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도 병, 모르는 것도 병 투자

직접 주식 투자와 펀드를 통한 간접 주식 투자를 병행하면서 늘 드는 생각은, (펀드 수익률 지표를 보다보면)내가 해도 저것보단 잘 하겠다는 생각(만이 아니라 실제로 잘 할 때도 있고)과/ (내 수익률 지표를 보다보면)그래도 펀드가 꾸준한 맛이 있는 건 꾸준해서 좋다는 것입니다. 언뜻 굉장히 모순된 이야기 같지만 아마 양자를 모두 해보시는 분이라면 이해하시리라 믿기로 하고.

얼마 전에 투자 회사에서 담당자가 바뀐 관계로 상품 설명도 드릴 겸 내점 상담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기에, 마침 그쪽 퇴근 시간 전에 들를 수 있는 날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새로 바뀐 담당자는 조언도 현재 시장에 적합하면서도 담당 회사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 상식적인 선이었고, 권하는 상품도 지나치게 호객 행위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미없는 소리만 늘어놓는 것도 아니고 적당한 것들이었는데- 물론 오래 거래한 회사라 아마도 개인 선호 대상에 대해 어느정도 체크를 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다 끝내고 나서 잠깐 환기차 환담하던 중에 이 담당자가 제가 알고 있는(그리고 실제로 맞는) 바와 정반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면전에서 지적하기도 뭣해서 적당히 긍정하고 자리를 일어선 뒤에 귀가하면서 생각해보자니 영 걸립니다. 사실 개인 투자 사항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정확히 알아두는 게 좋은 일을 틀리게 알고 있다니 묘하게 입맛이 쓴 것이지요. 이 경우 그쪽은 분명 몰랐던 게 병인데 저도 괜히 알고 있어서 고민거리가 생겼으니 병입니다. 그렇다고 서로 몰랐으면 그것도 곤란한 것이, 증권 담당자라면 당연히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을 잘못 알고 있다니 혹 그 부정확함이 훗날 다른 식의 실수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인데 이 사람이 이렇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면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래서 오늘 지금 이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내린 결정은 펀드를 해지하겠다는 것입니다. 저와 대화한 그 사람 혼자서 제 펀드를 오로지 매니징 하는 것도 아니고 지나치게 즉흥적인 결정 같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고 마침 시절도 약간 애매한 데다가 무엇보다 대충 5년은 유지한 펀드이니 적당히 환기를 시켜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꼭 말 한마디 때문에 천냥을- 진짜 천원만 넣은 펀드는 아니고요- 들었다놨다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단지 방아쇠가 말 한마디였다는 것 정도입니다.

뭐, 제가 해지한 계좌의 여파로 저와 대화를 나눈 담당자가 저 위 사진 속 디오...아니 이오 같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수술에 성공했다는 소식만으로 코스피 지수를 0.4%씩이나 끌어올리는 사람도 아니고. 그러니 서로서로 병이었어도 서로에게 별달리 문제되지 않고 끝날 수 있을 터(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 무언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제가 빼낸 돈을 직접 주식 투자로 돌린다고 해서 과연 저 담당자보다 더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인데, 그 결과야 시간이 흐르면 나오겠지만 최소한 결정을 뒤돌아보지 않을만한 이유는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정작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저도 따지고 보면 무수한 실수를 되풀이해왔고 앞으로도 되풀이할 것 같은데, 그때마다 누군가가 경고/ 제제/ 감봉(?!) 같은 걸 가한다면 (하도 실수 사례가 무수해서)상당히 곤란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실수할 때마다 화내고 혼내기는 해도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절친한 친구도 있었는데, 사회로 나온 다음에는 뒤치닥꺼리나 정정해줄 틈도 대개 없이 행동에 의한 결과 혹은 결론이 바로 들이밀어지니 어떻게 생각하면 사회 진출 전과 후의 핵심 차이는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덧글

  • 키리바시 2014/05/13 10:04 # 답글

    하면서 느낀 부분은 저게 일인 사람들보다 잘하기는 힘들다는 점이었죠…
    사실 지식적 부분보다 이쪽이 큰거같아요

    금만 사놔도 쭉쭉 오르던 시절은 지났으니… 저도 뭔가 생각을 해야 할탠데요
  • 城島勝 2014/05/13 11:26 #

    미래를 보는 능력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타고난 재능이나 시간을 들인 노력이 거의 의미가 없는 주식 그리고 그걸 비롯한 투자 세계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1. 풍부한 자금력, 2. 일종의 커넥션, 3. 개인적인 감, 이 세 가지의 다소입니다. 지식 같은 건 부차적인 문제이고.

    개중에 펀드 매니저가 개인 투자자보다 잘 할 수 있는 건 남의 돈을 끌어모아 운용할 수 있다는 것, 업종 커넥션이 있다는 것, 하던 가락이 있어서 어느정도 감이 발달할 여지가 있다는 것 정도. 개인 투자자는 셋 중에 거의 마지막 하나에만 매달리니 당연히 성적이 더 좋게 나오기 힘들지요. 하지만 간혹 마지막 하나가 좀 기상천외하게 빛나면 이기는 경우가 있기도 하니까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 무펜 2014/05/13 13:18 # 답글

    저는 개인투자는 일절 안하자는 주의인데.. 일단 제가 전업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까 주요지표나 시장 반응을 데일리하게 체크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제 주업무에 영향을 줄 정도라....

  • 城島勝 2014/05/13 13:47 #

    사람마다 스타일이란 게 다 있지만 저같은 경우에는 주식 투자 관련해서 매일매일 관련 지표니 반응을 일일히 체크 하지는 않습니다. 업무도 그렇고 다른 신경 쓸 일도 많은 데다가 지수에 일희일비 해서야 곤란한 일이 많이 벌어지니.(실제로 겪기도 했고^^;)

    대신 분기마다 전자공시에 올라오는 사업보고서를 열심히 읽는다던가 투자 회사 주담과 얘기해 본다던가 아니면 펀드 보고서를 컨닝한다던가 하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는데 이정도는 업무와 취미 생활을 방해하지 않는 것 같네요. 어디까지나 케바케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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