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에서의 파일 재생에 대한 이야기 취미

최근 하이파이 재생의 화두는 '음원 파일 재생'입니다. 물론 CD/SACD가 아직 사장된 것은 아니며 일본 등에선 오히려 막바지 불꽃인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약간 붐이 일어나고 있다고도 합니다만...전세계적 추이와 재생기기 제조사들의 거대한 흐름은 파일 재생, 그것도 고비트/고샘플링 파일 재생으로 흐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파일 재생이라 하면 이미 MP3의 경우 10년도 더 전부터 대중화였던 것 같습니다만, '하이파이 업계'가 퀄리티를 갖춘 음원 파일 재생을 생각하기 시작한 시발점은 대략 스코틀랜드의 하이파이 메이커 린(LINN)이 DS(디지털 스트리밍 플레이어) 시리즈를 발매한 2006년부터로 사료됩니다.(미리 적어두지만, 이 포스트는 MP3와 WAV 파일을 구분할 수 있나없나를 따지고자 적은 게 아닙니다. 그냥 역사를 서술하기 위해 들은 예임을 밝혀 둡니다.) 그리고 이 시기를 근처로 메리디언의 솔루스, 올리브의 ~HD 시스템이나 와디아의 아이팟 연동 디지털 독(170i. 후에 171i로 개량) 등이 1세대 하이파이 계통 파일 플레이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파일 재생 시스템의 필요성과 메리트를 인지하고 있고 실제로 와디아의 170i를 사용하고 있으며 린의 DS 등 NAS + 공유기 연동 기반의 스트리밍 플레이어에도 관심과 경험을 가진만큼 관련해서 한 번 잡담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개중에서도 제품 소개나 방식에 대해서 논하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파일 재생 플레이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을 그냥 편하게 언급해 볼까 합니다.


아날로그, 즉 레코드를 재생하고 있던 '음악 재생 시스템'은 80년대 CD의 등장과 함께 디지털의 수혜를 얻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악하다고도 할 수 있는 16비트/44.1kHz에 700MB 이하의 CD 규격은 고 카라얀 씨의 주창을 근간으로 하여 용량과 비트/샘플링이 결정되었다고 합니다만 아무리 카라얀 씨가 대지휘자이자 이쪽 업계에 영향력이 컸다손 치더라도 제조사나 관련 업계 다수의 합의가 없었으면 실현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충 30년 가까이에 사장되네 마네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아이러니 하게도 이 CD가 디지털이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다시 말해 요즘 파일 플레이가 유행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이란 논리에 매몰되었다는 점이 가장 크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CD가 제작자의 감성을 충분히 담지 못 한 그냥 성의없는 그릇에 가까운 느낌이 많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즉, 'CD'라는 매체만의 특색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그것이랄지.

레코드 이미지 찾다보니 특이해서 한 컷.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OP 하레하레유카이 레코드(EP)판. 출처 블로그 주인장님(링크)의 허가를 얻어 게재합니다.

일례로 레코드는 CD 혹은 디지털 소스와의 음질상 장단점은 일단 차치하고라도 면을 뒤집는 것이라든가 외주부와 내주부의 특성이나 차이에 맞춘 특질적인 녹음, 수록, 제작(개인적으로 레코드 재생은 직접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버지 친구분 중 고집스런 아날로그 재생 파일이 계셔서 간혹 견학갔다 이것저것 주워들은 것에 불과하지만^^) 등등...노래를 만든 사람의 감성, 제작자의 감성, 그리고 듣는 사람 역시 아날로그 특유의 맛에 의해 그 감성을 전달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근데 CD는 점점 뭐랄까...'시간과 용량에 꽉 채운다.'라는 기본 컨셉에 맞춰 대단히 효율적이지만 효율에만 맞춘 성의없는 강요가 많다는 기분입니다.(클래식은 그나마 정해지는 규격이나 예의가 있지만, 대중가요나 애니메이션 음악등의 CD는 요새는 거의 장삿속에 가까운 트랙 배치, 앨범 발매 등이 너무 노골적입니다. 근데 사실 이것도 MP3 등의 범람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악순환의 연속일 뿐이지만)

물론 닳는다든가, 빽판 같은 조악한 레코드를 거론한다면 당연히 CD가 더 낫습니다. 소리도 레코드에선 무슨 목욕탕 소리 같은 게 나던 것이 아주 깔끔하게 수록되는 같은 노래 CD도 있지요. 이런 보관상의 장점 말고도, 디지털 기술도 아날로그의 무한에 수렴하는 감성을 담아내기 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고 기술도 발전합니다. 문제는 CD는 너무 오랫동안 '규격'이 한정된 틀이 되어놔서 기술 발전을 다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죠. 감성이 안 되면 기술로라도 장점을 어필해야 하는데 틀이 너무 작으니.

그래서 업계에선 소니를 필두로 한 한무리의 제작사들이 SACD를 제시했지만, SACD는 그 음질적 우수성은 분명 뛰어납니다만(CD의 디지털상 잇점과 레코드의 아날로그류 음질적 잇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재생을 시키는 것 자체가 고역입니다. 픽업을 비롯한 드라이브 제작이 간단한 CD와 달리, 레이어 특성과 고속 회전 탓에 SACD를 읽는 픽업과 드라이브는 훨씬 정밀하고 강도있게 제작해야 하며 당연히 비싸집니다. 이는 SACD 재생 플레이어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 더불어 SACD의 장점중 하나인 멀티채널을 제대로 다루는 기기는 훨씬 한정되는등 온갖 악조건이 산재합니다. 현존 최고급 SACDP 마저도 2채널 재생 전용입니다.


결국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파일 재생. 담아야 할 그릇이 강제되지 않으니 CD보다 훨씬 음질적으로 우월하게 고비트/고샘플링으로 용량을 늘려도 상관없고, '물건'을 제조하는 비용도 들지 않는다는 점(일부 음원 파일을 디스크 - 주로 DVD-R 등- 에 담아 파는 제조사도 있습니다. 크립톤 같은 회사) 때문에 소스 제조사와 사용자 모두의 합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디지털, 보관도 뭐 저장 스토리지만 고장 안 나면 되고 복사해도 문제없고...만만세!

이제 파일 플레이와 CD가 차이를 낼 수 있는 요소라곤 라이너 노트 정도. 하지만 이것도 원판CD를 가지고 있다면 라이너 노트를 빼서 읽기만 하면 그만이니. SACD의 멀티채널이나 아날로그에 보다 호소하는 DSD의 감이나 블루레이의 고비트 음원 + 영상이란 장점쯤 들어서야 파일보다 디스크의 우위를 논할 수가 있을 정도죠.

결국 불법복제, 저작권이란 점을 완전히 제쳐두고(여긴 그걸 논하자는 주제가 아니며 논하면 더 길어지니) 파일 플레이는 장점도 많습니다. 다만 아직 CD를 완전히 밀어내지 못 하는 건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고 보입니다.

1. 예상치 못 한 오류가 발생하는 등 불편: 소프트, 라우터, 혹은 192 소스 재생시 96 다운시켜 보내면 둑둑 끊기는 조합이 있는 등 온갖 변수가 있다. 이것은 CD의 단순하고 신경 쓸 필요없는 완전한 재생에 익숙한 이들에게 걸림돌.
2. 퀄리티에 관여하는 변수가 당연히 있는데 단일 제조사가 이것을 다 책임지는 경우가 드물고: 예를 들면 린DS 같은 경우는 스트리밍 플레이어와 제어 프로그램만 제공할뿐, NAS니 라우터니는 사용자들이 알아서 하란 것 같이 제조사 마다 퀄리티를 책임지는 범위가 천차만별. 이것은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하는 하이파이 기기가 퀄리티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유발.
3.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특히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손쉽게 손에 넣는 경우. 음악을 듣는 건지 파일을 모으는 건지...가볍게 비교하면 게임 불감증? 뭐 좀 케이스는 다르긴 합니다만.

거기다 부차적인 문제는, 파일 플레이어 혹은 스트리밍 플레이어는 뜯어보면 뭐 PC랑 뭐가 달라? 하는 시각 + 고가격에 회의적인 시선. 이건 PC 메인보드 같은 걸 쓰는 메리디언의 MC200(국내 시가 600만원)이나 터치 스크린과 HDD를 포함하여 겉으로 보나 속으로 보나 PC개념에 정말 가까운 솔루스 컨트롤15(국내 시가 2000만원, 단 옵션 DAC 기기 + 스토리지 포함 가격)...자체 제조 + 표면실장 기판이긴 해도 뜯어보면 달랑 보드 한 장 뿐인 물건이잖아? 하는 린의 클라이막스DS(국내 시가 3600만원대)에 이르면 절정에 이릅니다.

파일을 재생하고자 하는 소비자층 - 대개 젊은 - 의 이러한 시각과 CD 재생을 선호하는 소비자층 - 대개 하이파이 업계를 지지하며,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 의 시각에 샌드위치가 되어, 하이파이 업계는 전면적으로 파일 재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뭐 앰프나 스피커만 열심히 만드는 기분입니다만...

근데 사실 파일 재생 시스템에서도 CDP나 다를 바 없이...문제는 샤시 + 전원공급 + 내부 구조(DDC냐 DAC이냐, 지터 저감 기술은 뭘 쓰냐) + 제어 소프트 + 최종적인 제어에 든 청감에 든 수고까지 포함된 것이니 그냥 뜯어보고 그걸 비싸다는 것은 콜럼버스의 달걀을 비난하는 거랑 진배없을 겁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적 기술, 소프트웨어 등 무형의 수고에 대해 굉장히 인색한데, 하이파이 계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이 부분입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론 포장지에 너무 과한 값을 붙이는 일부 '지나친' 하이파이 제조사에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하이파이 업계, 특히 파일 재생 플레이어를 만드는 제조사를 사기꾼으로 치부하는 시선 역시 너무 편협한 게 아닌가 합니다.

자신이 만족할만한(혹은 구분 못 하는) 음 재생 퀄리티를 하이파이 업계 제조기기보다 더 싸게 제조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만들면 그만일 것입니다. 일례로 스피커, 앰프도 자작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은 메이커 스피커와 앰프의 엄청난 가격을 몰라서 별 말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들은 자신들이 만족하는 음과 퀄리티를 더 저렴하게, 자신에게 맞게 스스로 기기를 제조했다는 것을 긍지로 삼고 계시지 하이파이 제조사를 비난하지 않지요. 또한 하이파이 제조사들의 해당 기기 퀄리티를 기준으로 삼아 그것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천명하는 분도 계시고요.


발전을 위해서, 편협함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생각합니다. 특히 디지털로 들어와서 이런 시각이 강해지는 듯 한데 이는 파일 재생 시스템의 고품위화를 방해하는 하나의 요소가 아닐까 개인적으론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일 재생은 분명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포스트CD 시대를 준비하는 제조사들이 그 가능성을 믿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다만 CD 재생만큼의 간편함, 레코드 아날로그 재생에 버금가는 자연스런 음(주로 고비트/고샘플링에서 실현할 수 있는), 재생기기의 품위가 삼위일체가 되어야만 CD를 거의 완전히 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파일 재생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CD의 '소유감'만은 어떻게 해결할 수가 없기는 합니다. 아날로그 레코드는 이 '소유감'도 극대화 하고 있긴 하지만, 새로운 레퍼토리가 CD에 비해 거의 안 나오고 있고(나오긴 나옵니다.) 하니...거기다 음원 파일들쪽은 이 '컨텐츠의 양' 문제에 이르면, 아직 갈 길이 멀죠. 특히나 고비트/고샘플링 음원들은 더더욱.

결론적으론 모든 매체가 일장일단을 갖추고 있으니 자기가 원하고 자신에게 맞는 퀄리티(환경과 자기의 청감, 좋아하는 음색 등을 모두 포함해서)를 내 주는 것을 셀렉트 하거나 적당한 선에서 동시에 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감상 방법이 아닌가 그리 생각합니다.


덧글

  • 가가가팬 2012/03/26 13:01 # 답글

    결국 매니아=수집가인데, 하드재생에 그런 사람들한테 어필할만한 요소가
    있긴 있을까-ㅁ-
  • 城島勝 2012/03/26 13:25 #

    음원을 담은 메모리를 패키징해서 팔면...PSV처럼...근데 이럼 음악 제조사들이 원가부담 오른다고 징징대려나. ㅋㅋㅋ;

    농담이고, 뭐 그나마 어필하는 요소인 앨범 이미지 태그조차 못 넣는 WAV 파일보다 이미지 태그 넣을 수 있는 FLAC 파일이 파일 재생의 대세이자 강세인 게 좀 아이러니지.
    여튼 결국, 영상이나 음악을 담고 있는 패키지와 매체(CD든 뭐든)을 구입하여 소중히 여기는 쪽이 보다 제작자들을 대우해 주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네.

    뭐, 하드 재생이라도 항상 디스크 매체를 사서 스스로 리핑해서 넣은 다음 재생은 하드로 / 소유욕은 디스크 매체를 바라보며 채우는 멀티코어 플레이(...)도 있다네. 근데 이 경우는 그냥 디스크 돌리는 경우가 더 퀄리티도 높고 번거롭지도 않은 웃기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해. 특히 블루레이는 확실히 그렇지.
  • jcyeom 2012/03/29 15:56 # 삭제 답글

    최근에 본 것 중에 아주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오디오 쪽에 글 쓰는 걸 직업으로 하셔도 될 듯 합니다.
  • 城島勝 2012/03/29 16:38 #

    워낙 두서없이 써내려 간 글인데 잘 이해해 주시고 공감해 주시니 제가 다 감사할 일입니다.^^
  • 2012/03/30 03:4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城島勝 2012/03/30 05:46 #

    그런가, 그랬던 건가. 음화화화화화화하 (퍼펑) in 진 겟타 ~세계 최후의 날
  • 가가가팬 2012/03/30 03:48 # 답글

    하루히라서가 아니고 EP는 원래 가운데에 어댑터 끼우고 돌려야하는걸 모르는 분인가보네 -ㅁ-
  • 城島勝 2012/03/30 06:37 #

    ㅇㅇ-_-a 나도 그 점 말씀드릴까 했다가 08년도 포스팅이라 너무 새삼스러운가 했으이; 뭐, 이것도 다 하루히가 짊어질 운명...(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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