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루유리 11권 특장판 (+신작 애니 제작 소식) 음원/음반/서적 감상

일본내 2월 1일에 발매된 유루유리 단행본 제11권은 일전에도 말씀드린대로 한정판에 해당하는 특장판(1200엔)과 일반판(900엔) 두 종류로 발매되었습니다.

개중에서 여기 소개하는 건 특장판쪽으로, 특장판과 일반판의 차이는 우선 표지가 약간 다른 점('특장판'이라 적힌 점, 표지의 별 색깔이 다름)이 있지만 이건 너무 깨알같고 쉽게 눈에 띄는 차이는 특장판 쪽에 소책자 '유루유리 최초편R'(사진 좌측)이 첨부되었다는 것입니다. 개중 소책자 이야기는 일단 후술하기로 하고, 11권 본편은 연재 잡지인 코믹 유리히메(격월간지) 2013년 5월호부터 2014년 1월호까지 게재된 총 8편의 에피소드와 2012년 5월에 발간된 일종의 기획도서 '망가 나모리 유루유리 스페셜 2'에 실린 에피소드 한 편까지 총 9편의 에피소드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본편 수록 에피소드 중에서는 일전에 잡지를 통해 보았던 에피소드 두 편(75화 어른의 계단, 76화 게임센터에 가자!: 관련 감상)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유루유리라는 작품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점중 하나는 봤던 이야기를 보고 또 봐도 여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점이고 사실 바로 그 점이 상당히 신기한 점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여기 나오는 캐릭터들이 뭔가 엄청나게 신선한 타입들도 아니고, 캐릭터들의 역할과 그에 따르는 이미지들도 대개는 고정불변에 가깝고(마침 상기 첨부 샷의 에피소드에서는 한 번 캐릭터간 이미지를 바꿔보긴 합니다만), 그림이 귀엽기는 하고 남성 독자 취향에 좀 더 부합하는 작품이라 여자아이들을 다소나마 그런 쪽으로 굴리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그렇다고 이보다 더 귀엽게 혹은 예쁘게 거기다 자세하게 그리는 만화가 없는 것도 아니고, 특별나게 캐릭터 추가를 하지 않고 거의 주역 8인방을 2~4명 조합으로 돌려가며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패턴도 사실 뻔하고. 그렇다고 특정 장르적으로 엄청나게 수위가 강해서 소위 매니악한 것도 아니고(물론 그랬으면 개인 취향상 안 맞는 관계로 이렇게 볼 일도 없었겠지만)...

그런데 감상하는 작품마다 아주 편협한 시각으로 거의 예외없이 (옳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르는)지적과 비평과 (무책임한)훈계와 방향제시 등등을 늘어놓는 제가 어쩐 일인지 이 작품은 그냥 신나게 웃으면서 보고, 읽다가 무심코 작중 캐릭터들에게 태클을 거는 대사를 따라하면서까지 또 보고, 심심하면 웃자고 다시 보고, 안 심심해도 또 웃자고 다시 보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딱히 엄청나게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외에도 무슨 편들어줄만한 이유가 달리 있는 것도 아니며, 작품내 이야기의 시간 배경은 작품의 특성상 아예 고정이지(캐릭터들이 나이를 안 먹음), 하다못해 캐릭터간 관계도 연재한지 6년이 되어 가도록 솔직히 별 가시적으로 발전한 게 거의 없지, 항상 여중생들이 비슷한 패턴으로 벌이는 몸개그와 말개그(+ 간혹 훈훈한 이야기)에 무슨 반전과 명암 대비란 게 있을 리가 없지...이러니 소위 이야기의 샤프함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 단행본은 한 술 더 떠서 판형이 크고 종이질이 좋기는 해도 좀 비싸기까지 한데(일본판 단행본 일반판 기준 권당 900엔, 한국판 6000원) 왜 이러는 걸까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재밌어서 보는 건데 무슨 이유가 있어! 그냥 재밌으면 되는 거지. 라고 한다면 그걸로 납득하면 좋겠는데 그러면 또 순진하지 못 한 제 뇌가 태클을 걸어서 다시 원점. 아무래도 제가 이 작품을 보고 또 보고 그때마다 웃는 건 그냥 작가분 센스와 코드가 맞아서 정도로 얼버무려야 할까 봅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 너무 골똘히 생각하는 것도 작품 감상에 옳은 자세같지는 않기도 하니.(웃음)

뭔가 지리하게 길게 이어지다가 내려진 어이없는 결론은 일단 뒤로 밀어두고, 다시 포스팅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와서 말씀드리는 11권 특장판의 부록 소책자 '유루유리 최초편R'은 유루유리 단행본 1권의 에피소드 네 편(1~4화)을 지금 시점에 다시 리메이크하여 수록한 책자입니다. 이해를 돕기위해 단행본 1권(한국판)이 찬조 출연. 물론 별매입니다.

작품에 대해 아는 분이라면 표지 디자인부터 대충 촉이 오실 듯 합니다만 양쪽은 그림체 변화와 캐릭터 이미지 변화, 그리고 개그 센스의 변화 등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조합입니다. 소소하게 덧붙이면 이번 11권은 본편의 경우 잡지 미연재 오리지널 에피소드는 작가 후기 1페이지 뿐이고 이 소책자 쪽이 사실상 오리지널을 책임지고 있어서 그 의의도 많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이 둘을 비교하면 시작부터 이런 상태. 좌측, 그러니까 최초편R 쪽에 실린 리메이크된 1화 도입부는 옛 1화의 아카리 대사를 쿄코가 놀리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쿄코: "와~아! 축하(해)! 축하(해)! 라고 안 해?" 아카리: 응? 뭐야 그게? 이런 식.

솔직히 유루유리의 단행본 1권 당시, 거기다 초반 에피소드는 지금보다 훨씬 4차원적인 맛이 강한 개그들이라 호불호가 상당히 심하게 갈릴 것이라 생각되는데 - 저는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그 후로도 계속 보게 되었지만 - 이번 리메이크 소책자에서는 이 초반 에피소드들을 메이저한 트렌드 개그 센스로 바꾸고 내용도 많이 살을 붙여놔서 이 소책자 때문에 더 낸 300엔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애니메이션을 통해 유루유리를 접한 분이라면 단행본 1권보다 이 리메이크 소책자 쪽의 1~4화가 더 마음에 드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소개한 11권과 그 소책자를 열번쯤은 보고 또 본 지금도 이 만화를 왜 이렇게 재미있게 보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하기 어렵고 아마 앞으로도 명시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굳이 비슷할지도 모르는 케이스가 있다면 제가 예전에 그렇게 좋아했고 지금도 읽으면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재미있게 보는 '아기공룡 둘리'를 왜 그리 재미있게 보았는가? 하는 의문점을 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둘리는 그냥 재밌으니까 재밌는 거라 또 답변이 안 되는군요. 이거 곤란한데.

이 유루유리에 대한 어느 일본 독자의 감상평을 보자니 '가볍고 4차원적인 일상의 모습들이 템포 좋게 그려진다. 개그와 백합(여자끼리의 친애를 다루는 장르, 또는 그 장르의 총칭) 요소의 밸런스가 절묘하다.'라고 이 작품의 장점을 들고 있더랬습니다. 평 자체에 대해 별로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지만 전 대책없이 가벼운 걸 좋아하지도 않고, 4차원적인 이야기도 상황에 따라서는 질색하기도 하며, 일상물도 별 내용이나 감동없이 똑같은 이야기를 다람쥐 쳇바퀴처럼 하는 걸 시간낭비라 여기는 경향이 있고, 백합 장르를 딱히 좋아하지도 않습니다.(물론 질색하는 것도 아닙니다만.) 그런데 저는 도대체 왜 이 작품을 보고 있는 걸까요? 부정의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겁니까? 이 말이 여기에 해당이 되는지에 대한 고찰은 치워두고 이 본연의 의문에 대한 해답은 과연 나올까요? 독자 앙케이트 엽서에다 '본인이 왜 이 작품을 재미있게 보는지 모르겠는데, 계속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이유를 가르쳐 주세요.'라고 적어 보내면 작가 나모리 씨가 뭔가 좋은 대답을 해줄까요? 하지만 그 앙케이트 엽서란 게...

...이런 모양새니 도저히 진지한 답변이 돌아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_-ㅋ


그.리.고. 개인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유루유리 신작 애니메이션 제작이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 작가분 공식 메세지

그러고보니 이번 11권의 막판에 실린 에피소드가 2012년 5월에 나온 이야기임은 서문에서 말씀드렸는데 그 에피소드가 하필 '유루유리 애니메이션 2기 방영 소식'이다보니 뭔가 냄새(?)가 납니다. 물론 작가 후기에 따르면 이 에피소드가 이제서야 단행본에 실린 건 '까먹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만 이 기막힌 타이밍은 뭔가 수상한 냄새가...

뭐, 작가의 의도는 그렇다치고 저는 이렇게 구시렁구시렁 뭐라고 하고 있지만 또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찾아보고 웃고 있을 게 확실시 되는지라 더욱 곤란하네요. 어떤 모양새의 애니가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어느 유루유리 독자의 자아성찰은 깊어감을 말씀드리며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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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ins 2014/02/11 20:41 # 삭제 답글

    유루유리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하나 하나 따지면 설정도 뻔하고 어디서 본 캐릭터, 시츄에이션에 에피소드도 뭔가 빵 터지는 면이 부족해서 굉장히 미묘한데 왠지 모르게 계속 손이 가게 하는 힘이 있어요. 지금 다시봐도 애니 1기 초반부는 재미 없긴 했지만요,, 하여튼 "이런 면이 좋아" 라고 딱히 말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보게 되네요.
  • 城島勝 2014/02/11 21:13 #

    말씀하신대로입니다. 이런 걸 운도 실력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ぼかすとこ違うだろ
  • 버미 2014/02/23 16:48 # 삭제 답글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저또한 글쓴분 말씀하신대로 이 만화가 어떤점때문에 재밌다고 딱히 찝어 말하기 힘들지만
    대단히 좋아하는 만화라고 여겨 왔기에 이번 글에 공감이 많이 가네요.
    제기준으로 다른 만화랑 유루유리랑 다른점이
    다른 일상물은 인물별로 호불호가 많이 갈려 좋아하는 캐릭은 참 마음에 드는 반면
    관심 안가는 캐릭터, 심지어 마음에 안드는 캐릭터 식으로 확연히 호불호가 나뉘는 반면
    유루유리에 나오는 주연 8인들은 얼추 다 비슷하게 귀엽게 보인다는 점이 다른 만화랑 다르네요.
    다음에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 城島勝 2014/02/23 18:00 #

    제가 유루유리를 좋아하는 이유중에 말씀하신 이유 - 다들 구엽다 - 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굳이 따지면 아야노가 크면 제일 미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합니다만 나이들을 안 먹으니 자랄 리가 없으니까 결국 다들 평등하게 구엽군요.(웃음)

    여하간 개인적인 넋두리성 감상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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