집하면서 합숙이나 애들 배경 스토리 같은 거 깔아주는 솜씨를 반만 따라했어도 얘들이 이런 걸?? 하면서 꽤 신선하게 여겨졌을 거 같은데.
저: 결국 러브라이브 애니메이션 제작진이 글리를 좋아했고, 무슨 의도를 가졌건 그걸 따라한 것이 문제의 씨앗이라는 것이지. 이번에 그게 싹튼 것 뿐이야. 물을 준 건 감독이나 각본가나 둘 다고.

친: 그렇군. 그런데 그러고보니 그 러브라이브 7화(* 2기 7화. 일본내 도쿄MX 최속 방영분을 지칭)를 보자니까, 나름대로 심각한 걸 써먹을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던데. 뭔가 전체 처리는 엉성해 보였지만 그건 특성인 것 같고.
저: 난 내일이나 본판을 제대로 보겠지만, 여기저기 나온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와 보자니 8화에 노조미 이야기를 할 모양인데 그 애 배경 설정을 잘 주물러서 순 오리지널로 6화쯤에 심각한 터치로 써먹었으면 반응이 지금 같지는 않았을지도 몰라.
친: 작품 전체 완성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르고 말인가.
저: 말하자면 그렇지. 네가 없었으면 내 점심시간이 평화로웠을 것처럼.

이후는 시덥잖은 말싸움 이후 서로 업무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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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키리바시 2014/05/19 15:20 # 답글

    이전에 城島勝님이 지극히 무난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말씀을 했었고 저는 다소 단조로워서 아쉬운 감이 있다고는 했는데...
    ...호노카 말따마나 이런 식의 임팩트는 필요없는데 말이죠

    제가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의문을 갖는 부분은 '도대체 왜 뭘 해도 잘나갈 컨텐츠에 표절 시비 껀수를 만들었냐'입니다
    말따마나 스토리 개막장이어도 최애캐만 기여어어 하고 다들 좋다고 봐줄탠데 도대체 뭘 노린건지 모르겠네요 진짜...

    표절을 했지만 스토리 완성도가 올라갔다 하면 이유라도 납득하겠는데 이것도 아니고 그냥 병맛이었거든요
    오히려 표절 이전에 그 부분이 빠심으로(본인이 그러더군요) 집어넣은 결과 캐릭터(특히 니코)를 붕괴시킨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 봅니다

    사실 (쉴드칠 생각은 없지만)말따마나 당사자인 폭스가 가만히 있으면 친고죄인 저작권은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인데...
    화가 날 지경이네요 진짜
  • 城島勝 2014/05/19 19:01 #

    제가 글리를 참고한 당사자가 아니라서 그네들의 의도를 완벽하게 짚을 수야 있겠습니까마는 예상하기에는 본문에 옮겨적은 대화에서 언급한대로 제작자들이 공명의 함정에 빠진 거라고 봅니다. 의도를 떠나서 그 결과물은 저도 영 마뜩치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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