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챈들러 -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음원/음반/서적 감상

2014년 4월 11일 발간 / 안현주 엮고 옮김 / 양장본 / 256쪽 / 195*135mm


제가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작가를 기억 속에 담게 된 건 이 분의 대표작 The Long Good Bye(국내 출간명: 기나긴 이별)를 대학 시절 읽은 다음부터입니다. 물론 그전에도 무라카미 하루키 옹의 영향으로- 이 분의 작품, 특히 수필에서 챈들러에 대해 종종 언급하므로- 이름 정도는 아는 작가였습니다만 이 때서야 그 이름이 뇌리에 각인된 건, The Long Good Bye를 굳이 원서로 읽게 한 교수님의 만행(!)과 거기에 반항하고자 번역서를 구해보았던 저의 투쟁(!!)과 그때문에 원서 특유의 표현들을 숙지하지 못한 학생에게 가차없이 논문 기각의 제재를 내리신 교수님의 사랑(!!!)이 어우러지는 통에 '화가 나서라도 읽어주고 만다.'는 식으로 접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그 표현의 재미와 생각해볼만한 부분들에 빠져 이후 영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덕택입니다. 요즘은 영상물에만 관심을 쏟는 것 같지만 그건 개인 사정이니 차치하고-

이 포스팅을 통해 소개해드리는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라는 제목의 책도 사실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이름이 보여 읽어본 책입니다. [미국의 소설가 고 레이먼드 챈들러 씨가 작가, 편집자, 독자 들에게 쓴 편지 가운데 68편을 묶어 번역/ 소개한 서적. 그는 이 편지들을 통해 자신의 글쓰기 방식에 대하여, 글을 써서 먹고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하여, '소설'과 '추리소설'의 관계에 대하여, 이 타락한 세계에서 모름지기 탐정이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노벨문학상의 가치에 대하여, 좋은 글쓰기의 필수적인 요소에 대하여 간결하게 서술하였으며 여기에는 결혼과 연애에 관한 멋진 농담,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관록 있는 조언, 애거서 크리스티와 헤밍웨이와 로스 맥도널드와 존 딕슨 카가 쓴 작품을 향한 신랄한 비판, 투병중인 아내에게 헌정할 작품을 쓰지 못한 데 대한 회한,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적은 소회도 담겨 있다.]- 라고 출판사는 소개하였는데 이 책을 읽어 본 제 감상은 여기에 뭐라 덧붙일 게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서적 소개를 업으로 적는 분들의 지적 수준이나 감상 정도는 저와 같은 일개 독자를 상회하는 데다가, 그러지 않으면 곤란하기까지 한 일이니 당연한 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덧붙이고 싶은 바가 있다면 이런 것입니다. 미리보기 페이지 중에도 나오지만 그는 '심플 아트 오브 머더' 중에서 유명한 말을 하나 남겼는데- 그게 어떤 말인지는 아직 안 읽어보신 분을 위해 생략- 제가 챈들러 씨의 소설을 좋아하게 된 것은 그의 하드 보일드 한 솜씨보다도 작품 전체에 깃든 어떤 종류의 상냥함(이라고 해석하는) 때문입니다. 이것은 그의 생애와도, 그리고 지금 여기서 소개하는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에 소개되는 편지들의 내용과도 잘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주의깊게 살펴보면 느낄 수도 있는 어떤 것이라고 적어도 저는 생각합니다. 이건 아마 그의 문체나 표현을 곱씹다가 생각하게 된 바일지도 모르겠지만서도.

그러고보면 챈들러 씨는 헐리우드 각본가 생활을 한 적도 있는 분이고 때문에 아마도 제가 사회 생활을 하게 된 이후에는 이 분의 소설보다 헐리우드 영상물 번역(지극히 개인적인 용도지만)에만 신경 쓰는 것도 딱히 뭐라 하실 것 같지 않다고 마음대로 생각합니다. 아마 이 책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를 읽어보시면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제가 느낀 바와 비슷한 감상을 얻으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렇게, 레이먼드 챈들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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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예낭자 2014/04/25 12:50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역자입니다. 꾸벅.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반가워서 한 마디 남겨요. 그 교수님 참... 엄청난 일을 시키셨네요. 챈들러 씨 원문은 읽기 쉽지 않은데! 아무튼 챈들러 씨의 상냥함을 알아주는 분은 많지 않았는데, 그 점을 간파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해요. 무라카미 하루키던가 누군가가 '정말 강한 남자만이 (여자에게) 상냥할 수 있다'고 했지요...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城島勝 2014/04/25 21:24 #

    아, 안녕하세요. 이 책은 두 번 통독한 뒤에는 우연히 펼친 페이지부터 읽어보곤 하는데, 그렇게 읽어도 순서대로 전부 읽었을 때와 같은 감들을 늘 얻을 수 있는 것을 참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원문도 그렇겠지만, 세심하고 꼼꼼하게 번역해 주셔서 더 인상깊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담이지만 챈들러 씨의 글쓰기 방식이나 사고관 같은 것은 그 교수님 덕분에- 탓에라고 써야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모방해보고프다는 생각이 들게 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치과 신세를 좀 지게 되었지만서도. (교수님의 그 엄청난 처사에)이를 너무 갈아대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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