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 보자! 유포니엄 정식 발매 Blu-ray (3) 취미

울려라! 유포니엄의 한국 정식 발매 Blu-ray에 대해, 발매 전 작업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는 세 번째 시간. 이번 시간에도 작업 진척 사항, 과 함께 개인적인 추모도 덧붙입니다.


1.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울려라! 유포니엄'은 본편 자막 검토를 상대적으로 편안한 기분으로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중간중간 음악이 있어서 소위 힐링도 되고, 때로는 음악으로 대사를 대신하는 듯이 울리니 실제로 대사가 상대적으로 적기도 하고(^^;).

그러고보면 이 작품의 정식 발매 제작사(미라지 엔터테인먼트)와 진행한 업무 중에서, 최근 자막 검토에 상당히 애 먹었다 싶은 작품을 꼽으라면 좀 아이러니하게도 '빙과'랑 '바이올렛 에버가든'- 둘 다 교토 애니메이션(이하 쿄애니) 작품- 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쿄애니가 대개 특히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은 대본 레벨에서 대사 전달에 신경을 쓰고 있고 > 그러다보니 번역 뉘앙스를 상당히 따지게끔 만들기도 하거니와, 실제 대사량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분량이 많은 편이기 때문이고요.

그에 비해 유포니엄은 글쎄, 이시하라 감독도 코멘터리에서 언급하지만 전체적으로 원작을 '느긋하게' 애니메이션으로 전개해 나가기도 하거니와 > 원작 소설에선 텍스트밖에 없으니 거기서 흐르는 음악도 잘 들려줘야 한다는 사명감 비슷한 것도 있는 모양인지라 > 결과적으로 보는 사람도 '느긋하게' 볼 수 있게 만들어진 모양입니다. 2015년에 이 작품을 순수 시청자로서 처음 봤을 때는 바로 그 '느긋함'이 꽤 초조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감수검토 작업 입장에선 감사 인사를 하고 싶네요.(-_-ㅋ)

2.
하지만 음식 만드는 사람이 피곤해야 먹는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이 나오듯이, 이 작품도 마냥 느긋한 작업만 되는 건 아니고요. 네, [시스템: 본편 외 자막이 추가] 되었습니다. '울려라! 유포니엄'의 한국 정식 발매 Blu-ray에는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대로)일본 초판의 영상 특전이 전부 수록(& 한국어 자막 첨부)되는 것은 물론, 일본 염가판 박스에선 제외되어 아쉬움을 산 오디오 코멘터리 2종(캐스트, 스태프)도 모두 수록됩니다.

근데 이 코멘터리, 들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특히 캐스트 코멘터리를 진행하는 담당 성우분들이 너무 기분이 업 되어 진행하는 데가 많아서 > 번역하는 역자분이야 어떤 심정이실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지만 적어도 검토하는 제 입장에선 가끔 시장 바닥에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물론 언니랑 좀 불편하던 시기에 언니랑 마주하던 쿠미코처럼 다운된 기분으로 진행할 필요야 없지만, 가끔은 듣는 사람 신경 안 쓰고 너무 내지른다 싶기도 하고.(^^;)

하기야 그에 비해 스태프 코멘터리에선 상대적으로 느긋하고 조곤조곤하게 진행이 되니, 그 차이를 신경 쓰는 것도 흥미로운 것 같긴 하네요. 그런 의미에선 좋은 강약 배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
그리고 개인적인 추모는 이 분에 대한 것입니다. 스태프 코멘터리에도 참여하신, (자막대로)이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과 총작화감독을 맡은 이케다 쇼코 씨. 이케다 씨는 관심있는 분은 아시는 그 일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 중 한 분으로, 개인적으론 과거 다른 코멘터리나 지면을 통해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지만 지금 이 작품의 코멘터리를 통해 육성을 들으니 새삼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네요.

일본의 유명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수필 중에서, 조깅하면서 종종 스쳐 지나가며 가볍게 인사 정돈 하던 마라톤 선수가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생각에 대해 언급한 게 있습니다. 그 마라토너가 묵묵히 오랫동안 달리며 쌓아가던 그 훈련들, 그 고생, 그 상념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 라는 문장으로 기억하는데, 원하지 않는 일로 세상을 뜬 아쉬움은 같더라도 이케다 씨는 당신께서 디자인한 캐릭터나 참여한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상에 자신이 남긴 어떤 '형태'가 남아 있다는 것으로 조금은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또한 새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끝으로, 이 작품에 나오는 많은 곡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은 안토닌 드보르작이 작곡한 '신세계로부터' 입니다. 작중에선 레이나가 깨끗한 트럼펫 솔로로 2악장을 불어 줍니다만, 원래는 교향곡 구성의 곡이고 특히 장엄하게 울리는 4악장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는 건 이 곡의 2악장이고, 그래서 트럼펫 솔로지만 이 곡을 들려주는 이 장면을 예전이나 지금이나 좋아합니다. 단지 이 작품을 처음 보던 4년 전에는 이 장면에서 레이나가 2악장을 부는 건 그다지 그 심정에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닌가(= 선곡이 잘못된 게 아닌가) 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좀 역설적인 의미에서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자, 그럼 이번 시간은 여기까지.


영화 블루레이 감상 - 신세계 (2013) UHD-BD/BD/DVD 감상

박 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박성웅 씨 등 내로라 하는 한국 남자 배우들이 출동한 영화 [ 신세계 ]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거의 500만에 가까운 국내 관객을 끌어모으면서 기염을 토한 소위 '한국식 르와르'(영화 공식 텍스트) 영화입니다.

단지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처음 봤을 때는 크게 인상적으로 본 건 아닌데, 국내 정식 발매된 Blu-ray(이하 BD)로 봤을 때는 그 미장센을 포함한 비주얼 그리고 그 비주얼을 잘 전달하는 화질 덕에 다시 본(정말로 두 번째로 보기도 했고 & 다시 평가하게 되기도 했고) 영화이기도 합니다.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BD까지 사게 된 건, 당시 2000원 추가 적립금을 노리고 있어서 그랬나 아니면 공짜 문화상품권이 생겨서 그랬나... 그런 세세한 것까진 신경쓰지 말기로 하고요.

그럼 2013년도에 사서 본 BD를 왜 이제야 감상이라고 쓰느냐? 고 하시면, 얼마 전 DP에 본 타이틀의 재생 불량에 대해 문의한 분이 계셔서 마침 같은 플레이어(문의한 분은 북미판, 저는 일본판이란 차이는 있으되)를 쓰는 정으로 잠깐 테스트차 틀어봤는데, 새삼 화질도 좋고 내용도 새록새록 재밌어서 간만에 또 끝까지 보고 말았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니 이 BD에 대해 이야기나 함 해봅시다, 브라더.


1. 디스크 스펙

BD-ROM 듀얼 레이어(50G), 전체용량 31.2G/본편용량 25G, BD아이콘 있음
영상스펙 1080P24(AVC)/ 화면비 2.35:1/ 비트레이트 22.57Mbps
음성스펙 DTS-HD MA(16/48) 한국어 5.1ch
(* 코멘터리 오디오 스펙 DD 2.0ch)
자막 한국어, 영어 (모두 Off 가능)

겉보기 스펙은 준수한 편. 비트레이트도 평균 정도 썼고, 차트도 안정적이고... 다만 사운드 스펙은 16비트에 머무른 게 좀 아쉽고 실제로 음성 퀄리티는 영상 퀄리티만큼 인상적이진 않은 타이틀입니다.


2. 서플

[ 신세계 ] BD의 서플은 이하의 영상 특전과, 오디오 코멘터리(박훈정 감독,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박성웅 배우 출연)로 구성됩니다.

* 한국형 르와르 (480i, 40분 21초)
* 세남자 (480i, 5분 13초)
* 후계자 전쟁 (480i, 5분 40초)
* 동지애 (480i, 2분 47초)
* 삭제장면 (1080P, 9분 27초)
* 스틸갤러리 (1080P, 3분)
* 본예고 (1080P, 1분 30초)
* 티져예고 (1080P, 35초)

이 타이틀은 주요 영상 특전이 SD해상도라는 점도 그렇고, 묘하게 상품 판매 페이지에 안내 된 러닝 타임이 실제보다 짧게 기록되어 있어서(대표적으로 '한국형 르와르'는 판매 페이지엔 35분으로 안내), BD라는 매체에 있어 영상 특전의 중요성을 간과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게 만듭니다. 서플 화질이나 음질도 크게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정도이고.

그나마 오디오 코멘터리는 아주 재미있어서 이거 하나로 영상 특전의 아쉬움을 털어버릴 수준이니까 망정이지, 코멘터리마저 평범한 한국 영화들처럼 '그랬지요, 네.(일동 10초간 무음) (어색하게)그게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거였으면, 망설임 없이 서플 항목엔 별 다섯 개에 두 개나 줬을 것 같습니다.


3. 영상 퀄리티

신세계는 2010년에 방영된 KBS 드라마 '추노'로 국내에도 유명세를 떨친 레드 원 카메라(아나몰픽 렌즈, 오픈 게이트 사양으로 알려짐)로 찍은 4.5K 촬영 소스를 2K DI 처리하여 마스터를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특히 조명 상태가 좋은 신들의 선예감이나 전체적인 화면 투명감이 참 깔끔해서, 첫눈에 BD 스펙 어필하기 좋은 타이틀에 속합니다.

특히 종종 나오는 근접 신 선예감이 특기할만해서, 한국산 영화 = 방화 = 화질 나쁨 & '느와르' = 홍콩 필름 = 화질 나쁨(^^;) 정도의 등식 선입견이 있는 분들이 보면 깜짝 놀랄만한 수준은 됩니다. 또한 순 디지털 촬영작이기 때문에 최신 4K 업 스케일러와 궁합도 좋아서, 예를 들어 전 어제 파나소닉의 최신 UBDP인 UB9000의 4K 업 스케일 출력으로 봤는데 농담 별로 안 보태고 순수 해상감으론 UBD가 딱히 부럽지 않더군요.(그야 UBD라고 해봤자 2K DI를 담은 출시작들이 훠얼씬 많기 때문이란 건 비밀.)

느와르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인지 전반적으로 약간 푸르스름한 그림을 인위적으로 만든 감은 있지만, 이 감각이 거슬리지 않는 분이라면 순수하게 발색면에서도 깔끔하단 것도 강점. 명암의 계조나 다이나믹스 면에서도 딱히 꼬치꼬치 지적할만한 부분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특히나 대충 2014년 이후부터 DI 트렌드의 변화 때문인지 몰라도 암부가 필요 이상으로 뜬다 싶은 한국 영화 BD들이 많아지는데, 이 타이틀은 아직 되도록 검으면서 싱싱한 블랙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점도 개인적으로 높이 사는 점입니다.

굳이 흠을 잡는다면 간혹 광원이 비치는 부분이 지나치게 밝게 표현되어서, 마치 슈퍼 35 필름에서 화이트 피크 날아가는 것 같은 느낌마저 나는 부분들이 있다는 점 정도. 이건 DI 단계에서 조정으로 거를 수도 있는 문제지만, 이 영화는 DI에서 쓸데없는 다이나믹스 조정을 되도록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되도록 찍은대로 나온 느낌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론 이런 경향을 좋아하지만, 출력 디스플레이와 셋팅 상태에 따라서는 거슬리는 분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때문에 이 타이틀이 정말 좋게 보이는 디스플레이는, 암부는 훌륭하되 명부 펀치력이 모자란다고 느끼기 쉬운 PDP나 D-ILA 프로젝터 제품군. 이런 디스플레이에서 틀면 블랙은 윤기가 살아나면서 & 저 쨍한 명부 덕에 펀치력도 제법 가미되어, '이 디스플레이가 이만한 어필력을 보여줄 수 있었나' 싶기도 할 정도로 정말 좋은 궁합을 보여 줍니다. 요새 4K 디스플레이로 본다면 업 컨버트 결과물도 좋을 경우 금상첨화.

전술한대로 2014년 이후 한국 영화 BD들이 그 마스터 단계에서 암부를 인위적으로 띄우기 시작하면서, (암부 계조와 디테일 표현력이 약한 많은 LCD 디스플레이 등에서)보기는 편해진 경향이 있어도 화면 체감 다이나믹스가 좁고 종종 떠버린 암부에 노이즈가 끼는 것까지 잘 보이는 경우가 있는 것에 비해... 본 [ 신세계 ] BD의 화질은 안 그랬던 시기의 좋은 BD로 기억해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카메라로 잘 처리한 멋진 화질, 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4. 음성 퀄리티

결론부터 말해서 신세계 BD의 사운드 퀄리티는 영상만큼의 어필력은 없습니다. 16비트 스펙이라고 해도 이보다 더 깔끔투명감을 살려서 스펙 다이나믹스를 보충하는 느낌이 나는 DTS-HD MA 5.1ch 타이틀은 충분히 만들 수 있건만, 싶은 수준.

물론 군데군데 서라운드 효과를 괜찮게 넣어주고 대사 음성 인식 편의도 일반적인 한국 영화 수준으로 뒤떨어지는 건 아니라서 당장 듣기에 거슬리는 건 아니지만, 이보다 좀 더 나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는 딱 그 라인에 머무릅니다. 종종 탁하게 울리는 효과음, 종종 저음 볼륨을 너무 강조해서 밸런스가 애매하게 들리는 스코어, 조금만 더 깔끔했으면 더 좋았을 건데 싶은 대사 음성...

하기는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느와르'물답게 애매하게 울리는 퀄리티라고 말하지 못할 것은 아닌데, 영상에서 보여 준 능력 때문에 더 비교되는 감도 있긴 합니다. 마치 94점 맞아온 첫째에 비해 85점 맞아온 둘째를 어째 좀 더 가르치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이랄지?

이런 식으로 아주 인상적이거나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닌, 그나마 무난한 정도보단 나은 한국 영화 음질. 그래도 위안이라면 이후에도 한국 영화 사운드가 크게 나아진 건 아니며, [ 남한산성 ] BD 같은 극소수 특이 타이틀을 제외하면 이 신세계 BD 만큼 나오는 경우도 드물다는 것이겠네요. 이 BD를 2013년에 몇 차례 보면서 그리고 2015년이나 2016년 즈음 또 몇 차례 반복 감상 했을 때는,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음질의 한국 영화 BD들이 나오리라고 믿기도 했습니다. 근데 2019년 어제 보면서는, 제 생각이 짧았음을 통감했습니다.


5. 첨언

이 영화에선 3주역 외에도 인상 깊은 배우들이 다수 등장했고, 개인적으론 박 성웅 씨의 캐릭터인 중구에 어째 감정이입까지 되기도 했습니다. 본래 감독이 캐스팅하지 않으려고까지 했었지만 1주일 동안 아예 중구로 살다시피해서 최종 오디션을 통해 결국 배역을 따낸 박 성웅 씨의 열의가 풍겨 나와서 그랬을라는지? 물론 배우분 본인도 '살려는 드릴게'가 워낙 히트해서 (지금은 좀 부담되는 것도 같지만) 여한은 없었을 것 같고요.

단지 영화 자체는 심의가 느슨한 편인 제 권장 기준으로도 결코 청소년에게 권할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성인이 혼자 되도록이면 프로젝터를 틀어 감상하시는 걸 권합니다. 이 영화의 분위기는 뭐랄까... (특히 우수마발 LCD)TV로 보면 뭔가 싸구려 깡패물 같은 감이고, 프로젝터 같은 반사형 디스플레이로 보면 영상 경향의 궁합이 좋아서인지 몰라도 진짜 '느와르 영화'를 보는 감이 나는 좀 신기한 체험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전 이 영화를 본 뒤에 많은 경우 [ 무간도 ]를 연속 감상했고 어제도 그랬는데, 무간도를 생각나게 하는 감이 있는 건 맞지만 둘은 다른 영화라고 늘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가 화질 때깔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더 친숙한 배우들 때문인지 우리말 대사(종종 중국어 섞이지만) 때문인지 그 모두가 이유인지는 애매해도, 하여간 신세계는 신세계로 일감하시는 걸 권합니다. 물론 성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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