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루레이 감상 - 패왕별희 UHD-BD/BD/DVD 감상

- 영화 [패왕별희]가 어느새 20년전에 개봉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 21년이에요.
- 아, 그런가. 이 영화의 BD가 외국에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우리나라에는 발매를 할려나 하고 기다린지도 어언 2년입니다.
> 3년이에요, 3년.
- 아, 그렇군. 3년.
< 그게 다 우리나라의 환경 때문 아니겠수.
> 네, 그래요. 그 열악함 때문이지요.

기억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만 위 대화는 이 영화의 프롤로그 씬을 패러디해 본 것입니다. 사실 뭔가 서문을 쓰기는 써야겠는데 이 영화에 대해 간직하는 개인의 추억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으면 그것만 한 3부작쯤 써야하지 않나 싶어서 아예 아무 언급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엉터리 패러디만을 앞세우고서 바로 사무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디스크 스펙

BD-ROM 듀얼 레이어(50G), 전체용량 38.8G/본편용량 38.5G, BD아이콘 없음
영상스펙 1080P24(AVC)/ 화면비 1.85:1/ 비트레이트 26.99Mbps
음성스펙 돌비트루HD(16/48) 중국어 2.0ch(& DD 2.0 중국어, DD2.0 일본어)
자막 한글, 중문(간체/ 번체), 영문, 일문

* 코멘터리 스펙: DD 2.0ch 중국어/ 자막 한글 only

비디오 비트레이트가 좀 널을 뛰는 게 특징이지만, 평균으로 따지면 BD가 완숙기에 접어든 이후의 헐리우드 일반적인 영화 BD와 비슷 혹은 좀 더 높은 편입니다. 물론 이후 서술하겠습니다만 비트레이트는 수록 마스터에 얼마나 근사하게 출력하느냐를 말할 뿐 영상 퀄리티 자체를 판가름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한편 본 타이틀은 로딩 후에 바로 탑 메뉴가 나오는 구조이며 메뉴는 전편 재생/ 챕터 선택(총 24챕터)/ 오디오 및 자막 셋업의 세 가지. 팝 업 메뉴도 탑 메뉴와 동일합니다.


2. 서플 사항

본 타이틀에는 오디오 코멘터리 한 종만이 서플로 수록되었고 별도의 영상 특전은 없습니다. 듣기로는 프랑스판 BD(2011년 9월 발매)에 SD 해상도이기는 해도 메이킹 영상을 비롯한 3종의 영상 특전이 있다고 합니다만 정발판에는 이것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쉽습니다.

대신 오디오 코멘터리가 꽤 좋습니다. 실제 경극단 단원이며 본 영화에도 출연한 리춴 씨/ 장국영 예술 연구회 홈페이지 창립자이며 그 자신도 영화 배우인 룽쉬에옌 씨를 모시고 사회자 부샤오커 씨의 진행으로 이뤄진 코멘터리는, 영화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내외의 이야기들과 특히 중국인이 아니면 직접적으로 와닿을 수 없는(그래서 말할 수 없을) 영화 내용에 대한 소회나 시대상에 대한 평론 등을 언급하기 때문에 상당히 볼만합니다. 171분이나 되는 영화지만 원래 음성으로 감상하신 분들도 코멘터리 감상을 꼭 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덧붙이면 코멘터리 자막의 경우 띄어쓰기를 비롯 교열이 안 된 부분이 종종 눈에 띕니다만 내용 이해가 안 된다 싶을 정도로 엉터리 문장은 없으니 그럭저럭. 아울러 사족으로 이 코멘터리는 중국판 DVD에서 그대로 가져온 듯, 2시간 30분 경에 '정품 DVD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언급이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중국제 3disc 사양으로 나온 패왕별희 DVD는 상술한 영상 특전을 비롯 서플이 상당합니다만 이제 와서는 구할 수 있나도 확신하기 어렵고 국내에는 발매된 일이 없기 때문에 그림의 떡.


3. 영상 퀄리티

패왕별희 BD는 기발매된 해외 판본의 경우 2011년에 발매된 프랑스, 독일은 1080i50/ 2012년에 발매된 중국, 스페인은 1080P24의 스펙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이번에 발매된 정발 패왕별희의 경우 1080P24. 다른 나라 판본을 직접 시청한 적이 없어서 그쪽과 비교는 어려우나 DVD와 비교 샷을 따라가며 정발 패왕별희 BD의 영상에 대해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클릭하여 원본 사이즈로 보실...필요도 없이 아마 아시겠습니다만 첫번째가 BD, 두번째가 DVD 스크린샷입니다. DVD와 비교해 보면 정발 BD의 영상은 확실히 고해상도 마스터링을 거친 마스터 소스를 수록한 것으로 보이며 컬러 발색의 상이함이나 좀 더 개선된 디테일 표현 등이 눈에 띕니다.

(좌측이 BD, 우측이 DVD. 이하 모두 동일)BD판 컬러 구성의 특징은 DVD에 심하게 나타나던 붉은 기를 많이 뺏다는 것으로 덕택에 사람이 배경색에 묻혀 버리는 느낌이던 DVD에 비해 보다 인물이 살아나는 화면이 되었습니다. 단, 어디까지나 DVD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지 BD 역시 특히 암부쪽의 붉은 기를 다 빼지 못 해서 절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영화 속의 많은 암부가 검은 색이 아니라 갈색을 방불케 한다는 점은 꽤 거슬립니다.

오래된 영화 팬들이시라면 소위 방화라고 불리는, 대개 오래된 필름을 건 영화 속의 밤이 우측의 DVD처럼 퍼르스름하게 나오는 것에 익숙할 수도 있습니다만 BD는 이를 제대로 밤 비슷하게 표현해 줍니다. DVD 쪽이 꼭 귀신 나오는 TV 프로 화면 비슷하니 더 분위기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농담), BD 쪽이 더 자연색에 가까운 화면을 구현하고자(그리고 인물과 배경을 구별하여 인물이 좀 더 눈에 들어오게끔 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은 알 수 있을만큼은 된다고 하겠습니다.

디테일 표현력의 차이도 대충 이정도. 몇몇 필름 상태가 좋은 부분에 한해서라고 관측됩니다만 그럭저럭 괜찮게 살려둔 장면들이 있는 것이 BD 영상의 미덕입니다. 이외에도 DVD에서 쉽게 눈에 띄던 흰 점이 깜빡이는 현상도 거의 억제했으며 화면 정보량도 주로 좌우측에서 DVD에 비해 BD가 조금이라도 더 나오는 부분이 있는 등 오리지널 필름에서 재스캔한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분명 DVD에 비해 본 BD의 영상은 더 좋습니다.

그렇지만 DVD를 배제하고 순전히 일반적으로 BD에 기대되는 영상 퀄리티, 적어도 아날로그 필름 복원작의 퀄리티를 이 BD의 영상이 충족시키느냐면 그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 BD의 영상은 그런 절대적인 기준에서 말하자면 별 다섯 개에 세 개도 줄 수 있을까말까 합니다. 이 영화의 디지털 미디어판이라고 해서 요즘 선호되는 디지털 촬영작의 쨍한 화면을 기대하는 분은 아마도 안 계실 듯 합니다만, 35mm 촬영작에 흔히 기대되는 수준 높은 (아날로그틱한)1080P 영상과도 그 격차는 상당합니다. 다시 말해 화면의 다이나믹스, 명암부 디테일 표현력, 화면 균질도, 계조 표현력 등 영상에 대해 평가하는 모든 항목에서 이 BD 영상은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어떻게든 그레인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리마스터링 방향을 잡은 것은 알겠지만 DVD에서 빈발하던 깍두기 노이즈 같은 수록상 헛점으로 발생하는 노이즈가 아닌 소스 자체의 노이즈는 별반 처리하지 못 한 모양새로,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화면의 사이즈가 대략 40인치 정도만 넘어가도 그 화면을 채우는 게 힘겨운 느낌이 나는(= 일반적으로 화질이 나쁘다 라고 인식되는) 영상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리마스터링의 태만으로 비롯된 결과가 아니라 필름 열화에 의한 것으로 짐작되는 바, 훗날 크라이테리온 정도의 소위 용빼는 리마스터링 기술이 동원된다 해도 과연 지금 이 BD보다 얼마나 더 나은 영상 퀄리티를 보여줄지 의심된다는 것이 이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닥친 고민거리라 하겠습니다.


4. 음성 퀄리티

음성 퀄리티에 있어서도 본 BD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우선 본 BD에 수록된 돌비트루HD (중국어)2.0ch 트랙은 어떻게든 대사의 명료도만은 그럭저럭 살리려고 한 것 같지만 그외에 음질에 대해 평가할만한 모든 요소에서 영상만큼이나 대단찮습니다.

특히나 왜 굳이 같은 중국어 돌비트루HD 2.0ch와 돌비 디지털 2.0ch를 따로 넣었는지 모르겠다 싶을만큼 양 포맷간 차이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로, 원판 사운드에서 뽑은 게 아니라 돌비 디지털 트랙을 트루HD로 명찰만 바꿔 달아 하나 더 수록했다해도 믿을만큼 차별점을 주지 못합니다. 실출력 음압 측정에 따라 볼륨을 조정해서 듣건 일률적으로 맞춰 듣건 마찬가지로, 더군다나 한쪽은 광동어 더빙이라도 했으면 모를까 둘 다 영화내 사용어인 북경어(로 사료되는터)라 더더욱 구별이 어렵습니다.

물론 아마도 이 영화를 보신 분들 대부분이 기억 속에 남기셨을 경극의 기기묘묘한 반주와 목소리를 아우르는 '음'들은 최소한 그 분위기만은 전달되는 기분이고 하니 지나치게 비난할 것까지는 없겠다는 기분도 들지만, 원판도 열악하고 사운드 리마스터에 열성을(= 돈을) 붓지 못하는 처지라면 차라리 DVD 처럼 (좀 엉터리 분할에 따른 가상 서라운드라 해도)5.1ch를 넣어주어 채널별 소리의 재미라도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음성에서도 솔직히 별 다섯에 세 개 반 이상은 주기 어렵겠다 싶습니다. 다만 상술한 이유 때문에 광동축 연결로 BD를 감상하는 분들께는 별 넷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5. 총평

패왕별희는 2000년 와호장룡이 나오기 전까지 중국, 홍콩, 대만의 영화인들이 힘을 합쳐 만든 중국계 영화중 최고의 작품이라는 칭호가 별 이견 없이 붙은 작품입니다. 물론 이 영화가 담은 내용들이 와호장룡 혹은 다른 중국계- 흔히 무술영화들- 처럼 쉽게 와닿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며 다른 무엇보다 171분이나 되는 긴 러닝타임은 이 영화를 아직 접하지 못한 분들께는 1차 장벽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그 영화를 담아낸 이 BD도 영상이나 음성이나 원본의 열악한 상태를 감출 수 없어 보이며 그렇다고 리마스터링에서 천지개벽이라 할만한 모양새를 보여준 것도 아닙니다. 한글 자막이 지원되는 코멘터리를 수록하여 영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높이 삽니다만, 그것도 1차적으로 눈에 띄는 비주얼- 여기서는 우선 화질- 이 오랜 팬인 저로서도 변호하기 쉽지 않은 퀄리티고 그렇다고 영상 특전을 여기저기서라도 긁어모아 제대로 수록한 것도 아니어서 기존 팬과 그렇지 않은 분들 양쪽 모두에게 구입하게 할만한 흡인력이 높지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기억하는 이유중 하나는 (경극)패왕별희의 등장인물 항우와 우희나 두 고대 인물로 분한 영화속 경극 배우들이 거쳐 온 격동의 중국 현대사를 모르더라도 영화에서 나타나는 모습들, 연출들,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그들을 따라가며 지켜보는 입장이 되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제공해야할 미덕중 하나는 관객이 영화와 함께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며 이 BD는 아주 최소한 그 점만큼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나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BD의 1/10 가격에 도는 DVD도 있지만, 그래도 그쪽보다는 이 BD를 권합니다.

그러고보면 이 영화는 하나같이 아쉬운 데가 있는 아니 그런 데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 BD도 아쉬운 데가 있다는 점에서 상통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아마도 풀리지 않을 아쉬움일 것 같다는 점에서 더더욱.

PS:

본 BD의 본편 자막은 이전 DVD와는 전혀 다른 번역인 바 일단 DVD에서 추출한 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번역의 경우에는 양쪽이 일장일단이- DVD는 넘겨짚기가 심하고 BD는 좀 우직한 편-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BD쪽의 자막은 뭔가 급하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교열이 상당부분 안 되어 있습니다.

북클릿의 일부 한국어 문장치고 매끄럽지 못한 문장도 그렇거니와 자막의 오타 등 교열, 검수를 지나친 듯한 부분들이 상품의 인상을 흐린다는 점을 인지해 주었으면 합니다.


덧글

  • 2014/05/11 18:46 # 답글

    벌써 20년이 넘었다니...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중 하나예요.
  • 城島勝 2014/05/11 19:21 #

    그렇다면 이 BD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 국영장 2015/04/17 17:14 # 삭제 답글

    리마스터링도 저 위에 dvd사진과 같은 뿌연느낌이 있는지 궁금해서 댓글 달아봅니다..ㅜㅜ 이 글을 보고 BD는 확실하게 알거같은데.. HD리마스터링은 아직 잘 모르겠어서요..
  • 城島勝 2015/04/17 17:29 #

    여기 소개해 드린 BD가 원판 필름(= 마스터 소스)를 디지털 스캐닝 한 뒤에 HD리마스터링 하여 수록한 것으로, [HD리마스터링 = BD입니다.] 이 글을 보고 BD를 확실하게 아실 것 같다면 HD리마스터링도 확실하게 아신 것입니다.

    단, 혹시나 BD 이외의 HD 리마스터링(했다는 소스), 그러니까 립 파일이니 VOD서비스 소스 같은 것이 어떤지는 장담해드릴 수 없습니다. 이들은 자체 스펙상 BD에 담기는 영상보다 그 수준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빵야빵야빵야 2015/12/15 22:37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블루레이를 시청할 때 혹시 음성싱크의 문제는 없으셨나요?
  • 城島勝 2015/12/16 05:54 #

    네, 딱히 씽크 에러를 캐치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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