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음원/음반/서적 감상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쓴 소설 아이큐팔십사...아니 1Q84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등장인물인 문예지 편집자 고마쓰는 작중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읽을 책이 바닥났을 때는 그리스 철학을 읽어. 싫증나는 일이 없어. 항상 뭔가 배우는 게 있지."

제가 이 인물을 좋아하는것은 그럴만한 부분이 여럿 있기 때문이지만 - 빠른 머리회전, 사람이건 작품이건 그 됨됨이를 손쉽게 간파하는 능력, 뻔뻔스러울정도로 자신있는 태도, 태도뿐 아니라 실제로도 수완가, 활자 중독증 - 이 모든 것에 앞서 저 발언 덕분입니다. 다만 저는 읽을 책이 바닥났을 때는 그리스 철학을 읽는 게 아니라 중국 고전을 읽습니다. 제겐 이쪽이 싫증나는 일이 없지요. 그러니까 제가 공감한 요지는 '옛 것을 읽는다.'는 것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채근담이라는 책의 제목은 '사람이 항상 나무 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모든 일을 가히 이루리라'란 말에서 인용된 것으로 전해지며, 연근이나 무를 좋아하는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읽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중국 고전을 꼽으라면 열 손가락 안에는 항상 넣고 있습니다.

채근담의 요체는 역시 '선량하고 온화한 인품을 갖추려면 거센 불길 속에서 단련을 거쳐야 하고, 천지를 뒤엎을 큰 일을 이루려면 살얼음 위를 걸어야 한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아쉽게도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라 어떤 책이건 읽을 땐 이모저모 생각도 하고 새겨두리라 다짐하면서도 얼마 후에는 그 요체를 좀 희안하게 기억하거나 깡그리 잊는 일이 잦습니다만 이 문장만은 잘 기억하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 지나치게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싫고 조심성마저 없다보니 선량하고 온화하지도 않고 천지를 뒤엎을 큰 일을 이룬 것도 아직 없기는 합니다. 또한 채근담에선 부단히 물욕을 버리라 말하며 그렇게 했을 때의 자유로움이나 편안함 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제가 물욕을 버리는 것은 일반적인 10대 남학생이 성욕을 버리는 것과 비슷한 난이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럼 대체 지금까지 무엇 때문에 읽어왔느냐고 하실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하지 못 하니까, 그렇게 했을 때의 모습이나 그 즐거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시험을 핑계로 종일토록 고전을 비롯하여 이것저것 책을 읽었지만(하지만 중국 고전이 시험문제로 나오는 일은 별로 없으니, 사실은 그냥 공부는 뒷전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게임도 많이 하고 애니메이션도 많이 봤고...공부할 틈이 없죠.) 지금은 그러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데도 출퇴근, 식사, 화장실, 잠자리에 들기 전 정도에나 책을 손에 잡고 있으니 아이러니합니다.

지금도 출근길 전철에서 읽으려고 들고 온 채근담이 눈에 띄어 업무회의 직전에 이런 포스팅을 하고 있습니다만...제 빈약한 기억력으로 달리 기억나는 대표적인 옛날 말씀 중에 '예술, 희구, 행동, 탐색은 모두 선을 지향한다. 때문에 어떤 일이 지향하는 바를 통해 선을 올바르게 규정할 수 있다.'가 있는데(이건 채근담도 중국 고전도 아니고 아리스토텔레스 선생의 말씀) 위대한 철학자 아 선생의 말씀을 빌려 지금 저의 행동도 선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갑자기 논지가 벗어났는데, 요는 음...가끔 중국 고전을 읽으시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읽으실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정말입니다. 저자신 변변치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항상 변변치 않은 말씀만 드리는 건 아니니까 한 번 속는셈 치고 어떤 것이건 읽어 보시길.

여담이지만 저 위의 서적 사진은 모 온라인 서점에서 50% 할인해서 팔고 있는 게 어쩐지 좀 불쌍해보여서(?) 실어 봤는데 이렇듯 인문학 관련 서적은 할인을 자주/많이 해줘서 저렴한 비용으로 마음의 양식을 채우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요. 역시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인 것 같습니다.(쓴웃음)


덧글

  • 2013/06/05 15:26 # 답글

    채근담 읽은 지 오래 됐네요;; 좋은 책이죠.
  • 城島勝 2013/06/05 16:23 #

    그렇습니다. 채근담의 내용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데 모두 적합하다고까지는 하지 못 하겠습니다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하나의 귀감으로 만인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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