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 저의 쇠뿔도 단김에 모드는 계속 진행중. 이번엔 국내에 블루레이로 미발매 된 [이퀼리브리엄]을 아마존에 주문했습니다. (참고로, 이 제품은 캐나다판입니다. 북미판은 따로 있는데 북미판은 절대 사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그다지 대단한 관객동원을 한 것도 아니고...판권상으로도 어렵다고 하고...이런저런 이유로 국내에 블루레이 정발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게(라고 쓰고 불가능에 가깝다고 읽는) 중론인 작품입니다. 그런데 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거든요. 언젠가 적었듯이 제가 이름과 얼굴을 매칭해서 기억하고 있는 딱 두 사람의 외국배우 중 한 사람인 크리스찬 베일 씨를 알게 된 것이 이 작품 덕분입니다.
근데 제가 주문한 북미발매 이퀼리브리엄 블루레이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어 자막이 없어요.(으악)
'리벨리온'이란 번안 제목으로 블루레이가 발매 된 일본에선 일본어 자막에 무려 5.1ch DD트루HD 일본어 더빙까지 되어 있습니다만 (영어 음성과 동일사양) 북미 원판의 자막은 영어와 스페인어 뿐인 모양입니다.
듣자하니 국내 정식발매가 염두되어 있는 블루레이는 보통 북미 혹은 선발매국에서 한국어 자막을 미리 넣는다고 하는데(국내의 열악한 환경상 블루레이 직접 프레싱이나 제작 여건 자체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도 이 작품의 국내 정발은 상당히 희박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이는 큰 핸디캡은 아닙니당! 물론 제 영어가 무지하게 유창하다 그런 게 아니라...
아시는 분들은 모두 동의하시겠습니다만 이 작품은 일단 대사가 많지 않습니다. 극도로 적은 대사들에 알아듣기 쉬운 빠르기, 거기다 저같은 영어맹조차 자막도 필요없이 이해할 수 있는 그 단순한 표현 등등.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제일 말이 많은 사람은, 가장 많은 시간동안 화면에 비치는 주인공인 프레스턴(크리스찬 베일 분)이 아니라 전체 러닝타임 동안 달랑 10분인가 나오는 것 같은 최종보스(완전히 호가호위 캐릭터였지만)로 나오는 부위원장인가 그 양반 같다는 게 이 작품의 대사빈도를 웅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아니다. 그 중반부터 등장하는 흑인 파트너가 더 말은 많은가...하여간.
아울러 엄밀히 말해 이 작품은 대사를 주고받는 맛으로 보는 게 아니지요. 뭐니뭐니해도 '건카타GUN=KATA' 아니겠습니까? 도대체 어원을 알 수 없는 이 쌍권총 무술(제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銃 + 型'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일본어로 카타라고 읽을 수 있는 型은 무도(武道)·예도(藝道)·운동 등의, 규범이 되는 동작이나 일정한 형(型). 폼이라는 뜻이 있습니다.)은 이 작품의 국내 개봉 포스터에 '매트릭스를 잊어라'라느니 같은 문구를 넣게 만든 원흉(?)일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걸 떠나 상당히 멋집니다. 많지 않은 제작비 때문에 제대로 화려하게 구사한 건 처음, 중간, 끝의 세 번 밖에 없는 것 같지만 마지막에 1:50으로 구사할 때는 탄환 소비까지 계산하며 탄창을 미리 던져놓는 등 용의주도의 극치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멋진 액션을 블루레이의 고화질로 즐길 수 있을...것 같으니(정확히는 이 블루레이 화질 리뷰를 아직 못 봐서 추측) 기대가 되는 건 당연지사. 음질은 뭐 딱히 생각나는 BGM도 없지만 효과음 음질도 덩달아 좋아질테니 그러려니...자막따윈 없어도 우린 고해상도로 간다! (?)
결국 이러한 긴~ 이유들을 붙여서 자신을 납득시켜 가며 불현듯 태평양 건너 사이트에서 블루레이를 주문하고 말았습니다만...
아마존 직영샵(으로 추측되는) 판매 가격이 35.98달러나 되는 관계로, HMV의 [리벨리온]은 얼만가 봤더니 멀티바이 할인가로 해도 3835엔. 배송료 감안해도 삐까삐까네? 그래서 11.59달러에 파는 개인 셀러의 물건을 주문했는데 한국까지의 배송료가 12달러 오버.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당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영화사들의 횡포(로 추측되는)로 야기 된 이번 DVD코드프리 금지 사태가, 제게 영어 공부를 좀 더 하게 해 주었다는 기이한 결말로 이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소년소녀 전래동화 끝.
PS:
여담이지만 그 마지막의 1:50씬은 사실 그렇게 경비병을 배치한 것 자체가 멍청한 일이긴 합니다.(양쪽 기둥에 25명씩 2열 종대) 50명이 그 일자복도에서 양측에서 나와 총을 쏘면 50자루가 1명을 노리는 게 아니거든요. 항상 앞 경비병 앞에만 서게 동선을 조작하면 50명이 총을 겨눠도 실제론 항상 두 자루만 주인공 프레스턴 씨를 노리게 됩니다. 나머지는 앞 경비병이 방패가 되서 다 막아주는 거...뭐 물론 말은 쉬워도 실제로 하려면 횡스크롤 탄막 슈팅으로 비유하면 케이브제 물건 같은 초고난도가 되겠지만 주인공 보정까지 받으면 그런 거야 쉬운 일이 되겠습니다.
PS2:
근데 북미판 주문하고 생각해 보니, 일본어 더빙 수준이 어떤가 한 번 들어나 보게 일본의 [리벨리온]을 사는 건 어땠을까도 싶군요. 아니 근데 표지에 떠억하니 쓰인 REBELLION은 뭔가 거부감이 듭니다. 해적물 같은 느낌까지 드는 건 오버같지만...아래 사진을 보세요.

PS3:
이건 진짜 여담인데 이 작품의 HMV리뷰 문구는 더 굉장합니다. 매트릭스를 잊어라! 정도는 상대도 안 되는...
自由を取り戻せ!洗脳国家を打ち砕くのは映画史上最強のスペシャル・エージェント!!
자유를 되찾아라! 세뇌국가를 때려부수는 건 영화사상최강의 스페셜 에이전트!!
덧글
카피는 비슷비슷한 센스속에서 나온 것 같긴 한데 상당히 역효과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
근접거리에서 화려한 몸놀림과 함께 건액션을 펼치는, 이른바 'GUN FU'라는 개념은 서양의 영화팬들 사이에서도 알려져 있거든요. 여기에 설정을 붙여 '체계가 있는 무술'로 보여준 것이 건카타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 흥행이 좀 더 신나게 되었다면 속시원히 밝혀 주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전 이퀄리브리엄의 주요 액션씬을 장면당 백번정도는 본듯합니다.
이정도면 예술이죠.
액션씬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저도 심심하면 보는 장면인 데, 이번에 코드프리 막히면서 DVD를 넣지 못 하는 탓에 금단증상 일어나서 주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다고 북미에서 DVD 주문하자니 더 웃기기도 하다보니...(DVD랑 블루레이랑 가격이 비슷한 동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