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 극장판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잡담

무제라고 써놓고 제목을 쓰는 나쁜 버릇을 지적해 주시려는 선량한 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지금은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남의 말을 잘 듣기로 유명한 제가 이렇게 막나가게 된 발단은 지난주의 이상한 이야기(링크) 직후(굳이 표기하면 10월 31일)로 이어집니다. MSN, 아니 스카이프 메신저로 나눈 이 대화의 출연자는 예의 일본 거주중인 친구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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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친구여. 내가 너에게 내린 하해와 같은 은혜를 만분지 일이라도 갚을 수 있는 기회를 내리겠다.
나: ...(뭐라고 대꾸해야 좋을지 생각하고 있다.)
친: 또 보나마나 뭐라고 대꾸해야 좋을지 생각하고 있겠지. 네 수고를 또 덜어주마. 예전에 내가 어린이날 선물을 너에게 내린 건 기억하고 있으렸다?
나: 가르강튀아BD 말이냐? (링크)
친: 그래. 그러니 이번에는 네가 나에게 그에 상당하는 보답을 해야지.


나: ...그래서 뭘 바라는데.
친: 내가 11월 마지막주에 한국으로 연수 간다.
나: 그래서? 신라호텔 한식당이라도 예약해 두라는 거냐? 물론 내가 그래줄 리가 없지만.
친: 그래, 그래줄 리가 없지. 그런 걸 요구하지는 않는다. 표 예약이나 해라.
나: 표? 무슨 표.
친: 마마마 반역의 이야기 한국 상영 표.

나: ...너 그거 얼마인 줄 알고 하는 소리지.
친: 당연히 알고 하는 소리지. 3만 5천원이잖아.
나: 공짜로 얻은 BD + 한국 운송료 한 900엔 쳐도, 그게 어떻게 3181(주: 35000원 / 11)엔으로 돌아와?
친: ACE2013 가는 데 든 교통비는? 내 수고는?
나: ...

나: 이봐. 난 그거 가격 보고서 별로 생각 없어졌어. 만화책으로 보다가 BD 나오면 사 볼 생각이었다고.
친: 반역 오피셜 코믹스? 하노카게가 또 세 권짜리로 그리는 거? 그거 11, 12, 1월에 한 권씩 나눠 나오잖아.
나: BD는 어차피 빨라야 내년 7월쯤에나 나올테니 그거보단 빠르잖아.
친: 또 나를 실망시키는구나, 스타스크림. 그렇게 패기가 없어지다니 10년 전의 네가 널 보면 비웃을 거다.
나: 스타스크림은 패기가 너무 넘쳐서 문제야. 그리고 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친: 이넢!(주: enough...) 11월 1일날 예약이지? 낭보 기다리고 있겠다.
나: 야야야, 3만 5천원만으로도 뭣했는데 7만원을 쓰라고? 모르긴몰라도 얼추 반역BD 값이다 그 돈이면.
친: 신라호텔은 고사하고 해산물 뷔페만 가도 그정도는 들텐데? 그거나그거나.
나: 어디가 그거나그거나냐!!!


친: 솔직히 말해봐. 너도 빨리 보고 싶잖아? 나랑 메신저로 한 얘기까지 주절주절 쓴 걸 보면 넌 이미 반쯤 넘어갔어. 무의미한 저항은 그만두고 항복해라.
나: ...
친: 거기다 너의 몸과 마음이 한 목소리로 은혜 갚은 까마귀가 될 것을 명령하고 있지 않냐? 나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떠올려봐.
나: ...
친: 이런 걸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거라고 하지? 너는 갈 핑계가 생겨서 좋고, 나는 호의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아서 좋고.
나: ...처음 건 까치야. 그리고 뒤에 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정도가 어울려.
친: 은혜 갚은 까마귀란 이야기도 있어. 그리고 넌 어떻게 그 나이가 되도록 대화의 포인트에서 벗어난 교정질이냐. 10년 전이랑 변한 게 없구만.
나: ...
친: 그럼 예약 완료 알림 기다리마. 아, 우리 연수 숙소는 팔레스다. 극장 가기 전에도 함 보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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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어처구니 없는 협박에 대해서는 포스팅할 생각이 없었는데 지난 주말에 좀 다사다난 했다보니 월요일 아침에 뭔가 화풀이할 게 필요했습니다. 거 왜 있잖습니까, 사람은 한 번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하고 외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신문고도 그런 맥락이고. 아, 정말 블로그는 좋은 곳입니다. 일기장에 썼다면 이 한이 반도 안 풀렸을 테니까요.

...그래서 예약은 어떻게 되었냐구요? 그래요. 했습니다, 했어요. 그런고로 아주 오랜만에 대한극장 구경해 볼 것 같습니다. 에이, 이렇게 된 거 열심히 봐 주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겠네요. 흑흑-_-;

PS: 그런데 이 친구, 일본에서도 이미 봤으면서 한국에서도 또 보려는 이유가 무엇인 거 같으십니까. 재감상을 통한 생각 정리? 보다 심도있는 대화? 아니예요, 아니야. 분명히 특전 일러스트 또 받으려고 이러는 겁니다. 아, 이렇게라도 흉을 보지 않으면 못 참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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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세잎클로버 2013/11/04 09:21 # 답글

    저도 무척 기대하고 있었는데, 가격보고 마음을 접었지요.
    아무리 시장이 좁고 극장 대관료가 비싸고 이것저것 납득이 가는 이유를 댄다 해도 영화 한편에 35000원은 비싸요.
    반역의 이야기를 보는 사람은 대다수가 지난 시작, 영원의 이야기 때도 영화관에 갔던 사람이 많을텐데 보란듯이 두배가격을 후려쳐버리니...
    어떻게 35000원이라는 미친 가격이 나왔는지 투명하게 공지하지 않는 이상은 애플에 신용이 안갈거같아요. 표값에 비례해서 이벤트 공지라던가 준비도 미흡한점이 많았고...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 城島勝 2013/11/04 15:06 #

    애니플러스가 이 반역의 이야기 상영회에 책정한 가격과 그에 대해 오간 논의는 저도 충분히 보았습니다만, 이익에 대한 그럴듯한(하지만 공개되지 않는 한 가설일 뿐인) 추측이나 고객이 독점사를 두둔하는 묘한(?) 이야기 말고 애니플러스의 입장을 듣고 싶기는 합니다. 다만 가격 책정에 대한 세세한 공지는 그것대로 또 다른 영역의 문제입니다. 일례로 우유를 비롯한 각종 생필품 생산 회사들의 가격 인상에 대해서도 소비자 단체들이 줄기차게 책정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지만 법률상으로도 그것을 강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보니 항상 똑같은 이야기만 오가고 있지요.

    제 생각에 애니플러스가 명확하게 잘못한 것은 1. 애초에 가격을 그렇게 책정할 수 밖에 없었다면 그에 걸맞는 대우, 예를 들면 공지 방식이건 준비건 돈 안 들이면서도 기분좋게 할만한 것을 준비하던가 아니면 생색내기용이라도 후에 반역의 이야기 BD 발매시 뭔가 혜택을 준다던가 이런 방식으로 다독이는, 이른바 '배려'가 없다는 점 2. 배려할만한 상상력이 없었다면 가격을 보다 많은 수가 납득이 가게 책정하던가 그게 손해가 나서 싫다면 애초에 일반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한 '평범한 해외 개봉일'(일반적으로 일본 BD/DVD 발매 직전)을 잡던가 했어야 하는데 어느쪽도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애니플러스에 필요한 인재는 이벤트나 기획에 통달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홈페이지 기획부터 시작해서 광고까지 '사람을 기분좋게 할 수 있는' 마케팅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하는데 이 회사는 여러모로 그런 게 부족합니다. 트위터로 방영 작품에 대한 만담을 늘어놓는 것도 좋지만 현실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회사로서 존속하려면 필요한 바들을 좀 더 깊게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지금 논의하는 주제에서 좀 너무 나가는 것 같지만, 애니플러스를 나름대로 보는 사람으로서 충고하고 싶군요.
  • 요르다 2013/11/04 10:49 # 답글

    저도 예약하려다 표 순살되서 못했는데, 추가표가 나왔길래 대기타다가 간신히 예매했네요... 아음.

    근데 이거 취소표 무쟈게 나올듯한데ㅋㅋ 한사람당 8매까지 예약이 가능하니 대체 이건...
  • 城島勝 2013/11/04 11:12 #

    뭐, 그런저런 것은 감안해서 사업 계획을 짰겠지요. 리스크나 여러가지 상황 감안 없이 무슨 계획을 짰다면 그게 바보같은 것이고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자업자득일 터.
  • SCV君 2013/11/04 13:04 # 답글

    개인적으론 그냥.. 일본 보러 가는것보단 싸고 자막까지 붙혀주니 그걸로 됐다 하는 느낌으로 예매했습니다.
    근데 위에 답글에도 말씀하셨지만 사람을 살살 돌려서 기분좋게 지르게 하는 스킬은 많이 보완되어야 할 것 같긴 합니다; 가격에 대해 납득시키는것도(요 근래 반응 보면) 필요해 보이구요.
  • 城島勝 2013/11/04 13:29 #

    애니플러스가 자신들이 서비스하는 주체와 그 대상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인 대화의 기술이자 나아가서는 상업의 기술을 등한시하는 건 우려스럽습니다. 예전 나친적 BD 예약/취소에 대한 건도 그렇지만 마인드가 영 발전하는 게 없는 듯.

    하기는 그렇게 길을 들여놓고서 어쩌다 아주 약간의 친절만 베풀어도 감사하게 만드는 것도 기술이기는 합니다만 그건 그야말로 통치의 기술일 터. 컨텐츠 공급/유통 사업이란 기본적으로 독점 사업이고 특히 해당 컨텐츠가 필요한 사람에게 구매흡인력이 높으니 방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이고 항구적인 이익을 내거나 눈에 띄는 사업 성장을 하지 못 하는 이유도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 레난제스 2013/11/04 15:18 # 답글

    근데 지름밸리에 올라왔네요 이게 지름이랑 관련 있나요?
  • SCV君 2013/11/04 15:37 #

    주인장은 아닙니다만.. 작품의 내용이 아니라 구입 경위에 대해 적은 글이니 애니밸리보다는 가깝지 않나 생각은 듭니다.
  • 城島勝 2013/11/05 06:07 #

    지금까지 제 글의 내용이 아니라 밸리 구분에 대해 멘트 주신 것은 거의 처음이나 두번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희귀해서 일단 놀랐습니다.

    일단 문의에 대해 답변 드리자면 관련이 있습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서 지름 밸리에 넣었습니다. 먼저 구매 경위에 대해 적은 글이고, 다른 이의 간섭이 있었다 해도 최종적으로 구매 결정을 내린 것은 저이며 그 과정에서 '지르다.'라는 인터넷 용어의 정의에 걸맞은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혹시나 제나름의 밸리 구분이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아울러 본 게시물이 다른 밸리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신다면 합당한 사유를 말씀해주시면 참고하여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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