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하록(자막판, 2D 상영) 개봉영화/TV,A/공연 감상

어제는 캡틴 하록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상영 조건은 제목 그대로 자막판, 2D 상영.

국내에는 은하철도 999를 통해 더 친숙할 마츠모토 레이지와 '하록 선장', 그 하록을 3D CG 기술로 리메이크 했다는 영화 캡틴 하록에 대해서는 작년 9월경 일본 개봉 당시부터 그 우레같은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직접 볼 수 있었던 건 어제가 처음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우레같은 명성이란 대부분 '흥행 실패, 실패, 실패...'로 점철되어 있고 때문에 평범한 분들에게는 접근하면 안 될 것 같은 경보를, 저와 같은 반골주의자들에게는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라는 탐구심을 자극했는데 그 실체를 친견할 수 있었기에 좋건 나쁘건 이에 대한 감상은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외형적으로 이 영화는 일본내 애니메이션 감독, 연출가 등으로 이름이 알려진 아라마키 신지 감독을 필두로 각본은 기동전사 건담UC(유니콘)의 원작 소설과 OVA 각본을 맡아 이름이 알려진 후쿠이 하루토시가 맡고 약 3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풀 3D CG 및 3D 상영작품을 목표로 2008년 8월경부터 제작에 들어간 작품입니다.

대단한 제작비를 들인만큼 기술적으로 특기할만한 사항도 여럿 있어서 이 영화 제작을 위해 일본 최초로 도입했다는 Arnold 랜더러나 페이셜 캡쳐 시스템 Faceware는 상당한 화제를 낳았습니다. 또한 스테레오 3D 기법을 도입한 3D 상영판 역시 기술적인 주목을 받았고 2013년 국제 3D 협회로부터 수상한 이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판 포스터에 실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멘트도 이 3D 상영판의 3D 효과에 대한 칭송입니다만 아쉽게도 제가 감상한 것은 어디까지나 2D판이기 때문에 현 감상문에서는 3D 상영 버전에 대해서는 기술적 이해 이상의 실제 감상을 전해드릴 수는 없겠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영화의 내용에 대한 이해는 아무래도 2D 버전이 더 손쉽다고 느끼는 바가 있는 관계로 아마 당 영화의 내용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로서는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이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한마디로 '영화가 담는 총체적인 메시지는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은 제작자와 관객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하는 모양새'라는 것입니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는 각본적 측면에서나 기술적 측면에서나 관객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엉성하다는 감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우선 이 영화는 순전히 영화 오리지널 각본으로 쓰여있으며 아주 큰 줄기의 인물, 소재 설정 이외에는 캡틴 하록 원작 코믹스나 애니메이션과 상당히 다른 것으로 점철된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 부분에서는 하록과 알카디아 호 외에는 원작 팬의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은 없다시피 한 작품입니다. 따라서 115분의 영화 안에서 기승전결을 모두 제대로 설명해야만 하며 영화 자체에서도 시나리오 관련 주역들 외에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나 기타 잡스러운 부분은 쳐내어 이를 보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본을 맡은 미스테리, 서스펜스 작가인 후쿠이 하루토시의 소설이나 시나리오가 가진 장점은 아기자기하면서 오밀조밀 엮여가는 인간 군상의 심리나 그것에 대해 지나가는 듯 슬쩍 보여주지만 지나가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점이고 종종 상투적이지만 의미있게 배치된 반전의 매력이 그것에 양념을 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이 영화의 내용에서는 그 양념의 맛이 너무 과하고 재료맛은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반전'에 집중하다보니 캐릭터의 행동에 대한 설명이나 심리 묘사는 태부족하고 조잡해지는 느낌마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맛으로 비유하자면 엄청난 개발비를 들여 내놓은 인스턴트 컵라면 같습니다.

물론 이해를 하려고 들면 아주 못 하는 것만은 아니고, 작중에서도 이런저런 설명은 해놓기는 했습니다. 다만 그것을 관객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는 별문제입니다. 내용 설명이 너무나 불친절해도 영화 전체의 모양새가 관객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캡틴 하록은 개인적으로는 그렇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정말 극단적이지만 이 영화의 결말이 작중 하록의 바람대로 되었거나, 아니면 최소한 아르카디아호와 그 승무원들만이라도 그렇게 되어 지구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었다면 속된 말로 '바보같지만 멋있다.'고 생각해줄 여지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것마저도 아니라서 개인적으로는 평가가 박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결말에 대해서는 개인의 호불호가 있으므로 이는 개인적인 편견의 선글라스라는 감도 있지만 이 영화의 내러티브가 납득하기 힘들다는 점에는 좀 더 많은 분들이 동의하시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듭니다.

* 일본의 배우, 탤런트 오구리 슌小栗 旬 씨가 목소리 녹음을 담당한 하록

한편 기술적인 부분에서 이 영화는 3D 상영 버전은 2D - 3D 변환을 중심으로 제작된 영화이고 이에 들인 비용도 대단하며 직접 시청한 각계의 상찬도 상당합니다. 때문에 저도 호기심에라도 한 번쯤 3D로, 최소한 클립이나 챕터식 골라보기라도 해보고 싶습니다.

문제는 근간인 2D 상영 버전의 영상 퀄리티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은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는 점이겠습니다. 일단 3D CG로 창조된 캐릭터 자체는 헐리우드에서도 2013년 중반부터나 도입되기 시작한 최신 기기를 도입하는 등의 열의도 있어서 특히 얏타란 같은 캐릭터나 시종일관 어두운 모양새로 치장한 하록은 (지근거리 클로즈업 같은 화면만 아니면)대단히 그럴듯하게 창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 어색함을 모두 감추기는 어렵기도 하고 시나리오와의 매칭 등도 고려한 탓인지 화면이 전반적으로 어둡고, 일부 3D 변환을 염두해서 그런지 해상도가 확연히 구분될만큼 낮게 나오는 장면이 있는 등 감상에 있어서 거슬리는 요소가 산재한 편입니다.

그나마 각본, 화면빨보다 사운드 쪽에 대해서는 평이 혹은 그보다 좋다는 감은 받았는데 류 승룡, 김 보성 씨 등이 참여한 우리말 더빙판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원어 일본어 쪽은 주역을 연예인들에게 맡겼지만 꽤 연기적으로도 선방했다는 느낌이고 좋은 사운드 퀄리티를 통해 잘 전달되기도 합니다. 사카모토 마아야 씨등 성우가 본업인 쪽의 연기도 비록 주역들 분량에 밀리기는 해도 원숙하기도 하고, BGM이나 기타 요소에서 원작 팬 향수를 자극하는 데도 아주 없지는 않아서 무의식중에(?) 평가가 후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그저께 저는 역시나 곧 공식 개봉하는 디즈니의 3D CG 영화 '겨울왕국(원제 Frozen)' 시사회에도 참석했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은 정말 전형적인 디즈니, 전형적인 동화, 저같이 닳고닳은 쉬어빠진 어른의 감성으로 보자면 손발이 없어질 것 같다는 것입니다만 동시에 이 영화의 흥행이 그리 잘 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전형적인 부분을 편안하고 깔끔하게, 지나치게 실제 같다거나 하지 않은 3D CG와 함께 녹여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도 있습니다. 내용 기승전결 확실하고 시간 안에 캐릭터에 대한 설명 다 하고 웃음, 감동, 소소한 반전은 있어도 전형적인 해피 엔딩이 대놓고 인형스러운 CG로 동화 분위기를 자아내는 화면과 어우러진 이른바 '밸런스'라는 측면에서 저는 이 영화의 별로 인상깊지 않은 뮤지컬적 요소 -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만 - 보다 오히려 더 음악적이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입니다.

이에 비해 하록이라는 캐릭터는 개인적으로도 나름 추억을 가진 캐릭터이고, 원작이 늘상 말해왔던 '외로운 남자의 길' 이니 '사나이의 혼' 같은 뉘앙스에 대해서는 어릴 때만큼 열광하지는 않아도 나름 싫지않은 부분을 간직하고 있는 라이트한 팬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 [캡틴 하록]은 썩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에 들어간 수많은 노력, 고심, 돈에 대해 한 푼 보탠 것도 없으면서 건방지게 말하자면 차라리 시나리오에 좀 더 집중도를 높여서 한 90분 정도로 러닝 타임을 줄이고 덩달아 제작비도 좀 더 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말씀도 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다시말해 어제 본 일본 3D CG 영화 캡틴 하록은 그러니까...전형적으로 '음악적이지 않은' 일본제 하이파이 컴포넌트 기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음악이 아니라 기술을, 듣는 사람이 음악 감상을 하는 게 아니라 음질 감상을 하고 있다고 믿는 듯한 그 언밸런스함. 때문에 그렇게 추구했다는 기술력과 음질면에서도 어딘가 높은 평가를 하기 어렵게 하는 효과들. 분명 원작이 말해왔던 '외로운 남자의 길'은 아주 잘 생각해보면 이 캡틴 하록에서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 헤쳐나가야 할 덤불은 너무 많아 원작 팬들은 지치고, 원작을 이름만 들었던 팬들은 어떤 것도 발견하기 전에 발길을 돌리게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이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을 담은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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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여름눈 2014/01/15 11:00 # 답글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캡틴하록은 내게 똥을 줬어! " 인겁니까??? ㅎ
  • 城島勝 2014/01/15 12:02 #

    뭐 그정도는 아니고...맛없는 된장(먹을 수는 있는)을 줬어 정도로 하지요.-_-ㅋ
  • BlueMoon 2014/01/15 15:35 # 답글

    영상이랑 성우들이 잔뜩 무게잡는거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엉뚱한 놈이 실질적인 주인공이 되면서 스토리가 루즈하고 설정이랑 반전이 좀 엉성한게... 이게 TV판이라서 에피소드중의 하나였다면 그나마 나았겠습니다만... 야마토랑 갓챠만도 그렇더니만 그놈의 "사랑이 지구를 구한다"라는걸 보러 영화관에 간게 아니거든요. 올드팬을 노린거라면 차라리 내청춘의 알카디아를 리메이크하거나 하록이야기의 시작정도로 스토리를 줄였으면 좋았을 것 같더군요.
  • 城島勝 2014/01/15 15:52 #

    동감입니다. 제작진이 이 영화의 짜임새나 만듦새가 좋다고 생각해서 완성했다면 - 아마 그렇겠지만 - 확실하게 관객 니즈를 잘못 읽었다고 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양측간 엇박자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라 봅니다.

    그건그렇고 사랑이 지구를 구한다는 건 야마토야 뭐 원작부터 사랑의 전사네 뭐네 강조하던 바라도 있기는 합니다만...그러고보니 얼마전에 본 변태가면에서도 사랑이 지구까진 아니더라도 학교 하난 구했으니 위대하긴 위대한 힘인가 본데 거기서는 참으로 와닿던 메시지가 왜 이 하록이나 갓차맨 실사판이나 야마토에선 와닿지 않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펑)
  • 무르쉬드 2014/01/15 18:08 # 답글

    영화를 보지 못해서 제가 본 작품을 생각해 볼 떄
    캡틴 하록이란 캐릭터가 시작부터 완성된게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캡틴 하룩 작품들( 나중에 나온 작품들)을 보면 캡틴하룩의 역할은 신비주의와 뽀대 주의를 지향하는 갠달프 같다고 느껴집니다. 진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역할인 거죠. 하록이란 캐릭터 자체가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린 아이를 성장시키는 엄격하고 고지식한 장인정신이 투철한 아버지 상 같은 느낌이죠. 멀면서도 후에 생각해보면 이 양반 날 배려했구나 깨닫게 되는 뭐 그런 캐릭터입니다.

    신비주의로 무장한 엄격한 아버지상.. 이런게 정의하겠습니다.

    이런 캐릭터 성을 극명하게 보여준게 은하철도 999에 등장하는 캡틴 하록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캐릭터성이 발전하지 않고, 그 패턴을 변주하지 못하고 고정되어서 재미 없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 城島勝 2014/01/15 18:49 #

    네, 말씀하신 하록의 그 캐릭터성은 영화에서도 진지하게 밀고 있는 노선이기도 합니다. 하록의 캐릭터성이 오직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특히 은철 999에 등장하는 하록은 지나칠 정도로 정형화되는 이미지의 시발점 같기도 합니다.), 캡틴 혹은 선장이라는 직책 자체가 단체의 리더 그리고 거기서 연상되는 아버지 같은 면도 있으니, 하록이라는 캐릭터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 캐릭터성을 부각시키는 게 적합하겠다(= 일반적으로 통용되겠다) 하는 계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원 패턴의 캐릭터성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맛을 보여줄 수 있음을 감안하면, 그리고 영화 캡틴 하록의 진짜 문제는 그 캐릭터성의 진부함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에 있음을 생각하면 그 진부한 캐릭터성이 영화의 재미를 삭감시켰다고 변호(의도하신 바는 그게 아니라 해도 결과적으로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해 주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 부분은 영화를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 오오 2014/01/16 07:15 # 답글

    불친절하게 자기할말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일방적인 소통 스타일의 영화가 된 모양이군요.
  • 城島勝 2014/01/16 07:48 #

    아무래도 커다란 주제 의식이나 메시지 그리고 반전에 반전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걸 구성하는 토대와 세세한 부분을 돌보지 못 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의 구성 구조가 엉성해서 마치 맞춤법이 맞지 않게 외치는 주장(주장 자체는 알아들을 수도 있는데) 같다고 하면 될 듯 합니다.

    일방적인 강요식의 불쾌함까지 주는 영화는 아닙니다만 관객에 따라서는 이쪽이 더 마뜩치 않을 수도 있겠지요.
  • 2014/01/16 17:14 # 삭제 답글

    정말로 더빙판 보단 자막판인데 거의다 더빙이라서 봤더니 보는 내내 퀄리티랑 노래는 좋았으나 목소리가 안좋아서 빡쳐서 중간에 나올뻔했고 먼가 너무 많이 집어 넣어서 위에 님과 같이 재미를 반감 시키며 내용도 그닥 정말로 왜 캡틴 하록이 되었는지 이야기를 보여주어야 재밋다 생각이드는데 그것도 다 이야기해서 기분이 좀 그랬고요 매 전투씬이 좋긴했는데 먼가 멋진일을 하려고 할때 마다 똥싸고 끊긴 느낌이 드네요 정말 좀 더 생각 해보고 만드는게 좋앗을텐데 그러면 대작을 뽑아줄수 있었을테고요 ㄷㄷ
  • 城島勝 2014/01/16 19:56 #

    허헛, 네. 말씀하신대로 이런저런 아쉬운 점이 다 사라졌다면 그건 이미 명작이겠지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결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특이한 데서라도 빛을 발해서 편들어주고 싶어지는 영화도 있더랬습니다만 이 영화는 그런 부분들의 밝기도 그저그래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 2014/02/23 00:1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2/23 07:3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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