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골드 클래스에서 [머니 볼]을 봤기에 짤막하나마 감상기 남깁니다.
어느쪽 이야기를 먼저 할까 잠시 생각하다, 역시 더 보편적인 영화 이야기부터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여 [머니 볼]에 대한 감상부터.
동명의 책은 읽어본 바 없지만 빌리 빈 단장의 머니 볼 이론이 어떤 것인지는 익히 알고 있었고, MLB의 체계, 영화에 언급되는 대부분의 선수들, 그리고 야구 그 자체에 대한 이해도 남들만큼은 안 덕분에 몰입감은 높았습니다.
다만 이 영화에서 '야구'의 역할은 제한됩니다. 대개의 야구 영화, 아니 스포츠 영화가 스포츠를 통한 인간적인 감동을 그리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영화에서 야구는 하나의 소재일 따름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야구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로 바꿔 넣더라도 이야기를 만드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야구를 통한 감동도 약간 들어있긴 하지만, 그것은 주된 전달 내용이 아니라 '스포츠 영화의 법칙이니까 넣어 봤다.'같은 식의 딱딱한 의무감 혹은 진부함의 인정(효과가 있으니까 오래도록 쓰인 거고, 오래도록 쓰인 거니까 진부한 거다. 고로 진부함도 필요하다.) 같은 느낌일 뿐입니다.
이 영화는 빌리 빈 단장의 인간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돈 없고 약한 자가, 돈 많은 자가 항상 승리하는 세상에 통쾌하게 엿을 먹이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야구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는 것입니다. 다만 빌리 빈 단장이 메이저 리그에서 그걸 실현했으니까 이 영화에 야구가 나오는 것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제가 야구에 대해 남들만큼 안다는 이유보다는, 빵 피트 형님의 연기와 장면의 연출과 편집의 힘, 그리고 애런 소킨 씨의 각본 덕이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친근감을 담아 항상 빵 피트라고 부르는 브래드 피트 씨는, 호감가게 잘 생긴 얼굴 때문에 좋아하는 배우기도 합니다만 이번 머니 볼에선 참 연기가 원숙하고 좋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머니 볼에서 그의 연기의 진정한 장점은 관객들이 그가 처한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할만큼의 표정, 몸짓, 목소리를 보여 준다는 점인데 특히 초반의 분노와 체념의 블랜딩은 굉장히 훌륭했다는 느낌입니다. 속되게 말로 쓰면 '에라...돈 없으니 열은 받지만 뭐 어쩌겠냐 들이박아 보자.'라는 느낌이 바로바로 전해 온달까요. 이 영화가 빌리 빈 단장 개인의 인간 드라마임을 감안할 때 그의 공헌은 지대했습니다.
또한 자칫 재미없을 이 '어찌보면 뻔한 허를 찌른 역전 성공 드라마'를 정말 원숙미 넘치고 멋지게 치장한 건 역시 장면장면의 편집과 연출입니다. 특히 좋다고 생각한 건 조금씩 조금씩 돈 없고 약해도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기분이 들게끔 조금씩조금씩 고양을 시키면서도 어김없이 딱딱 끊어도 줘서 진짜 절정에 이르기 전까지 관객의 고양감을 단계적으로 끌어 올린다는 점입니다. 빠른 템포의 탁구를 하는 듯한, 이 조였다 풀었다 하는 긴장감은 러닝 타임 내내 영화의 맛을 잃지 않게 하는 진정 영상화의 묘를 잘 살린 훌륭한 그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 영화는 빌리 빈 단장의 시점에서 야구가 무엇인지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 하지만, 오히려 야구가 주는 감동을 알아야만 한층 더 진심으로 이해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야구를 전혀 모르는 분이라면 다소 이해가 안 가는 것들도 많겠기에 다소 감상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분들을 위한 영상적 배려도 나름대로 되어 있어서 다각도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는 역시 각본의 힘이였던 것 같네요.
사실 빌리 빈 단장이 건재한 오클랜드 애슬래틱스는, 올 시즌을 비롯해 최근 상태가 영 좋지 않습니다. 최근 3년간, 리그 최고의 호구 팀 시애틀이 있어서 꼴찌는 안 했다 뿐이죠. 이제 다른 팀들도 머니 볼 이론을 받아들이고 접목하니 다시 예전처럼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건 돈돈돈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잠시 비틀어졌던 세상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최소한 영화 속에서는 시즌 마지막 경기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빌리 빈 단장의 도전과 성공을 아주 깊이 음미 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이유가 현실에선 쉽게 느낄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 라는 점을 감안할 때, 본 작품을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영화를 보고 심기일전 한 메이저 리그 최고의 사기꾼(이었던) 빌리 빈 단장이 앞으로 뭔가 다른 MLB 비틀기를 할 지?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기대 해 보고 싶습니다.
PS:
자막은 몇 가지 오류와 글자수 제한으로 인한 지나친 축약이 간간 눈에 띄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무난했습니다. 그래도 소니 픽쳐스 라벨로 블루레이 정발이 된다면 좀 더 신경 써 준 한글 자막이 들어갔으면 합니다. 국내의 본 작품에 대한 인기도나 관심도로 볼 때 블루레이 정발 가능성은 높을 것 같은 바 자막에서 화룡점정을 찍어주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용산CGV 골드 클래스에 대한 감상입니다.
CGV의 골드 클래스나 롯데 씨네마의 샤롯데 씨어터 같은 프리미엄 영화관에 대해서는 이름 정도는 들어 보았지만 굳이 찾아가 볼 필요는 느끼지 못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한 번 경험해 보게 되었네요.
CGV 골드 클래스의 강점은 CGV 홈페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중 제가 주목했고 집중적으로 체크한 건 1. 최고의 상영환경 이라는 부분입니다. 다른 요소보다 이 퀄리티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관심이 있었더랬지요.
용산CGV 골드 클래스 관의 영상+음성 환경은 보인 것으로만 따져보면.
스크린은 타공형(스크린에 미세한 구멍을 무수히 뚫은 형태) 사운드 스크린. 인치는 대략...300인치대? (골드 클래스 상영관 자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스크린은 일반 상영관에 비해 작은 편입니다.) 스크린은 모아레 현상(* 주1) 방지를 위해서인지 뒤로 15도쯤 넘어 가 있는 형태로 설치되어 있습니다.(즉, 스크린 상단이 뒤로 기울어진 형태)
스피커는 스크린 뒤에 있을 프런트 + 센터와 함께 사이드 + 리어 12채널로 총 15채널. 감상한 [머니 볼]이 우퍼 꽝꽝 울리는 계열은 아닌고로 우퍼에 대한 감상은 생략.(공간 넓이를 고려하면 일반관보다 적은 수를 배치했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머니 볼]의 촬영 카메라나 편집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으나 화질에 집요하게 신경 쓴 영화로 생각되지는 않으며 이곳 외에 달리 감상한 곳이 없어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영사기 퀄리티나 스크린의 상태에 대해서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일반 영화관에 비해선 작은 크기의 스크린 + 더 가까운 공간상 영사기의 투사거리 상 모아레 잡기가 쉽지는 않은 듯 보였고 블랙 표현력도 그리 좋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운드 쪽은 역시 우퍼를 제외하고 실감성과 질감이 어느 정도냐를 따질 수 있겠는데, 특출난 수준은 아닙니다. 공간에 따른 설계가 이루어져 있겠지만 평범한 영화관 수준을 넘어선다고 말씀드리긴 어렵겠습니다. 영상/음성 퀄리티를 감안할 때 이 골드 클래스에서 감상하는 영화는 - 물론 CGV측에서 알아서 상영관 퀄리티에 맞게 선택해서 올리겠습니다만 - 블록 버스터 계열보다는 멜로, 드라마 계열 영화가 더 어울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개 페이지에 침대형 좌석과 스페셜 공기 케어 시스템에 대한 소개만 있었는데 어떤 의미에서 적절했다고 생각됩니다. 좌석은 2석씩 붙어있는 리클라이너 의자 + 테이블을 갖춘 30석 한정이기 때문에 이 점이 영상/음성보다 강점이라 생각됩니다. 등받이 각도 조절 및 다리 받침 각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좌석간 거리가 많이 멀어서 어느정도 바로 옆사람과 소근거려도 전혀 다른 사람의 감상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란 점이 좋습니다. 공기 청정기도 설치되어 있고 관객도 한정되는 관계로 환경도 쾌적한 편이었고요.
다만 출구가 정면에 있고 스크린을 그 위에 설치한 관계로 D라인 아래의 좌석에서 보려면 의자를 거의 눕는 수준으로 제쳐서 보는 것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단, 이렇게 해도 상기에 서술 한 스크린 설치 각도상 그다지 퀄리티에 집중한 감상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스피커 설치 상태를 고려해도 D라인 위의 좌석이 좋겠습니다.
골드 클래스의 1인당 표값 3만원이란 가격에 대해서는 개인간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연인 혹은 가족 2인 관람이 아니면 그 효용성이 높다고 말씀드리긴 어렵겠습니다. 둘 중에 고르라면 아무래도 연인 쪽에 더 포커스를 맞출 수 있을 듯.
편의성 측면에서,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 만큼 편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간단히 말씀드려서 아무리 관객이 없어도 잠옷을 입고 영화관에 가서 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한편 골드 클래스 입장객 전용으로 무료 제공되는 음식은 츄러스(1개/ 4토막)와 카나페 1개, 볼형 치즈+방울 토마토 꼬치 1개. 그리고 녹차/홍차/커피/와인(종류는 상세불명)의 셀렉트가 가능한 음료 한 잔인데 이걸 집에서 먹으려면 재료비 + 알아서 준비해서 스스로 써빙해다 먹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집에서도 갖추자면 어려운 것들도 아닌만큼 이 역시 집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다만 골드 클래스는 주문 혹은 추가 부담으로 요리를 맛 볼 수도 있다하니 이 점은 무조건적으로 집보다 떨어진다고 하긴 어렵겠네요.
결론적으로 편의성은 집보다 떨어지지만, 일반적인 홈 씨어터 보다는 좋은 퀄리티로 개봉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강점 + 특히 의자의 퀄리티와 그 배치에 주목해야 하는 상영관입니다. 기타 골드 클래스를 전담하는 직원분들의 서비스도 친절하기 때문에 그 점을 중요시하는 분께도 괜찮겠고요.
뱀다리로 덧붙이면, 스탭 롤 올라갈 때 미소등(영화 상영전 광고 상영시에 켜는 수준의 광량)을 켭니다. 이 부분은 그냥 최대 광량으로 불을 올려 버리는 영화관 보다는 좋다고 생각되네요. 먼저 나가려는 관객에게나 스탭 롤을 모두 보려는 관객에게나 불만스럽지 않을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 모아레 현상: CRT시절 유명한 화면 현상으로, MoireShadow Mask와 주사선 사이의 간섭으로 생기는 나무결이나 물결 모양의 Noise를 Moire(모아레)라 합니다. 즉, CRT시대가 지난 지금은 나무결이나 물결 모양이 화면에 보이는 것을 통칭.
사운드 스크린은 표면에 구멍이 뚫려있는 관계로 반사형 디스플레이인 프로젝터/스크린의 관계상, 프로젝터의 빛이 사운드 스크린에 닿을 경우 이 모아레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결 방법은 1. 스크린 표면의 구멍이 작거나(구멍 사이즈의 허용 한계는 프로젝터의 투사 거리와 스크린 사이즈와 상관 관계가 있습니다.) 2. 스크린을 약간 기울여 설치하거나 입니다.





덧글
골드 클래스는...제 생각엔 좀 더 저렴한 가격이면 가치가 훨씬 높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2만원 아래 정도?
관람기 잘 봤습니다. 저는 품절남이니 갈 일이 없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