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토리노와 기동전사 건담UC(vol.6)의 공통점 UHD-BD/BD/DVD 감상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께서 열연하신 영화 [그랜토리노]와, 2014년 봄에 공개 예정인 7편을 끝으로 완결되는 우주세기 건담 애니메이션 최신 시리즈 [기동전사 건담UC] OVA(이하 유니콘)는 양쪽 다 개인적으로 아끼는 작품입니다. 개중에 유니콘에서 특히 말씀드리고 싶은 편은 6편. '우주와 지구와'.

양 작품에 대해서는 별도로 감상을 올린 적(그랜토리노: 링크, 유니콘 6편: 링크)도 있습니다만, 두 작품은 확실히 이야기의 차이, 장르의 차이, 아니 그전에 가장 먼저 눈에 띌 영화와 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 방식의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포스팅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주제, 즉 두 작품의 한 가지 공통점을 꼽을 수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작품 속에서 가장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을 통해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메세지,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변할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유니콘 6편은 그렇다치고 그랜토리노의 경우 이 '변화'가 바로 핵심이자 영화 내용의 전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혹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은 분을 배려하고자 자세한 내용은 적지 않겠습니다. 그랜토리노라는 영화는 주인공 월트 영감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는지 그 모습을 추적하는 영화이며 그 결과를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걸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면 사람에 따라서는 김이 샐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변화를 향해 가는 과정의 자연스러움, 최종적으로 변화한 이 영감님이 하는 행동의 당위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워낙 잘 만들어진 작품이고 음미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변화' 자체를 거론한 것까지 스포일러 당했다고 탓하지는 말아주시면 좋겠습니다만.(웃음)

한편 유니콘OVA 에서 지온군 잔당 소데츠키 소속으로 나오는 캐릭터 진네만 아저씨는 월트 영감님보다야 젊어보입니다만 이쪽도 50 꺾인 나이(52세)로 소위 먹을만큼 먹은 양반이고 격동의 우주세기 0096년을 이 나이로 살아가는만큼 전장에 나선 경력도, 이리저리 구른 경력도 충분한 아저씨입니다. 그리고 이 아저씨가 유니콘 6편에서 보여주는 변화는 당 6편이 7편을 위한 완벽한 프롤로그로서 기능하게끔 했다고 도장을 쾅 찍는 순간으로 작용할만큼 극적인 데가 있습니다. 좀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진네만이 '허락하마(또는 용서하마)'라고 읊조린 그 시점에 그때까지 연방군(넬 아가마 크루 및 기타)과 소데츠키(레울루라 크루 및 애매한 입장이었던 가란시엘 크루) 간의 암투가 종결되고 이전 감상문에 적었듯이 '최종장을 위한 경주의 출발라인에 선' 모습으로 이행하는 전환점이 제시되었다고도 생각합니다.

월트 영감님과 진네만 아저씨의 공통점은 전장에 나섰던 사람들이란 점이며 이것은 두 사람이 마치 시멘트처럼 굳어버린 모습을 부각시키는데 적절한 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해지는 오랜 금언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역시 사실 변하지 않는다란 말을 애둘러 표현한 것에 불과할 정도로 사람이 그때까지 지켜오던 무언가를 바꾸는 것은 동서고금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두 캐릭터가 인생의 황혼기에 보여준 '변화'는, 그것이 주 내용이건 하나의 기능점이건 상관없이 보는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데가 있습니다.

다만 작품 작법적 측면에서 그랜토리노가 그 영화 하나 속에서 모든 걸 설명하고 완결하는 구조라면 유니콘 OVA는 최소한 캐릭터 배경이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설정 배경(역사)의 흐름은 알아야 그 변화가 좀 더 와닿을 수 있는 구조이기는 합니다. 또한 전자가 '변할 수 있다.'는 주제 하나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으니 여유가 있었고 후자는 그것 외에도 보여주고 말해야 할 게 많았다는 핸디캡도 생각해 봐야하고. 요는 전자는 보고만 있어도 끄덕일 수 있고 후자는 두어번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서야 비로소 와닿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야기의 전개에 집중했다면 거기가 전환점이라는 것을 알고 또한 바로 그 변화에 주목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리고 사실 진네만 아저씨의 변화가 이야기의 '맛'에 끼친 양상은 앞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이외에도 넬 아가마의 함장 오토 씨를 비롯하여 '변해가는' 어른들과 그 어른들이 자아내는 이야기는 이 유니콘 OVA가 우주세기 아니 건담 시리즈를 계속 봐 온 사람에게 특히 인상적인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건담 시리즈가 주로 '(주인공)소년의 변화'를 중점적으로 그려가면서 주변 인물들이 변하는 것은 지나치듯 흘러가는 구조였던데 비해 유니콘OVA 에서는 주인공 소년도 변화하지만 그 이상으로 주변 인물들이 변화하며 그것을 필요할 때 적절하게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랜토리노만큼 '직접적'은 아니라도, 진네만 아저씨가 보여준 변화는 자칫 어지럽게 뒤엉켜 굴러가는 모양새를 가질 뻔 했던 작품이 순수하게 응집된 모양새로 결말을 향해 달려갈 수 있게 한 전환점이라는 측면에서 조용하게 어필하는 데가 있으며 이는 건담 시리즈를 계속 봐 온 사람에게나/ 이 작품만을 통해 접한 사람에게나 그 크기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공통적으로 어필하는 데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유니콘 OVA가 원작 소설보다 훨씬 와닿는 모양새로 그려냈으며 이것이 음악, (성우의) 연기, 그림이 혼합된 애니메이션이 텍스트 하나로 모든 것을 승부해야 하는 소설에 비해 (원래 가지고 있는)강점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랜토리노는 그 자체로 완벽하게 기승전결을 지은 작품이며 그래서 사랑합니다. 그리고 유니콘OVA는 또 그것대로 여기서 언급한 6편이 깐 그 멋진 레드 카펫의 모양새와 1~5편까지 이어온 '애니메이션이 갖는 강점을 잘 살려온 이야기'에 긍정합니다. 이제 유니콘의 남은 과제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내년 봄에 발매되는 마지막편, 즉 7편이 어떻게 대미를 장식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작중 인물뿐 아니라 관객의 시선까지 쏠릴만큼 쏠려있는 이 마지막편이 과연 어떻게 장식될지? 이달 말쯤 이런저런 관련 정보를 공개한다고 하니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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