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술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 (부제: 아이돌 마스터 극장판 특전) 취미

1. 이야기는 오늘 점심 시간 무렵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출장 온(이틀 전의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한) 일본의 지인입니다.

출장 온다고 이틀 전에 말했음 되었지 뭐하러 전화까지? / 출장 왔으니 좀 봐야지. / 얼마전(2013년 11월 말일)에도 지겨울 정도로 봤잖냐. /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무정한 녀석. 난 널 그렇게 키운 기억이 없다. / 난 너한테 길러진 기억이 없어. 그리고 굳이 유치하게 따지자면 내가 너보다 두 달 빨리 태어났거든? / 꼬박꼬박 대꾸하는 걸 보니 잘 지내는 것 같군. 그러니 내게 술 살 돈은 있겠지. / ...

이 대화를 떠올리며 적는 지금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 이 (일방적인)술자리에 대응하지 않는 걸 심각하게 고려했습니다. 저는 밤 10시에 잠자리에 드는 계획성 있는 수면을 신봉하는 사람이고 퇴근후 술자리란 것은 아무리 빨리 끝내도 이걸 지키지 못 하게 하는데다 또다른 소소한 문제를 곁들이면 전 이틀마다 새 포스팅을 하기로 마음먹은 바 있는지라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 저녁에 뭔가 써보자 하고 미뤄뒀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하지만 뭐,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데 산 사람 거기다 아는 사람 거기다 친분도 있는 사람한테 술 좀 사주기로 지구가 뒤집어지는 것도 아닐테니 하는 기분으로 결국 응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친구가 말은 이렇게 해도 대개는 더치 페이고 아니면 이전에 제가 대접한 게 있으니 호기롭게 사주던가 하리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게 너무나 안이한 발상이었던 겁니다...


2. 퇴근후 저녁의 어느 술집. 상대도 지나치게 멀쩡해 보이니 안부는 물을 필요도 없고 어차피 안 본지 오래된 것도 아니고.

뭐 그래도 곧 이런저런 공통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이자니 확실히 같은 시기를 산 친구, 그리고 서로 다른 지역에 있어서 각자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생각해보면 나쁜 친구도 아닙니다. 그런데 한가지 신경쓰이는 일이 있어서 굳이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안주를 줄줄 많이 시키냐? / 일본에서 안 먹어서. / 그럼 술도 비싼 것만 줄줄 시켜대는 이유는 뭐냐? / 일본에서 안 마셔서. / (묻는 내가 바보지...) 뭐, 그래. 어차피 네가 먹고마신 건 네가 낼테니... / 풋. 과연 그럴까? / ...미리 말해두지만 이번엔 네가 낼 차례다. / 그랬던가...뭐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건 어떨까?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이 친구가 가방속에서 꺼낸 뭔가를 보고 전 속으로 아니 저건...?! 하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저의 날카로운 지성과 동물적인 감각이 총동원되어 경보를 울렸습니다. 그 놀라움을 입밖으로 표출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심드렁하게 대꾸했습니다.

저: 무비마스 특전이네. 미니 색지...4주차렸다.
친: 그래, 그렇지. 그리고 그 속에 든 건 이거다.
저: (...!!!)

친: 어떠냐, 네가 오늘 회합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면 이것은 너의 것이 될 것이다.
저: 흐...흐흥. 내가 그런 두꺼운 종이 쪼가리를 얻으려고 얼추 ...(삐)...만원을 향해 달려가는 술값을 오로지 낼 것 같으냐.
친: 어허, 그래? 그럼 이건 어떨까. (술잔을 들어 두꺼운 종이 위로 손을 옮기며)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저: (...!!! 눈이 튀어나올뻔 했으나 아닌척 지그시 눈을 감아 억제...)
친: (손을 빼며)...한 뒤에 이걸 구겨서 휴지통에 버리면 넌 어떤 표정을 지을려나?

저: (냉정해야 한다...) 그런 짓을 하면 너도 손해일 뿐이지. 너 분명 개봉일 다음날인가 봤었는데 또 본 거면 특전 노린 거 아니냐.
친: 맞아. 하지만 난 여기 그려진 애들중 누구도 좋아하지 않으니 소장 가치가 없지. 허나 그순간 네 얼굴이 떠올랐어.
저: (이...↗...참자참자) 그게 무슨 의미인지 난 모르겠는데.
친: 벌써 취했나? 내가 이걸 버리고 술값을 더치하면 이중으로 자원 낭비 아닐까?
저: 흐...흐흥. 너만 이중으로 손해보는 건데 낭비건 뭐건 어떠냐.
친: 그래? 그럼 이건 이대로 휴지통에 들어가겠군. 아, 5만 5천장/5 = 1만 1천장중 한 장이 이렇게 사라지겠구나. 애도애도.

* 주: 무비마스 4주차 특전은 선착순 5만 5천명 한정 배포, 다섯 종류이므로 각 종류당 1만 1천장이라는 계산.

저: ...네 술값 20%. 더 이상은 안 돼.
친: (들은 척도 안 하며 벨을 누른다.) 아가씨? 여기 ...(삐)...좀 가져다 주세요.
저: ...25%.
친: (코웃음치며)너도 참 물건의 가치를 모르는군. 네가 일본에 와서, 굳이 4주차 초입에 관람을 했다쳐도, 5종 중에 이게 걸리려면?
저: ...나는 뭐가 걸리더라도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며 소장할 자신이 있어.
친: 아하, 그래. 하지만 넌 일본에 날아올 수도 없었고, 따라서 관람할 수도 없었지. 그게 이 물건의 가치다.
저: ...왜 이렇게 타락한 거냐. 이 형은 마음이 아프다.
친: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 있군. 하지만 쓸데없는 발악이지. 자, 오늘 술값을 다 내고 가질 테냐. 아니면 그냥 더치하고 헤어질테냐.


3.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귀가후)

...하, 하지만요. 솔직히 저는 이 그림 마음에 안 듭니다! 하루룽만 나오면 되는데 (제입장에서는)안 나와도 되는 사람이 둘이나 더 끼었다구요! 특히 저 금발 아이는 딴 데다 그려도 되잖습니까! 니시고리 씨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둘을 붙여놓은 겁니까! 아니 그런 지엽적인 문제는 제끼고 애초에 왜 이런 특전을 뿌려서 저를 골탕먹인 겁니까...

...에이, 말하면 할 수록 뭔가 비참하군요. 그냥 빨리 자렵니다. 이만 취침.


덧글

  • 샤아P 2014/02/24 23:36 # 답글

    좋은친구네요 ㅋㅋㅋ
  • 城島勝 2014/02/25 06:45 #

    너무 좋은 친구라 제가 골병 듭니다. 으흑흑-_-
  • 요르다 2014/02/25 01:09 # 답글

    후 이거 보러 갈까를 고민했지만 일년에 몇번씩 비행기를 탈 여유가 안되는 슬픔ㅠㅠ 요즘 극장애니 잘 걸리던데 이것도 좀 들어오면 좋겠군요.
  • 城島勝 2014/02/25 06:50 #

    1년에 몇 번씩 비행기를 탈 여유는 일반인(= me, 저)에게는 누구에게나 없습지요. 그러나 그 여유를 언급하시고 고민까지 하시는 것은...탈일반인! 바로 강자의 여유시군요!! 저에게도 미라쿠룽 동키...아니 그 강자의 은혜를 내려주소서...음냐음냐...
  • Janet 2014/02/27 03:18 # 답글

    저도 일년에 몇 번씩 비행기 탈 여유는 없지만, 특가 나올 때마다 무조건 질러대서...작년에 무려 다섯 번이나 갔다 왔습니다.
    올해도 이미 한번...(도쿄까지 2만원에 보내준다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잖아요. 공항세,유류 포함하면 129000원이었지만..^^;)
  • 城島勝 2014/02/27 06:18 #

    으하하, 네. 허나 공항세랑 유류비도 문제지만 더 문제는 시간입니다, 시간...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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