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BDP 오포 BDP-103 도입 및 간단 감상 오디오/비디오 기기 감상

개인 시스템의 서브 블루레이 플레이어로 오포(OPPO)에서 발매한 BDP-103을 도입했습니다. 3D 프로젝터도 도입했고 해서 PS3 보다는 좀 더 AV퀄리티에 중점을 둔 전용 BDP 도입이 필요하여 VW1000과 거의 같은 시기에 주문, 도착한 건 정확히 일주일 전입니다만 그동안 다른 기기들도 왔고해서 소개가 늦었네요.

오포사의 BDP는 아마 블루레이 재생에 관심을 기울이신 분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이름정돈 들어보셨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유명한 플레이어입니다. 소니/데논/마란츠 등이 2천 달러를 넘어가는 고급 플레이어들을 시장에 내놓고 이들 이외에는 쌈마이스런 제품들만 돌던 당시, 오포는 499달러라는 가격에 꽤 준수한 퀄리티를 갖춘 오포 BDP-83/83SE(999달러)를 시장에 투입하여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켰는데 이 인기는 조금 과장 보태면 싸이의 강남 스타일 열기랑 비슷했습니다. 적어도 이 바닥에선 업계와 사용자 모두에게 충격적인 제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후 오포는 1년마다 시리즈의 버전 업 제품을 내놓고 있고, 83 이후에는 93과 95가, 그리고 작년말에 103과 105를 발매했습니다. 83을 발매하던 당시에는 완전 엔트리 모델(BDP-80)도 발매했었지만 이 제품이 여타 엔트리 기기와 차별성이 별로 없다는 판단에서였는지 단종되고 현용 오포 플레이어 라인업은 '499달러의 준수한 플레이어: ~3과 가격이 두 배 이상이지만 퀄리티에 더 열성을 기울인 플레이어: ~5'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개중에 제가 구한 것은 103 쪽입니다. 퀄리티만 따지면 물론 오포 BDP-105가 더 좋습니다만, 제가 103을 구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1. 주 시스템에선 AV리시버를 안 쓰는데, 그러다보니 편의 기능(특히 무언가의 '입력' 기능)이 제한되어 있다. 이런 편의 기능 면에서는 103과 105가 동일.

2. '장난감' 용도 비슷하게 이것저것 굴려보거나 DIY 테스트할 플레이어를 원하는데 그러기엔 역시 오포가, 그리고 103이 딱이다.

1의 경우, 오포는 103에 이르러 HDMI 입력 포트 세 개(전면 1, 후면 2)와 USB 입력 포트 세 개(좌동)를 갖추었습니다. 동사의 전작 93(및 95)은 eSATA 포트를 갖추고 있었지만 103(및 105)에선 삭제했는데, 아마도 이는 HDD를 통한 재생에 특화된 플레이어라는 이미지 때문에 타이틀 제작사에서 부단히 압력을 넣은 결과가 아닐까하는 의심이 듭니다. 오포 93의 경우 스펙에 딱히 드러내놓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ISO재생(DVD와 BD 둘 다) 및 블루레이 폴더 재생(BD 내부 파일 목록을 통째로 HDD에 저장하는 식)까지 가능했는데, 발매한 후 시간이 좀 지나서 펌웨어를 통해 이를 막는 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다.

보통 하이파이계 앰프 제조사들은 사운드 퀄리티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일제 리시버들로 대표되는 각종 사용자 편의기능을 도외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입력계 포트 제공에 인색한데 이는 하이파이 제조사들이 제대로 다루고, 손을 댈 수 있는, 그러니까 자사 브랜드의 명성에 먹칠을 하지 않게끔 사운드를 만들 수 있는 '입력계' 포트가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그외에도 오포의 이번 제품은 최신 기술 대응: 예를 들면 파일 재생 포맷의 허용 범위(제가 아는 한 현존 BDP 중에선 가장 파일 재생 자유도가 높습니다.)라거나 스무스한 파일 재생 능력, 편리한 무선 인터넷(USB형 아답타 기본 제공) 기능 등이 좋습니다.

한마디로 리시버를 쓰지 않는 사용자라도 뭔가 편의 기능은 아쉬운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오포의 이번 제품군은 이런 가려운 데를 잘 긁어주었다고 하겠습니다.

오포 103의 내부. 오포 103의 장점은 마치 PC처럼 각 기판이 모듈화되어있고 그 탈착이나 다루는 방법이 알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좌로부터 전원단/ DAC기판(중앙 상단)/ ODD(중앙 하단)/ HDMI 및 기타 처리 기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모두 탈착단을 단 핀케이블로 쉽게 결합, 분리가 가능합니다. 케이스 고정도 일반 십자 나사.

지금까지의 하이파이계 플레이어들은 대개 기판 고정을 특수한 나사를 쓰는 경우가 많고, 내부 기판도 표면 실장처리를 기본으로 사용자가 아예 손을 댈만한 구석이 별로 없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HTPC나 음감용 PC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조금씩 이런 쪽에 손을 대면서 어느정도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포는 처음부터 싼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공급해야했고 이를 위해선 제조가 편한 것이 첩경이기에 이런 모듈식 기판을 채택하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오포 103의 부팅 및 로딩 속도는 상당히 발군입니다. 옵션에서 선택 가능한 퀵 스타트 모드 기준 부팅에 걸리는 시간은 5초 가량이며, 에너지 절약(Energy Efficient) 모드 기준으로도 18초 정도면 완료됩니다. 전작 93이 제 기억상으로 대략 40초 가량 걸렸는데 상당히 획기적으로 빨라졌다 할만하며 퀵 스타트 모드 기준으로는 이보다 더 빠른 플레이어가 있을까 싶습니다.(대신 퀵 스타트 모드는 대기 전력 소모량이 매우 큽니다.) 타이틀 로딩 속도역시 상당히 빨라서 PS3가 부럽지 않은 수준입니다.

한편 퀄리티 측면에서는, 개인적으로 103의 입력단 증가(특히 HDMI 입력 도입)에 대해 퀄리티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가 우려했지만 러프하나마 103을 써 본 바에 따르면 전작 93을 테스트하던 당시의 기억과 비교해 볼 때 나쁘지 않습니다.

음질면에서는 93과 엇비슷한 수준까진 나온다고 판단되며 화질면에선 93보다 어느정도 향상이 보입니다. 투명도 면에선 비슷비슷한 정도지만 동적해상도 측면에선 많지는 않으나마 발전이 보여서 어느정도 화질의 밸런스를 잡았다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103 내부의 비디오 프로세서는 93 당시와 동일한 QDEO제 칩이지만 4K 업스케일까지 가능(단, 연결 디스플레이가 4K 디스플레이가 아니면 이 기능은 사용할 필요 없습니다.)한 신형이며 SD -> HD 업스케일 능력도 이젠 저가 플레이어에 달리는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울만큼 좋습니다.

단지 이것은 어디까지나 '오포 플레이어끼리 비교' 했을 때 이야기지, 절대적인 수준으로 평가해보자면 어디까지나 이 제품은 499달러라는 데 있어 가성비가 좋다는 수준일 뿐입니다. 화질은 가격대비 상당하고, 음질은 적어도 욕은 안 먹을 수준으론 나옵니다. 하지만 국내에 무슨 신화처럼 퍼져있는 오포 최고! 론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제 견해입니다. 특히 음질의 경우, 별도 스테레오 재생에 대한 배려없이 멀티채널 아날로그 단자의 프런트L/R을 스테레오 단자로 쓰라는 아날로그 출력 단자의 퀄리티는 별로 논할 의미도 없으며 HDMI 출력 퀄리티도 좋게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무대감은 그럭저럭 나오는데 소리에 디테일이 모자라고 무게가 없는 것이...93 당시에도 하체가 부실한 남자를 떠올리게 했지만 103은 조금 더 왜소한 느낌입니다.

물론 오포도 적당한 소비자 가격을 감안하면 최선을 다했습니다. ODD 진동 제어용 설계도 105에 비해서는 좀 모자라도 나름 최선을 다하는등...화질도 분명 괜찮다고 평가할만 합니다.

다만 문제는 북미 가격(499달러) 기준으로도 이보다 반값대인 파나소닉제 플레이어도 화질면에선 엇비슷하게 따라간다는 판이라 이쪽도 가성비로 논하자면 글쎄요? 음질면에선 파나소닉제 보다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파나소닉과 비슷한 가격대의 삼성의 올해 모델 BDP F7500(국내 판매가 30만원대) 쪽도 쓸만하다는 평가라 애매합니다. 더구나 진짜 문제는 오포 103의 국내 책정가가 80~90만원대라는 것. 물론 오포가 한국지사를 두고 직접 파는 게 아니라 국내 하이파이 관련 업체가 개별적으로 정식수입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니 이해하지 못 할 가격은 아닙니다만...이 가격을 지불해야한다면 10~20만원 가량 더 돈을 내야하기는 해도 마란츠의 UD7007 쪽이 화/음질 모든 면에서 더 우위이며, 거의 비슷한 가격에 팔리는 데논DBT-3313UD도 적어도 화질면에서는 103보다 3313이 분명 우위입니다. 음질도 뭐 비슷비슷한 수준인데 3313 쪽이 평균잡아 반끗발쯤 앞서는 뭐 이런 느낌.

결국 오포 103을 돈내고 사는 입장에서 그 접근 가치는 명백합니다.

1. 풍부한 입력 기능을 모두 활용할 것인가?: HDMI 입력기능을 갖추고 있기에 HTPC나 셋탑 박스를 연결 - 103의 스케일링 기능을 이용하거나 하는 식으로 여러가지 올 인 원 혹은 변용 시스템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2. 파일 재생 편의성: 데논/마란츠 등의 플레이어가 USB메모리 재생단은 갖췄어도 파일 시스템이 FAT/FAT32로 제한되고 재생파일 용량도 한도가 있는데 비해, 오포는 NTFS 포맷을 지원하며 이때문에 BD내부의 파일을 뜯어볼 수 있는 분이라면 BD 내부의 본편 m2ts 파일을 그대로 USB메모리에 옮겨 넣어 편리한 재생이 가능합니다. 오포 103의 파일 재생 퀄리티는 디스크 재생 퀄리티와 거의 엇비슷한 수준이라 그것도 장점.

결론적으로 이 제품은 철저히 가성비로 접근하는 제품입니다. 499달러에 이만큼 딱 맞게 퀄리티와 기능, 모양새의 밸런스를 갖춘 플레이어가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딱 고기 뷔페 같은 느낌? 고기 질이 다소 떨어지긴 해도 많이 먹고 영양 보충하는 데는 그만인 것처럼 이 제품도 취미 생활을 편하게 즐기기에 적당합니다. 물론 국내 정발가 기준으로 생각하면 국내에 가장 보편화된 BDP인 PS3나 삼성/LG의 BDP에 비하면 거의 2~3배 이상의 가격이기 때문에 무조건 권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소위 'AV 퀄리티'의 문턱을 들어선 제품을 가지고 BD를 보고 싶다는 분들이라면 한 번 선택 목록에 끼워놓고 생각하시라는 정도의 권유는 드리고 싶습니다.


PS:
다만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서브용도 BDP라도 퀄리티, 특히 음질은 많이 마음에 안 들어서 좀 개조를 할 요량입니다.

오포 93/103에 사용 가능한 토로이달 트랜스를 얹은 리니어 파워 모듈을 제작하는 분이 계셔서 한 번 구해 보았습니다. 디폴트 전원 기판과 기판 사이즈가 동일하고 탈착 편의성을 많이 배려해서 교체 작업도 아주 간단합니다. 이후 퍼포먼스 비교나 기타 감상도 시간이 되면 한 번 적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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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반페르시 2013/05/21 09:53 # 답글


    하이엔드급에서는 보급형(?) 이지만 깔끔하고 심플하네요 ;; 오포103이 보급기 시라니... UD9004의 위엄 ㅎㅎ

    그나저나 한국에서는 UD7007보다 오포103이 20~30만원 넘게 더 비싸군요

    개조후 개선된 음질이 궁금하네요 ㅎ
  • 城島勝 2013/05/21 10:12 #

    7007 정가는 대략 110~120 가량 부르니까 정가 대비로는 오포보다 비싸긴 합니다. 다만 샵에 따라 할인율은 다 다르니 그건 뭐 감안해야겠지만...7007을 60만원대(103 국내 정발가보다 20~30이 더 싸면 이 가격이니)에 파는 곳은 제가 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 7006 이랑 헷갈리신 거 아닌지?
  • 2013/05/21 10: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5/21 10:2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Ithilien 2013/05/21 19:55 # 답글

    저도 자금한계때문에 중국쪽 A/V기기를 많이 들여와서 쓰는데 정말 딱 가격만큼의 성능을 보여주는듯합니다.

    아무리 뭐라해도 한급 위의 물건하곤 디테일차이가 너무 심하더라고요.
  • 城島勝 2013/05/21 20:00 #

    어떤 의미에선 정직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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