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기호 이야기 - 커피 잡담

이런 말을 하면 믿지 않으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커피를 마신 적이 없습니다. 농담도 과장도 아니고 정말 커피를 마신 적이 없습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아가씨가 권했어도 저는 커피를 안 마십니다. 하고 정중히 거절했었던 적도 있지요. 덕분에 그 아가씨가 자판기 커피를 두 잔이나 처리하게 만들어서 조금쯤은 미안하기도 했습니다만.

하지만 알레르기가 있거나 생리적으로 안 받는다거나 이런 건 아니고(실수로 입에나마 머금어 본 적이 있는데 말짱하더군요. 물론 그게 커피라는 걸 알고 바로 뱉었지만, 이래서 대강의 맛도 알고는 있습니다.) 그저 개인적인 룰입니다. 커피맛 아이스크림이나 사탕 같은 것은 굳이 거절하지 않는 편이고(다만 일부러 사먹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음료로서 커피만 마시지 않습니다.

딱히 건강에 나쁘다고 의심해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어릴 때 부모님께서 금지해서 그러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님께서는 커피를 자주 마시고 계시기도 하고 어릴 때도 권해주신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커피에 대한 무슨 악감정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적어도 은하영웅전설의 양 웬리 씨보다는 커피에 대해 우호적이라고 생각하고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커피를 안 마심으로서 뭔가 특이하게 보이려는 수작이냐고 하면 그래서 얻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효율적이지가 않고 전 비효율적인 걸 굉장히 싫어하니까 그것도 아니라 하겠습니다. 사실 불편한 점도 소소하게 있습니다. 어디 초대받아 가면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미리 말해둬야 하고, 회사 사람들끼리 커피 마시러 가도 혼자 이런저런 차 마시고 있고, 커피를 안 마시다보니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스틱 커피 탈 때 종이컵 한 가득 물을 붓는 바람에(보통은 스틱 한 개에 물 반 정도만 붓더군요.) 그걸 대접받은 분이 자넨 여자였으면 큰일 났겠구만 하고 놀리신 적도 있습니다.

물론 굳이 따지면 커피를 안 마셔서 좋은 점도 얼마간 있습니다. 일단 카페인 중독 같은 것과는 인연이 없고, 우후죽순 생겨난 커피 전문점에 돈을 바친 적도 없습니다.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를 만나더라도 제가 장소 선택권이 있다면 만나는 장소로 대개 커피 전문점을 고르지는 않고 그러다보니 평균적으로 소위 만남에 드는 비용 절감도 된다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가자고 했을 때 굳이 거부하지는 않습니다. 덕분에 최악의 경우 물만 마시고 있었던 적은 있기는 한데-

부대효과는 그렇다치고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강박관념 같은 것도 아니고 무슨 트라우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아무 이유도 없이 정한 룰을 지킨답시고 커피를 안 마시고 있는 것에 대해 역시 이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야 라고 말씀하셔도 부정할 수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분명 불편한 점이 크게 없으므로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커피를 마셔서 딱히 이익을 얻을 것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 이 룰이 변하지 않는 것일 테고요.

글쎄, 굳이 따지면 제가 화이트 앨범에서 유키만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쪽은 유키가 아니면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편해진다는 차이는 있긴한데- 커피로 시작해놓고 화이트 앨범으로 끝나는 건 확실히 제가 이상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느 일요일의 한가한 개인사는 여기까지~


덧글

  • 커피커피 2013/11/24 18:10 # 삭제 답글

    그럼 커피우유는요?
    커피향은 싫어해요? 커피커피한 커피색은요?
  • 城島勝 2013/11/24 18:30 #

    커피우유 역시 마셔본 적이 없군요. 더위사냥 같은 건 사다준 사람이 있어서 먹어 봤지만 커피우유를 특별히 사 주는 경우는 없었고 사 마실 생각도 없으니.

    커피향은 좋아합니다만 당연히도 일부러 만들어 맡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커피커피 하다는게 무슨 뜻의 수식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커피색에 대한 거부감도 딱히 없습니다. 하지만 물어보신 사항들은 남들이 마시는 걸 보거나 하는데 거부감이 없다는 것뿐 커피를 마시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 Hineo 2013/11/25 00:25 # 답글

    전 城島勝님과 반대로 커피를 굉장히 좋아합니다만(뭐 그렇다고 몇잔씩 연거푸 들이키는 정도는 아닙니다만 적어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조금씩 신경쓰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일종의 개인적인 룰로 안 먹는 음식'은 저도 있어서(있다기보다 '꽤 많은 수준'입니다) 포스팅에 공감이 갑니다.

    좀 그런게 있죠. 먹지 않을 이유는 아무것도 없는데 '왠지 먹기 싫은 음식'들.
  • 城島勝 2013/11/25 09:03 #

    흐흐, 네. 다만 다른 음식료품이 왠지 먹기 싫다는 분은 그동안 이래저래 많이 뵌 적이 있지만 그런 분들은 거의 불편함이 없으신데 비해 문명인의 기호품(?) 같아서 다들 마시는 커피는 안 마시면 다소나마 불편한 점은 있더군요.

    아울러 저는 일단 커피 외에는 어떤 것도 상관없다는 주의인데도 어쩐지 커피(만) 안 마신다는 이유로 더 특이한 사람으로 비치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옛날보다 개인 기호나 개성을 존중해 주는 사회가 된 건지 아직까지 심각하게 마찰을 빚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 Janet 2013/11/25 00:50 # 답글

    저는 커피 중독이 아닌가 할 정도로 커피를 좋아합니다만...
    카페인 중독과 돈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_^;
  • 城島勝 2013/11/25 09:04 #

    저희 어머니께서 그정도 수준으로 커피를 좋아하셔서 특히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_-ㅋㅋㅋ 여담이지만 어머니께서 세상 커피를 많이 없애시니 저라도 커피 물자 보존에 균형을 제공한다 뭐 이런 부대효과도 있을지도요. 으하하;
  • ㅁㄴㅇ 2013/11/28 22:20 # 삭제 답글

    저는 하루에 믹스커피만 다섯잔 이상을 먹다 보니 카페인 중독이 우려됩니다. -0-;;
  • 城島勝 2013/11/29 05:10 #

    회사 사람들도 가만히 보면 근무 시간중에 대개 그쯤 마시더군요. 출근해서 한 잔, 오전에 쉬느라 한 잔, 점심먹고 한 잔, 오후에 한 잔, 퇴근 전에 한 잔.-_-ㅋㅋ
  • 2013/11/29 21:21 # 답글

    저는 원래 마셨는데 건강을 생각해서 몇 년 전부터 안 마십니다. 그런데 카페에서 차 종류가 아메리카노보다 더 비쌀 때가 많아 돈이 더 든다는 생각도 드네요^^; 게다가 카페인은 안 된다고 녹차, 홍차까지 빼면 먹을 게 없을 때도ㅠㅠ
  • 城島勝 2013/11/29 22:56 #

    하하, 네. 확실히 카페에서는 차 종류를 은근 비싸게 받지요. 그런데 녹차나 홍차의 카페인은 커피보다 체내에 남는 양이 훨씬 적기도 하고 그걸로 문제가 될 만큼 마시려면 물배가 찰 정도라...그리고 그런 걸 너무 걱정하시면 음료를 즐기시기 어려우실 터이니 적당히 마신다면 뭐든지 별로 상관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 SCV君 2013/12/01 01:23 # 답글

    저는 나름대로 규칙 정해놓고 먹는걸 자제하는 음식은 있는데.. 안먹는건 없군요.
    주변에서 커피 안드신다는걸 어느정도 인지하기 전까지는 좀 귀찮은 면은 생기실것도 같습니다;
  • 城島勝 2013/12/01 07:28 #

    20대 이전에는 많이 그렇기도 했는데 그 이후에는 전혀 모르는 이와 만나는 빈도가 그리 폭주하지 않아서 그럭저럭 귀찮지는 않습니다. 군대에서도 간혹 담배 권하는 선임은 있어도 커피 마시자는 선임은 없다보니. 으하하;
  • jcyeom 2013/12/27 15:55 # 삭제 답글

    저도 2000년까지는 커피를 안 마셨습니다. 특별히 싫어하거나 알러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맛이 없어서요. 아예 안 마신 것은 아니고 커피맛을 잊을 때 쯤 되면, 1년에 한 잔 정도 마셨습니다. 어디를 가나 쉽게 주는 것이 커피이다 보니, 커피 안 마신다고 말하는 것도 1년에 수십 번, 커피 대신에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 녹차를 가끔 마셨습니다. 여기까지는 여기 주인장님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2000년에 어떤 사람이 제가 좋아할 커피가 있다면서 스타벅스에 가서 카라멜 프라푸치노를 사줬습니다. 그 사람이 제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는지, 커피 믹스보다는 고급스러운 맛에 제가 좋아하는 단맛이 가미되니 마실만 하더군요. 그 후에는 스타벅스 및 기타 카페에 바친 돈이 꽤 됩니다. 지금도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같은 종류나 커피 믹스는 안 마십니다. 맛이 없으니까요. 여전히 에스프레소 커피에 단맛이 가미된 커피, 카라멜 프라푸치노, 카라멜 마끼아또 같은 종류만 마십니다. 2000년에 저를 스타벅스에 데려갔던 사람을 원망해야 할지, 아니면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도 커피를 마시지 않고 돈도 절약했을 테지만, 커피를 마시는 것이 삶에 즐거움을 주기도 하니까요.
  • 城島勝 2013/12/27 17:24 #

    아하하, 네. 말씀하신 경우는 기호식품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으니 데려간 분께 감사하셔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 녹차에 대한 호불호는 어느 쪽이냐고 굳이 말하라면 좋아하는 편이라 그때문에 더 커피가 의미가 없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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