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저는 TV를 덜컥 사는 바람에 블루레이 영상물을 모으는 취미가 생겼다고 서술한 바 있는 데.
부작용이 하나 더 생기고 말았습니다.
어제 밤, 또 늦게까지 이어진 회의가 끝나고 회사 숙소로 들어 가 9시 뉴스를 보고 있는 데 울리는 휴대폰.
어머니십니다. 그런데...
"아들? 오늘 일 잘 했어?"
웃, 이건 좀 위험하다...어조가 너무 밝게 '아들?'로 시작하실 경우 뭔가 어머니가 떠안기실(;) 것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카드값이라던지...
"아들. 엄마가 말이지. 오늘 오랜만에 ○○가구 사장 부인을 만났는 데 말이지..."
우웃. 이건 분명 뭔가 사셨다는 이야기다. 남의 부탁 거절 못 하고, 체면치레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오랜만에' '가구 회사 사장 부인'을 만났다면...
"아들이 TV 사 줘서 잘 보고 있는 데 거실 소파가 너무 오래되서 보다보면 허리가 다 아프지 뭐니. 그래서 그 분 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소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 그만 사 버리고 말았단다."
...?????!!!!!
"당장 환불하세요." <- 이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제가 실제로 한 말은.
"그, 그러세요...몇 사람 앉을 거고 얼만데요."
"우리 가족 셋이니 세사람 넓이면 충분하겠다 싶어서 그걸로 샀다. 손님도 잘 안 오고 하니...가격은 깎고 깎아서 80 정도에 샀어. 어떠냐, 이런 게 지혜로운 소비생활이지. 그런데 아들, 그 돈도 내 줄 거지?"
...;;;;;
무, 물론 23년쯤 쓴 지금 있는 소파가 엉덩이 쪽이 꺼질대로 꺼져서 허리가 아픈 건 인정하겠습니다만...어머니. TV 지출로 타격이 있는 제 지갑을 연타로 꼭 할퀴셔야 겠습니까...라는 말이 또 입술까지 나왔지만 또 제가 실제로 한 말은.
"그, 그럼요. 그정돈 뭐...근데 할부로 하셨겠죠?"
"그럼. 3개월 무이자 할부로 했단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라고 생각하려 해도 사실 그냥 옛 TV 그대로였으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도 않았을지 모르거늘 이게 도대체 !@#$%^&*()
이렇게 하여 주말에 블루레이 타이틀 감상은 새 소파 위에서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하게 생겼습니다, 그려. 흑흑.
하긴 또 모르죠. 예술은 신체적 악조건에서 나온다고...블루레이 감상의 새로운 경지가 아픈 마음을 딛고 완성될 지도. (뭔 소리여?)