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RCO) & Concertgebouw 취미

1. 개관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약칭 RCO)는 '로열 콘체르토 헤보우 오케스트라'...라고 일단 저는 적습니다만 콘세르토 허바우, 콘서트 헤보 등등 발음에 몇가지 배리에이션이 있습니다. 이게 모두 네덜란드 어라 생긴 일입니다...(네덜란드 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대응되는 우리말 통일 표준 발음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언론에서도 위 배리에이션을 모두 채택하고 있고요)

하여튼 RCO는 현 시점에서 세계 일류급 오케스트라 단을 꼽는다면 빠지지 않는 이름이며, 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 정 명훈 씨의 지휘로 가진 공연 역시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인상 깊었습니다. 돌아보면 2010년 내한 공연 당시에도 예당에서 지금껏 들은 적 없던 음을 들려줘서 놀라면서도 기뻣던 적도 - 예당은 공간 자체에 핸디캡이 있어, 대개 굉장히 높은 표값을 요구하면서도 그게 아깝지 않다싶을 음이 나오는 공연들이 드뭅니다-_-; - 있었고요.

그러다가 최근 RCO와 RCO의 홈 구장 '콘체르토 헤보우'에 대해 간단하나마 핵심적으로 논한 영상물을 접했기로 한 번 내용을 요약해서 스샷과 함께 적어 둘까 합니다. 이 영상물은 RCO의 연주를 담은 블루레이의 서플 영상인데, 이런 건 역시 CD나 SACD에서 볼 수 없는 영상 매체의 특권이며 같은 영상 매체라도 DVD처럼 음의 품위를 내리거나 하는 일 없이 더 좋은 화면까지 동반되는 BD 공연 타이틀의 메리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본 공연과 서플 모두에서 아무 불만없이 만족을 느낄 수 있는.

2. RCO

RCO는 1888년 암스테르담에서 개관한 클래식 전용 홀인 '콘체르토 헤보우' 전속 오케스트라로 발족한 단체입니다. 여기서 콘체르토 헤보우란 네덜란드 어로 '콘서트 홀'이란 뜻이니 단순미와 권위를 함께 가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창단한지 120년이 넘었지만 거쳐 간 수석 지휘자는 딱 여섯 분으로 현재 수석 지휘자를 역임하고 있는 분은 2004년부터 자리를 맡은 마리스 얀손스 씨. 물론 이렇게 된 건 2대 수석 지휘자를 역임 한 빌렘 멩겔베르크 씨가 무려 50년을 재임한 덕이기도 합니다.

멩겔베르크 씨는 슈트라우스나 말러와도 교우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이 두 분의 새 곡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지휘, 연주시켜 가며 RCO를 일류 오케스트라로 키웠다고 합니다. 그의 지휘에 대한 열정과 세심함, 그리고 지금은 더욱 확대되었지만 당시에도 세상의 인재를 모은다는 기치 아래 모인 연주자들의 능력의 조화는 슈트라우스 선생으로 하여금 '내 곡을 뭐든지 연주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단을 이제사 만났어.'라고 감탄하게끔 했다고 하네요. 이게 1902년의 일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선생이나 슈트라우스 말러 선생이나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다 위인전, 전설, 동화속 인물 같고 시대차가 그리 와닿지 않지만(저만 그럴 수도 있는데)...이 멩겔베르크 씨와 말러, 슈트라우스 선생의 교분은 멩겔베르크 씨의 지휘를 직접 들었으며 RCO 수석 지휘자를 역임하였고 현재도 생생한 HD 영상으로 그 모습을 뵐 수 있는 베르나르드 하이팅크 씨(1929년 생, 생존)를 통해 가느다랗지만 그 전설과 연결되는 어떤 끈으로 다가오기도 하네요.

3. RCO와 콘체르토 헤보우

RCO는 본래 '암스테르담 콘체르토 헤보우 오케스트라'였으며 1988년에 창립 100주년을 맞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했습니다. 오랜 역사에 걸맞게 지금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고르고 골라 뽑힌 연주가들이 집결해 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실력과 자신들이 모인 오케스트라 단 못지 않게 그들이 연주하는 장소인 콘체르토 헤보우를 자랑으로 여긴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이 홀이 없이는 이 오케스트라 단도 없을 것이다.'고 단언하는 이가 있는 데서도 그 편린을 엿볼 수 있겠습니다. 말그대로 홀과 함께 성장한 오케스트라 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도 우스운 수준이나마 오디오를 울리려고 노력하고 있고 거기에 공간이 끼치는 영향이 지대함은 항상 숙지하고 있는 바이나 RCO의 경우엔 특히 좀 더 특별한 공간을 가지고 있다 하여 그를 중점적으로 언급해 보겠습니다.

4. 콘체르토 헤보우는...

콘체르토 헤보우는 높은 천정과 상자형의 구조 - shoebox - 를 가지고 있는 홀입니다. 이 홀의 소리는 둥글고 조화로우며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울림을 빚어낸다고 정평이 나 있습니다.

1988년에 개관 100주년을 맞아 전면 개수 공사가 이뤄졌을 때도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지금까지의 음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모든 좌석, 바닥, 도장 및 마감을 새로이 하면서도 과거에 쓰인 자재와 최대한 근접하는 것을 사용했으며 이를 위해 도료 하나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연구, 분석 되었습니다. 회반죽의 질, 도료의 도장 상태 등은 20kHz 이상의 고음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특히 이전과 완전히 같은 것으로 조달했고 그 외에도 음의 투명도, 밝음의 성향, 고음의 반향을 완전히 똑같이 보존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현재의 콘체르토 헤보우 역시 그 아름다운 울림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당시 자문과 연구에 동참했던 음향학자에 따르면, 이 홀에 처음 온 사람은 ‘클리어리티’가 다소 결여된 음에 낙담할 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냥 풍성하게 울릴 뿐이잖아?' 하고. 하지만 이곳의 특질은 음의 정보량보다 그 울림에 있다고 하는군요. 물론 그렇다고 디테일이 결여된 뭉친 음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홀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직사각형의 shoebox 형태인데, 초기 건설 당시 건축가는 독일로 건너 가 당시 유명한 홀을 참고했고 그래서 이 홀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와 닮은 데가 있다고 합니다. 일단 무엇보다 건설 당시에는 홀이 직사각형이어야 할 중요성(혹은 필요성)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통상대로 평범한 부채꼴의 거대 홀을 몇 개쯤 지어보며 배워 알게 된 것이라고 하네요.

구체적인 메리트는 바로 음의 스테이징이 넓게 형성되는 잇점입니다. 이 음이 넓게 퍼지는 느낌은 벽이 평행이라는 것과 관계가 있는데 즉 이 홀에서는 벽에 반사된 음이 좌우 양쪽 모두에서 고르게 청자에게 닿으며 이 '측면에서 오는 음'을 잘 다룬 것이 첫 번째 포인트.

두 번째 포인트는 홀 전체의 용적. 1만 9천 입방미터라는 용적을 가진 이 홀은 또한 여기에 최적 규모인 RCO에 의해 그 메리트가 한껏 살아 난다고 합니다. 특히 음향이 대단히 좋기 때문에 교향곡, 중에서도 대규모 관현악에 최적화 되어 있기에 말러, 브룩크너와 같은 작곡가의 작품이 최고로 살아나는 곳이라고.

또한 세 번째 포인트로 일반적인 홀은 객석에 경사를 두어 오케스트라 단을 보기 쉽게 만드는 데 이 홀은 전면 객석 마루가 평평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단이 위치하는 스테이지가 높아졌고.

'관객이 구경하기 쉽다.'는 것과 '좋은 음이 나온다.'는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로 구경하기 쉽게, 잘 보이도록 경사지게 계단식으로 객석을 쌓으면 관객의 위치가 높아지고 결국 오케스트라의 음을 흡수하는 거대한 인간의 벽이 만들어집니다. 마루를 평평하게 하면, 관객의 유무에 상관없이 음이 단단한 반사면에 가장 먼저 부딪히고 그것이 이 홀 특유의 아름다운 음색을 만들어내는 밑거름이라 하는군요. (필기 부연: 일반적인 홀은 관객 만석을 기준으로 음향을 설계하곤 합니다. 따라서 관객의 유무, 관객이 입고 있는 옷의 종류 - 특히 털옷 등의 코트 - 에 따라 음에 영향이 큽니다.)

이 홀이 가지는 메리트는 이러한 크고 작은 요소들이 결집되어 만들어진 것이며 앞서 언급한 학자는 이 홀에 대해 '한 번 마음에 들면 평생 갈 스타일을 가진 홀이다.' 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콘체르토 헤보우에서 여러차례 녹음 작업을 맡은 녹음 전문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러한 매력을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 많아 현재 콘체르토 헤보우는 보스턴 심포니 홀, 빈 무지크페라인잘(빈 악우樂友협회 홀)과 함께 세계의 톱3 홀로 칭해진다 합니다. 특히 셋 중에서도 가장 개방적인 울림을 가지고 있는 홀이라고.

이러한 울림에 결정적으로 관여하는 이 홀의 또다른 특징은, 반향판(필기 부연: 음 반사재. 흔히 RPG 등의 메이커에서 만들어지는 반사재, 반향판 이런 룸 튜닝재도 같은 원리와 효과를 노립니다.)을 붙인 벽이 오케스트라 배후가 아닌 홀 중앙 근처의 개방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때문에 드넓게 퍼지면서 따스한 울림을 가진 장소가 된다는군요.

특히 다른 홀이라면, 가능만 하다면 오케스트라 단을 통째로 평소 연주 위치에서 녹음에 적합한 포인트 지점으로 옮기지만 콘체르토 헤보우에선 음의 조기반사(필기 부연: 최초 반사 지점이 이른 것)가 적기 때문에 평소 연주 위치 그대로에서도 우수한 녹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상단 그래프가 콘체르토 헤보우, 하단 그래프는 근대에 지어진 일반적인 홀의 음 반향 그래프. 보이는 것처럼 콘체르토 헤보우에서는 음이 공간 내에 길게 머물면서 완만하게 사라져 가는 특성을 가집니다.

하단의 그래프가 측정 된 홀의 경우 고음 잔향(그래프 아랫 부분이 고음/ 윗 부분이 저음)이 대단히 짧고 급하게 사라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저음은 길게 지속되긴 하지만 함께하는 고음이 없으니 밸런스가 나빠집니다. 이에 반해 콘체르토 헤보우는 상단 그래프와 같은 음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청중이 마치 음에 둘러 싸이는 감각을 얻을 수 있다고.

다만 이에 따른 결점도 있는데 조기반사가 적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주자 입장에선 서로의 음을 잘 들을 수가 없다고 하는군요. 특히 지휘자도 그러는 경우가 있을 정도라고.

천정 또한 일반적인 홀보다 높기 때문에 최초의 반향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구조인데 이럴 경우 보통은 천정에 매다는 반사판을 가설하곤 하는 데 이 홀은 그런 것도 없으며 뒷벽도 옆벽도 먼 구조라 서로의 음을 듣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5. RCO는...

콘체르토 헤보우에 대한 사항을 들으면서 개인적으로 느끼고 알게 된 것은, RCO가 바로 이런 홀에서 연주해 왔기 때문에 RCO라는 점이었습니다.

RCO가 연주하는 음은 콘체르토 헤보우를 항상 사용할 수 있는 특권(?)에 자연스럽게 길들여져 있어, 정말로 부드러우며 조화를 중요시하는 절제된 사운드입니다. 하나하나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체로서 완벽히 조화롭게 기능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이러한 특성은 얼마전 예술의 전당 공연 때의 감동과 어떤 연관을 지을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콘체르토 헤보우의 주자들 서로가 서로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는 단점은, 공교롭게도 예당에서도 종종 연주자들이 불평하는 바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RCO의 예당 공연은 이 핸디에 익숙한 단원들이 쉽고 스무스 하게 예당의 특성과 그 적응을 마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물론 콘체르토 헤보우의 특성과는 상반된 요소가 많은 예당의 특성상 관객인 우리들에게 닿는 소리까지 콘체르토 헤보우와 완전히 같을 수야 없었지만 그들이 예당에서 보여 준 두 번의 연주가 모두 감동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요소도 작용한 바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가장 좋은 것은 콘체르토 헤보우에 직접 가서 공연을 듣는 것. 그 다음으로는 거기에서 숙련된 노하우로 녹음 된 음이 수록 된 타이틀을 듣는 것이겠지요. 기왕이면 콘체르토 헤보우 축소판쯤 되는 룸을 만들고 그런 데서 여러 음을 들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공상도 아울러 갖게 해 준 서플이었습니다.


핑백

  • 有錢生樂 無錢生苦 : 음악 블루레이 감상 - 말러 교항곡 제2번 부활/ RCO & 얀손스 2012-07-11 18:55:19 #

    ... 상 등이 있을 경우 자막 유무에 따른 이해도와 와닿는 정도는 당연히 다를 것입니다. RCO의 홈 그라운드인 콘체르토 헤보우는 일전에 언급해드린 적이 있습니다만(링크) 말러 선생의 교향곡을 연주하는데 정말 좋은 조건을 가진 장소입니다. 본 연주는 이러한 장점 외에도, 14종의 악보를 비교하여 400여개의 오류를 교정 ... more

  • 有錢生樂 無錢生苦 : 모차르트 : 레퀴엠 - RCO & 모리스 얀손스 SACD 2014-06-10 07:14:43 #

    ... 수록했습니다.(모차르트나 쥐스마이어 씨에 대한 설명은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만 혹시 RCO에 대해 별도의 설명이 필요한 분께서는 이전에 작성해둔 관련 포스팅(링크)이 얼마간 참조가 될 것 같습니다.) 이 SACD는 올해 5월 말에 네덜란드에서 발매된 모양이고 국내에도 6월 초에 정식 수입 되었습니다. 정식 수입이라고 합니 ... more

덧글

  • 김안전 2012/03/08 20:06 # 답글

    교통은 꽤 좋아보이는데, 역시 땅떵이가 좁은 나라라서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썩을듯 합니다. 하긴 지을때야 그런 생각 추호도 안했을테지만 말이죠. 조명도 적당히 어두운것이 음악감상에는 좋을듯 합니다. 하하하하...
  • 城島勝 2012/03/08 20:18 #

    가게 되면 지상전차 타고 가면 딱입니다. 조기 앞에 정거장이 있고 서 주더라구요. 핫핫.
  • 가가가팬 2012/03/09 22:48 # 답글

    예술의 전당을 예당이라고 줄여읽는건 공식인건가 -ㅁ-
  • 城島勝 2012/03/09 22:53 #

    '예전'보단 '예당'이라고들 부르는 것 같구먼. ㅋ 공식이야 아니지만 이것까지 설명하긴 구찮아서 생략했다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