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이태원, 터키/ 홍콩/ 미국 음식 취미

지난 토요일에는 친한 친구의 권유로 함께 이태원에 갔다 왔습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직선 거리로 약 3km, 버스로 3~4정거장 가량, 도보로 얼추 40~50분)이지만 대략 3년만에 갔는데 거리의 분위기는 별로 변하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포스팅도 (좀 우습지만) 지도 컷으로 시작해 보았고.

이태원에 간 목적은 다른 게 아니고 동행을 권유한 친구가 미식가에다가 요리도 잘 하고(요리책도 하나 썼고) 외국 요리도 많이 체험한 관계로 이태원의 식문화에 관심이 많다보니 개중에서 경험해 보고픈 가게들이 있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부수적으로 외국 식자재 마트에서 취급하는 식재도 살 일이 있었다 하고. 물론 이걸 쉽고 간단하게 요약해서 말하면 제 지갑의 무게를 줄여 가지고 다니기 편하게 해주겠다는 이야기- 제가 사주건, 더치건 아무튼 돈은 나가니까- 입니다만 저도 이 친구의 입맛은 저랑 비슷한 데가 있어서 신뢰하는지라(= 제가 먹어도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라) 그 덫에 걸려 따라 나서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미스터 케밥(홈페이지: http://www.mrkebab.co.kr/)이라는 케밥 전문점으로 그 명성은 음식점 정보에 어두운 저도 들어본 일이 있을만큼 나름대로 국내에서 알려진 터키 케밥 전문점이라는 모양입니다. 친구의 평에 따르면 '(자신이)들러 본 한국내 가게중 터키 케밥 맛을 가장 우수하게 재현하는 가게'라고 하더군요.

사실 저도 케밥을 좋아하기는 한데 좋아하는 이유는 양고기를 가장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수단이라서 그러합니다. 전 양고기를, 물론 머튼이라 불리는 연로하신 양고기 말고, 상당히 좋아하는데 국내의 양고기는 어째 하나같이 비싸서. 물론 램이라 불리는 어린 양고기는 기본적으로 비싸고, 특유의 노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손질이건 양념이건 아니면 기본 고기질이건 좋아야 한다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뭔가 '외국 음식 프리미엄' 같은 게 붙어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운 가격들이라서.

그런 이유로 좀 이른 점심은 여기서 먹었습니다. 친구는 터키 케밥 닭&양 (6500원), 저는 같은 케밥 양고기(6000원). 감상은 흠...분명 길거리에서 사먹었던 케밥보다 고기도 부드럽고, 풍미도 살아있고, 양도 많습니다. 제가 그동안 먹어봤던 대개 3~4천원 가량의 케밥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사먹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같은 고기에 야채를 그저 또띠아에 둘둘 말아 만든 음식에 맛의 차이가 나는 것도 꽤 신기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극한의 아날로그인 요리의 세계는 확실히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케밥을 얼추 애피타이저 삼은 다음 가기로 계획한 곳은 최근 그 명성이 많이 떠올랐다는 신흥 맛의 거리 경리단길(근처)에 즐비한 수제 햄버거 가게 탐방이었는데, 그리로 가던 중 친구가 눈을 빛내며 가보자고 하는 곳이 있어 멋도 모르고 따라간 곳은 청키면가(트위터 주소: https://twitter.com/Cheungkee)라는 완탕면 전문점입니다. 홍콩에 60년 전통의 본점이 있고 이태원에 그 기술을 오롯이 재현한 분점이 있는 가게라는데, 전 처음 들어봤지만 기본적으로 만두 계열 음식을 좋아하기도 해서 따라가 봤습니다.

이곳에서 먹은 것은 가게의 대표 메뉴라는 새우완탕면(소)로 가격은 5500원. 소자를 주문하니 점원분이 '많이 작습니다.'라고 미리 알려주시던데 본 메뉴 전에 잠시 사이 음식 먹는다는 기분으로 들른 곳이라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만 실제로도 소자는 소자더군요. 하지만 탕국물의 맛도 좋고(가게 권유대로 백후추를 뿌려 먹으니 좀 더 입맛에 맞았고), 면의 꼬들꼬들함도 마음에 들었고, 새우 완탕 역시 많지는 않아도 식감과 풍미 모두 좋았습니다. 가격 생각 안 하면 한 번쯤 맛볼만하지 않나 그리 생각합니다. 소 사이즈는 식사로 삼기에는 좀 부족한 양인 것은 확실합니다만.

꼭 만두에 관심이 많지 않더라도, 이 가게는 메뉴가 열 가지 정도로 그리 많지 않지만 다들 이 새우완탕면 정도로 만든다면 한 번쯤 다 시켜먹어 볼만하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언제 회사 사람들을 꼬셔서 오고 싶기도 하네요. 물론 영수증은 비용 처리하고- 아, 이런 생각하면 안 되는 건가.

청키면가를 나와 물색해본 메인 디쉬 삼을만한 햄버거 집은 자코비 버거라는, 역시 최근 명성이 자자한 수제 햄버거 집이었습니다. 경리단길 근처 해방촌의 모 아파트 뒤편에 위치한 이곳은 주로 내장파괴 버거로 유명한 곳인 모양이고 검색 페이지에 자코비 버거라고 쳐보시면 관련 글이 주루룩 나오던데, 저나 친구나 평범하게 맛을 알고 싶었던 관계로 지극히 평범한 다른 버거로 주문했습니다. 전 그릴 치킨 버거(기본 9천원)였고 치즈를 좋아하는 친구는 자코비 더블치즈 버거(기본 1.1만원).

요즘은 수제 버거 체인도 많고 버거킹만 해도 8천원~9천원대 단품이나 버거 셋트가 많아서 버거 가격 자체에 놀란 건 아니지만, 이 가게는 버거는 단품 기본형 가격중 가장 저렴한게 저 그릴 치킨이고 이외에 뭔가 옵션(햄버거 관련 옵션. 예를 들면 치즈도 추가금이 붙는 치즈가 있는 등)을 붙이려면 거의 추가 금액이 붙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이드 메뉴나 음료 가격도 그러하며 결코 저렴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이드 메뉴로는 양파 튀김(8천원)을 시켜 보았는데 이 메뉴 외에도 다들 비주얼로 볼 때 2인 이상 파티를 염두한 것으로 보이더군요. 맛 면에서도 나쁘지는 않았고.

본체인 햄버거에 이르자면 음...괜찮았습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보다는 소스가 좀 많아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는데(특히 친구의 버거가 그랬던 모양입니다.) 소스가 입맛에 맞는 분이라면 호평할만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양도 뭐 그리 적은 건 아니었고. 다만 옵션의 선택이나 앞서 말씀드린 맛의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제조 공정 같은 게 까다롭고 시간이 좀 걸리는(최대 20분 정도라고 카운터에도 미리 양해를 구해놓았습니다.)지라 체인점을 대량으로 늘릴만한 곳은 아니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

이후 다시 이태원으로 돌아 와 외국 식자재 전문 마트에서 친구따라 강남가듯 몇몇 신기한 식자재를 구경하는 것으로 이날의 기행은 종료. 아, 참. 터키 과자 전문점으로 이름 높다는 '쌀람 베이커리'(홈페이지: http://www.salambakery.com/)에 들렀을 때 단 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께 선물하고자 바끌라바(모듬 셋트 8천원)라는 터키 과자를 샀습니다만 전부 어머니께서 드신 관계로 이 과자에 대한 논평은 후일로 미뤄야 겠습니다. 다만 터키 현지에서는 무시무시하게 단 과자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어떠실려나 했는데, 너무 달아서 못 먹겠구나 같은 말씀을 안 하신 걸 보면(단 것을 좋아하긴 하셔도 지나치게 단 것은 이와 다른 문제이므로) 우리나라에 맞춰 당도를 다운시킨 게 아닐까 싶기는 합니다.

이렇게 터키 - 홍콩 - 미국(?)의 음식을 가까운 데서 한 번에 맛볼 수 있었다는 것은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이태원에서 뭔가를 먹은 적은 거의 없었는데 이번 기행으로 나중에 또다른 각국 음식을 먹어보러 올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런 이유로 친구에게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정과 감사함을 아는 멋진 남자지요. 단지 이 토요일에 지출한 비용이 생각나서 오늘 점심은 두유 한 팩으로 때우고 말았다는 것은 비밀입니다만- 이건 언제나 그랬으니 별로 상관 없으려나.

PS:
토요일에 갔다왔는데 왜 이제야 썰을 푸는가? 라고 하신다면 전 음악을 음식보다 좋아해서(그 토요일에 올린 포스팅: 링크) 라고 답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농담이고, 실은 제 폰카가 워낙 안 좋은 관계로 친구의 폰카로 찍은 사진을 대령하고 싶어서 그런 것입니다. 저는 언제나 제 블로그를 찾아 주시는 고마우신 분들께 정보, 재미, 감동, 기타 등등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건 진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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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남두비겁성 2014/04/21 13:07 # 답글

    바클라바 완전 좋아해요!
    세 달에 한 번쯤은 뱃속에 공급(?)합니다.
  • 城島勝 2014/04/21 13:30 #

    오, 그러시군요. 저도 어머니께 드리기 전에 하나쯤 몰래 빼서 먹어 볼 걸 그랬다는 불경스러운 생각이 듭니다.-_-ㅋ
  • 고선생 2014/04/21 13:53 # 답글

    자코비 대표메뉴도 올리지 그랬나. 내가 먹은.
  • 城島勝 2014/04/21 14:32 #

    자코비의 대표 메뉴는 모름지기 내장 파괴가 아니겠는가, 나의 악우여. 노멀 버거는 단 한 장의 사진이면 충분하다네.
  • 키리바시 2014/04/21 14:35 # 답글

    저는 오로지 먹기 위해서 어딜 가본적이 없는듯..
  • 城島勝 2014/04/21 14:45 #

    사실 저도 그런 적은 거의 없는데 가끔은 변화를 주는 것도 괜찮다 싶었습니다. 그만큼 먹어 본 음식들이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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