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 디스크 수집 취미가 참 마이너하다고 느낄 때 잡담

1.
a. 애니메이션도 블루레이 디스크로 보면 다른 매체보다 우수한 화질과 음질을 즐길 수 있음을 열심히 이야기한다.
b. 거기에 (이 해외 애니메이션 디스크에는)한국어 더빙 음성도 추가되었어 라고 방점을 찍어준다.
c. 듣던 사람이 정작 '해외 애니에 한국어 음성만 있으면 사기가 좀...' 하는 소리를 한다.

(BD는 복수의 음성을 수록할 수 있고 선택 청취가 가능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2.
a. 어떤 영화의 UBD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면서, (UBD 패키지에 동봉해주는)BD 스펙에 대한 언급도 한다.
b.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사이트에서 이 UBD 타이틀에 대해 'UBD만 있어서, 재생 못 하니 안 살라고요.'라는 소리를 본다.

(거의 모든 UBD 패키지에는 BD가 동봉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BD를 보는 사람 중에서도 많다.)


그럼에도 저는 오늘도 디스크 나무의 씨앗을 뿌리... 는 건 아니고, 디스크에 대한 이런저런 참견들을 하고 삽니다.^^;


바이올렛 에버가든 정식 발매 BD, 그 네 번째 편지 취미

바이올렛 에버가든의 국내 정식 발매 Blu-ray(이하 BD)에 대한 부정기 통신, 네 번째는 주로 자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편지 번역

이전의 편지에서 제가 (정발 BD 제작사를 통해) 11월 말~12월 초에 걸쳐 판권사에 문의한 사항들이 있다고 적었는데, 개중 한 가지 사항에 대한 답변이 (드디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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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발 BD에, (제13화)위 장면을 비롯하여 '음성으로 내용이 언급되지 않는 편지 내용'에 대한 한국어 자막을 실어도 되는지요?

- 문의 사유: 바이올렛 에버가든 작중의 언어인 테르시스어는, (한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 시청자라도)시청자들이 간단히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바이올렛 에버가든 BD 내 코멘터리에서 특히 이 13화의 위 편지 문구에 대해 궁금증만 유발시키고 정작 내용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시청자에 대해 배려가 좀 부족한 것도 같습니다.(일본 발매 BD의 일본어 자막에서도 표기되지 않음.)

이에 귀사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번역 방식은 아니지만, 코멘터리에서 언급된 방식을 기초로 제가 독자적으로 번역한 바가 있습니다.(번역문 첨부) 이들 사항에 대한 번역 정합도와, 자막으로 실어도 되는지에 대해 답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에 대해 판권사의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정발 BD 제작사에서 답신을 받아, 제게 요약 전달해준 내용)

A. 해당 부분은 자막을 수록하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굳이 글로 표기하여 보는 이의 상상을 좁히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본 BD의)일본어 자막에도 편지 관련 번역은 넣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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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정합성에 대해서는 판권사에서도 명시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았습니다만, 답신 전문의 뉘앙스 상으론 맞다는 느낌인데... 하여간 이런 이유로, 정식 발매 BD에서도 편지 번역 자막은 수록되지 않습니다. 사실 현재 해당 부분 번역한 자막을 수록한 오소링 작업이 되어 있는 상태이지만 이런 이유로 재작업도 해야겠네요.-_-ㅋ

다른 부분들은 일일이 적자니 번거롭기만 할 테지만 하다못해 (상술한 사유로)위 부분에 대한 문구만이라도 적어두고 싶은데... 공식적인 리뷰나 작업 관계자의 개인적인 언급 정도는 가능한지 여부라도 다시 문의해 봐야 겠습니다. 에효...


2. 자막 번역과 더빙 번역의 차이

더빙에 익숙하신 분들께는 이미 설명할 필요도 없긴 하겠습니다만, 이번 바이올렛 에버가든에서도 자막 번역과 더빙 번역은 많은 부분에서 뉘앙스라든가 사용 단어가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양자간 번역의 구체적인 프로세스는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미는 같도록 감수, 검토를 거쳐 협의' + '성명 등의 고유 명사 표기는 양자간 표기와 발음을 통일'하지만 '번역문의 단어 사용이나 문장 구성은 개별 번역자의 재량을 인정' 입니다. 예를 들면 위 장면에서도

(자막)
'네 녀석은 길베르트의 개로군'/ 이라 하셨기에

(더빙 대본)
"넌 길베르트의 개로군" 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즉, 전체적으로 보면 더빙 대본이 자막보다 약간 단어 순화가 있는 대신 vs 말의 길이나 구어체에 훨씬 적합하게 짜여 있습니다.(그렇다 해도 디트프리트를 비롯하여 본격적으로 거친 느낌으로 나오는 대사들은, 더빙에서도 무슨 차 마시며 담소하는 듯이 옮기진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약간의 순화입니다.)

이런 부분은 여러 군데라 그 예시를 다 들기 어렵지만, 개중에서 이런 류로 짚어둘 만한 대표적인 거라면 제6화의 제목(및 해당 제목과 동일한 문구의 대사에 쓰인) 단어의 옮김입니다. 여기서 쓰인 단어는 星空の下인데, 자막에선 '별하늘 아래'로 옮겼고 / 더빙 대본에선 '별빛 아래'로 옮겨졌지요.

이 경우는 별하늘이나 별빛이나 둘 다 국어사전에 있는 단어이지만, 문장으로 보는 문어적인 느낌으론 '별하늘'이 더 운치랄지 센스랄지가 있다는 게 자막 번역쪽 입장/ 우리말로 소리내어 말할 땐 별하늘은 아무래도 좀 어색하니, 더 흔한 구어인 '별빛'으로 의역하자는 게 더빙 번역쪽 입장이었습니다. 양쪽을 모두 존중하여 이런 차이가 나게 된 것이고요.

그러고보니 제작사가 판권사에 넣은 문의 중에 정발판 특전으로 이 자동 수기 인형 양성 학교의 졸업 뱃지를 줘도 되겠느냐? 하는 내용도 있었다는데, 이것도 불가라고 하더군요. 이유는 이미 일본 내에 비슷한 상품이 있기 때문이라나^^;

하여간 이런 식으로 오늘도 계속 작품과 판권사 양쪽과 격투하는 나날입니다. 거 1쿨짜리 애니 정발이 뭐 이렇게 질질 끄나? 하시는 분들께서도, 이런 사정을 알아주시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길 부탁 드리고 싶네요. 기다리시는 만큼, 더 좋은 퀄리티로 보답해 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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