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A-Z1 사용의 예시 - 후쿠이 하루토시 씨의 용례 취미

2016년 말에 발매된 현 JVC의 플래그쉽 홈 시네마 프로젝터인 DLA-Z1은, 전 세계적으로도 그레이드를 인정받고 있는 마스터피스입니다. 2020년까진 Z1을 능가하는 모델을 낼 계획조차 없다는 JVC의 언급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제품 수급 역시 신품의 경우 상시 조달이 불가능하고 일정량의 주문을 취합하여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조절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JVC 프로젝터가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는 데다가 워낙 고가인 탓도 있어서, DLA-Z1의 사용례나 그 특장점을 발휘하는 방법에 대해 그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일본쪽의 유명한 사용례 한 가지를 소개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통한 해설을 덧붙여 볼까 합니다.


1. 묵극(墨劇)의 네 번째 프로젝터

국내에는 건담UC 의 원작소설 저자 등으로 알려진 후쿠이 하루토시 씨는, 품위있는 개인 극장을 가진 홈 시네마 유저로도 유명하여 일본의 관련 잡지에도 종종 소개되곤 했습니다. '묵극(墨劇: 스미게키)'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홈 시네마의 영상쪽 장비는 다음과 같습니다.(관련 언급은 이 링크 페이지를 참조)

- 소스기기: 파나소닉 DMR-UBZ1 (UHD-BD 재생 대응 BD 레코더. 전 세계 최초 UHD-BD 재생 전용기.)

- 스크린: 스튜어트 HD130 G3 / 시네스코 비율 200인치 (* 16:9 비율 화면 투사시는 160인치 가량)

- 프로젝터: 소니 퀄리아 004 > JVC DLA-X9 > 소니 VPL-VW1100es > JVC DLA-Z1

참고로 후쿠이 씨는 묵극의 네 번째 프로젝터로 들이고자 소니의 VW5000es와 DLA-Z1을 비교한 적이 있는데, 최종적으로 선택한 건 Z1입니다. 선택의 이유는 재미있게도 (후쿠이 씨 자신이 깊이 관여한 작품)'우주전함 야마토 2022' BD의 재현성에서 Z1이 더 뛰어났다는 이유로, (스튜디오 모니터로 보았을 때보다 더 뛰어난)색 재현 및 (작품에 주로 사용된 컬러인)블랙과 레드에 걸친 컨트라스트 퀄리티에 감동했다는 것.

당시 후쿠이 씨와 참관인들의 평이 대개 VW5000은 '광량에서 오는 당당한 펀치력' / Z1은 '진하고 힘있는 컨트라스트감'으로 모아졌으며, Z1의 그림을 한 마디로 관통하는 특성 역시 이것입니다.

(1_1. 사용 환경 해설)

DLA-Z1의 최고 광량(3000안시 루멘, 단, SDR 표준 영상 캘리 후 광량은 별개.)을 이용하여 묵극의 스크린에 투사할 경우, 최대 밝기는 133니트입니다. 제법 있는 소음(레이저 광파워 최대 출력 기준 31dB 가량)을 무시하고 최대한 쥐어짜낸 밝기지만, 역시나 오소독스한 HDR10 영상 투사에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는 밝기. 그래서 Z1의 HDR 톤 맵핑 테크닉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해지는 상황입니다.

사실 제 홈 시네마 환경에서도 스크린 제조사는 다르지만 사이즈와 게인은 동일한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묵극에서 감지되는 사이즈 대비 광량에 대한 체감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개인적으로 Z1의 그림에 깊이 탄복했으면서도 제 환경에 Z1 도입을 미루고 있는 것은 (2016년 당시 시연회에서 들었던)JVC 쪽의 조언에도 기인하는데, '톤 맵핑 옵션을 지난하게 조정하든가 스택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강권하기 어렵다.'는 요지였다보니.

후쿠이 씨 역시 아마 같은 조언을 들었을 것이고 (더 밝은)5000과 자신의 환경에서 직접 비교했음에도 불구하고 Z1을 택한 건, 역시나 밝기감보다 그 외의 (Z1의 강점인)요소를 더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사료됩니다. 말하자면 어떤 소스를 어떻게 보는 걸 더 원하느냐- 라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니까, 그 선택 자체는 개개인의 몫입니다. 다만 Z1의 절대 밝기가 시네스코 200인치 사이즈에 HDR 소스를 강력하게 표현하는데 모자란다- 라는 팩트는 유효합니다.


2.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가

후쿠이 씨가 묵극에서 (SDR 캘리 화면 모드 & HDR 관련 옵션을 쓰지 않는 상태의)Z1이 내는 그림에 갖는 불만은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 동 타이틀의 SDR 그림에 비해, HDR10 영상은 전체적으로 어둡다

- 그러면서도 가끔 지나치게 눈부신 부분들은 또 그것대로 튀는 경우가 있다

- 휘도 레벨 표현에 위화감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절대휘도값 대응인 HDR10이 가진 태생적인 문제점에 & 직시형에 비해 광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프로젝터의 한계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직시형인 TV는 그나마 800 - 1000니트 가량으로 광량을 모을 수라도 있어서 대개의 HDR10 소스도 너무 어둡게 나오지는 않지만, 프로젝터는 300니트 화면을 만드는 것도 버겁기 때문.(물론 화면 사이즈가 작아지고 스크린 게인이 높아지면 만들 수는 있습니다. 다만 사이즈가 작아지면 프로젝터를 쓰는 최대 이유가 사라지고, 스크린 게인을 높이는 건 SDR 영상에선 치명적이라 사용처가 제한되는 것이 문제.)

이에 대해 DLA-Z1은 JVC 나름의 테크닉으로 정립한 톤 맵핑 기법을 실장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 기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HDR10 화면을 보다 즐겁게 즐기는 열쇠가 됩니다.

(2_2. 기능 해설)

현 시점에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채택하는 HDR10 톤 맵핑은 '감마 커브 조정'이 핵심입니다. 개중에서 JVC의 감마 커브 조정 기능의 골자는 다음과 같이 요약 가능합니다.

- 현행 UHD-BD의 HDR10을 1000니트/ DCI 색역에 기준을 둠.
(현행 UBD의 실질 색역은 거의 98%가 DCI이고, 피크 휘도가 아닌 평균 휘도 기준으로 1000니트 이하)

- 이에 JVC식 톤 맵핑의 기준 밝기는 250니트/ DCI로 둠.

- 1000단계의 HDR10 밝기 다이나믹스 대응값을, 250단계로 줄여서 재현.
(1 이하로 내려가는 암부 밝기값을 감안하면 실제론 당연히 1000단계 이상이지만, 편의상 이렇게 요약)

말하자면 JVC식 톤 맵핑의 실체는 4니트를 묶어 1니트씩 올리는 셈으로, 감마 셋팅 시에 HDR(ST.2084)를 선택하면 UBD에 수록된 HDR10의 밝기 절대값을 이런 식으로 대응하여 화면에 출력하게 됩니다. 이후 HDR10 소스의 수록 휘도와/ 스크린에 띄워지는 화면 밝기를 절충하여 적절한 톤 맵핑 옵션을 설정하는 것이 JVC와 DLA-Z1의 HDR10 그림을 띄우는 기본.

그리고 실질적인 톤 맵핑 조정 항목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 픽처 톤: 전체적인 화면의 밝기를 제어(= 전체적인 감마 커브의 완만도를 조정)

- 암부 보정/ 명부 보정: 어느 특정 범위의 휘도를 조정(= 명부/ 암부의 커브만을 S자 곡선으로 조정)


3. 묵극에서의 Z1 톤 맵핑

기본적으로 Z1(을 비롯한, JVC 톤 맵핑 조정)의 HDR10 소스에 대한 조정의 대전제는

- 우선 '픽처 톤' 항목을 자연스러운 컨트라스트감이 느껴지는 최소한의 수준(체감상 하일라이트는 뻗으면서도, 암부는 뜨지 않는 한계)까지 올리고

- 이 상태에서 암부가 너무 잠긴다면 '암부 보정'을, 하이라이트가 지나치게 뻗어서 눈이 부시는 부분이 있다면 '명부 보정'값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이들 값을 최대/ 최소한으로 주더라도 그림이 완전히 어그러지는 일은 적지만, 기본적으로는 체감상 이거다 싶은 수준에서 한두 단계 정도 낮은 값에 두는 게 포인트입니다.
(* 모든 조정은 '컬러 셀렉션: 화이트'를 기준으로 합니다. 다른 컬러에서 조정도 가능하지만, 사실상 화이트 이외의 조정은 컬러 밸런스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a. 실례1 : 너무 어두워

예를 들어 후쿠이 씨가 어두워서 애를 먹는 타이틀로 꼽은 건 '에이리언: 커버넌트'와 '어쌔신 크리드' UBD입니다.(영화 어쌔신 크리드) 둘 다 기본적인 영상 톤 자체부터 러닝 타임 내내 어두운 수준이라, 톤 맵핑 없는 화면 모드로는 묵극 + Z1 환경에선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조차 힘든 상태.

이 환경에서 에이리언: 커버넌트 UBD를 위화감 없이 즐기기 위해 권장된 셋팅 값은 [ 픽처 톤 +8/ 암부보정 +4 ]. 픽처 톤을 올려서 전체적인 밝기를 끌어올리고, 암부 보정 값을 올려 암부를 다잡아 밸런스를 잡는 방식.

b. 실례2 : (특정 화면이)너무 밝아

이런 케이스로 후쿠이 씨가 꼽은 건 'SING' UBD. 종종 영상의 일부 광원만 눈이 부셔서 화이트 디테일이 날아갈 정도로 표현되는 이 영상에서는, [ 픽처 톤 -3/ 명부 보정 +5 ]를 권장.

이는 픽처 톤을 통해 전반적인 밝기를 좀 내리는 대신, 화이트 밸런스쪽을 잡아서 그림에 매가리가 없도록 만들지 않는 방식.

이밖에 예시로 제시된 것은 '마션' UBD인데, 마션의 경우엔 다른 조정 없이 픽처 톤만 +6 정도로 조정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타이틀과 환경에 맞추어 '체감을 중시하는' 것이 HDR 톤 맵핑 조정의 기본이 됩니다. 물론 이는 비단 JVC뿐 아니라, 다른 메이커라도 마찬가지.

(3_3. 고게인 스크린을 대면 어떤가?)

JVC의 톤 맵핑 방향성은, 기본적으로 스크린 출력 밝기에 비해 (픽처 톤 값을 통해)감마 커브를 지나치게 과도하게 올리면 화면이 허옇게 뜨면서 부자연스러워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묵극에선 최대/ 최소 값으로 조정해도 거의 어그러지지 않았던 것은, 기본적으로 스크린 출력 밝기가 어두운 쪽이었기 때문.)

소니의 경우 VW760에 도입된 HDR 톤 맵핑(픽처 프리셋을 HDR: '오토'모드로 놓고/ HDR 소스가 입력되었다 판단되면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컨트라스트(HDR)' 항목으로 조정. 이 항목은 SDR 소스일 경우엔 그냥 '컨트라스트'로 표기되는 항목.)은 감마 커브의 암부와 명부를 (특정 구간만)동시에 들어올리는 방식으로 보이며, 이는 JVC에 비하면 '암부 보정'과 '명부 보정'값만을(좀 더 넓은 휘도 범위에 걸쳐) 주는 식으로 사료됩니다. 때문에 고게인 스크린과 조합해도, 오히려 손쉽게 전체적인 밸런싱을 깨지 않는 밝은 그림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저게인 스크린 + SDR 영상과 비교할 때, HDR10 소스 자체의 인위적인 암부 가라앉힘 덕에 블랙 표현력도 비등해지는 것도 장점)

그러나 JVC의 경우 기본적으로 픽쳐 톤을 만지지 않으면 암부/ 명부만의 조정 구간은 좁아서, 고게인 스크린으로 전체적으로 밝기를 띄워놓을 경우 > 암부 보정으로 암부를 가라앉힌들 계조가 어그러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실제로도 일본 내에서도 HDR 전용 스크린으로 파는 2.7게인 가량의 레이로도루와 JVC는 잘 조합하지 않는데, JVC 톤 맵핑 기법의 특성상 고게인 스크린과의 조합은 말하자면 '스스로 대응 운신의 폭을 좁히는 방향'이기 때문이며/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Z1은 고게인 스크린에 이거다! 싶을 만큼 꽂히는 맛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일전에도 여러 차례 언급했고 본문에서도 재술했지만, 현 시점엔 홈 시네마 프로젝터로 HDR10 소스를 TV만큼의 밝기로 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밝기 이상은 오만하게 컷트해버려도 크게 불만이 일지 않는 TV들과 달리(요샌 TV들도 그나름의 톤 맵핑을 채택하곤 하지만), 프로젝터에선 일찍부터 톤 맵핑 기법이 연구되었고 현재는 엔트리급 유사 4K 프로젝터들도 제조사들 그나름의 톤 맵핑 기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JVC의 톤 맵핑 기법이 완전한 형태로 기기 발매 시점부터 도입된 건 사실상 DLA-Z1이며, 현존 모든 JVC HDR 톤 맵핑은 Z1의 그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Z1은 현존 모든 JVC 홈 시네마 프로젝터 중에서 가장 밝은 광량을 낼 수 있는 제품이라, 톤 맵핑의 운신 여유가 가장 큰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단지 후쿠이 씨의 '묵극'은 엄밀히 말해 Z1으로도 HDR10 소스를 커버하기 쉬운 곳은 아닙니다. 따라서 'HDR10 영상의 밝기'라는 고민을 갖는 Z1 유저분들에게 묵극에서의 톤 맵핑 설정은 (환경은 달라도)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기능의 이해와 이런 예시를 통해, 마스터피스급 프로젝터 Z1이 사용자가 인정할만한 HDR 그림을 내도록 조정해 보시길 권합니다.


PS:
본 포스트는 후쿠이 하루토시 씨의 작가로서의 성향이나 역량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순수하게 홈 시네마 유저로서 사용 기기의 예시를 들기 위해 인용한 것입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UHD-BD 소개 UHD-BD/BD/DVD 감상

때때로 생각나거나 요청이 들어 온 UBD에 대한 몇몇 해외 사이트의 공식 리뷰 요약에, 개인 감상을 첨가하여 버무리는 UHD-BD 소개 시리즈. 본 시리즈도 어느덧 서른 여덟 번째를 맞는 가운데, 늘 똑같은 문구로 시작해서 식상하다는 청원이 들어온 관계로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마침 이번 시간에 소개해 드리는 UHD-BD(이하 UBD)는 특이한 사랑의 모습을 다룬 영화 The Shape of Water(한국 개봉명 -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니, 자못 궁합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세간에 '성공한 마니아' 정도로 불리는 사람으로, 이번 영화도 그가 커리어를 시작했던 특수분장/ 특수촬영업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 작품이면서 & 동시에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주제 자체는 단순하다면 단순하지만, 그 단순한- 순수하고 차별없는 호의와 사랑- 것을 아름답고 정겨운 영상과 음악으로 버무려 내놓은 이 영화는 충분히 대접받고 음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그러한 영화의 UBD가 어떤 모양으로 나왔는지, The Shape of UBD를 언급해 보겠습니다.

- 카탈로그 스펙

UHD-BD 듀얼 레이어(66G), 2160/24P(HEVC), 화면비 1.85:1, HDR10
최고 품질 사운드: DTS-HD MA 5.1ch(영어)


- 영상 퀄리티 평가

블루레이 닷컴 : 4.5/5
High-Def Digest : 4.5/5

Arri Alexa XT(3.4K/ 오픈 게이트, 1.55:1 수록)와 AA mini(2.8K/ 4:3 센서 모드) 카메라를 가지고 촬영 & DI 해상도는 2K인 이 영화는, 더구나 평균 비트레이트 51.8Mbps 정도의 수록 스펙에도 불구하고 일단 제법 그럴싸한 업컨버트감을 보여줍니다. 다만 그걸 캐치하는 게 쉬운 건 아닙니다.

양 사이트 리뷰어의 언급도 그렇거니와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도, 이 UBD는 이것만 단독으로 봐서는 그다지 특출난 해상감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BD(+ 업스케일)과 동시에 띄워놓고 보면 '아하' 싶은 정도가 있을까말까? 말그대로 옷감의 질감이라든가 피부의 주름 같은 극히 세밀한 부분에서 꽤 섬세하게 컨버트 작업을 다룬 것은 사실이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선 '그래? 그런가...'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다만 몇몇 영상, 특히 CG 사용부분은 오히려 BD를 FHD 디스플레이에 띄워보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업컨버트 파라메터의 적용 나름이겠지만, UBD의 경우 기본적으로 샤픈을 좀 강하게 먹인 감이 있어서 실사 촬영신에선 얼마간 이득을 볼지언정 간혹 이런 문제점을 노출하긴 합니다.)

때문에 이 UBD가 단순히 이 정도에 그쳤으면 굳이 권할 생각이 나지 않았겠는데, 이 UBD의 진가는 HDR10 그레이딩빨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신을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이 영화는, 그래서 인공 조명 광원을 상당히 엄격하게 통제하였고 때문에 HDR 수록시에 통제된 기준에 따른 점잖고 정형화된 느낌을 제대로 수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덕택에 광원의 발광/ 반사감/ 온도감 같은 것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오면서도, 적절히 제어되고 있는 묘하게 따스한 화면이 나옵니다.

특히 강점은 확장된 색역에 따른 녹색의 생동감이 + 적절하게 컨트롤된 HDR 그레이딩과 함께 상당히 살아난다는 점. BD SDR에선 그냥 다 '녹색'으로 보인다면, UBD HDR10에선 연한/ 중간/ 진한 녹색의 세밀한 구별이 보인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아울러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이 뭔가 옛스런)'분위기'가 UBD 화면에서 더 잘 살아난다는 것도 재미있고.

굳이 단점을 꼽는다면 한두군데 암부 표현에서 밴딩이 좀 거슬린다는 것, 그리고 제가 서술한 HDR10 효과가 모든 TV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리라/ 느껴지리라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정도겠는데... 그래도 재현해 낼 수만 있다면 상당히 괜찮은 감이라서, 어떻게든 이 느낌을 재현해 보십사 강권하고 싶기도 합니다. 제가 작성한 UBD 리뷰 소개 시리즈를 함께 해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HDR10에 이 정도로 역성을 들어주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 음성 퀄리티 평가

블루레이 닷컴 : 5/5
High-Def Digest : 4/5

이 영화는 돌비 앳모스나 DTS:X 같은 화려한 사운드 스펙으로 수록되진 않았기에 아쉬워하실 분도 계실 듯한데, DCP 부터 그런 신나는(?) 포맷과 거리가 먼 사운드 믹스(D-Cinema 48kHz 5.1)였고 UBD에 수록된 사운드 역시 그러한 DCP의 감각을 상당히 훌륭하게 홈시네마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중 가장 인상적인 건 깔끔하고 깨끗한 대사 음성, 디테일이 상당히 좋은 효과음을 꼽고 싶네요. 대개의 홈시네마 타이틀은 BG의 힘(강력하게 내지르는 한방이건, 청자를 감동시키는 우아함이건)으로 분위기를 휘어잡게 마련인데, 이 UBD의 사운드는 BG보단 대사와 SE를 중심으로 차곡차곡 음을 쌓아서 몰입감을 형성합니다.

다만 이것은 바꿔말하면 인상에 확 남지는 않는다는 말도 됩니다. 웰빙 유기농 식단이 혀와 뇌에 오랜 기억의 발자국을 새기지는 않듯이, 이 UBD의 사운드도 귀와 뇌를 간지럽히는 것은 능하지만 콱 박히는 감은 크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깨끗하고 명확하지만, 듣는 사람과 시스템에 따라선 그저 그뿐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속 특이한 사랑의 모습처럼 이 UBD가 들려주는 사운드의 잔잔함과 말끔함에 주목한다면, 편안하면서도 의미있는 체험을 하게 되시리라 봅니다.


- 첨언

전 어떤 컨텐츠에 대한 감상문을 작성할 때 그 컨텐츠의 분위기라든가 문체 혹은 연출 등에 영향을 받는 일이 제법 있는데, 이 영화도 그만한 감정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때문에 이 UBD에 대한 감상도 요즘 즐겨쓰는 무자르듯 단언하는 어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제 기준에서)물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듯한 문장이 되었는데- 냉정한 리뷰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겠지만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해해 주시리라 마음대로 믿겠습니다.

그래도 끝으로나마 정신을 좀 차려서 이 UBD에 대한 냉정한 평을 해보자면, 이 UBD를 통해 UBD의 대단스런 가치를 추구하시는 건 어렵다고 봅니다. 본문에선 HDR에 대해 제법 상찬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교한 미니어처를 다루는 듯한 섬세함을 높게 친 것이지 눈에 확 띄는 펀치력을 말한 게 아니고요. 사운드 역시 상술한대로 귓전을 계속 때리는 한 방 같은 건 없습니다. 다만 잔잔한 물과 같이, 이야기의 내용과도 어울리는 영상/ 음성을 홈시네마에 잘 전달한다, 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 UBD는 제법 괜찮은 느낌이라고 총평하겠습니다.

문제는 상당히 질좋은 번역을 보여주었던 국내 상영 당시의 자막을, 사용자가 (오포의 외부 자막 같이)특수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 한 영상과 함께 띄울 수 없다는 것이겠는데... 이게 아까우시다면 뭐, (아직 국내 정발 소식은 못 들었지만, 홍콩판 BD에 한국어 자막이 있으니 아마 곧 이야기가 나올) 정식 발매 BD의 화면빨을 통해 보신다 해도 크게 아깝지는 않으시리라 봅니다. 이 영화의 힘은 특이한 기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정론에 가까운 (심심할 수도 있는)주제를 가지고 아름답게 다듬은 것이고 그것을 올곧게 보여준 것이라 생각하므로.

(* 더불어 이 영화의 서플은 모두 BD에만 있으며, 양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제법 볼만합니다. 때문에도 서플 한국어 자막이 기대되는 정발(할 수도 있는) BD가 더 영화 내용의 음미에는 더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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